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1/2010

빵과 말씀으로 든든한 세밑을 보냅니다

친구가 가르쳐준 단호박 케이크 만드는 법을 옮겨보려고 합니다.

이 친구는 서양식 음식을 잘 만드는 것 같습니다.
친구가 하는 요리에 대해 관심 있어 하니까 기회가 될 때마다 가르쳐주겠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만들기 쉬운 요리로 말이죠.

단호박 케이크 만드는 과정도 친구가 직접 만들면서 설명해주었습니다.
나중에 저도 한번 만들어 보았는데, 재료만 준비되어 있으면 손쉽게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은 빵이 됩니다.


♡ HJ 단호박 케이크♡

<준비물>
중력분(all purpose flour) 1+2/3컵
버터 1/2컵(=1 stick)
설탕 1컵(흰 설탕과 꿀가루를 섞어 1컵이 안 되게 넣어도 됨)
달걀 2개
단호박 으깬 것 1컵(캔에 들어 있는 호박 pure는 사용하기 편리함)
바닐라 액 1ts, 다진 호두 2/3컵, 베이킹 파우더 2ts, 쿠킹 스프레이(오일)

** 이 재료들은 빵 만드는 재료들 파는 진열대(밀가루 있는 언저리)를 이리저리 살펴보면 거의 다 구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 어디서 재료들을 사야할 지 헤매던 기억이 나서 잔소리를 덧붙여 봅니다. ^^


<만드는 법>
1. 실온(★)에 있던 버터에 설탕을 넣고 포크로 섞습니다. 크림처럼 될 때까지요.
2. 달걀을 한 번에 다 넣지 마시고, 1 개씩 넣어서 1번과 분리되지 않도록 잘 섞습니다.
3. 바닐라 액과 호박 퓨레를 넣고 잘 저어줍니다.
4. 중력분 밀가루와 베이킹 파우더를 3번 위로 체에 내려서 고무주걱으로 살살 섞어주세요.
5. 다진 호두도 넣어 주시구요.
6. 빵 틀에 쿠킹 스프레이나 오일을 바르고 모든 재료가 섞인 5번을 붓습니다.
7. 미리 350℉(180℃)로 달구어진 오븐에서 60분을 구워줍니다.

** 45분쯤 지났을 때 케이크의 가운데를 그어주면, 케이크의 표면이 예쁘게 터집니다.
**단호박 케이크를 선물로 굽고 싶을 때 - 머핀 틀에 굽고, 머핀 위에 자르지 않은 호두나 초록색 껍데기를 그대로 둔 채 작게 자른 단호박 조각으로 장식하면 모양을 낼 수 있습니다.




위의 요리를 가르쳐준 친구와 또 다른 친구와 함께 성경공부를 한 지 일 년쯤 되었습니다.
성경 말씀을 읽는 기쁨과 더불어 서로의 삶도 나누며 위로하고, 격려하고, 가정과 각자 섬기는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더 잘 하기 위한 자극도 줍니다. 
예수님 안에서 귀한 친구들을 만나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 지 모릅니다.

아이들이 겨울 방학을 보내는 동안 이 친구들과 약속한 것이 있습니다.
방학 동안은 만나서 성경공부를 하지 않고 요한복음을 써 보기로 했습니다.

성경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은 처음인데, 성탄절과 맞물려 복음서를 쓰다 보니 그 내용이 마음에 더욱 다가왔습니다.
성경을 쓰는 동안 잊어버리고 있던 온갖 생각들이 찾아왔습니다.
성경 66권을 두 번인가 세 번인가를 베껴 쓴 엄마 생각은 정말 많이 났습니다.
그러다가 성경에 다시 집중하면 생각들이 얼마쯤은 정리되곤 했습니다.

큰 아이가 자기도 써 보겠다며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가끔 큰 아이 방을 들여다보면 성경을 베껴 쓰고 있어서 괜히 흐뭇해 했었는데, 얼마나 쓸 지는 몰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어 좋았습니다.

육신을 위한 빵과 영혼을 위한 성경 말씀을 가까이 하며 세밑을 보내게 되어 든든합니다.

조금 있으면 곧 시작되는 2011년에는 모두 모두 건강하시고,
함박웃음 가득한 나날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내 계명은 곧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는 이것이니라 /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나니 / 너희가 나의 명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요한복음 15장 12-14절)

12/24/2010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크리스마스에는 사랑을
당신과 만나는 그날을 기억할께요

창틀 위에 촛불이 까만 밤을 수놓으며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여가겠죠

헤어져 있을 때나 함께 있을 때도
나에겐 아무 상관 없어요
아직도 내 맘은 항상 그대 곁에
언제까지라도 영원히

우리 다시 만나면 당신 노래 불러요
온 세상이 그대 향기로 가득하게요



성탄종이 환하게 우리 맘에 울리면
그대 오시는 그길 위해 기도할게요

헤어져 있을 때나 함께 있을 때도
나에겐 아무 상관 없어요
아직도 내 맘은 항상 그대 곁에
언제까지라도 영원히

우리 다시 만나면 당신 노래 불러요
온 세상이 그대 향기로 가득하게요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크리스마스에는 사랑을
당신과 만나는 그날을 기억할께요



*******
교회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었는데, 자꾸 생각이 나서 옮겨보았습니다.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 하니라”(마태복음 1장21절)

12/17/2010

저희 집에도 빈 방 있어요

          <몇 년전 만들어두었던 것을 오랜만에 꺼내 창문에 걸어놓은 성탄 장식들입니다.>


성탄절 행사 때 하는 연극이기도 하고, 성탄절 설교의 예화로도 쓰이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빈 방 있습니까”입니다.

미국 어느 교회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한국의 어느 연출가가 대본을 쓰고 연극으로 만들었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그 연극은 성탄절 즈음이 되면 대학로 소극장에서 오랫동안 상연되곤 하였답니다.

연극 내용은 교회 고등부 아이들이 성탄절 축하 연극을 준비하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을 담고 있습니다.
아이들 가운데는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덕구가 있었는데, 연극 담당 선생님은 덕구도 연극에 참여시키고자 대사가 아주 짧은 여관집 주인 역을 맡깁니다.
덕구가 해야 할 대사는 마리아와 요셉이 여관집에 오면 “빈 방 없어요”입니다.
다른 아이들은 덕구와 함께 연극하는 것이 못마땅하지만 덕구는 연극 연습을 아주 열심히 합니다.

연극을 발표하는 날이 되어 막이 오르고 연극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만삭이 된 마리아와 요셉이 여관집 문 앞에 이르렀고, 그들을 본 덕구는 자기가 맡은 대사 “빈 방 없어요”를 하면 됩니다.
그런데 덕구는 잠깐 연극과 현실을 혼란스러워 하며, “빈 방 있어요. 마구간에 가지 마세요” 하면서 웁니다.
그렇게 해놓고는 자기가 연극을 망쳤다고 우는 덕구에게 담당 선생님은 오히려 덕구 때문에 성탄절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위로하며 연극은 마치게 됩니다.


이 연극이 올 성탄절에 생각나는 것은 저희 집에도 빈 방이 있다고 말하고 싶어서인 것 같습니다.
덕구처럼 어떤 상황에서든 예수님께 드릴 맑고 깨끗한 사랑이 저한테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예수님을 저희 집 빈 방에 초청하고픈 간절한 마음은 있습니다.
빈 방에 오셔서 저희의 기도 소리를 들어주시고, 저희의 찬양을 들어주시고, 저희의 예배를 받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저희 집 빈 방도 보잘것없으나 아기 예수님이 누우신 곳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래서 낯선 목자들이나 동방박사들의 방문도 기대해보고 싶습니다.

“예수님, 저희(저희들 이름 아시죠?) 집에도 빈 방 있어요!!!”



“마리아가 첫 아들을 낳아서,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눕혀 두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방이 없었기 때문이다. / 천사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여 준다. / 오늘 다윗의 동네에서 너희에게 구주가 나셨으니, 그는 곧 그리스도 주님이시다. / 너희는 한 갓난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것을 볼 터인데,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표징이다.” / 천사들이 목자들에게서 떠나 하늘로 올라간 뒤에, 목자들이 서로 말하였다. “베들레헴으로 가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알려주신 바, 일어난 그 일을 봅시다.” / 목자들은 자기들이 듣고 본 모든 일이 자기들에게 일러주신 그대로임을 알고, 돌아가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그를 찬미하였다.”(누가복음 2장 7, 10-12, 20절/ 새번역)

12/10/2010

"기적의 오케스트라-엘 시스테마(El Sistema)"를 보고


영화 “엘 시스테마(El Sistema)”는 2008년에 만들어져서 한국에서는 올해 8월에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엘 시스테마는 남미에 있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음악 교육 재단을 가리키는 말로, 베네수엘라의 상징이 된 단체이기도 합니다.


