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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2018

강화 종합시장 횡단보도 사건




여름이 시작되는 때다. 낮 기온이 93-95(34-35)는 보통이다. 그래도 요즘 이른 아침 시간에는 바람이 살랑거려, 마치 마음을 들뜨게 하는 봄의 손끝이 빠르게 달궈지는 여름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덕분에 새벽 기도가 끝나고 잠시 걷기에 좋은 시간이 계속 허락되고 있다. 손이 옷 주머니 속을 자연스럽게 찾아 들어가는 쌀쌀한 봄 언제부터 새벽 기도가 끝나고 교회 주차장을 남편과 함께 돌고 있다.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일상적인 얘기를 나누며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을 되밟으며 여러 번 걷는다.

어느 날 새벽녘, 윗옷 위에 겉옷을 한 겹 겹쳐 입고도 어깨가 움츠러들고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다. 교회 문을 나서서 몇 발을 떼지 않았는데 남편은 내 손을 슬그머니 잡았다. 손을 잡혀줄지 거두어 들일지 빠른 판단을 위해 얼른 남편을 쳐다보았다. 내가 쳐다보는 눈길을 느끼면서도 앞만 바라보고 있는 남편의 옆얼굴에 멋쩍음이 가득했다. 예전 같으면 남편의 기분은 안중에도 없이 왜 그러시나? 하던 대로 하셔, 하면서 잡힌 손을 다시 빼내 왔을 것이다. 짧은 순간이라도 자신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는 나를 남편은 똑바로 보지 못했다. 그런 남편의 태도와 약간 늘어진 볼살 위에 거칠게 솟아나온 수염마저도 안쓰러워 보였다.

신혼 때는 첫 목회지인 강화에서 살고 있었다. 강화도는 한국에서 제주도, 거제도, 진도를 이어 네 번째로 큰 섬이다. 장을 보려면 신혼집에서 강화읍까지 버스로 30분을 가야 했다. 현재 강화터미널이 사용되기 전에 있던 옛날 강화터미널에 조금 못 미쳐 종합시장이라는 건물이 두 동인가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재래시장이 아니라 건물 안에 여러 종류의 가게들이 들어가 있어 종합시장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종합시장의 정면에는 강화 양사면에서 시작되어 서울 세종로까지 이어진 48번 국도가 지나간다. 남편의 손이 미덥지 않다고 각인되던 그 사소한 일이 있었을 때는 왕복 2차선 도로였고 신호등 없이 횡단보도만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누가 우리 일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그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생겼다.

읍에 장을 보러 간 것인지 약속이 있었던 것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남편과 나는 터미널 전 정거장인 종합시장 맞은 편에 서 있었다. 종합시장 건물 쪽으로 도로를 건너야 했다. 넓지 않은 도로이므로 자동차를 피해 이쪽저쪽 잘 살피고 건너면 되었다. 난 좀 겁이 많은 편이라 신호등이 없는 길을 혼자 건너길 꺼려했다. 동행을 의지하든지, 아무도 없을 때는 누군가 길 건너는 사람을 기다렸다가 슬쩍 묻어서 건너곤 하였다. 강화에서 믿을 사람이라고는 남편 밖에 없는데 그 남편이 옆에 있으니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래도 더욱 안전하게 길을 건너려는 순간에 남편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런데 남편이 손을 비틀어 내 손에서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그것도 손을 잡자마자 순식간에 말이다. 누가 보면 어떡하냐, 고 남편이 말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는 조금 보태 삼십여 년 전만 해도 환한 대낮에 길거리에 손잡고 다니는 연인이 별로 없었다-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이젠 확실치가 않다. 나같이 소심한 인간은 생각도 못할 행동이었다. 그리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태도는 예나 지금이나 남편보다 내가 더 강함을 남편이 잘 알고 있다. 겁이 많은 것도 남편은 알고 있었고 길을 건널 때도 그렇다는 걸 말한 적도 있었다. 신혼이라 서로를 가까이서 겪어가기 시작한 시기였다 해도, 알고 지낸 지는 꽤 여러 해가 지났었다. 연애할 때는 어떻게든 손이라도 잡아보려고 애쓰던 남편이었는데 결혼식이라는 형식적인 행사를 치룬 이후로는 고리타분한 남성에 지나지 않았다.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구태의연한 역사를 청산하기 위해 의식을 진보적으로 새롭게 하고 헌신할지언정 가부장제의 타파나 양성평등은 관념에 머물러 있었다. 남편은 이 모든 일련의 일들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국회 청문회에서 제일 많이 듣는 말을 남편도 이럴 때 사용한다. 어쨌든 난 강화 종합시장 횡단보도 사건 이후로 길에서 남편의 손을 잡는 일은 혹은 잡혀주는 일은 결코 없었다. 나에게도 옹졸하고 완고하기가 보통을 넘는 구석이 있다.

