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6/2010
책에 푹 빠지다『바람의 화원』그리고...
지난 열흘 동안, 마음에 품은 뜻을 이루어 내는 청년들을 만나며 그들의 관계 속에서 달콤하고, 가슴 두근 거리고, 통쾌한 이야기들 속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호호호.
그 아름다운 청년들을 만난 곳은 바로 소설 책에서였습니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2』, 정은궐 지음, 파란.
『바람의 화원 1,2』, 이정명 지음, 밀리언하우스.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제레미 머서 지음, 조동섭 옮김, 시공사.
앞의 두 소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과 『바람의 화원』은 각각 성균관과 도화서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엮어가는 것을 빼고 나면 공통점이 여럿 있는데,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조선시대 정조 임금 시절이 배경인 것.
주인공 가운데 한 사람은 남장 여인인 것.
그래서 동성애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더 찐한 이성간의 가슴 떨리는 사랑이 전반에 흐르는 것.
남장을 할 수 밖에 없는 시대적인 아픔이 있으나 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하는 여인들.
권력과 돈에 휘둘리지 않는 청년들의 푸르른 기개.
그런대로 해피엔딩인 것
그리고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었다는 것.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은 몇 주 전까지 방송되었었고, 『바람의 화원』은 2008년도에 방송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방송으로 봤더라면 이번에 책으로 읽을 일이 없었을 텐데, 다행히도(저한테는) 드라마 대신 원작을 단숨에 읽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원작만한 드라마, 영화, 연극‧‧‧은 만들기 어렵다는 생각이 조금 있어서…. ^^;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은 위의 소설 책들을 빌려주신 분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소설은 아니고, 지은이의 회고록입니다.
처음에는 <셰익스피어&컴퍼니>라는 서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파리의 자유분방하고 낭만적인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읽어갈수록 이 서점을 설립한 조지 휘트먼의 정신에 따라 일상 생활의 규칙과는 다른 삶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돈 없고 갈데 없는, 한편으로는 조지의 생각에 꿈이 있다고 판단되는 청년들을 재워주는 서점.
샤워실은 따로 없으며, 빵 부스러기나 비닐 봉투 하나도 아껴 써야 하는 서점.
서점에서 자는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한 시간씩 일하는 서점.
-일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하루에 한 권 책 읽기를 요구하는 서점….
조지의 신념에 따라 요즘도 만들어져나가는 70 여년쯤 된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전 세계 작가들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문학의 박물관이자 휴머니즘의 성지"(책표지)라고 합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한 권의 책 『오가닉 처치』(닐 콜 지음, 정성묵 옮김, 가나)를 거의 다 읽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교회에서 어떻게 사역할 것인지 남편과 그 방향을 공유하기 위해 읽고 있습니다.
오늘 낮까지도 섭씨 20도를 넘나드는 늦가을 날씨 덕분에, 이층 창문으로 내리비치는 따사로운 햇빛이 독서하기에 좋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먹는 시간만 제대로 지키고 나머지 시간은 그저 앉아서 책만 읽었습니다.
졸려서 어쩔 수 없이 자야 하는 시간 빼고는 책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책 내용이 재미있어서 손이 저절로 책으로 갔습니다.
무척이나 한가로워 보이는 독서 풍경이지만 제 자신에게 쉼을 선물로 준 시간이었습니다.
실력이 쉽게 늘지 않는 영어를 붙잡고 있다가, 그 동안 얼마나 달라졌나 테스트할 기회를 한번 가져보고 나서 한 숨도 돌리고, 새롭게 사역할 곳이나 경제적인 형편에 대한 갑갑함에 움츠러든 어깨를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희망 가득한 새해를 맞이하려면 올해 마지막 달도 마무리를 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저것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다시 묵직해집니다.
그래도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엄청 감사합니다.
해야 할 일들을 소설 책 읽는 것처럼 신나게 푹 빠져서 해봐야겠습니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 괴로움은 그날에 족하니라”(마태복음6: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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