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북쪽과 남쪽 지역을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섭씨 영하 30도에 히터를 틀기도 하고 영상 25도에 에어컨디션너를 틀기도 하는 엄청난 기온 차이를 체험하였다. 춥고 더운 기온과 장시간 자동차 안에 있다보니 목이 잠긴다. 몸이 지쳤다는 신호다.
2019년 1월29일 시카고. 듣던 대로 시카고는 길에 쌓인 눈을 참 잘치운다. |
시카고에서는 내가 살고 있는 미국 남부에선 보기 힘든 많은 눈을 5년만에 보아 설레기도 했고 동시에 바람의 도시(The Windy City)라는 별명답게 매서운 칼바람이 더해진 맹추위도 맛보았다. 콜럼비아는 어찌 그리 날씨가 좋던지 겨울 겉옷이 필요없는 시원한 날씨가 상쾌했다. 어디론가 떠났다가도 마침내는 돌아와야 하는 목적지가 된 몽고메리는 습기가 있는데다 기온이 높아 봄인듯 여겨졌다.
시카고에서는 '변화 속의 리더십'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미국에 사는 한인 목회자로서의 정체성과 앞으로 어떤 목회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도전이었다. 남편은 앞으로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안에 한반도가 통일이 되고 한반도의 젊은이들이 역량을 발휘하기 위하여 세계 곳곳으로 흩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럴 때 그들이 역사의식을 가지고 세계를 위하여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이민목회자로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그들과 나누는 역할을 감당해야겠단다. 이 각오는 우리 교회가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실천으로 어떤 선교와 교육...을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기도 하다.
몽고메리에서는 개인의 고난과 절망이 예수님의 사랑을 힘입어 회복되는 메세지를 들었다. 언제나 예수님은 진리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교회의 찬양팀, 여선교회의 간식, 아동부 교사들의 어린이 돌봄, 연합성가대에 참여한 성가대원들까지 모두 기도하며 협력하는 모습이 은혜스러웠다.
콜럼비아에서는 목회하던 교회의 두 장로님 안수식에 참여하였다. 콜럼비아제일교회에 대한 목회를 마무리하는 듯한 예식이었다. 헤어진 지 5개월 동안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교우들도 있었으나 최선을 다해 그들만의 이야기로 남겨두고 떠나왔다.
나보다 먼저 아들 산이의 목이 깊이 잠겼다. 산이의 기침은 거칠고 무겁다. 우리 부부는 산이가 목을 쉬게 가만 두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산이는 집에서는 물론이고 교회 모임이나 예배 찬양하는 시간에 마이크를 놓지 않는다. 기침이 심하면 예배에 못 갈 수도 있겠구나 싶은데, 산이는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으며 자신의 목을 달랜다. 기침이 나오려고 하면, “아, 괜찮아. 괜찮아~” 하며 목을 쓰다듬는다. 목과 가슴을 쓸어내리는 산이의 손은 간절하다.
예배 시간 중에 산이가 그렇게 기침을 하다가 토할까 봐 걱정이다. 아직까지 그런 적은 없으나. 남편이 산이에게 예배 시간에 앞에 앉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나 보다. 그랬더니 잠 자기 전에 남편에게 쪽지 하나를 주고 들어가더란다. 내용은, 아빠한테 미안하지만 약 먹고 다음에도 또 예배에 갈거라는 것이다. 아, 예배와 찬양을 이렇게 좋아하는 산이를 어떻게 가지 말라고 말릴 수 있을까.
걱정되던 산이의 기침이 몽고메리 연합집회 때도 두어번 있었다. 우리 교회가 아니라서 다행히도 산이는 나와 뒤쪽에 앉아 있었다. 산이가 설교 시간에 기침을 하자 근처에서 물을 건네는 손이 여럿 있었다. 다른 교회 교인도 있었고 우리 교회 교인들이었다. 예배와 보살핌이 있는 곳, 난 행복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불쾌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나님을 의지하고 이웃을 사랑해야 하는 과제는 언제나 나와 달라붙어 있다. 기침도 나에게 옮겨주었다. 몸은 처지나 내 영혼은 주님을 향해 고양된다. 이 마음을 헤아려주는 교우들이 주변에 있다. 미국 이민·신앙 역사라는 큰 그림 속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우리 교우들과 함께 그려갈 그림이 기대된다. 질서있고 창조적이고 조화로운 우리 몫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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