부부로 살면서도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풀지 못한 매듭들을 그대로 갖고 있기도 하다. 굳이 그 매듭들을 드러내고 싶지 않거나, 막상 드러내도 해결할 자신이 없거나 확신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신을 늘 성찰하는 삶을 산다고 해도 모든 관계의 매듭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 해도 스스로를 끊임없이 돌아보고, 성경에 비추어 살펴보기를 거듭하다 보면 어느 땐가 풀리는 매듭도 있으리라. 그날 새벽 시간이 바로 그 때였나 보다. 내 손을 잡은 남편은 최근 몇 년 전 나로부터 횡단보도 사건을 듣고 그럴 리 없다며 부인했었으나 그 매듭을 벌써 풀어 놓고 있었다. 온전히 풀리지 않은 매듭의 한 쪽은 내 몫이었다. 나도 어색함을 극복해야 했다. 남편 손 안에 내 손을 그대로 놓아두었다.

이럴 땐 추운 게 낫군.”

남편은 친절하게도 자신과 나의 멋쩍음을 대신할 말을 찾아주었다.

이번 주 초반, 잠 자리에 들려는데 아랫배가 따끔거렸다. 한두 번 그러는 걸 느끼다 잠이 들어버렸다. 다음 날 새벽이 되어 교회에 가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다. 기도 드리기가 끝나고 힘이 좀 없었지만 그래도 걷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아주 더워지면 이른 아침 시간도 걷기에 불편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걸을 만할 때 걷자는 마음이었다. 뭘 잘못 먹어 배탈이 났나 남편과 함께 되짚어보았다. 점심에 교회 야외예배 때 쓰고 남아 냉동해 두었던 삼겹살을 먹었다. 그리고 저녁 때는 친구가 준 바질을 텃밭에 심었는데 새로운 잎들이 돋는 것이 싱싱해 보여 이파리 여러 장을 땄다. 바질이 토마토와 잘 어울린다기에 토마토와 치즈 위에 얹어, 오랜만에 구운 스콘과 함께 저녁거리로 삼았다. 보통 때와는 다른 특별한 끼니를 먹기는 했으나 상할 음식들이 아닌 것 같아 의아했다. 화장실을 휴게실로 쓸 만큼 화장실과 친한 남편도 같은 음식을 먹었으나 멀쩡했다.

뭘 잘못 먹었다면 장이 예민한 당신이 먼저 탈났겠지!”

남편에게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은 음식 때문에 배탈이 난 게 아닌 확실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니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남편의 약한 곳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서로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 특별한 사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뭉클했다. 이 단순한 사실을 떠올리고 감격해 하다니 유치하다.

세상에서 당신 장이 예민한 거 아는 사람 몇 명이나 돼?”
많지 뭐!”

당신 밖에 없다는 낭만적인 말을 조금 기대했으나 역시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 남편다운 대답이었다.

부모 곁을 떠나 긴장된 타국에서의 생활이 십여 년 지나 지천명의 나이를 넘겼다. 늘 가까이에 두고 보호해야 할 자녀가 남아 있으나 또 다른 자녀는 자신의 길을 찾아 점점 더 멀리 떠나가고 있다. 서로 의지하고 보살펴야 할 가족과 함께 부드럽게 손을 마주 잡고 천천히 걸어 나가야지. 황금색 빛으로 헤치고 나오는 햇살이 어스름한 새벽 속에서 제일 또렷하게 보여주는 형체는 다름 아닌 나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내 손을 잡고 있는 남편이다. 강화 종합시장 횡단보도 사건 종결.

6/21/2014

가족




"많이 돌아다닐 생각하지 말고 조용히 있다가 와."
한국으로 오기 전 남편에게 여러 번 들은 말이다. 두 번째 한국 방문이니 첫 번째만큼 반겨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한 얘기다. 일리가 있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 번은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한 것이고, 일 년만에 다시 오게 되었으니 반가움이 덜할 것이라고 쉽게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자신은 미국에 남아 있으면서 한국 방문을 하는 아내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가 살짝 느껴지기도 하는 말이다. 자신의 아내가 그리 번잡스러운 사람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그런 당부의 말을 한국으로 떠나기 전에도, 한국에 머물고 있는 중에도 툭툭 하니 말이다.