이상이 현실로
1975년,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현재 71세)는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서 총, 마약,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11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브레우 박사는 오케스트라나 합창단 같은 단체를 통하여 사회관계를 배우고, 협동과 단결을 배우며, 음악을 통하여 지성을 계발하고, 정서 함양을 도와주고, 잠재된 예술적 재능을 열어주어 세상의 위험과 유혹에서 구해줄 수 있다는 이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사회운동으로 엘 시스테마를 만들어오고 있습니다.

엘 시스테마를 통해 지난 35년간 30만 명의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악기를 나눠주고 교육한 아브레우 박사는 거리를 배회하던 아이들에게 소속감을 주고, 질서, 책임과 의무, 배려 등의 가치를 익히게 해, 자신은 물론 가족과 이웃을 빈곤과 무질서에서 벗어나게 하는 사회복지와 개혁의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아우레브 박사는 올해 10월 제10회 서울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엘 시스테마는 184개의 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2015년까지 50만 명, 2020년까지 100만 명의 아이들을 참여시킬 계획을 가지고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데, 그 운영 자금의 90%는 정부가 지원하고 나머지는 개인 기업과 다국적 기구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우레브 박사는 이 프로젝트를 운영하기 위해 음악가로서의 자질뿐 아니라 경제학 박사로서의 노하우와 정치가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365일 엘 시스테마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큰 걸음으로 나아가야죠. 코끼리처럼"
이 영화에서 열두어 살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들의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나이에 비해 성숙한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얼른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총 싸움이 끊이지 않고 가난하지만 자기가 태어난 동네를 좋아하고, 부모의 지원과 학교의 선생님들을 따라 부지런히 공부하고 음악을 배우며, 범죄자나 문제아가 아니라 “꿈을 이루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다부지게 말합니다.
영화의 거의 끝부분에서 다시 한번 인터뷰한 장면이 나오는데, 그 아이는 삶의 목표를 이루는 이치를 깨달은 것 같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큰 걸음으로 나아가야죠. 코끼리처럼”이라고 합니다.

영화의 많은 부분이 노래를 배우고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입니다.
2세부터 16세까지의 아이들이 그 학교(센터)에서 배우고 연주하는 표정과 몸짓은 사뭇 즐겁고, 진지하고, 열정적입니다.
연주할 악기 부족하기 때문에 종이로 악기를 만들어 종이오케스트라에서 배우는 아이들이나 진짜 악기를 가지고 배우고 연주하는 아이들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또 아이들은 프로 연주자가 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계속 실력을 발전시켜나가고, 프로 연주자가 된 선배들은 후배들을 가르치게 됩니다.
선배들은 자신이 음악을 통하여 얻은 경험과 함께 연주 기법을 가르치기 때문에 아이들은 선배들을 좋아하고, 그들의 가르침을 잘 따르는 것 같았습니다.

특수음악반
엘 시스테마에는 장애우들을 가르치는 센터가 있어서, 이미 1500 명이 오케스트라에 진출해 있기도 합니다.
장애우들도 합창, 수화합창, 악기를 배우고 연주했습니다.
이 부분을 보면서 엘 시스테마는 역시 한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이 될 만하다(^^), 장애우 가족으로서 저는 그리 보았습니다.


그 밖에 이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배경음악으로든 실제 연주하는 음악으로든 들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유럽의 어느 유명한 음악가로부터 차세대 최고의 지휘자로 인정받은 28세의 구스타보 두다멜의 지휘하는 멋진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들어진 영화라, 등장 인물들이 전하려고 하는 정신이나 경험들을 귀담아 들으려고 해보았습니다.
새롭게 교회를 시작해야 하는, 아니 이미 시작한 목회자의 가족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하게도 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276oR_tEmbs


“선한 일을 행하고 선한 사업에 부하고 나눠주기를 좋아하며 동정하는 자가 되게 하라 / 이것이 장래에 자기를 위하여 좋은 터를 쌓아 참된 생명을 취하는 것이니라”(디모데전서 6:18-19)

12/03/2010

아차, 오늘이 금요일?

잠자러 올라가는 남편이 하는 말, “글은 언제 쓸 거야?”
“….”

아차, 오늘이 금요일이었습니다.
온라인 공간 속에 있는 저의 블로그와 친밀하게 만나는 날이었는데, 아침까지만 해도 기억하고 있었는데, 저녁 먹고, 운동 하러 갔다 오고 나서 깜빡 잊었습니다.
거의 3년 동안 매주 반복되는 일임에도 “잊었다”니 조금 뻔뻔한 거짓말 같기도 합니다.

잊은 것에 대해 누가 시키지도 않은 변명을 해보자면 이렇습니다.
남편이 글에 대한 말을 꺼내기 전까지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요즘 왜 그런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데, 책을 읽고 있으면 손에서 놔지지가 않습니다.
신앙 서적이든 소설이든….
적어도 책을 잡고 있는 동안은 마음을 온통 거기에 쏟고 싶은 모양입니다.

….
….

몇 줄 더 써보았지만 궁색한 변명인 듯하여….

11/26/2010

책에 푹 빠지다『바람의 화원』그리고...


지난 열흘 동안, 마음에 품은 뜻을 이루어 내는 청년들을 만나며 그들의 관계 속에서 달콤하고, 가슴 두근 거리고, 통쾌한 이야기들 속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호호호.
그 아름다운 청년들을 만난 곳은 바로 소설 책에서였습니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2』, 정은궐 지음, 파란.
『바람의 화원 1,2』, 이정명 지음, 밀리언하우스.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제레미 머서 지음, 조동섭 옮김, 시공사.

앞의 두 소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과 『바람의 화원』은 각각 성균관과 도화서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엮어가는 것을 빼고 나면 공통점이 여럿 있는데,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조선시대 정조 임금 시절이 배경인 것.
주인공 가운데 한 사람은 남장 여인인 것.
그래서 동성애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더 찐한 이성간의 가슴 떨리는 사랑이 전반에 흐르는 것.
남장을 할 수 밖에 없는 시대적인 아픔이 있으나 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하는 여인들.
권력과 돈에 휘둘리지 않는 청년들의 푸르른 기개.
그런대로 해피엔딩인 것
그리고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었다는 것.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은 몇 주 전까지 방송되었었고, 『바람의 화원』은 2008년도에 방송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방송으로 봤더라면 이번에 책으로 읽을 일이 없었을 텐데, 다행히도(저한테는) 드라마 대신 원작을 단숨에 읽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원작만한 드라마, 영화, 연극‧‧‧은 만들기 어렵다는 생각이 조금 있어서…. ^^;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은 위의 소설 책들을 빌려주신 분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소설은 아니고, 지은이의 회고록입니다.

처음에는 <셰익스피어&컴퍼니>라는 서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파리의 자유분방하고 낭만적인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읽어갈수록 이 서점을 설립한 조지 휘트먼의 정신에 따라 일상 생활의 규칙과는 다른 삶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돈 없고 갈데 없는, 한편으로는 조지의 생각에 꿈이 있다고 판단되는 청년들을 재워주는 서점.
샤워실은 따로 없으며, 빵 부스러기나 비닐 봉투 하나도 아껴 써야 하는 서점.
서점에서 자는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한 시간씩 일하는 서점.
-일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하루에 한 권 책 읽기를 요구하는 서점….

조지의 신념에 따라 요즘도 만들어져나가는 70 여년쯤 된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전 세계 작가들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문학의 박물관이자 휴머니즘의 성지"(책표지)라고 합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한 권의 책 『오가닉 처치』(닐 콜 지음, 정성묵 옮김, 가나)를 거의 다 읽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교회에서 어떻게 사역할 것인지 남편과 그 방향을 공유하기 위해 읽고 있습니다.

오늘 낮까지도 섭씨 20도를 넘나드는 늦가을 날씨 덕분에, 이층 창문으로 내리비치는 따사로운 햇빛이 독서하기에 좋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먹는 시간만 제대로 지키고 나머지 시간은 그저 앉아서 책만 읽었습니다.
졸려서 어쩔 수 없이 자야 하는 시간 빼고는 책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책 내용이 재미있어서 손이 저절로 책으로 갔습니다.

