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일 무더운 날들 가운데 그래도 조금 덜 더운 날, 아주 넓고 환한 새집으로 이사했습니다.
1일까지 여름성경학교 기간이어서 바쁘게 시간을 보내다가 하루 자고 일어나서 이사를 했고 더위와 피곤에 지쳐 좋은 지 어떤 지 모르게 사나흘을 지냈습니다.
이제 조금 정신을 차려보니 새로 이사한 이 집이 꽤 괜찮아 보입니다.
먼저 살던 집은 18평 다세대 주택이었습니다.
집이 어둡고 침침해서 낮에도 전등을 켜놓아야 했고 곰팡이는 집안 곳곳에 장식 무늬처럼 피어있는 곳 이었습니다.
두어 개 전등갓은 벗겨져 있고 베란다 천청 페인트는 눈오듯 하고 보일러와 변기 따위는 가끔 우리의 관심을 받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 집이 좋았습니다.
이 작은 집으로 이사하면서 제 나름대로 꼭 필요한 살림살이만이 남게 되었고 아이들과 내가 만든 종이 작품이나 천 작품들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햇빛의 그림자만 잠시 머물다 지나가는 곳이었기에 10 여개의 그늘 식물들이 아주 잘 자라주어 바라보고 있자면 흐뭇한 곳이기도 했습니다.
그 집을 방문하는 사람마다 아늑하다, 깔끔하다, 넓어보인다, (늘어놓은 장식물을 보며) 이게 다 뭐야 하며 얘기해 주었습니다.
간혹 답답해 하는 사람도 있기는 했습니다.
또 통집읍 중심지라 읍사무소, 은행이나, 마트, 문구점...을 이용하기도 편리했습니다.
그리고 좋은 점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음식점에다 음식을 주문하면 거의 다 배달을 해주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이 집에서 조금 더 오래 살게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3년을 꽉 채우고 이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샘솟는교회 옆으로...
전에 살던 집에서 샘솟는교회 까지는 자동차로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 입니다.
그렇다 보니 교회를 제일 많이 오고가야 하는 남편이 너무 힘들어 했고 교회 건물을 관리 하는데도 불편 했습니다.
예배 시간에 아이들을 집에다 두고 오면 걱정이 되기도 했구요.
지금 이곳으로 이사하는 것은 샘솟는교회 터가 정해지면서 예정되어 있던 사실 이었습니다.
목회자 가정이 교회 가까이로 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아파트 주민들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도 그러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왠지 이사하는 것이 시급하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이사하기 사흘 전 까지도 이사할 집이 정해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래저래 이사하는 날 까지 작용-반작용의 법칙(맞나?) 처럼 익숙하게 살던 집에 계속 머물고 싶은 마음의 힘이 있었나 봅니다.
이사갈 집은 교회와 가깝고 32평형의 새 아파트 이니 좋을만도 할텐데 말 입니다......
이사 와서 5일째를 맞았습니다.
날마다 땀을 바가지로 흘리며 짐을 정리하고 나니 집이 훤하고 좋습니다.
뒷 건물이 없어 바람도 잘 들어오고 베란다 옆 쪽으로는 넓은 초록 벌판이 내다 보이기도 합니다.
화장실 바닥도 한 두 시간이면 뽀송뽀송하게 마릅니다.
강원도 어느 콘도에 와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른 것은 아직 좋은 지 어떤 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사건이나 사물이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지면 역동성이 줄어들게 마련 입니다.
이제 열심히 살아 움직여야 할 샘솟는교회 한 지체인 제가 감당해야 할 사명이 있기에 이전 것은 다 지나가게 하시나 봅니다.
기질적으로 새로운 모험을 즐겨 감행하는 남편과, 조심스럽게 모험에 동참하여 한발 한발 성실함으로 내딛는 저와, 우리를 보며 하나님 이미지를 그려보며 하나님 나라를 경험해 가는 아이들이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신나고 행복한 여행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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