하긴 나도 남편이 며칠 동안 외출을 하게 되면, 여행 가서 좋겠다!, 며 부러운듯한 말을 마구 던진다. 남편의 외출은 거의 교회와 관련된 모임이기에 회의나 교육 받는 시간이 대부분인 것을 안다. 그래도 일상을 떠나 낯선 장소가 주는 신선함이 있고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도 있으니 외출 혹은 여행은 부러움을 살만한 경우들이다.

이럴 때 남편의 반응에 따라 더욱 얄미워지기도 하고 마음에 위로가 되기도 한다.
"회의만 하는데 뭐가 좋아, 지루하지. 집이 최고야!"
쳇, 아무렴 회의만 할까! 쉬는 시간에 수다도 떨고, 준비된 맛난 식사도 먹을 거면서.
"당신도 같이 가면 좋을텐데... 거기 가 봐서 좋으면 나중에 같이 가자."
경험상 나중에 다시 방문할 기회가 거의 없음을 알면서도 이런 말은 집에 남겨진 사람의 답답함을 어느 정도 가시게도 한다.

어쨌든 이번 한국 여행은 내가 집에 남겨진 남편뿐 아니라 작은아들의 부러움까지도 사게 되었다.

나의 부모님께서는 사는 곳에서 10분쯤 걸어가야 되는 곳에 조그만 텃밭을 가꾸고 계신다. 산책 삼아 나가 돌아보았는데 밭 한쪽이 온통 싱싱한 씀바귀로 가득 차 있었다. 나중에 뿌리째 뽑아 장아찌를 담그려고 키우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밭 주위를 지나 다니던 사람들에게도 이 씀바귀가 눈에 띄었나 보다. 어떤 사람이 씀바귀 효소를 만들면 좋겠다며 잎을 베어가고 싶다고 해서 그러라고 하셨단다.

하루는 이른 아침에 두 분 모두 텃밭에 나가셨는데, 아침 먹을 때쯤 아빠만 돌아오셨다. 엄마는 남아 있는 씀바귀를 모두 캐어 씻어가지고 올 거라고 아빠가 얘기해주셨다. 엄마도 씀바귀로 장아찌가 아니라 효소를 만들 작정이라면서.

조금 있다가 엄마는 젖은 씀바귀가 담긴 커다란 부대를 땀을 뻘뻘 흘리며 들고 오셨다. 엄마는 집으로 먼저 돌아오신 아빠가 계신 안방으로 곧장 가시더니 코 맹맹한 소리로 한 마디 하셨다.
"씀바귀가 많은 줄 알면 들어주러 와야지. 자전거를 가지고 오든가. 자전거 소리가 나길래 얼른 내다봤네, 에잇!"
말투는 무거운 씀바귀를 들고 오느라 힘이 들어 짜증났음을 드러내는 것 같은데, 내 귀에는 남편의 도움이 필요했다는 아내의 애교 섞인 투덜거림으로 들렸다. 나의 부모님은 이런 식으로 서로가 필요한 존재임을 드러내고 확인시키며 사시는구나, 새로이 알게 되었다.

애정어린 부러움과 질투, 애교스런 투정은 서로의 관계가 무뎌지지 않게 하는 윤활유 같은 것들이다.

한국 방문 중인 산이와 나에게 누군가 미국에 있는 다른 가족의 안부를 물을 때마다, 산이가 반복적으로 하는 말을 들으며 가족에 대한 산이의 생각도 엿본다.
"아빠, 윤아, 기다려. 빨리 올게."
"미국 가서 비행기 빨리. 우리 한국 가자! 아빠랑 윤이랑 같이. 가족이니까"
"엄마는 우리 엄마. 아빠는 우리 아빠. 윤이는 뭐지?"
"내 동생." 요것은 내 대답이다.
"아빠 감기 해? 기도할게."

산이는 가족 누군가가 외출을 하게 되면 언제 오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한다. 어린 아이 같이 순수한 산이에게 가족이란 숫자 4(네 식구)인 것 같다. 우리 가족 네 식구가 늘 같이 있어서(지금까지는) 꽉 채워진 숫자 4 말이다.