무척이나 한가로워 보이는 독서 풍경이지만 제 자신에게 쉼을 선물로 준 시간이었습니다.
실력이 쉽게 늘지 않는 영어를 붙잡고 있다가, 그 동안 얼마나 달라졌나 테스트할 기회를 한번 가져보고 나서 한 숨도 돌리고, 새롭게 사역할 곳이나 경제적인 형편에 대한 갑갑함에 움츠러든 어깨를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희망 가득한 새해를 맞이하려면 올해 마지막 달도 마무리를 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저것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다시 묵직해집니다.
그래도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엄청 감사합니다.
해야 할 일들을 소설 책 읽는 것처럼 신나게 푹 빠져서 해봐야겠습니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 괴로움은 그날에 족하니라”(마태복음6:33-34)

11/19/2010

북어대가리


저의 블로그 글 가운데 지난 10월에 북어대가리에 대하여 쓴 적이 있습니다.
이유인즉슨, 남편에게 좌골신경통이 생겨서 치료하던 중이었는데, 친구가 알려준 좌골신경통을 낫게 하는 민간요법에 북어대가리가 들어가야 하고, 그래서 북어대가리와 얽힌 이야기를 쓴 것입니다.
그 이야기 가운데 북어대가리를 얻으려면 북어를 사야 하는데, 날마다 먹으려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 한국에서 동서가 보낸 큰 꾸러미를 받았습니다.
이미 이메일을 통해 동서가 짐을 부친 것을 알고 있었는데, 4일쯤 걸려 그것이 도착한 것입니다.
한국에서 보내는 짐도 3-4일이면 이곳에 오고, 비행기로 12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이 한국인데, 언제쯤 가보려나 하는 초점 없는 생각을 하며 상자를 열어보았습니다.

어머나, 이 사람이 정말….
지난 번에는 한국에서 만든 라면이 더 맛있을 거라며 라면을 잔뜩 보내서 웃음을 주더니, 이번에는 두 팔로 안아지지도 않을 만큼 큰 상자에 북어대가리를 잔뜩 넣어 보내왔습니다.
저의 블로그 글들을 통해 어찌 지내는지 잘 보고 있다고 한 걸로 보아, 여기서 북어대가리 구하기 어려운 것을 글에서 읽고 마음에 담고 있었나 봅니다.
북어대가리가 날마다 2개씩 필요하니까 적어도 1년은 먹을 수 있는 분량입니다.
또, 동서는 상자의 빈 공간을 허락하지 않고, 북어대가리 한 켠에는 오징어채와 마른 멸치도 넣어 보냈습니다.

동서의 사촌 동생 결혼식이 있어 부산에 갔다가 자갈치 시장에 들렀는데 북어대가리만 모아서 파는 것을 보고 샀답니다.
서울 사는 동서는 특수학교에서 장애우 중고등 학생을 가르치는 중견교사입니다.
지금은 학기 중이니 부산까지는 분명 바쁘게 다녀왔을 것입니다.
그런데 거기까지 가서 시간을 쪼개어 북어대가리를 찾은 그의 마음에는 무엇이 담겨있는지 다 헤아리기가 어렵습니다.

남편 형제는 서방님과 그렇게 둘 뿐입니다.
우리 가정이 형님 가정이지만 한국에서도 동서와 서방님은 나누고 베푸는 것에 우리보다 넉넉했습니다.
지금처럼 멀리 떨어져 사는데도 그 마음 씀씀이 한결같습니다.
게다가 시부모님을 찾아 뵙고 살피는 일도 이제는 동서와 서방님의 몫이 되었는데, 부모님에 대한 태도도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이렇듯 형님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에, 그들의 마음을 받을 때마다 고맙고 미안하고 그렇습니다.
제가 받은 복이 넘칩니다.

또 제 글을 한국에서 읽은 친구는 마음이 찡했다며 <생협 북어대가리>가 새로 출시되었는데 보내고 싶다는 마음을 전해왔습니다.
대학 여동기들 가운데 목사가 된 친구들이 여럿 있는데, 이 친구도 목사로서 여성지도력개발을 위해 열심히 사역하고 있고, 저와는 최근 들어 페이스북에서 만나 반가움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온라인 상태에서 오랜만에 만났지만, 따뜻한 마음을 선뜻 나누어주어 고마웠습니다.
고맙다, 친구.

지난 달, 이곳 친구가 마련해준 북어대가리 몇 개를 먹을 때, 남편은 증상이 낫는 것과 관계없이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 때문에 먹었는데, 오래 먹을 수 있는 북어대가리를 보더니 빨리 끓여오랍니다.
계속 먹을거라나요. ^^
북어대가리에 담긴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이 남편의 치료를 도울 것이라 믿습니다.


“북어대가리와 관련된 이런저런 얘기들”

엄청나게 많은 북어대가리를 보면서, 어째서 북어대가리만 모아서 파는 걸까, 뜬금없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가 몇 개 눈에 띄었습니다.

알고 계시는 것처럼 바다에서 갓 잡은 명태를 바닷바람이 부는 곳에서 한 달쯤 바짝 발린 것이 북어입니다.
그 명태를 얼리면 동태가 되고, 반만 말리면 코다리 이고요, 어린 치어를 말리면 노가리, 얼리고 말리고를 반복하면 맛도 좋고 값이 비싸지는 황태가 되는 것입니다.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북어(황태)대가리에는 비타민과 무기질 풍부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김치를 지져 먹거나 깍두기에 함께 넣어 먹으면 칼슘이 풍부해진다고 합니다.
**북어대가리와 무를 넣고 끓인 육수로 죽을 쑤거나 국수국물, 된장찌개,…에 사용하면 더욱 시원하고 깊은 맛을 낸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요리사들은 북어대가리를 버리는 법이 없다는 어느 조리사의 글도 보았습니다.
**김치 담글 때 북어대가리, 다시마, 무를 우려낸 육수에 찹쌀풀과 고춧가루를 개서 쓰면 더 맛나다는 어머님의 말씀도 있었습니다.

**지난 블로그에 실었던 좌골신경통에 좋은 민간요법을 다시 한번 소개합니다.
북어 대가리 2개, 다시마 손바닥 크기만큼, 들기름 2숟가락, 물 2컵.
이것을 뭉근한 불에 한 시간 정도 끓인 다음, 거기서 우러난 국물을 하루에 두 번 정도 나누어 먹으면 됩니다.

**위의 민간요법을 알려준 친구가 위장에 좋은 민간요법도 알려주었습니다.
본인과 가족이 며칠 만에 효과를 보았다고 하니 믿을만 합니다.

물 반 컵, 레몬 1/4쪽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아무것도 먹지 않은 공복에, 물에 레몬즙을 짜 넣어 마시는 것입니다.

레몬이 산성인데 빈 속에 마셔도 되나 해서 알아봤더니, 레몬 자체는 산성을 나타내는데 알카리성 식품에 속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식품이 체내에서 분해되어 남는 물질이 물에 녹을 때 산성을 나타내면 산성 식품이라고 하고, 알카리성을 나타내면 알카리성 식품이라고 하는데, 레몬은 알카리성 식품이랍니다.

너무 쉽다고 무시하지 마시고, 늘 명치 있는 곳이 답답하고, 속이 조금 내려간 듯하여 뭘 먹고 나면 다시 더부룩해지는 분들은 한 번 드셔보세요. ^^

“우리의 아름다운 지체는 요구할 것이 없으니 오직 하나님이 몸을 고르게 하여 부족한 지체에게 존귀를 더하사 / 몸 가운데 분쟁이 없고 오직 여러 지체가 서로 같이 하여 돌아보게 하셨으니 /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도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도 함께 즐거워하나니 /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고린도전서 12:24-27)

11/12/2010

감사 또 감사

가정사역을 위해 귀한 일을 감당하고 있는 하이패밀리(www.hifamily.net)에서 받은 감사에 대한 글들을 보고 저의 감사하는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감사가 있는 듯 하나 한편에는 불만스러운 뾰로통한 모습, 자연스럽게 흘러 넘치는 감사이기 보다는 감사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어쩌나….
애쓰다 보면 언젠가 넉넉하게 감사하는 삶이 되지 않을까, 저에게 기대를 해보며(^^) 글을 옮겨봅니다.


*****
감사력(感謝力)을 높이기 위한 십계 -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제공
감사, 감사 또 감사

1. 생각이 곧 감사다.
Think & Thanks란 말이 있다. 생각과 감사는 그 어원이 같다. 깊은 생각이 감사를 불러일으킨다.
인도속담에 <호랑이를 왜 만들었냐고 하나님께 투정하지 말고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 주지 않는 것에 감사하라>는 말이 있다. 생각으로 감사를 열어라.

2. 작은 것부터 감사해라.
작은 감사가 큰 감사를 낳는다. 큰 강도 처음에는 작은 물방울로부터 시작되었다. 아주 사소하고 작아 보이는 것들을 먼저 감사하라. 그러면 큰 감사거리를 만나게 된다. 나중 감사가 아니다. 바로 지금부터 감사해라.

3. 자신을 감사하라.
성 어거스틴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높은 산과 거대한 바다의 파도와 굽이치는 강물과 저 광활한 우주의 태양과 반짝이는 별들을 보고는 감탄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감탄하지 않는다.> 자신을 감사하는 것이 가장 큰 감사다.

4. 일상을 감사하라.
가장 어려운 감사는 가장 단순한 감사다. 숨을 쉬는 것, 가장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감사가 가장 어려운 감사라는 것이다.

