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3/2021

러스트 벨트를 읽으며 바이블 벨트를 생각하다



엘리스 콜레트 골드바흐 지음, 오현아 옮김, 마음산책 2020.


우리 교회는 미국 한인 교회 가운데 겉으로 보기에 특별한 면이 있다. 우선 평균 연령이 엄청 젊다. 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교회도 노령화 경향이 있는데 우리 교인들 대부분은 3, 40대이고 20대는 늘어나는 추세이며 50대 이상은 손과 발로 꼽을 정도다. 그리고 그들 대다수가 자동차 제조업이라는 비슷한 직업군에 속해 있다. 이곳 몽고메리에는 2005년부터 현대자동차 공장과 여러 협력 업체들이 자리 잡고 있어서 이런 특색이 생겼다.

사실, 이곳 사회적 환경과 비슷한 제조업 현장을 들여다보고 싶어서 러스트 벨트의 밤과 낮을 붙잡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읽는 내내 그리고 책을 덮고 나서도 우리 가족과 이웃이 일하는 일터와 그 수고를 본 듯하여 그들이 더욱 가깝게 느껴졌고, 목회자 가족으로서 이웃과 더불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묻고 있다.

러스트 벨트의 밤과 낮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있는 제철소가 배경이다. 오하이오주는 철강, 석탄, 자동차 산업이 발달했던 러스트 벨트에 속해 있다. 정치적으로 보수적 성향의 지역인 데다가 트럼프가 가난한 백인 남성의 위상을 높이려는 것처럼 보여 대통령이 되는데 표를 보탠 곳이었다.

지은이 골드바흐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사는 보수적인 가톨릭 가정에서 1986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다. 나는 책 제목과 "여성 철강 노동자가 경험한 두 개의 미국"이라는 소제목을 보고 젊은 여성 노동자의 현실과 러스트 벨트에 대한 상식을 얕게나마 넓히고 싶었다.

골드바흐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조증과 울증이 중복되는 양극성 기분장애 때문에 석사 학위를 마치지 못하고 친구의 권유로 고향 클리블랜드에 있는 제철소에 입사한다. 제철소는 노동 강도와 위험 수위가 높은 남성 위주의 문화가 형성된 곳으로 골드바흐는 여성이 받는 차별을 경험한다. 그는 때로 침묵으로 차별을 감수하기도 하고, 때로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성실한 근무 생활로 선입견을 바꾸기도 하고, 어떤 때는 서로 욕을 주고받으며 동료애를 쌓아가기도 한다.

또한, 골드바흐는 자신이 가진 양극성 장애나 밀레니얼 세대로서 교육받은 개인주의에 대한 가치를 극복하는 경험을 한다. 회사는 그가 장애 치료를 하고 돌아갈 곳이 되어주고, 노조를 통해서는 연대의 의미를 알게 되고,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보기도 한다.

그는 고향 제철소가 자동차에 필요한 혁신적인 고강도강을 생산하는 것을 비롯하여 어느 제철소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생산 능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우리는 패배했을지 모르나 가장 잘하는 것을 해왔다. 우리는 조용히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갔다"(172), 는 글에서는 러스트 벨트에 희망의 불꽃이 여전히 타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골드바흐는 제철소에서 3년 동안 일하고, 학교로 돌아가 학위를 마치고 자신이 원하던 영문학 강사로 일하며 꿈을 이룬다.

근본주의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사는 바이블 벨트에 속하는 미국 동남부에는 한국 기업이 꽤 여럿 진출해 있다. 내가 아는 기업만 해도 현대·기아 자동차, 한국타이어, SK이노베이션,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엄청 많은 협력 업체들. 한국 기업이 늘어나는 만큼 한인 이민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보인다.

골드바흐는 고향에서 일자리를 찾고 꿈을 이루는데 이르렀다면 개인적인 풍요와 꿈의 실현을 위해 이주 혹은 이민을 선택한 한인들에게는 신앙공동체가 그들이 역량을 발휘하도록 도우며 이웃에게로 관심을 확대하도록 도전하고 훈련하는 곳이 되는 그림을 그려 본다.

*** 이 글은 스마트폰 앱 '바이블 25'와 인터넷 신문 '당당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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