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019

찾으면 찾아지는 감사 - 오크 마운틴 주립공원(Oak Mountain State Park)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일주일에 한 번씩 등산을 한다는 어느 집사님의 경험담을 귀담아 들어두었다. 그 집사님이 이용하는 트레일은 매년 우리 교회 중고등부 수련회 장소로 사용되는 오크 마운틴 주립공원(Oak Mountain State Park) 캠핑장을 지나서 더 들어가야 한다고 했던가.

매표소에서 한참을 지나도 사람들이 걷기 시작할 것 같은 길이 보이지 않아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이럴 땐 믿음과 느긋함이 필요하다. 집사님이 북쪽으로 가다보면 길이 있다고 했으니 믿고 가면 될 것이다. 공원길에서는 일반적으로 25-35마일 정도의 낮은 속도로 가야만 한다. 같은 거리의 길이라도 보통 길에서 운전하는 것보다 멀게 느껴질테니 여유롭게  있으면 될 터이다.

참고로 오크 마운틴 입장료는 3세 이하는 무료, 4-11세이거나 62세 이상은 2달러, 12-61세는 5달러이다. 네 사람까지 가능한 가족 연간 이용료는 230 달러. 매표소에서 신용카드를 내밀었더니 현금만 받는단다. 직원은 현금이 없으면 현금인출기를 이용하라며 턱으로 길 건너편을 가리켰다. 현금을 미처 준비하지 못하면 차를 길 옆으로 빼고 차에서 내려야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고, 타은행 현금인출기를 이용할 때 내는 수수료를 물 수도 있다.

앨라바마에서 제일 넓은 주립공원답게 매표소로부터 10분쯤 지나 내비게이션에서 보이는 초록 숲이 거의 끝나갈 즈음 노스트레일헤드(North Trailhead)라는 팻말이 보였다. 주차된 차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집사님이 말한 곳이 이곳이려니 싶었다.

오크 마운틴에 두번째 방문이라 트레일이 다양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트레일마다 색깔을 달리 표시하고 있는데 이번엔 하얀색 길을 따라 가다가 노란색 길로 바꿔 원점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우리가 걸어간 하얀색 길은 평지같아 아무 힘이 들지 않는다. 그래도 크고 작게 흐르는 계곡물을 건너가며 걷는 길이라 심심할 틈이 없다. 개울이 있는 곳에는 편하게 건널 수 있도록 다리가 어김없이 있다. 그 다리들을 하나 둘 건너다보니 그 다음에 나타날 다리가 궁금해졌다. 단순하면서도 모두 다른 형태의 다리들.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이 산에 있는 다리들은 모두 다른 모양일까.






많은 사람들을 건네주었을 예스러운 다리. 보통 어른은 껑충 건너뛸 수 있는 실개울이라도 누군가에게는 필요할테니 밟기 좋게 놓여있는 평평한 돌, 널판지 한 쪽, 마주댄 널판지 두 쪽. 좀 더 넓은 계곡엔 쓰러졌으나 부러지지 않은 나무...

이 다리의 재료들은 자연에서 얻은 것이리라. 다리의 모양도 만든이의 솜씨를 뽐내기 보다는 소박하고 정겹고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다리를 설계하고 만든이는 하나님에게서 오는 사랑과 지혜의 빛 한 줄기를 경험했던 것은 아닐까. 손수 지으신 세계와 지혜를 베푸신 하나님 은혜에 감사하다.

“지혜로운 마음을 그들에게 충만하게 하사 여러 가지 일을 하게 하시되 조각하는 일과 세공하는 일과 청색 자색 홍색 실과 가는 베 실로 수 놓는 일과 짜는 일과 그 외에 여러 가지 일을 하게 하시고 정교한 일을 고안하게 하셨느니라”(출애굽기35:35)

어느만큼 가다보니 긴 의자들이 여러 개 있어 잠시 쉴 수 있는 곳이 나타났다. 우리 앞서 걷다가 사라진 은발의 노부부가 보였다. 그 은발의 남자는 우리를 보자 뭐 하나 말해도 되겠냐고 조용히 물어보았다. 그러라고 했다. 물가에 잎이 다 떨어진 작은 나무 어딘가를 가리키며 뱀이 있단다. 독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다면서. 낙엽과 비슷한 갈색을 가진 뱀이 인기척에 아랑곳하지 않고 또아리를 느슨하게 틀고 있었다.

그 노년의 부부와 우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다시 만나게 되니 어색함을 풀어보려고 말을 걸어왔는지 뱀이 나오는 철이니 조심하라는건지 알 수 없으나 고마웠다. 난 그에게 우수 절기라 겨울잠을 깨고 나와 햇빛을 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짧은 영어로 버벅거릴 것이 분명하여 그만두었다. 언어가 친밀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한하고 있어 아쉽다.

그의 아내는 마침 긴의자 위로 찾아온 따스한 햇살을 베고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이 부부에게서는 트레일 초입에서 봤을 때부터 묵직한 인상을 받았었다. 산길을 자주 걸어본 사람들 같았다. 나의 남편이 좋은 시간 보내라고 그들에게 인사를 하자 그녀는 눈을 감은 채로 여유롭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들과 헤어져 노란색 길로 접어들었다. 산으로 오르는 길이다. 이 길도 처음 걷는 것이라 맞게 가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으나 지도와 방향 감각을 사용하여 가 보는 수 밖에 없다. 나보다 방향감감이 뛰어난 남편이 있어 다행이다. 차를 주차해 놓은 곳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순간순간 의심이 생겨도 서로를 믿고 가야 한다. 길을 잘못들었다면 조금 돌아가면 되고, 그래서 계획하지 않았던 길까지도 보게 되고 그런거니까.

우리가 선택한 노란색 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차를 주차해 놓은 곳으로 인도해주었다. 한 시간 반 조금 못 되게 걸었는데 느껴지기는 한 시간도 안 된 것 같았다. 점잖은 사람들과 편안한 산책길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산이 아니어도 하나님 은혜는 우리 주변에 가득하다. 코스트코를 가서 원하는 물건을 찾지 못해 돌아설 때 매장 직원이나 한국 사람이 떡하니 서있어서 질문할 기회를 갖게 되면 감사하다. 남편이나 아들과 같이 쇼핑을 하면 어디에도 없는 힘이 혼자 쇼핑을 할 때는 500ml 물병이 40개나 들어 있는 꾸러미를 번쩍 들어올려 카트에 싣는 엄청난 힘으로 발휘된다. 순간적인 힘을 주신 하나님께 얼마나 감사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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