가족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을 나누며 살아간다. 가족은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고 언제나 행복하고 안정된 상태로 지속된다는 말은 아니다. 때론 관계가 삐그덕거려도 사랑은 가족을 지탱하게 해준다. 난 그 사랑이 더욱 견고해지기 위하여 예수님을 통하여 하나님께 늘 가닿아 있기를 기도한다.

1/16/2014

발을 따뜻하게 하려면




대한(大寒)이 소한(小寒) 집에 놀러 왔다가 얼어 죽는다, 고 하더니 올해도 소한이었던 지난 주 초부터 많이 춥다. 이상기온 때문에 세계 곳곳이 예년보다 더 많이 춥기도 하고 덥기도 한가 보다. 한겨울이라고 해도 한국의 초겨울 기온 정도를 유지하는 이곳도 기온이 영하로 자꾸 내려간다. 입동부터 소설, 대설, 동지, 소한, 그리고 대한이 24 절기 가운데 겨울에 해당하는 절기다. 겨울의 끄트머리 절기인 대한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그러고 나면 집 바깥을 산책하기에 부담이 없는 날씨가 되었으면 좋겠다.

난 제일 추운 절기인 소한에 태어나서 그런지 여름보다 겨울이 더 좋다. 더운 것보다 추운 것을 더 잘 견디기도 한다. 다만, 추워지면 발이 유난히 차가워져서 그건 별로 안 좋다. 몸이 활동하는 시간에는 발 시린 것을 잊어버리기도 하고 참을 만도 하다. 그런데 제일 참기 힘든 시간은 자려고 누웠을 때이다. 의식이 잠잠해지고 몸의 활동이 줄어드는 잠 자리에 들면 얼음장처럼 차가운 발에 신경이 온통 집중된다. 이불을 덮고 있어도 소용이 없다. 발바닥으로 한기가 몰려드는 느낌을 사라지게 못한다. 발에서 시작된 찬 기운은 점점 온몸으로 퍼져서 잠이 들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발을 손으로 비벼서 열을 내보기도 한다. 괜찮으려나 싶어 누워보면 여전히 발이 차다. 다시 일어나기 싫어 발끼리 부대껴보아도 한기가 가시지 않는다. 이쯤 되면 별 수 없다. 옆 사람의 체온을 이용해야 한다.

발이 너~무 시려서 잠을 잘 수가 없어, !”

인정을 구하는듯한 음색으로 신호를 먼저 보낸다. 그리고 싫다, 좋다 반응하기 전에 얼른 차가운 발을 옆에 누운 사람의 다리 밑으로 쏙 집어넣는다. 남편은 머리가 베개에만 닿으면 잠드는 사람이다. 그러니 나보다 먼저 잠들 때가 많다. 어렴풋이 잠든 남편은 번번이 당하는 일인데도 화들짝 놀란다. 나의 불쌍하고(!) 차가운 발을 차마 밀쳐내지는 못한다. 그렇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발은 어느새 따뜻해진다. 잠결에도 차가운 발을 참아주는 것이 고마워서 나도 그리 오래 남편의 잠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요즘에는 발을 따뜻하게 하는 또 다른 한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족욕이다. 양동이에 물을 3분의 2쯤 받는다. 물에 발을 담갔을 때 좀 참아야 할 정도로 따끈한 온도면 좋다. 10분에서 15분 정도 있으면 발도 따뜻해지고 몸도 따뜻해진다. 그동안 물 받고 어쩌고 하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견디든가 남편의 체온을 이용하든가 했다. 다시 족욕을 해보니 발뿐만 아니라 온몸이 이완되는 듯하여 좋다.

그럼, 오늘 밤에는 어떤 방법으로 발을 따뜻하게 할까? 나에게 물었다.
A.    남편의 체온을 이용한다.
B.     족욕을 한다.

대답은 A+B이다. 전에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A가 좋을까, B가 좋을까, 만 생각했다. 그 둘을 동시에 선택할 수도 있다는 발상이 잘 안 되었다. 앞으로 A나 B, 혹은 A+B를 선택해서 밤마다 따뜻한 몸으로 잠들 것이다. 또 다른 좋은 방법을 알게 되면 더욱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을 테니 재미있을 것 같다.

