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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2019

성경 퀴즈, 한국어로? 영어로?


<새벽녘 밝아오는 Vaughn Road-우리 교회가 있는 길>

이거 괜히 하자고 그랬나. 일이 너무 커지는데…
선생님들과 올해 아동부 계획을 세우면서 성경퀴즈 시간을 세 차례 갖기로 했다.

아동부에서 사용할 성경 퀴즈 문제를 정리하고 있었다. 난 설교에서 나눈 성경 말씀 중에서 문제를 낼 것이고 선생님들은 분반 시간에 가르친 성경 본문에서 문제를 낼 것이다. 퀴즈는 아이들이 성경 지식을 쌓고 성경과 친해지는데 목적이 있다. 문제와 답을 잘 정리하여 나누어 주고 한 달쯤 뒤에 퀴즈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퀴즈 형식은 퀴즈 프로그램 가운데 오래된 ‘도전 골든벨’처럼 하기로 했었다. 아이들에게 종이와 연필을 나누어 주고, 답을 적게 하고, 틀린 사람은 탈락하고, 맞힌 사람은 계속 맞출 수 있는 토너먼트이다.

이 성경 퀴즈는 내가 하자고 제안한 것이라 일이 되어지는 과정도 맡아야 할 것 같다. 일단 문제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50문제가 금방 정리가 되었다. 그 다음부터 하나, 둘 고민이 시작되었다.

우리 교회 아동부는 초등학교 가기 전 만4세부터 초등학교 5학년까지 아이들이 섞여 있는데 토너먼트 형식은 합리적이지 않아 보였다. 그럼 수준에 맞게 시험지를 만들어 반별로 치르면 어떨까. 아이들이 잘 맞출 수 있게 객관식으로 하든 보기를 많이 주든. 하자고 치면 시간이 걸려도 시험지를 만들겠지만 이번엔 아이들이 한글을 제대로 쓸 수 있을까 의구심이 생겼다. 한글을 읽고 쓰는데 능숙하지 않아 성경을 알아가는 기쁨을 맛보지 못할 것 같은 염려가 되었다.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한인교회들은 한국어를 사용할지 영어를 사용할지를 교회 상황에 맞게 정한다. 아동부만 예를 들어보면, 미국 와서 내가 다녔던 두 교회 모두 영어만 사용하였다. 아이들이 미국 사회에서 어울려 살자면 교회에서도 영어를 쓰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교회는 거의 한국어만 사용한다. 우리 교회는 이민 온 지 10년 이내의 교우들이 대부분이다. 아이들은 교회와 가정을 제외하면 영어를 사용하게 되니 영어를 못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가정과 교회에서라도 한국어를 사용해야 모국어를 잊지 않으며, 한국어를 주로 사용하는 부모와 지속적인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모국어에 대해 단순하게 생각해 보았다. 부모 세대의 모국어는 한국어다. 우리 교회 아이들은 이민 1.5세거나 2세이다. 아이들의 모국어도 역시 한국어. 아이들이 한국인이나 다른 언어권 사람과 결혼을 해서 이민 2, 3세를 낳으면 그들의 모국어에 엄연히 한국어가 들어 있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 시대에 한인 기독교인에게 주시는 사명이 무엇일까 묵상하다보면 어느 지점에선 여전히 모국어인 한국어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앞으로 남북이 통일되고 남북한이 세계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높게 평가하는 목사, 정치가, 학자, 사업가...들의 견해를 자주 듣는다. 그렇다면 통일 이후 기독교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나만, 내 가족만, 내 교회만, 내 나라만 부요해지면 된다는 이기적인 발전이 아니라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을 가지고 세계를 섬겨 조화로운 진보를 이루어가는 능력 있는 기독교인들이 필요하다. 한인 1.5세인 어느 집사님은 아무리 영어를 퍼펙트하게 잘 해도 (미국 원어민은) 자신을 미국인이 아니라 한국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당연히 한국어를 잘 할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한국어와 영어, 이중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평화의 복음을 가지고 세계를 이끌어갈 사람이 요청되는 시대가 되었다.

모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어느 민족의 뿌리로부터 자신이 나왔는지를 기억하려면 언어는 매우 중요한 장치다. 적어도 우리 교회 아이들이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실력있는 사람들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이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늘 배우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길 바란다. 그러려면 한국어를 놓치면 안 된다.

