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메리의 자연 환경을 보면 산이 없는 평야 지대이다. 내륙이다보니 바다하고도 멀리 떨어져 있고 강도 보기가 쉽지 않다. 다만 다운타운 언저리에 있는 리버프런트 공원(Riverfront Park)에 가면 굽이굽이 흐르는 앨라배마 강의 어느 한 자락를 감상할 수 있다. 숲길 걷기를 좋아하는 우리 가족에겐 산이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
대신에 새벽기도가 끝나고 나서 남편과 함께 교회 주차장을 여러 바퀴 돌곤 한다. 건강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싶기도 하고 두서없는 얘기를 떠들기도 하고. 교회 옆에 공원이 있긴 한데 짧은 거리라도 자동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니 귀찮기도 하고 2-30 여분 걷기를, 이동하는 시간에 조금 더 걷기로 했다. 이곳은 겨울이 우기라 그나마도 비가 오면 걷지를 못한다. 그래서 조금 추워도 비가 오지 않으면 옷을 더 껴입고 걷는다. 어둑해도 우리 교회 앞이니 마음이 더 없이 편안하다.
우리는 생활 영역을 넓혀 몽고메리를 벗어나 산을 찾아보기로 했다. 주립공원은 일반 공원보다 자연이 더 잘 보전되어 있을 터이다. 집에서 자동차로 50분쯤 걸리는 쉐와클라 주립공원(Chewacla State Park)을 찾아갔다. 이 공원은 어번대학교와 자연 환경, 그리고 도시가 오밀조밀 어울려 있는 어번시에 자리하고 있다. 일단 입장료는 12-61세는 4달러이고 나머지 나이대는 2달러이다. 3세 이하는 입장료가 없다.
이왕 산을 다닐거면 1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통행증을 구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통행증을 가지고 있으면 해당하는 주에 있는 어느 주립공원이든지 일 년 동안 횟수에 상관없이 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쉐와클라 공원 입구에 도착하여 표를 사는 곳에서 물어보니 다른 주에서 경험했던 것과는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가족이 이용하려면 155달러이고, 쉐와클라 주립공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담당자가 알려주었다. 통행증의 가격도 꽤 비싼 편이고, 우리 세 식구가 이 공원만을 일 년에 10번 이상 올 것 같지 않아 구입하지 않기로 했다.
매표소를 지나 자동차로 들어갈 수 있는 데까지 가면서 둘러보기로 했다. 이동하는 동안 시선을 끄는 것이 없어 끝까지 가보니 넓은 주차장이 나왔다. 인권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님을 기념하는 공휴일(Martin Luther King Jr. Day)이라 그런지 차들이 꽤 많이 주차되어 있었다.
차에서 내려 숲 속을 걷기 전에, 트레일을 안내하는 지도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지도가 따로 설치된 것도 보이지 않았고 게시판도 텅 비어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가지가 다 잘려 생뚱스러운 나무였다. 그 나무에 폭포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팻말이 달려 있었다. 이 공원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에게 안내 팻말을 발견하도록 하는데 가지가 없어 초라해 보이는 나무가 얼마간 도움을 줄 것 같긴 하다. 우리는 그 표지를 따라 폭포 쪽으로 길을 잡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큰 물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폭포가 나타났다. 무어스 밀 강(Moores Mill Rivers) 하류를 댐으로 막아 호수를 만들고 거기서 흘러내리는 물이 폭포가 된 것이다. 물빛도 흙탕물처럼 탁하고 근사한 모습의 폭포는 아니더라도 그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도 잠시 그곳에 머물렀다.
폭포를 등 뒤로 하고 강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갔다. 그러자 무어스 밀 강과 쉐와클라 강이 만나 섞이는 곳에 이르렀다. 무어스 밀 강이 끝나고 쉐와클라 강줄기가 더 넓어진다. 스스로 변화하여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자연을 만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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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릴 적 김포 문수산에서.
멀리 보이는 강화대교. |
쉐와클라 공원이 품은 산은 낮다. 한편 길에는 바위와 돌들이 많다. 낙엽만 있어도 걸음을 편안히 내딛지 못하는 산이는 바위가 나타나면 아빠의 두 손을 잡고서야 걸음을 옮겼다. 산이가 어렷을 적에는 남편이 등에 업고서 산을 오르내렸다. 특히 왼발이 약해서 그랬었는데, 이제는 제 두 발로 걸어 산을 오르내리는 아들을 늘 대견해한다. 간혹 산이가 폴짝 뛰어내리기라도 하면 칭찬이 만발한다.
“잘했어! 이런 데 자주 오면 평행 감각도 생기고 좋겠어!”
산이가 이런 길을 한 두 번 오간 것이 아닌데 새삼스럽기는... 산에 자주 오자는 얘기를 '산'이를 핑계 삼아 하고 있는 것 같다. 뭔가 결심하기까지 남편에 비해 시간이 더 걸리는 나를 염두해 둔 말이다. 아들은 아빠를 믿고 의지하고, 아빠는 그런 아들을 흐뭇하게 여기며 도와주는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자니 이것이 천국 아닌가 싶었다.
언젠가 산이가 영화 트랜스포머를 집에서 DVD로 보다가 한 말이 생각난다. 정의와 생명을 존중하는 오토봇의 수장인 옵티머스 프라임과 악의 무리인 디셉티콘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마구 싸우는 장면이었다. 옵티머스 프라임이 힘에 부치는지 “오 갓(oh God)!” 이라고 말한다. 산이는 갓(God)이라고 말하므로 거기가 하늘나라라고 말했다. 그리고 옵티머스 프라임을 도와주러 오토봇이 나타나자 오토봇끼리 도와주기 때문에 하늘나라란다. 산이는 죽을둥살둥 싸우는 모습 속에서도 하늘나라를 보고 있었다.
우리 교회 아동부에는 조이플 성가대가 있다. 올해 아동부 부장을 맡은 집사님은 조이플 성가대의 찬양이 은혜가 되었단다. 그래서 아이들이 찬양하는 동영상을 교회 홈페이지(http://www.montgomerykmc.org/)에 올리도록 관리자에게 부탁을 하셔서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하셨다. 부장님은 카톡을 통해 매주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휘하고, 반주하고, 동영상을 찍는 선생님들의 수고에 감사를 전했다. 더 나아가 매주 성숙하고 멋져지는 아이들의 찬양 모습을 주변에 알려가자고 하시며 본인은 무척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주님 안에서 서로 의지하고 돕는 관계 속에는 하늘나라가 있다. 그런 관계로 이어진 사람들은 사랑, 생명, 정의와 같은 높은 가치를 실천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행복하고 평온하며 기쁨을 누리게 된다.
강을 따라 얼마큼을 가니 산 위로 가는 길이 보였다. 등산이라고 하면 보통은 산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코스인데 이번에는 거꾸로 내려갔다가 올라왔다. 올라오는 길은 짧은 거리라도 가파라서 숨을 헐떡거렸다. 차가운 겨울 공기가 상쾌하게 얼굴에 와 닿으니 거친 호흡이 금방 진정되었다. 하늘은 몹시 파래서 눈도 깨끗해지는 느낌이었다.
하루의 하늘나라가 하나님이 주시는 은총 가운데 나날이 확대되어 나가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