내 몸의 건강을 위한 사소한 질문에 대한 선택은 쉽고 다양하다. 그런데 반드시 둘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진실과 거짓, 하나님 말씀과 사탄의 교묘한 왜곡, 백성을 살리는 정치와 백성을 죽이는 정치…… 이런 질문에는 적절한 타협과 두루뭉술한 선택을 할 수 없다. 예와 아니오가 분명해진다.

에구구, 생각의 흐름이 뜬금없이 옆길로 샜다. 발을 따뜻하게 하려는 노력이 심장도 덥혔나 보다

10/04/2013

서로의 머리를 매만지는 것은


 
 
한국 여행에서 돌아오기 바로 전에 머리에 염색을 했으니까 두 달이 조금 더 지났다. 새치는 머리카락이 자라는 만큼 자라는 것인가 보다. 아닌가? 머리카락의 길이는 그다지 길어진 것 같지 않은데, 새치는 진한 갈색 머리카락을 뚝 잘라먹고 4 센티미터쯤 흰색으로 띠를 두른 듯 자라 있다. 세상 구경하겠다고 쑥쑥 자라나오는 이 새치들을 그냥 보아 넘길 수 있는 기간은 두 달 남짓이다. 염색하는데 사용되는 약품 냄새가 싫어(요즘은 그 냄새가 많이 약해지거나 거의 나지 않는 상품들도 나오는 것 같다) 그 기간을 늘려볼까 했지만 참아지지가 않는다. 머리가 온통 하얗게 되도록 놔두려면 모를까 머리카락 뿌리 부분만 허얘지는 것을 견디는 내 인내심의 한도는 육, 칠십 일 안팎이다. 새치가 새로 나오기 시작할 때도 두피가 가렵거니와 어찌된 일인지 염색하고 두 달쯤 지나면 그때도 또 가렵기 시작한다. 이래저래 내 몸과 마음이 염색할 때가 되었다는 신호를 주는 것 같다.

30 대 중, 후반부터 나기 시작한 새치는 혼자 염색이 가능했다. 앞머리, 옆머리, 그리고 정수리까지 거울 보고 염색을 하면 새치가 어느 정도 가려졌다. 전체 염색은 아주 가~끔 미용실이나 엄마의 도움을 받았다.

엄마는 20 대부터 새치가 나기 시작해서 염색하는 것이 눈 건강에도 좋지 않고, 귀찮았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하도 염색을 해서 도사가 되었다며 어떤 색이 자연스러운지, 어디부터 염색약을 발라야 좋은지 가르쳐주시기도 했다. 염색 전문가가 된 엄마한테 내 머리의 염색을 맡기고 있으면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모른다. 빠른 시간 안에, 꼼꼼하게, 얼굴 피부에 염색약이 닿는 것을 허용치 않는 깔끔함에, 마음이 느긋해지니 몸도 나른해지고 그러다 졸기 까지 한 적도 두어 번 있다. 엄마가 염색을 해주던 초반에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쫌 더 있다 나지 벌써 나니.”
그러시더니 이번 한국 갔을 때도 혼잣말을 하신다.
온통 하야네. 이거 어쩜 좋아!”
  돋보기를 쓰고 머릿속 여기저기를 안타까운 듯 헤집어보시는 엄마의 손길과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생기는 새치인데 그 새치가 많아지는 딸을 염려해주는 엄마의 말소리는 아무런 세상 근심 없이 부모님의 보호 아래 살던 유년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했다.

  언제부턴가 머리털 염색을 하고 두 달이 지나면 하얀 색 머리카락이 너무 많아져서 부분 염색으로 가려지지가 않는다. 거울로 보이지 않는 뒷머리까지 나 혼자 염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미용실의 헤어 디자이너나 엄마 대신 남편이 내 머리 염색 담당이 되었다.

남편은 처음엔 길지도 않았던 내 머리카락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지 몰라 허둥댔었다. 아마도 여성의 머리카락에 어떤 처치를 하기 위해 몇 십 분씩 만지작거려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또 염색약을 바르는 시간이 어찌나 긴 지, 머릿결이 상하는 것은 둘째 치고 약을 바르는 사이에 색이 다 들어버릴 지경이었다. 그리고 염색을 해줄 즈음에 나에게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머리털을 세게 잡아당기면서 빗질을 한다(아마도 남편은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을 할 것이 분명하다). 정말 치사하지만 염색이 시작된 이상 참아야 한다. 두어 번 그런 일을 당하고는 꾀가 생겨서 별 탈 없이 잘 지낼 때에 염색을 부탁하곤 한다.

