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제공하는 아파트에서 잠시 머무르게 된 윤이 > |
둘째 아들이 돌아왔다.
아버지의 재산을 탕진하고 거지가 되어 돌아온 성경 속 탕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4년
동안 집을 나가 대학교를 잘 마친 어엿한 청년이면서 동시에 아직도 부모에겐 투덜이 아이인 나의 둘째
아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온 이야기다. 올 여름 우리 집에서 가장 큰 사건이다. 집에서 먼 곳에 취직하려나 싶었는데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회사에 취직이 되었다.
둘째 윤이의 취업을 위하여 한국에 계신 할머니들과 우리 부부는 열심히 기도했었다. 우리는
하나님 자녀인 윤이에게 맡기신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는 곳, 믿음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 하나님 나라를 위해 쓸 수 있게 돈을 잘 벌 수 있는 곳으로 보내주시길 바랐다. 윤이가 취업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하나님의 계획은 무엇일까 더 생각하게 되었다.
윤이 소식을 들은 여러 교우들과 친구들은 아들이 곁으로 와서 좋은 지 나쁜 지 묻곤 한다. 좋기도
하고 불편한 것도 있어 난 얼른 대답을 못하고 좋지요…, 하고 만다. 내 대답을 듣는 이들도 당연히 좋을 거라는 반응을 예상했는지
말끝이 흐려지는 이유를 다시 묻는 이가 없다. 사실 모든 걸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으면 나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약간의 불편도 오히려 유익하다.
아무래도 가까이에 있으면 일상생활에 간섭하게 된다. 아들에겐 짜증나는 잔소리이고 나에겐
서운한 대거리가 될 수있다. 얘기하다 보면 아들은 직장에서, 우리
부부는 교회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서로에게 얹어줄 가능성도 매우 높다. 멀리 살면 모르고 지나갈 일도
시시콜콜 알게 되리라. 하지만 자기방어에만 급급해하지 않고 자기성찰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부모 세대와
청년 세대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 것이 분명하다.
크든 작든 셋이 혹은 혼자 사용하던 공간을 넷이 함께 나누어야 한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빌린 기간도 다 되어가고, 네 사람이 사용할 공간이라는 그럴듯한 핑계를 내세워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려고 준비중이다.
자녀가 하나이다가 둘째가 태어나면 일이 세 배(두 배가 아니다!)가 된다고 흔히들 말한다. 아이가 둘이 되면 가족 사이에서 발생하는
경우의 수가 두 배 이상이기 때문인가 보다. 나에게도 세 배로 늘어난 가사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하도 의자에만 앉아 있어서 몸에 살들이 다정한 척 눌러 앉아가는데, 하는
일이 늘어나면 열량 소비도 많아지고 살들도 적당히 떨어 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집 나갔던 아들과 다시 같이 살게 되어 좋은 점은 더욱 많다.
다른 가족과 친척이 없는 타국에서 네 식구라도 같이 있게 되어 든든하다.
동생을 그리워하는 형의 슬픔을 씻어준다.
엄마에게 용돈 그리고 차를 사 주겠단다.
십일조 하려는 교인이 한 명 늘어났다.
아들에게 교회 사역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교회 청년들을 모을 씨앗이 생겼다.
아들 곁에 하나님을 믿는 직장 선배들이 여럿이다.
……
남편에게도 물었다.
“윤이가 돌아와서 좋은 점, 세 가지만 말해보시오.”
“가족이 모여 살게 된 것, 가족과 교회의 미래가 확 열리는 것, 형이 좋아한다.”
남편은 고민 없이 단숨에 대답했다. 세 가지 중 두 가지는 나와 겹쳤다. 두 번째 대답은 너무 추상적이라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남편은
말 그대로라며 웃었다.
“그럼 안 좋은 점 세 가지만
말해보시오.”
다시 남편에게 물었다. 이번에도 질문이 끝나자마자 대답이 돌아왔다.
“안 좋은 점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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