5. 문제를 감사하라.
문제는 항상 해결책이 있기 마련이다. 만약 해결책이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미 문제도 아니다.
그러므로 해결책이 있음에 감사하라. 그러면 동굴도 터널로 뚫린다.

6. 더불어 감사하라.
장작불도 함께 있을 때 더 잘 타는 법이다. 혼자보다는 함께 감사할 때 감사는 시너지 효과를 띠게 된다.
가족들끼리 감사를 나누면 30배 60배 100배의 결실로 돌아온다.

7. 감사의 기어변속을 잘하라.
처음에는 <만일에> 감사다. 그 다음이 <때문에>의 감사다. 이어 <불구하고> 감사하게 된다.
나아가 우리는 <더불어>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 저속기어를 넣고 고속도로를 달릴 수는 없다. 기어를 높여라.

8. 잠드는 저녁시간에 감사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짜증과 분노, 근심 걱정을 껴안고 잠든다. 잠드는 시각에 감사하라. 저녁의 감사는 영혼의 청소가 된다.

9. 감사의 능력을 믿고 감사하라.
감사에는 메아리효과가 있다. 감사하면 뇌에 새겨진다. 그리고 감사의 반응은 언제나 긍정이 된다.
감사는 견인력이 있어 꼭 그런 방향을 가리킨다. 감사는 감사한대로 이루어진다. 이를 성취력이라 한다.

10. 받는 감사가 아니라 주는 감사를 하라.
우리말의 <고맙습니다.>는 말의 어원은 <고만 마세요. 이제는 제 차례입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영어의 thanksgiving도 마찬가지다. thanks + giving이다. 때문에 give and take가 아니라 give, and take가 그 답이다. 언젠가 give and more take로 돌아올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3류 인생은 탓한다. 원망한다. 그리고 핑계거리를 찾는다.
2류 인생은 무조건 참아낸다. 하지만 일류인생은 감사한다. 그렇다면 나는?__

11/05/2010

감사와 함께 걸어보았어요


이곳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늦가을 날씨가 이어져서 바깥 활동하기가 좋았습니다.
깔끔한 햇빛과 선선한 바람 덕분에 하루 가운데 틈새 시간을 이용해 걷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화요일은 미국 선거일이어서 아이들이 학교에 가질 않고 집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점심 먹고 느슨해지는 오후 시간에 자전거를 타든지 걷든지 하려고 공원에 나갔습니다.
바람이 조금 부는 듯 했지만 숲으로 들어가 걷기를 시작하자 바람은 사라져버리고 상쾌함만 느껴졌습니다.

둘째 아이는 자전거를 타고 먼저 목적지까지 달려갑니다.
한참 동안 그렇게 헤어져 있다가 남은 세 식구가 걷고 있는 곳을 찾아 옵니다.
이 날은 5마일쯤(!) 멀리 걸었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둘째와도 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네 식구가 산책로에서 다시 만나면 남편은 남은 길을 다 걷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걷기 시작한 곳, 그러니까 자동차를 주차해 놓은 곳으로 갑니다.
이 공원의 산책로가 워낙 길기 때문에 끝에서 끝을 왕복하기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도 듭니다.
남편이 주차해 놓은 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하는 시간과 남은 길을 걸어야 하는 시간을 얼추 맞추어 둘째 아이가 돌아와 다시 만나는 것입니다.

첫째 아이와 저는 그냥 걷기만 하지만, 남편과 둘째 아이는 전화를 주고 받으며 걷는 거리와 시간을 계산하고, 만나는 장소를 설명합니다.
공원에 갈 때마다 걷는 거리가 달랐으므로 만나는 장소도 늘 바뀌어서, 옆에서 지켜만 보아도 걷는 길이 지루하지 않고 나름 재미가 있습니다. *^^*
건강하고, 지혜롭고, 마음 따뜻한 둘째 아이가 있어서 누리는 기쁨으로 인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첫째 아이는 어디를 가든 걸을 때마다 맨 뒤에서 따라옵니다.
뒤에 있으면 잘 따라오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앞세워 걸어보게 해도 다시 뒤로 갑니다.
앞에서 걷는 것이 두려운지,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 화요일 걷기에서는 첫째 아이가 저희 부부보다 앞서서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어깨를 좌우로 흔들며 씩씩한 걸음걸이로, 산책로 옆으로 나타나는 다람쥐와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영어로 인사를 나누며 목적한 곳까지 계속해서 앞서 나갔습니다.
기분이 좋은 날이었나 봅니다.

첫째 아이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장애우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걷는 것이 정말 느렸습니다.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발달 정도는 개인마다 다르다는 것과 걷기에 있어서는 저희 아이가 유난히 늦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만2세 하고도 6개월이 되었을 때 혼자서 잠깐 동안 설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걸음마 연습을 해서 혼자 걸을 수 있는 만5세가 되어서야 장애 어린이를 위한 조기교육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걷는 것이 불안하고 계단은 혼자 오르고 내려가지 못해서 안거나 업어주어야 했습니다.
           
일년이 지난 뒤 아이는 놀라울 정도로 걷는 자세가 안정되게 바뀌었는데, 그 당시 조기교육을 같이 시작했던 엄마들이 저희 아이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교육을 끝까지 받을 수 있을까 걱정될 정도였다며 함께 기뻐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어, 지금까지도 기적과 감사를 경험하게 하기도 하고, 때론 가슴이 미어지고 고통스러운 경험도 하게 합니다.
지난 화요일도 그런 날들 가운데 하루였습니다.
꽤 먼 거리를 부모보다 앞서 힘차게 걸어가는, 어느새 어깨가 넓어진 열일곱 살 아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뭔가 뜨거운 기운이 목을 타고 올라오는 듯 했습니다.
건강하고, 착하고, 순수한 첫째 아이가 있어서 날마다 경험하는 기적으로 인해 다시 한번 감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족이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인데, 거기에 감사까지 찾아와 동행해주니 그 시간, 그곳은 하늘 나라였습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시편23:1)

10/29/2010

냉장고에서 얼어버린 쌈 잎들 밑에는 무엇이?

<밥 먹다가 문득 드는 생각에 찍어봤어요.>

장보러 갔다가 쌈으로 먹는 여러 가지 어린 잎들을 섞어놓은 야채 한 통(Spring Mix)을 샀습니다.
요즘은 야채류 먹는 재미를 붙여보고 있기에, 그 통이 커서 담겨 있는 쌈 잎이 너무 많아 보였지만 가격도 싸게 팔고 그날 따라 눈에 띄길래 하나 사봤습니다.

집에 가져와 냉장고에 넣으려고 보니 통이 길어서 공간을 많이 차지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냉장고 안의 그릇들을 한쪽으로 밀고 길쭉한 통을 세로로 밀어 넣었습니다.

다음 날, 점심에 먹으려고 야채통 뚜껑을 열어보니 이게 어찌된 일인지 냉장고 안쪽으로 향해 있던 통 뒷부분의 쌈 잎들이 얼어 있었습니다.
이런 이런 아까워라….
못 먹겠구나 싶어, 앞쪽에 얼지 않은 잎들을 어느 정도 덜어내어 겨자 소스를 만들어 버무려 먹었습니다.
아직도 꽤 많은 잎들이 남아 있습니다.

저녁 때, 남아 있는 쌈 잎을 또 한 번 먹으려고 통을 꺼냈습니다.
통 뒤쪽에 있는 잎들은 어차피 얼어서 못 먹을 것이고, 얼지 않은 통 앞쪽에 있는 잎들을 살펴보니 그것들도 어느새 상태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마치 오래된 이파리들이 상해서 흐물흐물해지는 것처럼, 어떤 쌈 잎들이 그렇게 되어 다른 잎들에 군데군데 붙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먹을만한 것들을 골라 먹는데, 절반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나머지를 버려야 되니 너무 아깝고, 어떻게 사온 지 이틀 만에 이렇게 상하나 하는 생각에 언짢기도 했습니다.
소스에 버무린 쌈 잎을 먹다 보니 맛은 꽤 괜찮아서 좀 더 먹었으면 하는 얄궂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야채통 뒤쪽에 얼어 있는 쌈 잎들을 들쳐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 먹다 말고 불쑥 일어나, 버려야 될 것 같아 싱크대 위에 그대로 두었던 통을 열어 얼은 잎들을 걷어내고 보니 거기에 글쎄 아직도 싱싱한 쌈 잎들이 남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위에 얼은 잎들이 오히려 아래쪽 잎들을 싱싱하게 지켜주었나 봅니다.