사실 아이들이 미국에 살면서도 한국 말을 배우려면 부모의 교육관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한국학교 교사를 짧게 몇 년 한 적이 있다. 어느 아이도 스스로 한국학교를 찾아온 걸 보지 못 하였다. 보통 토요일에 열리는 한국학교에 아이들은 오고 싶어하지 않는다. 저들도 주말에 쉬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부모가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고 판단되어 아이들을 한국학교에 데리고 오는 것이다. 모국어를 익히는 것은 부모의 영향 아래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 교회 학부모 간담회에서도 이중언어 사용에 대한 의견은 언제나 제시된다. 우리 교회에서 지낸 지난 6개월을 돌아보면 한국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학부모가 많다. 그렇지 않은 학부모도 늘 고민한다. 아이들에게 영어로만 말하게 할 것인지 영어와 한국어를 다 쓰게 할 것인지. 부디 불편한 노력이 필요한 쪽으로 나서주면 좋겠다.

생각 끝에 아동부 성경 퀴즈는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여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문제를 제시하고 한국어든 영어든 말로 정답을 맞추기로 결정하였다. 글로 쓰는 것보다 말하는 것이 쉬우므로. 그리고 정답이 포함된 문제지도 선생님들이 번역하는 수고를 보태 이중언어로 만들어졌다.

1/23/2019

쉐와클라 주립공원(Chewacla State Park)




몽고메리의 자연 환경을 보면 산이 없는 평야 지대이다. 내륙이다보니 바다하고도 멀리 떨어져 있고 강도 보기가 쉽지 않다. 다만 다운타운 언저리에 있는 리버프런트 공원(Riverfront Park)에 가면 굽이굽이 흐르는 앨라배마 강의 어느 한 자락를 감상할 수 있다. 숲길 걷기를 좋아하는 우리 가족에겐 산이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

대신에 새벽기도가 끝나고 나서 남편과 함께 교회 주차장을 여러 바퀴 돌곤 한다. 건강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싶기도 하고 두서없는 얘기를 떠들기도 하고. 교회 옆에 공원이 있긴 한데 짧은 거리라도 자동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니 귀찮기도 하고 2-30 여분 걷기를, 이동하는 시간에 조금 더 걷기로 했다. 이곳은 겨울이 우기라 그나마도 비가 오면 걷지를 못한다. 그래서 조금 추워도 비가 오지 않으면 옷을 더 껴입고 걷는다. 어둑해도 우리 교회 앞이니 마음이 더 없이 편안하다.

우리는 생활 영역을 넓혀 몽고메리를 벗어나 산을 찾아보기로 했다. 주립공원은 일반 공원보다 자연이 더 잘 보전되어 있을 터이다. 집에서 자동차로 50분쯤 걸리는 쉐와클라 주립공원(Chewacla State Park)을 찾아갔다. 이 공원은 어번대학교와 자연 환경, 그리고 도시가 오밀조밀 어울려 있는 어번시에 자리하고 있다. 일단 입장료는 12-61세는 4달러이고 나머지 나이대는 2달러이다. 3세 이하는 입장료가 없다.

이왕 산을 다닐거면 1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통행증을 구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통행증을 가지고 있으면 해당하는 주에 있는 어느 주립공원이든지 일 년 동안 횟수에 상관없이 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쉐와클라 공원 입구에 도착하여 표를 사는 곳에서 물어보니 다른 주에서 경험했던 것과는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가족이 이용하려면 155달러이고, 쉐와클라 주립공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담당자가 알려주었다. 통행증의 가격도 꽤 비싼 편이고, 우리 세 식구가 이 공원만을 일 년에 10번 이상 올 것 같지 않아 구입하지 않기로 했다.




매표소를 지나 자동차로 들어갈 수 있는 데까지 가면서 둘러보기로 했다. 이동하는 동안 시선을 끄는 것이 없어 끝까지 가보니 넓은 주차장이 나왔다. 인권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님을 기념하는 공휴일(Martin Luther King Jr. Day)이라 그런지 차들이 꽤 많이 주차되어 있었다.

