『디지털 뉴딜 시대의 스마트관광도시』,
정남호 외 지음,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2021.
6월 하순, 우리 세 식구는 미국 서남부에 있는 애리조나주로 가기 위해 공항에 갔다. 다른 주에서 사업을 확장하시는 교인이 계셔서 여는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였다. 이왕 먼 길을 가는 김에 동남부에 있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자동차로 몇몇 도시를 둘러보기로 했다. 미국 서쪽에서 동쪽으로의 장거리 여행이었다.
우리 동네에 있는 몽고메리 지역 공항은 규모가 작기도 하지만 코로나 19가 여전히 전파되는 시국이라 공항은 텅 비어 있었다. 탑승 체크인을 마치고 우리가 걷는 소리와 짐가방 바퀴 돌아가는 소리를 또렷이 들으며 탑승구로 나아갔다.
거기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한 시간여 동안 이번 여행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과 스쳐 지나갈지 짐작할 수 있었다. 비행기는 빈자리 하나 없이 출발했고 경유지인 애틀랜타 하츠필드 잭슨 공항에서 갈아탄 비행기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 얼굴에 착용한 마스크와 이전보다 훨씬 많은 곳에 놓인 손 세정제만이 팬데믹을 떠올리게 할 뿐이었다.
경희대학교 스마트관광연구소가 한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해서 결과물로 내놓은 『디지털 뉴딜 시대의 스마트관광도시』를 읽게 된 것은 이번 여행에서 묵었던 H 호텔 객실 문에 붙어 있던 "클린스테이(CleanStay)" 스티커 때문이었다. 방문객이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문과 문틀에 연결되어 붙어 있던 스티커가 반으로 찢어지면서 깨끗함을 유지하기 위해 봉인된 곳으로 안내받는 느낌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 봉인 스티커가 스마트관광과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은데, 이 책에 따르면 나와 같이 호텔에 대한 피드백을 글로 공유하는 것도 관광객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하나의 데이터가 된다. '스마트관광도시'라는 제목을 보게 되었을 때 과연 코로나 19 이후에는 어떤 관광이 가능할지 궁금하여 여행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책을 급하게 주문하였다.
스마트관광은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거주민의 삶의 질도 지키면서 관광객의 취향에 맞는 여행을 하도록 실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것은 기술적 요소와 관광 콘텐츠가 결합한 형태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AR · VR 기술,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이 교통, 숙박, 관광객 밀집도, 쇼핑, 체험 활동, 기상, 재난 따위의 정보를 제공한다. 관광객과 거주민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여 활용하고, 여행 이후 피드백을 공유하여 데이터를 쌓아간다.
스마트관광은 스마트도시에서 이루어지는데 스마트관광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가지고 운영해나가는 도시를 말한다. 스마트관광도시의 사례로 서울 및 세계 여러 도시를 소개하고 있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동안 '지속가능발전목표'는 환경 분야에만 집중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국제사회가 정한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들은 사회발전, 환경보호, 경제성장, 글로벌파트너십에 이르는 생활 전반을 아우르고 있음을 이 책에서 알게 되었다. 스마트관광도시도 지속가능하려면 관광객-거주민-지역사회의 삶의 질이 동반 상승하는 방향이어야 하고 스마트-관광-도시의 관계가 선순환해야 한다는 것도 말이다.
여행상품 플랫폼이나 블로그, SNS를 통해 부분적으로 얻던 여행 정보가 앞으로 통합되어 정확하고 안전한 정보가 제공된다면 스마트 가이드를 얻는 셈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오클라호마시티 식물원에 들렀는데 온라인 검색 엔진에는 오픈으로 나와 있었지만 실제로는 2022년 가을까지 수리하기 위해 문을 닫아 그만 헛걸음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여행의 묘미를 찾을 수도 있겠으나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경험도 있으니, 스마트 가이드가 있었다면 꽃구경하는 즐거움을 다른 곳에서 누렸으리라.
우리 인생은 언제나 길 위에서 저마다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극복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길든 짧든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우리 삶이 여행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스마트관광을 어서 자유롭게 하게 되길···.
*이 글은 모바일 앱 '바이블 25'와 인터넷신문 '당당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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