우와~
마치 대단히 몸에 좋은 식물을 발견한 것처럼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마 더 먹고 싶었는데 필요한 만큼 가져다 먹을 수 있어서 좋았을 겁니다. ^^
그리고 얼어버린 잎들 아래에서 찾아낸 싱싱한 잎들을 보며, 마치 지금은 소망이 보이지 않는 듯 잠잠히 있으나 그 아래에는 영과 육이 더욱 강건해지고 풍성해지는 저희 가족의 모습인 듯 하여 좋았을 겁니다. *^^*

“여호와를 의뢰하여 선을 행하라 땅에 거하여 그의 성실로 식물을 삼을지어다 / 또 여호와를 기뻐하라 저가 네 마음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리로다”(시편37:3-4)

10/22/2010

이런 과수원 보셨나요?

<밀알사모님 웃음이 예뻐서 올려봅니다. 괜찮죠? ^^>

10월 초, 사과 과수원에 갔었습니다.
그 과수원에서는 상품 가치가 있는 사과는 기계로 따서 팔고, 남은 사과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고자하는 뜻을 가진 사람들이 와서 딸 수 있도록 하는 곳이었습니다.
마치 구약 성경에 나오는 보아스의 밭처럼요.

과수원은 이러한 뜻을 여기 지역 UMC(미연합감리교회)에 해마다 알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한인여목회자인 김목사님이 담임하시는 미국인 교회가 주최가 되어 사과를 따고, 그 사과 가운데 일부를 밀알선교단을 위해서 쓰겠다는 계획을 듣게 되었습니다.
사과를 따고 옮길 때 힘 쓸만한 남자가 있으면 좋겠다며 우리 가족을 초대해 주시는 밀알선교단 총무님의 따뜻한 말씀을 듣고, 우리 가족 모두 힘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좋은 일도 하고, 사과 과수원 구경도 할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과수원에서 딴 사과를 파는 마켓도 안팎으로 얼마나 정겹게 꾸며놨던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도착한 사과밭은 얼마나 넓던지 깜짝 놀랐습니다.
상품으로 팔 사과는 이미 땄다고 했는데, 크고 작은 사과들이 나무마다 어찌나 많이 달려있던지 또 한번 놀랐습니다.
땅에 떨어진 사과들 가운데 멀쩡한 것들은 그것대로, 나무에 달린 것들은 그것대로 따서 자루에 담는데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미국 교회 교인 몇 분과 목사님, 그리고 밀알에서 어른들 몇 분 해서 15명 남짓(맞나요?)이 반나절 동안 차에 실을 수 있는 만큼만 사과를 땄습니다.
욕심을 부려서 너무 많이 실으면 타이어가 펑크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사과의 일부는 교회를 통해서 어느 자선단체에 보내졌고, 일부는 밀알선교단을 위해서 쓰도록 했습니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거저 주는 사과이니 개인적으로는 가져갈 수 없고, 팔 수도 없으며, 떨어진 사과 때문에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전 문제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았습니다.
과수원 주변에서 불을 피울 수도 없는데, 함께 참여한 밀알어머니들이 준비한 음식은 나누어 먹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에 허락되었습니다.

음~ 이러면 안 되는건대 밀알 총무님이 살짝 나눠주신 사과를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연두색 사과는 다 시다고 생각했던 고정관념을 팍 깨주었습니다.
아주 아주 달게 먹었습니다.
말씀대로 살려는 과수원 주인의 넉넉한 마음과 이런 기회를 살려 밀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게 하려는 총무님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말이죠.

“여호와께서 네 행한 일을 보응하시기를 원하며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 날개 아래 보호를 받으러 온 네게 온전한 상 주시기를 원하노라 / … / 룻이 이삭을 주우러 일어날 때에 보아스가 자기 소년들에게 명하여 가로되 그로 곡식 단 사이에서 줍게 하고 책망하지 말며 / 또 그를 위하여 줌에서 조금씩 뽑아 버려서 그로 줍게 하고 꾸짖지 말라 하니라”(룻 2:12, 15-16)

10/15/2010

지난 두 달은...



지난 두 달은 어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남편의 혈압 수치가 176/138로 오르고, 좌골신경통으로 한쪽 다리를 절룩거리며 걸아야 하는 상태가 되어서 사역하던 교회에 병가(病暇)를 냈는데, 허락된 시간이 두 달이었습니다.

처음 한 달은 병원을 여기저기 다니며 검사하고, 치료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집에서 쉬면 몸 상태가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며칠을 보내다가, 혈압 수치가 병원에 입원해서 떨어뜨려야 할 정도로 높으며 그러다 갑자기 어찌 되면 더 큰 일이라는 주변 분들의 걱정에, 미룰 일이 아니다 싶어 병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혈압이 자연적으로 그리고 빨리 떨어져 정상 수치가 되기를 바랐는데, 결국은 약 처방을 받아 날마다 약을 먹어 혈압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혈압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좌골신경통은 조금 오래갈 모양입니다.
침을 맞고 약을 먹었는데 아직도 다리가 땡긴답니다.
남편은 아마 낫고 있는 과정이며 기도로 나야 되나 보다고 합니다.

그렇게 남편이 치료를 하는 동안 어찌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지 안타깝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은 남편에게도 저에게도 하나도 도움이 될 것이 없기에 떨쳐버리려 애쓰고 있습니다.
마음을 잘 다스리다가도, 특히 남편에게 불쑥 불쑥 치미는 화가 나면 입을 굳게 다물고 말을 아낍니다.
관계에 유익하지 않은 말이 될 게 뻔하며, 저도 잘 난 것 없기에 화낼 입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찾아오는 마음의 갈등을 차분한 영혼의 기도로 감싸 위로하며 두 달이 지나갔습니다.
또 이 위기의 때에 가족이 함께 운동하며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어차피 자동차도 한 대여서 같은 시간에 한 사람만 사용해야 되고, 운동도 할 겸 해서 자전거를 타고 왕복 8마일 거리에 있는 도서관을 다닙니다.
아이들은 학교 생활 잘 하며, 둘째 아이는 사춘기라 툴툴 거리기는 해도 마른 빨래 정리는 물론 설거지도 하고, 성적도 부쩍 올라 기쁨을 주기도 합니다.
저도 그 동안 관심 있던 장애인 단체인 Parent to Parent of Georgia에 발을 들여 놓았습니다.
비영리 민간단체로 주로 장애인 가족들이 일하는 곳인데, 조지아 주에만 곳곳에 6개의 사무실이 있고 전국적인 기관이라고 합니다.
기회가 닿는 대로 그들과 관계하며 어떤 정보를 가지고 어떻게 일하는지 조금이나마 배우려고 합니다.

이렇게 가족 서로에게 힘이 되려고 노력하며, 영육의 강건함을 회복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사역지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목회할 곳을 찾는 기도가 이어질수록 예수님 앞에 더 낮아져야 함을 깨달으며, 부족하지만 여태껏 그랬던 것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예수님께 꼭(!) 달라붙어 있으려고 합니다.

아, 요즘 좌골신경통을 낫게 하는 민간요법으로 만든 국물을 먹고 있습니다.
친구가 알려준 것인데 아는 몇 분이 이걸 먹고 나았다고 합니다.
북어 대가리 2개, 다시마 손바닥 크기만큼, 들기름 2숟가락, 물 2컵.
이것을 뭉근한 불에 한 시간 정도 끓인 다음, 거기서 우러난 국물을 하루에 두 번 정도 나누어 먹으면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북어 대가리입니다.
북어 대가리를 얻기 위해서는 북어를 사야 되는데 매일 2마리씩을 쓰려면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한국에 계신 어머님께 부탁하는 방법을 생각했었는데 어머님 걱정하신다고 남편이 그만두랍니다.
이 방법을 알려준 친구는 이러한 사정을 듣고, 자기에게 있던 북어 대가리 몇 개를 잘 모아두었다가 이거라도 먹어보라며 주었습니다.
약이라는 것이 나을 때까지 먹어야 하는 것이지만, 남편은 친구가 마련해 준 몇 번 안 되는 기회를 오히려 감사하고 귀하게 생각하며, 그 관심과 사랑이 좋은 치료제라 믿으며 먹고 있습니다.

땡큐 친구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저가 내 안에, 내가 저 안에 있으면 이 사람은 과실을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 / 사람이 내 안에 거하지 아니하면 가지처럼 밖에 버리워 말라지나니 사람들이 이것을 모아다가 불에 던져 사르느니라 / 너희가 내 안에 거하고 내 말이 너희 안에 거하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라 그리하면 이루리라”(요한복음 15:5-7)

10/08/2010

일단정지


정지(STOP)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는 차가 있든 없든, 누가 보든 안 보든 언제나 멈추어서야 합니다.
그래야 여러 방향에서 오는 차들이 엉키지 않고 안전하게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오늘은 제 생각도 정지 표지판을 앞에 두고 있는 듯 합니다.
그냥 멈추어 서서 작동을 안 하네요.
잠시 이대로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10/01/2010

한걸음 한걸음 주예수와 함께

<조선일보애틀란타>에 실린 사진입니다.