요즘에는 남편에게 염색해 달라고 요청하면 군소리 없이 잘 해준다. 이곳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로 이사온 뒤로 더욱 솜씨 있게 염색을 해준다. 그 동안 염색해본 경험이 쌓여서 그렇기도 할 테고, 우리 교회 교인들의 경우를 많이 보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교인들 중에는 부부끼리, 가족끼리 파마를 해주시는 분도 있고, 머리를 깎아주거나 염색해주는 분들도 여럿 계신다. 우리 교회 교인들은 이민 생활을 삼, 사십 년씩 오래 하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예전에는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한인이 운영하는 미용실도 거의 없었을 테고(지금은 서너 군데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이발과 미용을 가족이 서로 챙겨주는 것이 익숙해지셨나 보다. 또 그렇게 하면 미용실 가는 비용이나 시간을 아낄 수도 있어서 괜찮은 것 같다. 우리 가족도 비슷한 이유로 서로 머리를 깎아주고, 염색해주고 있다.

염색이 시작되면 남편에게 상기시켜주는 것들이 있다. 이마 위 앞머리부터 약을 바르기 시작하고, 머리카락을 염색솔로 너무 세게 문지르지 말고, 빨리 하고 끝내자, 이다. 엄마가 가르쳐주었던 것들이다. 엄마가 염색해줄 때처럼 남편을 믿거라 하는 마음은 아니지만 염색약이 묻은 머리가 얼굴 쪽으로 휙 넘어와 얼굴 어딘가에 닿을 때를 빼고는 잔소리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제는 아내의 머리칼 물들이기에도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남편의 성정대로 성실한 손놀림이 느껴진다. 남편은 나의 머리를 염색해주고 나는 남편의 머리를 깎아주며, 이런 작은 일상 속에서 서로의 필요를 더욱 느끼고, 감사하고, 의지하며 살게 되나 보다.

가을에 느낄 수 있는 선선한 아침 공기와 상쾌한 바람을 놓치고 싶지 않아 집 근처 숲길을 남편과 함께 걸었다.
여보, 내일 아침에 염색하자.”
내일이 되었고, 남편은 손에 익은 듯 머리를 요리조리 들춰가며 염색을 마쳤다.

잠깐. 뒤에서 사진 한 장 찍어봐.”
교회에 간다며 서둘러 나서는 남편을 불러세워 염색한 나의 뒷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염색한 머리의 뒷모습이 뭐 특별한 것이 있겠어, 하며 좀 전에 찍어준 사진을 열어보았다. 염색한 머리카락이 어깨에 닿지 않게 고무줄로 단정하게 묶여 있다(고무줄로 묶어놓는 것도 엄마가 가르쳐주신 것이다). 두 달 만에 내 머리털이 고르게 새로운 색을 입어 좋고, 단정하게 마무리된 뒷모습에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엄마는 자신의 뒷머리 염색을 어떻게 하지?’
문득 궁금해진다. 어쩜 이다지도 엄마에게 무덤덤했을까. 다음에 한국에 가게 되면, 염색을 받은(?) 내 기분처럼 엄마의 기분도 좋아지게 엄마 머리 염색하는 것을 내가 한 번 해 봐야겠다. 하도 멀리 떨어져 살아 기회가 많지 않을 테니까 잊지 않게 스마트 폰 노트의 한국에 가서 할 일자리에 적어두어야겠다.

5/20/2011

부부의 날

한국에선 5월을 가정의 달로 여기고 가정과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새기는 때로 삼습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입양의 날, 그리고 부부의 날.

그 가운데 부부의 날은 바로 내일입니다.
부부의 날은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 가자는 취지로 2007년 제정된 법정기념일입니다.
날짜는 해마다 5월 21일입니다.
5월 21일에는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부부의 날은 핵가족시대의 가정의 핵심인 부부가 화목해야만 청소년문제 • 고령화문제 등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법정기념일이다, 고 네이버 백과사전은 그 유래를 밝히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이리저리 다니다가 아내로써, 남편으로써 좋은 사람 되는데 비추어 볼 수 있는 부부십계명이라는 제목의 글들이 있어서 옮겨 봅니다.


