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7/2008

07/13/2004 - 고향집을 떠나 사위네 교회 옆으로

어제는 엄마의 생신이었습니다.
인천 만수동에 사시는 부모님을 찾아뵈려고 길을 나섰습니다.
생신 선물로 화장품을 살까 하여 전화를 했더니 지금 당장 쓸 것은 있다고 하십니다.
아무래도 현금이 제일 좋을듯 합니다.
또 가서 맛난 것 사드리려고 했는데 뭐하러 나가서 돈쓰냐며 집에서 먹자고 하십니다.
물론 먹을 것은 엄마가 장만하실 것입니다.

강산이 강윤이는 인천할머니네 간다고 하면 OK 입니다.
특히 강윤이는 오늘 인천할머니네 가서 확인할 것이 있기 때문에 더욱 OK 입니다.
아이들이 오늘 학교에서 '성취도평가 결과표'(?)를 가지고 왔습니다.
우리 부부는 그 결과표를 참고사항 정도로 보기 때문에, 강산이는 네 과목 모두 0점, 강윤이 국어 점수가 65점이어도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집필 시험 결과로는 볼 수 없는 삶의 지혜가 강산이 강윤이에게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번 2학년 국어 시험이 어려웠다는 엄마들의 말도 이미 들은 터라 강윤이의 65점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결과표를 받아본 나는 강윤이에게 괜히 자극을 주고 싶어졌습니다.
"야, 심하다. 65점이 뭐냐? 이거 낙제점수야.
이 점수면 3힉년 못 올라가고 2학년 다시 다녀야 돼."그랬더니 내 말이 너무 자극적이었는지 이 녀석이 눈물까지 글썽이며 악을 써댑니다.
"그럴수도 있지! 65점이면 뭐 어때? 최선을 다했는데."
"야, 맨날 집에 오면 게임만하고 공부는 하나도 안해놓고 그게 무슨 최선이야?"
"가서 말해 봐라. 아무리 그래도 인천할머니는 엄마 아빠보다 좋게 말해, 뭐!"

인천에 도착하니 저녁 때가 되었고 나는 배고프다며 서둘러서 상을 차렸습니다.
엄마가 끓여놓은 삼계탕이 빨리 먹고 싶어서였습니다.상
을 차려놓고 막 앉으려는데 인천부모님 하시는 말씀이 들렸습니다.
"괜찮아.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강윤이는 잘 할 수 있을 거야."
그새 엄마 아빠께 강윤이가 꼬질렀나 봅니다.
강윤이가 날 보더니 하는 말 "거 봐 ~ ~ ~."
강윤이가 왜 그 말을 하는지 엄마 아빠께 설명을 해드렸더니 아빠는 "엄마 말도 맞아. 강윤이 더 잘 하라고 그러는거야" 하십니다.
우리는 훌륭한 해결자들을 만나 강윤이 마음도 풀어지고 재미있게 웃으며 맛난 저녁을 먹었습니다.
삼계탕도 먹고 케익도 먹고...

설거지를 끝내고 나니 또 다른 의미있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딸네 곁으로 가서 사위 목회를 도와야 한다고 지나가는 말로 몇번 하셨는데 두 분 다 이제 마음을 정하셨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빨리 마음을 정하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나이드신 어르신이 고향을 떠난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빠는 고향 친구들, 정년퇴직 후 그나마 소속감을 주는 여러 친목회를 두고 김포로 오시겠다고 하십니다.
게다가 자신의 강직한 양심만 믿고 대나무같이 바르게 살아오신 분이 주일은 예배에 나갈테니 다른 것은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하나님을 믿기로 마음을 정하신 것입니다.
오! 감사 또 감사!!!
저의 30년 기도가 이루어지는 순간입니다.

또 엄마는 권사 직분을 받고 여선교회 회장직을 맡고 있어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이사가는 것이 어렵겠다고 했는데, 본교회를 떠나는 것이 아쉽고 서운하지만 아빠가 신앙을 갖기로 하셨으니 이 때를 놓쳐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마음이 드셨다고 했습니다.
목사 부부가 마음 놓고 사역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돌보시겠다며 교회 옆 아파트로 이사하시겠답니다.
아파트로 이사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드렸더니 지금 사시는 집을 내일 당장 부동산에 내놓겠다고 하십니다.
무슨 일이 이렇게 되어지는지 그저 희안합니다.
신기합니다.

결혼한 뒤로는 인천 부모님들과 이렇게 가까이 살게 될거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때의 문이 열리면 모든 일이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되어지나 봅니다.
샘솟는교회 땅이 주어지고 건축할 수 있는 길이 열릴 때 느꼈던 설레임과 기쁨이 흘러흘러 인천부모님 가정과 우리 가정에 가득 고여 넘치는 기분입니다.
엄마 생신 선물로 적은 것 밖에 못드렸는데 우리는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더 큰 사랑의 선물을 받고 황송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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