지난 주일 저녁, 아틀란타 밀알선교단이 주최한 “송정미와 함께 하는 밀알음악회”에 갔었습니다.
CCM, 찬송가, 가요, 팝송을 넘나들면서, 어려운 시절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소망을 전해주는 노래를 들려주셨습니다.

음악회에서 송정미 사모님과 관객이 같이 찬송가 456장 “주와 같이 길 가는 것”을 불렀는데 참 좋았습니다.
원래 찬송가 가사와 곡조를 살려서 송정미 사모님이 곡을 만드신 것 같습니다.
이 찬송가는 송정미 사모님의 찬양 CD 5집에 실려 있습니다.

1. 주와 같이 길가는 것 즐거운 일 아닌가
우리 주님 걸어가신 발자취를 밟겠네
한걸음 한걸음 주 예수와 함께 날마다 날마다 우리는 걷겠네

2. 어린아이 같은 우리 미련하고 약하나
주의 손에 이끌리어 생명길로 가겠네
한걸음 한걸음 주 예수와 함께 날마다 날마다 우리는 걷겠네

3. 꽃이 피는 들판이나 험한 골짜기라도
주가 인도하는대로 주와 같이 가겠네

주와 같이 길가는 것 즐거운 일 아닌가
우리 주님 걸어가신 발자취를 밟겠네
우리 주님 걸어가신 발자취를 밟겠네
우리 주님 우리 주님 걸어가신 발자취를 밟겠네

“한걸음 한걸음 주 예수와 함께
  날마다 날마다 우리는 걷겠네”
요즘은 찬송가의 이 가사처럼 살기를 아주 간절히 바라며, 애쓰고 있습니다.
예수님 아닌 조금만 딴 생각을 하면 모든 것이 다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찬송을 주셔서 감사!!!
지금도 우리 가족의 걸음을 인도하심을 믿으며 감사!!!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화와시니라”(잠언16:9)

9/24/2010

"HJ 스콘"을 친구와 함께

큰 아이는 아침 6시 20분쯤 스쿨버스 타고 학교에 가고, 다른 식구들은 아직 깨지 않은 조용한 시간,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려고 스콘을 만들었습니다.
빵을 워낙 좋아해서 저도 이른바 “빵순이”들 가운데 한 명입니다.
건강을 위해(!) 빵이나 떡에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 하는데 눈에 보이면 어김없이 손이 가있습니다.

언젠가 HJ 친구가 스콘을 만들어 주었는데 겉은 바삭바삭하고 안은 부드러운 것이 정말 맛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스콘 안에는 크렌베리와 호두가 들어 있어서 씹히는 맛이 상큼하고 고소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만드는 지 물어보았더니 아주 쉽다고 했습니다.

어느 날인가 스콘 생각이 다시 나길래 만드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친절하게도 직접 만들면서 가르쳐주었습니다.
확실한 요리법을 전수받은 거죠. *^^*

스콘 만드는 법이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은데, HJ 친구가 가르쳐 준 재료와 방법은 건강에도 좋고 간단해서 좋습니다.
친구 이름을 넣어 붙인 “HJ 스콘” 만드는 법을 소개를 해보겠습니다.


**재료
1) 중력분(all purpose, unbleached 밀가루가 좋습니다.) 2컵, 베이킹 파우더 1Tb, 설탕(흰설탕보다는 황설탕이나 꿀가루도 좋을 듯) 1/3컵, 말린 크렌베리 1컵, 호두 1/2컵
2) 헤비크림(Heavy Whipping Cream) 1+1/3컵
3) 가루설탕(powered Sugar) 조금

**만드는 법
1) 의 재료들을 골고루 섞어주는데, 포크를 이용하면 재료가 아주 착하게(호호호) 잘 섞입니다.
2) 1)에다가 헤비크림을 넣고 주물주물 반죽을 합니다.
3) 바닥(어디?)에 밀가루를 살짝 뿌려서 반죽이 묻지 않게 한 다음, 반죽 덩어리를 밀대로 밀어줍니다.
친구가 그러는데 피자 반죽 두께 정도라고 합니다.
4) 동글 넙적해진 반죽을 칼로 8등분을 합니다. 다 구워진 피자 자르듯이요.
5) 오븐용 쟁반에 반죽 조각들을 올려 놓고, 400℉에서 18분 굽습니다.
6) 노룻하게 구워진 스콘 위에 가루설탕을 솔솔 뿌려주면 끄~읏입니다.

스콘을 구워 따뜻할 때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빵 종류 가운데 유일하게(^^) 만들 수 있는 스콘을, 동생과 같은 친구들과 함께 먹으면서 내가 만든 거라고 뽐내기도 할 겸해서 부지런을 떨어봤습니다.
스콘이 구워지는 동안 오븐의 열기와 고소한 냄새가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기분을 들뜨게 합니다.
빵순이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친구들을 만나러 집을 나서보니 어느새 햇살이 많이 부드러워져 있음을 금방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녁 때 운동하는 시간 빼고는 요 며칠 집안에 콕 박혀있다 나와서 그런지, 집 밖 공기가 달라진걸 얼른 알아챈 것 같습니다.
자연에 새로운 색을 입히시는 하나님의 다정한 손길, 왠지 계절이 바뀔 때 느끼는 아련함, 그리고 아침에 구운 스콘을 가지고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기대감이 제 안에 가득합니다.

“HJ 스콘”이 궁금하시면 놀러 오세요.
기꺼이 만들어 드릴게요. ^^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모든 일을 오직 기도와 간구로 하고 여러분이 바라는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뢰십시오. / 그리하면 사람의 헤아림을 뛰어 넘는 하나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지켜 줄 것입니다.”(빌립보서4:6-7/새번역)

9/17/2010

열심히 살되 잘 살고 있나?

<나디아 코마네치>
중앙일보 스포츠 USA 어제 신문에 실린 기사 가운데, 체조 경기에서 만점을 받아 체조계의 전설로 알려진 나디아 코마네치가 김연아 피겨 선수에게 한 따뜻한 조언이 실렸습니다.

코마네치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체조 이단평행봉에서 사상 첫 10점 만점을 받았을 뿐 아니라, 7차례나 만점 연기를 펼쳐서 금메달 3개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4년 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 도전해서 금메달 2개를 다시 얻었답니다.

스페셜올림픽은 세계 지적발달장애인들의 스포츠 축제인데 코마네치가 바로 국제스페셜올림픽위원회(SOI) 부회장이라고 합니다.
2013년 대회 개최지로 평창이 선정되어 “스페셜올림픽 겨울대회 평창 유치 선포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 코마네치는 장래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김연아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했다고 합니다.

“(줄임) 만일 경쟁이나 금메달을 원했다면 더 도전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스케이팅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면 또 다른 도전을 해봐도 좋겠다. (줄임)”

그 기사를 읽으면서 지금의 저는 어떤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있나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삶의 우선 순위는 무엇이며, 하루 하루의 우선 순위도 잘 정해서 그렇게 살고 있나?
열심히 살되 잘 사고 있나?


산에 갔다가 어느 꽃에 유난히 벌과 곤충들이 많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꽃이 활짝 피거나 화려하지도 않아 꿀이 많아 보이지도 않는데, 보기와는 다른지 그 꽃 주변에는 어김없이 곤충들이 많았습니다.
참으로 열심히 일하는 곤충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을 열심히 하는 그 곤충들은 서로 어떤 관계를 이루고 살아갈까? 뜬금없이 궁금했었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의 조각들을 떠올리는 것은, 열심히 살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삶을 나누고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인격적인 관계를 만들며 살고 싶다는 바람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 때,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첫 장면에선가 나왔던 “너나 잘하세요!” 대사가 떠오릅니다.
정말 나부터 잘 해야 되겠지요….

“모든 겸손과 온유로 하고 오래 참음으로 사랑 가운데서 서로 용납하고 / 평안의 매는 줄로 성령의 하나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 / 몸이 하나이요 성령이 하나이니 이와 같이 너희가 부르심의 한 소망 안에서 부르심을 입었느니라”(에베소서4:2-4)

9/10/2010

내 희망은 그에게서 온다

<지인이 보내준 사진들입니다.>


11년 전쯤, 서울에서 살 때는 공동체로 “사는 것”에 참으로 관심이 많았습니다.
농촌의 생산자와 도시의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여 유기농 상품이나 친환경 생산물을 공정하게 거래하는 생활협동조합, 아이들 교육을 부모와 교육자가 함께 풀어가는 공동육아조합, 입양이나 위탁을 통해 여러 자녀들을 보살피고 홈스쿨링을 하는 가족공동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공동체….
이런 여러 공동체의 이웃,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정신과 하나님을 사랑하는 신앙이 보태져 도시에서 가능한 신앙공동체를 만들어보자며 남편과 친구 목사님이 공동목회를 하던 때였습니다.