차에서 내려 숲 속을 걷기 전에, 트레일을 안내하는 지도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지도가 따로 설치된 것도 보이지 않았고 게시판도 텅 비어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가지가 다 잘려 생뚱스러운 나무였다. 그 나무에 폭포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팻말이 달려 있었다. 이 공원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에게 안내 팻말을 발견하도록 하는데 가지가 없어 초라해 보이는 나무가 얼마간 도움을 줄 것 같긴 하다. 우리는 그 표지를 따라 폭포 쪽으로 길을 잡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큰 물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폭포가 나타났다. 무어스 밀 강(Moores Mill Rivers) 하류를 댐으로 막아 호수를 만들고 거기서 흘러내리는 물이 폭포가 된 것이다. 물빛도 흙탕물처럼 탁하고 근사한 모습의 폭포는 아니더라도 그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도 잠시 그곳에 머물렀다.



폭포를 등 뒤로 하고 강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갔다. 그러자 무어스 밀 강과 쉐와클라 강이 만나 섞이는 곳에 이르렀다. 무어스 밀 강이 끝나고 쉐와클라 강줄기가 더 넓어진다. 스스로 변화하여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자연을 만나는 지점이다. 



아이들이 어릴 적 김포 문수산에서.
멀리 보이는 강화대교.

쉐와클라 공원이 품은 산은 낮다. 한편 길에는 바위와 돌들이 많다. 낙엽만 있어도 걸음을 편안히 내딛지 못하는 산이는 바위가 나타나면 아빠의 두 손을 잡고서야 걸음을 옮겼다. 산이가 어렷을 적에는 남편이 등에 업고서 산을 오르내렸다. 특히 왼발이 약해서 그랬었는데, 이제는 제 두 발로 걸어 산을 오르내리는 아들을 늘 대견해한다. 간혹 산이가 폴짝 뛰어내리기라도 하면 칭찬이 만발한다.

“잘했어! 이런 데 자주 오면 평행 감각도 생기고 좋겠어!”

산이가 이런 길을 한 두 번 오간 것이 아닌데 새삼스럽기는... 산에 자주 오자는 얘기를 '산'이를 핑계 삼아 하고 있는 것 같다. 뭔가 결심하기까지 남편에 비해 시간이 더 걸리는 나를 염두해 둔 말이다. 아들은 아빠를 믿고 의지하고, 아빠는 그런 아들을 흐뭇하게 여기며 도와주는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자니 이것이 천국 아닌가 싶었다.

언젠가 산이가 영화 트랜스포머를 집에서 DVD로 보다가 한 말이 생각난다. 정의와 생명을 존중하는 오토봇의 수장인 옵티머스 프라임과 악의 무리인 디셉티콘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마구 싸우는 장면이었다.  옵티머스 프라임이 힘에 부치는지 “오 갓(oh God)!” 이라고 말한다. 산이는 갓(God)이라고 말하므로 거기가 하늘나라라고 말했다. 그리고 옵티머스 프라임을 도와주러 오토봇이 나타나자 오토봇끼리 도와주기 때문에 하늘나라란다. 산이는 죽을둥살둥 싸우는 모습 속에서도 하늘나라를 보고 있었다.

우리 교회 아동부에는 조이플 성가대가 있다. 올해 아동부 부장을 맡은 집사님은 조이플 성가대의 찬양이 은혜가 되었단다. 그래서 아이들이 찬양하는 동영상을 교회 홈페이지(http://www.montgomerykmc.org/)에 올리도록 관리자에게 부탁을 하셔서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하셨다. 부장님은 카톡을 통해 매주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휘하고, 반주하고, 동영상을 찍는 선생님들의 수고에 감사를 전했다. 더 나아가 매주 성숙하고 멋져지는 아이들의 찬양 모습을 주변에 알려가자고 하시며 본인은 무척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주님 안에서 서로 의지하고 돕는 관계 속에는 하늘나라가 있다. 그런 관계로 이어진 사람들은 사랑, 생명, 정의와 같은 높은 가치를 실천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행복하고 평온하며 기쁨을 누리게 된다.




강을 따라 얼마큼을 가니 산 위로 가는 길이 보였다. 등산이라고 하면 보통은 산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코스인데 이번에는 거꾸로 내려갔다가 올라왔다. 올라오는 길은 짧은 거리라도 가파라서 숨을 헐떡거렸다. 차가운 겨울 공기가 상쾌하게 얼굴에 와 닿으니 거친 호흡이 금방 진정되었다. 하늘은 몹시 파래서 눈도 깨끗해지는 느낌이었다.

하루의 하늘나라가 하나님이 주시는 은총 가운데 나날이 확대되어 나가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