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4/2022

한국 조각보 전시회






난 요즘 지금껏 잘 하지 않던 일을 덥석덥석 저지르고 있다.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파티 비슷한 사전 행사에 참여하기, 누가 함께 가자고 하지도 않은 워크숍에 등록하기, 지역 중학교에서 한국어 가르치기...

지난달, 몽고메리 프로 야구팀이 에이킵(A-Keep: Alabama-Korean Education and Economic Partnership)을 후원하는 행사에서 강산이가 멋있게 시구를 던졌다. 그것이 에이킵 홈페이지에 업로드되었다. 그 내용이 궁금하여 에이킵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9월 행사 소개란에 있는 'International Quilts Exhibition(국제 퀼트 전시회)'가 눈에 들어왔다. 퀼트를 자주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오래전부터 관심 있는 분야였기에 전시회에 가봐야겠다는 마음이 냉큼 생겼다. 게다가 국제 퀼트라고 하니 다양한 나라의 퀼트를 비교하여 볼 기회가 될 것 같았다.

그런데 행사 내용을 이리저리 살피다 보니 그 전시회는 한국 조각보가 주인공이었다. 이곳에서 한국 전통 퀼트를 보게 될 줄이야기대가 가득한 마음으로 전시회 일정을 달력에 정성스레 적어두었다. 전시회가 시작하는 첫날 이른 시간에 방문하여 작품을 찬찬히 둘러보고, 며칠 뒤에 있는 조각보 워크숍(Jogakbo(Korean Patchwork) Workshop)에도 참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즈음 한국어 가르치는 일로 에이킵 사무실에 들렀는데 한미순 대표님은 사전 오프닝에 가족과 함께 오라며 초대해주셨다. 사전 오프닝에서는 작품들을 조용히 음미하기보다는 사람들과 교제하는 시간이 될듯하여 몇 초를 망설였지만, 곧 대표님께 초대해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사전 오프닝 예약자 명단에 등록도 하고 워크숍에도 등록했다.

조각보 전시장은 다운타운에 있는 무역센터(Alabama Commerce Center)였. 사전 행사는 전시장 주변 직장인들이 퇴근했을 법한 시간에 시작되었다. 직장인들이 빠져나간 한적한 거리와 가로수에서 떨어진 도토리는 가을 분위기를 돋우었다.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가면 전시장이겠지. 곧 천정이 높은 공간에 눈에 익은 색들을 조합한 조각보들이 나타났다. 그들이 그냥 반가웠다.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우리가 사는 미국 남부 작가의 퀼트도 몇 작품도 보였다. 그래서 '인터내셔널'이라는 단어가 전시회 이름에 사용되었나 보다, 내 마음대로 생각했다.




강산이 직업훈련 과정을 도와주는 미스 던(Alabama Department of Rehabilitation Services, Counselor)과 만났다. 미스 던은 한국의 오방색을 우리에게 설명해주었다. 어느 조각보 작가에게서 설명을 들었단다. 그런데 잠깐. 남쪽이 빨간색이라고? 남편과 나는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태극기에서도 남쪽은 파란색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미스 던의 말이 맞았다는 사실이 금방 드러났다. 다른 작가 한 분이 오방색에서는 빨간색이 남쪽을 상징한다고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스 던 앞에서 부끄럽게 웃었다.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서 사진을 몇 장 남기는 사이에 대표님의 인사 말씀과 작가들 소개가 이어지고 몽고메리 야구팀이 에이킵을 위해 모은 기금을 전달했다. 이어 에이킵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식당으로 나아갔다. 우리는 한국 음식으로 잘 알려진 불고기, 김치, 김밥, , 잡채와 수정과를 맛있게 먹었다. 우와! 그 음식을 만든 주방장이 누구였는지 무척 궁금했다. 나중에, 특별한 자격증을 가진 미국인 요리사의 솜씨였다는 걸 알고는 한 번 더 감탄했다.

며칠 뒤 조각보 워크숍도 편안하고 좋았다. 워크숍은 넓은 공원 안에 자리한 몽고메리 순수예술 박물관(MMFA: Montgomery Museum of Fine Art)에서 열렸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등록하여 대기자 명단이 있을 정도였다. 나와 강산이도 대기자에 들어 있어서 조금 기다리다가 자리가 허락되었다. 다기보를 만드는 워크숍이었다. 간단한 홈질을 하고 줄을 꿰어 잡아당기면 완성되도록 준비가 잘 되어 있었다. 다기보는 두 가지 색의 한복 천을 조합한 것으로 각각의 다기보 색감은 왜 그리 고운지 다 예쁘게 보였다.

사전 오프닝이나 워크숍 모두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깔끔하게 진행되었다. 주최 측에서 준비를 많이 했나 보다. 한편,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나 자신이 모처럼 맘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