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어머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삼계탕 먹게 모두 내려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성경학교 때 수고도 했고 이것 저것 가져갈 것도 있다고 하십니다.
무슨 날인가...남편은 어림잡아 "중복 아냐?" 합니다.
옆집 부모님과 모두 강화로 출발.
엄마는 강화 가는 길에 가게에 들러 가자고 하십니다.
엄마는 강화에 가져갈 과일로 제일 좋은 포도를 고르셨습니다.
이웃과 나누기를 너무 좋아하는 엄마다운 선택입니다.
어머님은 저녁 먹을 시간에 맞추어 삼계탕을 만들어놓고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제대로 된 삼계탕이었습니다.
적당한 크기의 영계에 어머님이 농사 지은 찹쌀을 가득 넣고 뒷마당에서 따놓은 대추와 강화 인삼과 황기가 들어갔으니 말입니다.
마당에 돗자리를 펴고 한상에 둘러 앉아 땀을 뻘뻘 흘리며 특별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남편이 식사기도를 하고 모두 숟가락을 들고 나서는 오랜만에 영양보충 하려는 사람들처럼 말없이 먹기만 했습니다.
옆집 엄마만 삼계탕과 반찬들을 가리키며 어머님에게 "아주 맛있어요.
이것도 맛있고 이것도 맛있고" 하셨습니다.
양쪽 부모님 모두 부지런하셔서 먹고 난 상을 그냥 두고 보는 사람들이 없는지라 저녁 먹는 일이 끝나고 상이 순식간에 치워졌습니다.
아이들과 남편은 오토바이를 타고 바다로 나가고 남자 어른들은 포도를 드시며 얘기를 나누십니다.
여자들은 텃밭으로 나갔습니다.
이제부터 우리가 가져갈 것들을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쌈으로 먹을 수 있는 깻잎, 상추, 호박순을 땄습니다.
바다 둑에 나갔던 아이들이 돌아오고 텃밭 일하기 좋아하는 아이들은 할머니들을 따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합니다.
빠른 손놀림으로 깻잎을 따서는 한손에 차근히 모으시는 어머님을 바라보던 강윤이는 "할머니는 손이 큰가봐. 이거 봐. 이렇게 많은걸 한손으로 잡잖아" 합니다.
강윤이한테는 농사 전문가인 강화 할머니라기 보다는 손 큰 할머니로 보였나봅니다.
마늘도 가져가기 편하게, 쓰레기 된다고 줄기와 뿌리를 떼어냅니다.
마늘을 담고 있는 것을 보더니 강윤이가 또 한마디 합니다.
"가져오는 것은 별로 없는데 집에 갈 때는 엄청 많이 가져가!"
순간 이런 상황에서 강윤이가 무엇을 느끼는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그냥 그렇다고."
강윤이 대답이 이번에는 시시하다고 여기고 있는데 옆집 엄마는 이 때를 놓칠세라 말씀하십니다.
"그러니까 할머니한테 늘 감사해야 돼. 이게 다 얼마나 귀한 건대."
나는 '오늘 가져갈 것이 많지 않은가 보다' 싶어 손톱에 물들일 봉숭아를 따러 가자고 했습니다.
어머님은 "그래라" 하시고 아이들은 얼른 가자고 재촉을 합니다.
옆에 옆집 할머니 권사님네 마당에 봉숭아 꽃이 풍성하게 피어있습니다.
해마다 봉숭아 꽃을 부탁해도 언제나 마련해 주시는 어머님이 좋습니다.
"자, 이제는 가시죠?" 남편이 말하자 덧붙이는 말 한마디 없이 모두들 일어섭니다.
사돈끼리는 그리 긴 말이 필요없나 봅니다.
나는 집 안에 있는 오이 김치와 깻잎 무침을 가지러 들어갔다 나오니 식구 모두가 창고에서 양손에 무언가를 들고 나옵니다.
새로 찧은 쌀, 옆집 엄마 야채스프를 위한 무, 오이, 참외, 토마토, 콩, 아까 다듬어 놓은 마늘과 쌈...
강윤이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었습니다.
어머니와 일을 같이 하다보면 어머님은 "이게 다 너희들 꺼지 뭐냐?" 하십니다.
어떻게 이렇게 자녀에게 헌신적일 수 있는지 내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오늘도 여지없이 가족의 건강과 화목을 위한 강화 부모님의 사랑을 마음 가득 채워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인돌 유적지를 지나치게 되었습니다.
옆집 부모님이 강화에 여러 번 왔어도 고인돌을 아직 못보았다고 하셔서 잠깐 둘러보았습니다.
남편은 강화 사람답게 고인돌에 대해 설명을 자세히 해주었습니다.
사람들이 보고 가는 고인돌은 뒷부분인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고인돌은 앞쪽(북쪽)에서 바라봐야 더욱 웅장한 모습과 조형의 신비함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 밤은 열대야가 두렵지 않습니다.
아낌없이 내어주는 강화 부모님과 어릴 적 한밤 중에 일어나보니 모기를 쫓느라 당신들은 잠을 설치던 옆집 부모님 사랑에 겨워 한 여름 열기쯤은 거뜬히 이겨낼 듯 합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 났나니 저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책을 주셨으니"(고후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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