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다가 문득 드는 생각에 찍어봤어요.>
장보러 갔다가 쌈으로 먹는 여러 가지 어린 잎들을 섞어놓은 야채 한 통(Spring Mix)을 샀습니다.
요즘은 야채류 먹는 재미를 붙여보고 있기에, 그 통이 커서 담겨 있는 쌈 잎이 너무 많아 보였지만 가격도 싸게 팔고 그날 따라 눈에 띄길래 하나 사봤습니다.
집에 가져와 냉장고에 넣으려고 보니 통이 길어서 공간을 많이 차지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냉장고 안의 그릇들을 한쪽으로 밀고 길쭉한 통을 세로로 밀어 넣었습니다.
다음 날, 점심에 먹으려고 야채통 뚜껑을 열어보니 이게 어찌된 일인지 냉장고 안쪽으로 향해 있던 통 뒷부분의 쌈 잎들이 얼어 있었습니다.
이런 이런 아까워라….
못 먹겠구나 싶어, 앞쪽에 얼지 않은 잎들을 어느 정도 덜어내어 겨자 소스를 만들어 버무려 먹었습니다.
아직도 꽤 많은 잎들이 남아 있습니다.
저녁 때, 남아 있는 쌈 잎을 또 한 번 먹으려고 통을 꺼냈습니다.
통 뒤쪽에 있는 잎들은 어차피 얼어서 못 먹을 것이고, 얼지 않은 통 앞쪽에 있는 잎들을 살펴보니 그것들도 어느새 상태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마치 오래된 이파리들이 상해서 흐물흐물해지는 것처럼, 어떤 쌈 잎들이 그렇게 되어 다른 잎들에 군데군데 붙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먹을만한 것들을 골라 먹는데, 절반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나머지를 버려야 되니 너무 아깝고, 어떻게 사온 지 이틀 만에 이렇게 상하나 하는 생각에 언짢기도 했습니다.
소스에 버무린 쌈 잎을 먹다 보니 맛은 꽤 괜찮아서 좀 더 먹었으면 하는 얄궂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야채통 뒤쪽에 얼어 있는 쌈 잎들을 들쳐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 먹다 말고 불쑥 일어나, 버려야 될 것 같아 싱크대 위에 그대로 두었던 통을 열어 얼은 잎들을 걷어내고 보니 거기에 글쎄 아직도 싱싱한 쌈 잎들이 남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위에 얼은 잎들이 오히려 아래쪽 잎들을 싱싱하게 지켜주었나 봅니다.
우와~
마치 대단히 몸에 좋은 식물을 발견한 것처럼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마 더 먹고 싶었는데 필요한 만큼 가져다 먹을 수 있어서 좋았을 겁니다. ^^
그리고 얼어버린 잎들 아래에서 찾아낸 싱싱한 잎들을 보며, 마치 지금은 소망이 보이지 않는 듯 잠잠히 있으나 그 아래에는 영과 육이 더욱 강건해지고 풍성해지는 저희 가족의 모습인 듯 하여 좋았을 겁니다. *^^*
“여호와를 의뢰하여 선을 행하라 땅에 거하여 그의 성실로 식물을 삼을지어다 / 또 여호와를 기뻐하라 저가 네 마음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리로다”(시편3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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