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있는 사철나무 꽃. 향기가 엄청나다.> |
부활주일을 앞두고 21일 특별기도회를 하고 있다. 이제
며칠 안 남았다. 기도회는 새벽과 아침 시간에 모인다. 여러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두 번의 기도 시간을 두었다. 각자 원하는 시간에 기도하고 있다.
난 평상시에 새벽 기도를 드리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에 하던 대로 기도하면 되려니 했다. 그런데
남편인 목사님은 아침 기도회에도 참여하는 것이 좋겠단다. 어떤 일보다 교회 모임을 우선시하기로 마음먹고
있는 터라 목사님 말씀을 따랐다.
새벽 기도회는 특별기도회 기간이라도 나에겐 특별한 것은 별로 없다. 보통 때 성경을 차례대로
읽어가던 것을 접어두고 선포되는 말씀이 요한복음이라는 것만 빼고는 말이다. 기도는 여전히 읊조리듯 드리고. 그런데 아침 기도회는 새벽과 사뭇 다르다. 찬양도 여러 곡 부르고
기도도 소리를 내어 크게 기도한다. 새벽에는 말없이 가만히 있으면서 생각이 정리되거나 무엇인가 깨닫게
되기도 하고 깜빡 졸기도 한다면, 아침에는 생각을 말로 끄집어내어 기도하다 보니 정신이 희미해질 틈이
없다. 하루에 색다른 기도회에 두 번 참여하는 올해 사순절이 나에게 특별하긴 하다.
기도하는 시간이 좀 더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특별한 것이 하나 더 있다. 21일 기도회가
끝나가는 지점에 이르고 보니 교회를 위해 기도할 때 느껴지는 간절한 마음이다.
우리 교회는 신앙 생활에 도움이 되는 물리적인 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세심히 살펴 신앙 생활을 바르게 하도록 안내하시는 목사님이 두 분이다. 예수님이
중심이 되시는 건강한 교회를 만들어 갈 젊은 에너지를 가진 삼, 사십 대 교우들이 많다. 재정은 자립 된다. 우리 교회 건물은 아니지만 거의 주인처럼 성공회
교회를 사용한다. 멀지 않은 날에 더욱 마음 편히 교회 건물을 사용하고 공간도 넓혀 가리라 기대하고
있다.
교회 모임 때마다 여러 손길들이 커피와 차를 준비한다. 함께 성경공부를 하며 자신의 삶을
기꺼이 나눈다. 중장비를 끌고 와 주차장에 쌓인 토사를 치우고 교회 텃밭을 일구어 놓는다. 주일 예배를 위해 꽃으로 강단을 장식한다. 어떤 이들은 한 동안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쌓인 미끄럼틀을 닦아내고, 어두운 아이들 예배실에 전등을 달아주고, 교회 주변 넓은 잔디를 깔끔하게 다듬어 놓는다. 안전한 환경을 위해 경비를 서기도 하고 CCTV도 설치한다. 주일 친교를 위해
많은 양의 점심을 만든다. 교사와 성가대의 부지런한 봉사도 빠뜨리면 안 된다. 그리고, 그리고… 작은 일에 충성하는
수많은 헌신과 봉사가 교회에 가득하다.
김포로 목회하러 갔을 때였다. 교회의 모든 상황은 바닥이었다.
남아 있는 교인 일곱 명만이 전부였다. 눈만 감으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눈물이 뜨겁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누가 뭐라거나 말거나 기도하는
자리에만 가면 교회를 위해 목놓아 부르짖었다. 살려주세요, 우리
교회 살려주세요. 기도하다 보면 머리통이 열기로 가득 차오르고 눈알이 빠질 것 같았다. 정말 감사하게도 교회는 점점 회복되었다. 애통하며 기도하게 하심도, 그런 과정을 통해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더욱 견고하게 하심도 모두 그 분의 뜻이었음을 나중에 깨닫게 되었다.
예전과 달리 지금 우리 교회는 객관적인 상황이 좋은 편인데 기도하면 또 눈물이 난다. 하나님께서
교회를 사랑하는 교우들의 마음을 받아 주시고 그들을 기억해 달라는 호소가 자꾸 나온다. 하나님의 자비를
바라나 보다. 가만 엿들어보니 남편의 간절함은 어떻게 해야 우리 믿음이 새로워지고 굳건할 수 있는지, 우리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는 것 같다. 나에겐
너무 무거우나 거기에도 기도를 보태 본다. 교회를 위해 흘릴 눈물이 아직 남아 있음을 발견한 이 십자가와 부활의 절기가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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