<100년 전, 단재 신채호 선생의 부부십계명>

1. 남편 되는 이, 밖에서 불편했던 얼굴로 집안 식구를 대하지 마시오.
2. 남편 되는 이, 무단으로 나가 자거나 밤늦게 돌아오지 마시오.
3. 남편 되는 이, 자녀가 있는 곳에서 아내의 허물을 책하지 마시오.
4. 남편 되는 이, 의복에 대해서 잔소리를 하지 마오.
5. 남편 되는 이, 친구의 접대로 아내를 괴롭게 하지 마오.
6. 아내 되는 이, 남편의 부족한 일이 있으면 조용히 권고하고 결코 군소리 하지 마시오.
7. 아내 되는 이, 물건이 핍박해도 소리 내기를 절도 있게 하시오.
8. 아내 되는 이, 남편이 친구하고 이야기할 때 뒤에서 엿보지 마시오.
9. 아내 되는 이, 함부로 남편에게 의복 구하기를 일삼지 마시오.
10. 아내 되는 이, 항상 목소리를 크게 해 역하게 하지 마시오.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의 부부십계명>

1. 두 사람이 동시에 화내지 말라.
2. 집에 불이 났을 때 외에는 고함지르지 말라.
3. 눈이 있어도 흠은 보지 말며, 입은 있어도 실수를 말하지 말라.
4. 아내나 남편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라.
5. 아픈 곳을 긁지 말라. (아픔은 감싸라)
6. 분을 품고 침상에 들지 말라.
7. 처음 사랑을 잊지 말라.
8. 결코 단념하지 말라. (먼저 손을 내밀라)
9. 숨기지 말라. (서로에게 진실하자)
10. 본래의 중매자를 따돌리지 말자. (기독교적 의미에서의 하나님)
- 책 “밥 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최일도 목사)에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부부십계명>

1. 배우자가 완벽할 거라는 생각을 버려라.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2. 위임하라.
-배우자가 요리나 청소와 같은 집안일을 더 많이 돕도록 하라.
3.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전환하라.
-배우자의 고집을 불평하지 말고 덜 공격적인 단어로 말하라.
4. 당신의 장점을 믿으라.
-대표 장점을 잘 살리면 결혼생활도 더 잘할 수 있다.
5. 반응하며 듣는 방법을 연습하라.
-상대방에게 집중하고 긍정적인 격려를 자꾸 하라.
6. 화자와 청자 방식을 활용하라.
-상대방이 말하는 동안 끼어들지 말고 ‘당신’이라는 2인칭보다 ‘나’라는 1인칭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하라.
7. 대답할 여지가 있도록 질문하라.
-상대방이 자신의 관점을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질문하라.
8. 낙천적인 사람이 되라.
-염세주의자 커플은 힘든 일이 발생할 때마다 행복 수준이 하강할 수밖에 없다.
9. 나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라.
-자율성을 가져라.
10. 부부가 함께 관계 지도’를 작성하라.
-서로의 생활에 더 관심을 가져라.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의 부부십계명>

1. 새로운 프러포즈로 서로를 감동시키자.
2. 부부가 함께 식탁의 교제를 나누자.
3. 부부가 서로 러브레터를 전하자.
4. 남편은 처가, 아내는 시댁에 안부를 여쭈자.
5. 자녀 앞에서 서로에 대한 칭찬보약을 선물하자.
6. 내 아내, 내 남편의 이름을 부르자.
7. 첫 데이트 장소로 서로를 불러내자.
8. 앨범 속으로 추억의 여행을 떠나보자.
9. 꽃바구니 대신 유머 꽃을 선물하자.
10. 촛불 대화를 통해 마음 속 여행을 떠나자.


<세계 부부의 날 위원회의 부부 롱런(Long-Run) 십계명>

1. 인내하며 다툼을 피하라. 
2. 칭찬에 인색치 말라.
3. 웃음과 여유를 가지고 대하라.
4. 서로 기뻐할 일을 만들라.
5. 사랑을 적극 ‘표현’하라.
6. 같이 즐기는 오락이나 취미를 만들라.
7. 금연, 절주하고 건강을 지켜라. - 건강한 부부는 부부관계도 건강하다.
8. 서로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라. - 경제적, 심리적으로 적당히 독립하라.
9. 매년 혼약갱신선언을 하자. - 이혼할 틈을 주지 말라.
10. 부부교육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자. - 투자한 만큼 거둔다.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사랑하는 자마다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하나님을 알고 /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 /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난 바 되었으니 하나님이 자기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심은 그로 말미암아 우리를 살리려 하심이라 /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 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 /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요한1서 4장7절-11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