공동목회보다 먼저 시작된 것은 공동육아였는데, 초등학교 가기 전 아이들을 가진 몇몇 부모들이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아빠들은 마음으로 힘이 되어주고(!?) 엄마들이 아이들을 직접 교육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엄마들이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 내용 가운데, 각자가 관심 있거나 전문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영역을 나누어 아이들과 놀면서 가르치고 배우는 품앗이 교육이었습니다.
노래와 놀이를 맡은 방글 엄마, 그림과 만들기를 맡은 색종이 엄마, 우리 가락과 악기를 가르치는 얼씨구 엄마, 나들이를 맡은 산들 엄마, 건강과 위생을 책임지는 ** 엄마(왜 생각이 안 나지? 미안...생각났음. 튼튼 엄마 ^^), 책 읽어주는 호호 엄마….

다 기억이 안 나지만 7~8가정이 늘 공동육아에 함께 했고 10가정쯤 되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3, 4년 지속되었던 공동육아의 경험은 교육을 통해 신앙인으로서 건강하게 살아보려는 노력들이었고, 교육 내용은 정말 창조적이어서 기쁘게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공동육아에 참여하던 아이들 가운데 저희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통지서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 즈음에 대안교육의 하나인 홈스쿨링 하는 여러 가정이 사례를 발표하면서 제법 큰 모임이 서울에서 만들어지고 있었고, 우리 가정도 그 대열에 끼어 있었습니다.
아이를 초등학교에를 보낼 것인지, 홈스쿨링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만 했습니다.

복잡한 서울, 넓지 않은 골목을 두고 마주 보는 집들이 촘촘하게 붙어있는 주택가, 여러 가구가 한 집에 사는 다가구 주택 2층, 거실 큰 창문 앞에 앉아 있던 어느 날이였습니다.
갑자기 제가 공중으로 붕 떠오르더니 점점 위로 올라가서 서울을 벗어나고, 한반도를 벗어나고, 지구를 벗어나, 우주의 어느 곳에 멈추었습니다.
그리고는 방금 전 제가 떠나온 지구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보이는 것은 여러 갈래의 길과 그 길들을 따라 움직이는 작은 점들이었습니다.
이렇게 갈라지고 저렇게 갈라진 길들은 아주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었는데, 그 모든 길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한 곳에서 만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라고 생각되는 아주 작은 점들이 길 위에서 옴지락거리며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창가에 앉아서 졸았던 것 같지는 않고 지금도 그 순간이 또렷하게 생각이 나는데, 아주 짧은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어느 선배님은 저의 그런 경험을 유체이탈(OBEs :Out of body experiences)이라는 그럴듯한 용어로 표현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어쨌든 왜 그때 그런 장면을 보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선택한 길들을 가게 되는데 결국은 한 곳에서 만나지 않던가? 그리고 수없이 많은 길들이 있는데 내 앞의 사람이 간 길이라고 해서 내가 반드시 그 길을 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
그리고 나서 첫째 아이의 홈스쿨링을 마음의 갈등 없이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남편이 사역하던 목회지가 옮겨지면서 공동육아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고, 첫째 아이는 10 살에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뒤늦게 들어간 초등학교 생활을 저희 아이는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지금은 아이 나이에 맞게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구요.


이제 새로운 모험의 길을 떠나야 하는 아니, 벌써 그 길에 들어서 있으면서, 오래 전 유체이탈의 경험이 생각났습니다.
그때는 의식의 수준에서 새로운 모험을 결심했다면, 지금은 감히 영적인 수준으로 통찰하고 싶습니다.
사람의 생각과 하나님의 뜻 사이의 경계에서 어정쩡하게 서성거리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내려놓고 온전히 하나님의 이끄심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떠나야 하는 길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찾아올 때면, 10년 전, 20년 전, 40년 전부터 지금까지도 한결같이 제 인생 가운데 펼쳐지는 온갖 모험을 지휘하셔서 감사할 수 밖에 없는 꼬~옥 알맞는 삶을 허락하시는 하나님을 기억하며, 그 믿음 가지고 나아가렵니다.
이 믿음 지킬 수 있게 기도를 부탁 드립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백창우

이렇게 아무런 꿈도 없이 살아 갈 수는 없지
가문 가슴에, 어둡고 막막한 가슴에
푸른 하늘 열릴 날이 있을 거야
고운 아침 맞을 날이 있을 거야
길이 없다고,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대, 그 자리에 머물지 말렴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그 길 위로 희망의 별 오를 테니

길을 가는 사람만이 볼 수 있지
길을 가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지
걸어가렴, 어느 날 그대 마음에 난 길 위로
그대 꿈꾸던 세상의 음악 울릴 테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이제부터 걸어갈 길 사이에
겨울나무처럼 그대는 고단하게 서 있지만
길은 끝나지 않았어, 끝이라고 생각될 때
그 때가 바로, 다시 시작해야 할 때인 걸.

“내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기다려라. 내 희망은 그에게서 온다. / 하나님만이 나의 반석, 나의 구원, 나의 요새시니,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시편62편5-6, 표준새번역)

9/04/2010

당신만은 못해요

<동서가 보내준 선물. 이밖에 재미있는 먹을 것(라면  ^^)도 한가득 있었어요.>

동서,
동서의 정성이 폴폴 묻어나는 물건들 잘 받았다고 이메일 보내놓고, 빠트린 말이 있어서 덧붙이려고 해.

동서가 한국에서 보내준 선물 상자가 우리 집에 도착하던 시간에 우리가 외출 중이었나 봐.
현관문에 노란 종이가 끼어있길래 빼서 보았더니, 동서 이름이 쓰여져 있고 우체국으로 찾으러 오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어.

다음 날 우체국에서 오라는 시간에 맞추어 한걸음에 달려가 큰 상자를 받아 왔어.
남편과 함께 선물 꾸러미들을 열어보며 웃기도 하고, 동서의 넉넉한 마음 씀씀이를 얘기하며 고마워했어.
나는 바로 이어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선물 상자 안에 들어 있던 CCM 가수 박종호 님의 CD를 들고 나왔어.

친구 집까지는 겨우 5분 남짓 걸리는 거리야.
그 짧은 시간 동안 그 CD를 들으면서 정말 목이 메어 혼났다.

“당신만은 못해요” -박종호

좋은 곳에 살아도 좋은 것을 먹어도
당신의 맘 불편하면 행복이 아닌 거죠
웃고 있는 모습이 행복한 것 같아도
마음속에 걱정은 참 많을 거예요

사랑도 나무처럼 물을 줘야 하는데
가끔씩 난 당신께 슬픔만을 줬어요
너를 사랑한다고 수없이 말을 해도
내가 내 맘 아닐 땐 화낼 때도 많았죠

세상 사는 게 바빠 마음에 틈이 생겨
처음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지만
이 세상의 무엇을 나에게 다 준대도
가만히 생각하니 당신만은 못해요

사랑해 난 널 사랑해
사랑해 난 널 사랑해


친구들 만나러 가는 길이어서 노래를 들으며 복받치는 감정을 꾹꾹 눌렀지, 그렇지 않았으면 어디다 차 세워 놓고 펑펑 울고 싶더라구.
처음 듣는 노래이니 가사도 낯설고 가사 내용도 음미할 겨를도 없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집에 돌아와 CD 케이스 안에 들어 있는 설명을 보니, 어려운 생활로 사랑하는 아내에게 지키지 못한 약속을 안타까워 하면서 아내를 사랑한다는 마음이 담긴 노래더라구.
글을 쓰고 곡을 만든 사람은 대중가요 “사랑으로”를 부른 김종환 님이고.-박종호 님과 김종환 님은 남편이 오래 전부터 좋아하던 가수들이야.*^^*
또, CCM과 대중가요를 crossover한 음반인 것도 알게 되었어.
배경을 알고 남편과 함께 다시 들어보았어.
아내를 향한 사랑의 노래가 듣는 이에게 위로가 되어, 마음 속으로 은근히 스며드는 매력이 있는 노래인 것 같아.

동서가 보내준 CD를 포함하여 다른 여러 가지 선물이 우리 가족에게 큰 기쁨과 위로가 되었어.
고마워.

동서의 베푸는 손길에 하나님의 더 큰 채우심이 있기를 바라며….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의 가운데에 계시니 그는 구원을 베푸실 전능자이시라 그가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말미암아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 하리라”(스바냐 3:17)

8/27/2010

걷는 것도 감사해라



요즘 걷는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공원에 가서 걷기도 하고 동네를 돌기도 합니다.
팔을 앞뒤로 힘차게 흔들며 조금 빠른 걸음으로 30분쯤 걷습니다.

그러면 땀이 흐르고, 숨도 가쁘고, 얼굴도 빨개집니다.
게다가 온몸에 땀띠까지 확 솟습니다.
2년 넘게 운동을 하지 않았던 까닭인 것 같습니다.

