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나 드라마 보기를 좋아한다. 그 중 추리, 액션, 공상과학 장르에 특히 흥미를 갖는다. 올해 봄부터 공상과학 어드벤처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재미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앤디 위어가 쓴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원작이고, 그 작가가 「마션」도 썼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션’은 영화로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어서 ‘프로젝트 헤일메리’도 기대가 되었다.
한편, 인터스텔라나 인셉션 같은 영화를 재미있게 보기는 했는데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왠지 천체물리학이나 인지과학 분야의 지식이 있었다면 영화를 더 즐겼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순서를 바꿔 보기로 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책을 먼저 읽기로.
앤디 위어는 컴퓨터
공학도,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가 SF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책으로
만난 위어의 작품은 과학적, 물리적 개연성이 뛰어나서 이야기가 사실처럼 느껴졌다. 또한 내 속도로 이야기를 이해할 시간을 얻는 장점도 있었다. 이 책에서 감명 깊었던 두 장면을
나누고 싶다. 앞으로 이 소설을 읽을 독자는 눈을 반쯤만 뜨고 읽어 주길.
하나는, 외계인과 주인공 라일랜드 그레이스가 긴 터널에서 만나는 장면이다. 외계인은 그들의 기술로 두
우주선 사이에 긴 터널을 만든다. 긴 터널에는 벽을 두어 그레이스와 외계인에게 맞는 환경을 조성한다.
외계인이 먼저, 다음은 그레이스가 반대편에서 벽을 두드린다. “똑, 똑, 똑.” 이 세 번의 노크가 이렇게 예의 바르고 배려가 느껴지는 소리일 줄이야. 그들의 노크 소리가
내 머릿속에서 공명했다. 지구인과 외계인의 친절하고 부드러운 조우는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내가 보기에 그레이스와
외계인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를 알아본 것 같다. 의심보다는 탐구하는 존재라는 것을.
외계인의 우주선은 헤일메리호를 발견하고 아주 가까운 곳까지 다가왔다. 그레이스가
신호를 보내자 외계인도 같은 패턴으로 신호를 보낸다. 두 우주선은 같은 속도로 움직이며 서로를 바라본다.
고요하고 평화스러운 모습이다. 외계인은 어느 별에서 왔는지 가느다란 줄과 구체로
만든 모형을 원통에 담아 그레이스에게 띄운다. 마치 자기 소개를 담은 편지를 보는 듯했다. 그레이스는 외계인의 모습이 바위투성이 같다며 ‘로키’로
부른다.
인상 깊었던 다른
하나는, 문제를 해결하고 지구로 귀환하던 그레이스가 로키에게 닥친 문제를 깨닫고 보여준 선택이다. 그레이스와
로키는 외계의 미생물인 아스트로파지에 감염된 각자의 항성계를 구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우주에 왔다. 결국
둘은 아스트로파지의 포식자 타우메바를 찾아낸다.
그들은 아쉬운
이별을 하고 각자 별로 돌아가던 중 그레이스는 타우메바가 새어나오는 것을 발견한다. 그레이스는 타우메바를 담을 상자를 다시 만든다.
그 순간, 그레이스는 로키에게도 자기와 똑같은 문제가 발생했음을 인지한다.
더구나 로키에게는 그 문제를 해결할 재료가 없다. 로키는 우주 어딘가에 멈춰선 채
그의 별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레이스는 소형
우주선에 타우메바를 실어 지구로 보낸다. 그런 다음 식량이 없어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을 걸
알면서도 로키와 외계인 종족을 구하러 헤일메리호를 돌린다. “가고 있어, 친구. 기다려…” 그레이스의 선택을 읽으며 마음이 먹먹했다.
로키의 표현대로 내 얼굴에서 물이 샜다.
나는 뉴올리언스 한국학교에서 초급과 중급 사이에 있는 아이들을 가르친다. 수업 중에 외계인 얘기가 나왔다. 한 녀석이 외계인은 무섭다고 그랬다. 외계인의 입이 징그럽다며 입을 오물오물 움직인다. 녀석이 외계인을 흉내내는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피식 새어 나왔다. 사실 나도 입이 징그러운 외계인은 무섭다. 게다가 사람을 죄다 죽이려 드는 외계인은 상상도 하기 싫다. 지구가 좋다면 부탁을 해도 좋을 텐데 말이다. 집단 이기심은 참으로 쓸모가 없다.
그런데 한 아이가 안 무서운 외계인도 있다고 말했다. “로키!” 겁 많은 아이가 그렇게 말하니 의외였다. 여름방학 동안 한국을 다녀온 아이는 비행기에서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보았다고 그랬다. 마침 나도 책을 읽고 감동이 남아있던 터라 무엇이 기억에 남았느냐고 물었다. “서로 도와주는 거”, 아이가 대답했다. 나도 답했다. 마음속으로. ‘서로의 일상을 존중하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거.’ 그리고 ‘친구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거.’
*이 글은 당당뉴스에도 실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