같은 곳을 여러 번 돌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정리하면 어떨까 했는데 걷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저 제가 목표한 운동량을 채우려는 생각 밖에 없습니다.
단순해지는 시간입니다.

경기장 둘레를 5바퀴 도는 것이 목표입니다.
금요일 오후에는 꼬마들 풋볼 경기가 있는데 다른 평일에는 시합이 없기 때문에, 사람도 별로 없고 경기장 뒤쪽 길은 작은 숲이 옆에 있어서 어두워지면 혼자 걷는 것이 살짝, 아니 조금 많이 무섭습니다.-별로 쓸데 없는 겁이 많아서요. --;;

어떤 날, 조금 늦게 공원에 간 적이 있습니다.
2 바퀴쯤 돌았는데 금새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가끔 뵙는 어느 나이 많으신 부부도 운동을 마치고 돌아갑니다.
어쩌나, 하고 있는데 몸집이 뚱뚱한 여성 한 분이 트랙에 들어섭니다.
잘 됐다, 하며 한 바퀴를 더 돌았는데 그 여성이 안 보입니다.
또 어쩌나, 하는데 애완견을 데리고 나온 아저씨가 개에게 앉아라, 기다려라… 하며 훈련을 시킵니다.
잘 됐다, 하며 4 바퀴째 돌았습니다.
그 아저씨도 보이지 않을 때쯤 어디선가 한국말로 말씀을 나누시는 아주머니 세 분이 나타나 안녕하세요, 합니다.
그래서 5바퀴를 채웠습니다.
호호호, 모두 고마워라!

나름대로 정한 운동량을 채우고 나면 작은 성취감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면 요즘은 구름만 가득할 때가 많고 완전히 어둠으로 덮이지 않아서 그런지 별도 잘 보이지 않으나, 짙어지는 어둠을 포함하여 온 우주를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숨결을 가만히 느껴봅니다.
사실 잘 느껴지지 않지만 저의 느낌과 상관 없이,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기대하는 이들을 위해 일하고 계시겠지요.
호호호, 정말 고마우셔라.

그 동안 일상 속에서 모든 일들을 긍정적으로, 은혜로 고백하려 애썼던 믿음이 요즘은 더욱 필요한 때입니다.
걸을 수 있을 때 걸으면서 몸도 마음도 영혼도 더욱 든든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핑계- 지난 주에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이 잘 안 돼서 블로그에 들어와 보지도 못했습니다. 히히히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치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식물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찌라도 / 나는 여호와를 인하여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을 인하여 기뻐하리로다 /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라 나의 발을 사슴과 같게 하사 나로 나의 높은 곳에 다니게 하시리로다”(하박국 3:17-19)

8/13/2010

김치 맛이 깊어져 간다면

엄마께

안녕하세요?
한국은 많이 덥고 비도 많이 오는 것 같은데 가족들 모두 어떻게 지내세요?

조카들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 지 꽤 여러 날 되었네요.
엄마나 어머님이나 아이들 돌보느라 수고했다, 말씀해 주셨는데 아이들이 저한테 준 것도 많아요.
많이 웃게도 해주었고, 말도 많이 하게 해주었고, 김치도(!) 여러 번 담그게 해주었요.

한국에서는 어머님이 김치가 떨어지지 않게 담궈 주셔서 내가 김치를 해 볼 기회를 주시지 않았잖아요.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되서는 왠지 김치는 직접 만들어 먹어야 될 것 같아 엄마한테 몇 번씩 전화해서 물어보고 그랬구요.
하지만 두어 번 만든 김치가 도무지 맛이 없어서 찌개로 끓여 먹었어요.
그래서 김치 만들기를 일찌감치 그만두고, 그 동안 식품점에서 파는 김치를 사다 먹거나 누군가 김치를 나눠주면 큰 선물 받은 것처럼 좋아하며 맛있게 먹었어요.

그러다가 올 여름 조카들이 온다기에 직접 담근 김치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김치 담그기에 다시 도전을 했어요.
먼저 조금 쉬운 겉절이를 했어요.
바로 이어 배추 2포기를 잘라서 담그는 김치를 해 보았어요.
그런데 김치 냄새가 이상한 거에요.
새우젓과 까나라리 액젓을 넣었는데, 그 중 까나리 액젓이 오래 되어 그런가 하고 새 액젓을 사서 다시 담궈보았어요.
그래도 김치 맛이 산뜻하지가 않았어요.
엄마한테 전화로 물어봤더니 여름 김치에는 새우젓을 넣지 않는다고 알려주셨잖아요.
양파도 넣고, 설탕도 조금 넣어보라고요.

엄마의 충고에 힘입어 큰 맘먹고 배추 1상자를 샀어요.
크고 작은 배추 9포기 가운데 상한 것을 다듬어 버리고, 완전히 상한 1포기도 버리고 5포기를 새우젓을 넣지 않고 만들었어요.
아이들 보고도 맛과 간을 보아달라고 했더니, 고춧가루를 조금 더 넣으면 좋을 것 같다는 둥 익으면 맛이 있을 것 같다는 둥 하며 저한테 용기를 줬어요.

네 번째 담근 김치는 제법 향이나 색깔이 김치 같아서 밥상에 자신 있게 내놓았어요.
그런데 김치가 별로 인기가 없는 거에요.
아이들이 하는 말이 시골 할머니가 담궈 주신 아삭아삭한 김치가 먹고 싶다, 그러는 거에요.
이그그. --;;

그래서 어떻게 했는 줄 아세요?
“얘들아, 남아 있는 배추로 다시 한번 만들어줄게.” *^^*

이번에는 새우젓도 넣지 않고, 까나리 액젓이 아니라 교회 권사님이 알려주신 어떤 액젓을 넣고, 양파와 설탕을 넣어 남아 있던 배추 3포기로 뚝딱 김치를 만들었어요.
두 달이 채 안 되는 동안 김치를 다섯 번째 해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어렵게 느껴지지도 않는 거에요. ㅎㅎㅎ

제가 먹어본 바로는 김치 맛이 훨씬 나아졌어요.
가족 누구도 맛있다고 말해준 사람은 없지만요. *^^*

엄마, 나 시간 나면 김치 또 담글 거에요.
어쩌면 사다 먹을지도 모르구요.
어쨌든 내가 담근 김치 맛이 깊어져 간다면, 그건 미국에서 살아가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는 것과 같은 뜻이 될 거에요.
엄마나 어머님처럼 맛난 김치 만들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요.

엄마,
오늘 따라 엄마가 해준 마늘쫑 조림도 먹고 싶고, 고추장으로 양념한 시금치 무침도 먹고 싶고, 명절 뒤에 남은 음식을 모아 끓인 잡탕찌개도 먹고 싶네.
먹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더 먹고 싶다.
나중에 한국 가면 많이 많이 먹어야지~.

가족 모두 건강하세요.
이제 말복도 지났으니 곧 서늘한 바람 불겠죠.

여러 모로 모자란 딸 올림.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요한복음 3:16)

8/06/2010

고마운 테니스 시간


강산이가 일주일에 한번씩 테니스를 배우고 있습니다.
처음 해보는 운동이라 좋아할지 어떨지 모르고 얼떨결에 시작했습니다.
테니스를 시작한 지 10 주쯤 된 것 같은데, 테니스 하러 가는 날을 언제나 기다리고, 운동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며, 공도 제법 그럴듯한 자세로 잘 칩니다.


강산이에게 테니스를 지도해 주시는 최코치님은 밀알선교단을 통하여 만나게 되었습니다.
코치님의 귀한 레슨 시간을 나누어 장애우 10 여명을 위해 자원 봉사하시는 것입니다.
왠지 운동하시는 코치님들은 무서우실 것 같았는데, 첫 시간부터 우리 아이들에게 털털하게 대해주셔서 강산이만 봐도 얼마나 편안해 하는지 모릅니다.


또 아이들이 테니스 하는 동안 공을 주워 모으거나 레슨이 끝난 아이들과 잠깐 동안 테니스도 쳐주는 고등학생 자원 봉사자들도 있습니다.
정말 훌륭한 학생들입니다.
코치님께 감사한 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학생 자원 봉사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의 마음입니다.

정말(!) 이상하게도 테니스 하는 날 그 시간이 되면 하늘에 구름이 많이 껴서 흐려지거나 비가 와서 운동을 못하기도 하고, 여러 명이 레슨 시간을 나누다 보니 시간이 짧게 할애되어 아쉬운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강산이가 마음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땀 흘리며 운동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같이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으니 나의 사랑 안에 거하라 / 내가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의 사랑 안에 거하는 것 같이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거하리라 / 내가 이것을 너희에게 이름은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어 너희 기쁨을 충만하게 하려 함이니라”(요한복음 15: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