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부모님들과 디즈니월드에서(올랜도, 플로리다) |
한국에 계신 두 권사님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기질도 다르고 각각 다니는 교회도 다르지만
공통점이 꽤 많다.
우선, 70대의 여성분들로 삶이 곧 신앙생활 그 자체다.
하루의 시작과 끝은 기도이며, 일상 속에서도 예수님을 의지하는 마음은 그들의 태도나 언어에
배어 있다. 주일을 반드시 지키는 것은 물론이요(중병으로
수술을 해도 병원에 마련되어 있는 예배실에서 주일을 지킨다),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나 모임에 빠지지
않으신다. 헌금도 적당히 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여 드린다.
두 분은 이웃과 나눌 수 있는 것들을 쌓아두는 법이 없다. 그러면 이웃들은 이 권사님들께 무엇인가를 다시 나눈다. 그들의 나눔은
계속 순환되기도 하고 혹은 필요한 곳으로 흘러가 그걸로 만족하기도 한다. 권사님들은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게 살고 계신다.
개인적인 성품으로는 부지런하여 일을 미뤄두지 못하는 성격이시다.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당장 끝장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몸이 지치기도
하는데, 입술에 물집이 여러 개 생기면서 부르트는 모습도 비슷하셨다.
두 분 모두 일을 하시다가 지독한 감기 몸살에 걸리셨다. 몸살 치료하려고 병원에 가셨다가 14년, 12년 전에 대장암을 진단받기도 하셨다.
그때만 해도 대장암 수술이 큰 수술이어서 하나님께 자신의 생명을 맡기겠노라, 그래도 살려주시면 신앙생활 더 잘 하겠노라 기도하시고 들어가셨다. 두
분의 수술은 잘 되었다. 그 뒤로 혹독한 항암치료를 견뎌내셨고 5년
동안 정기적으로 몸 상태를 살펴야 했다.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이 있어 살려두셨을 거라며 ‘더욱’ 하나님을 의지하고 ‘더욱’ 이웃과 나누는 생활을 이어가고 계신다.
두 권사님은 감리교인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게 엄청 규칙쟁이다. 먼저 수술 받은 권사님은 입원했던 병실에서 만난 어느 환우로부터 야채 스프와 현미차에 대하여 소개를 받으셨다. 권사님은 퇴원하신 다음 야채 스프와 현미차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5년
이상을 만들어 드셨다. 뒤이어 같은 암에 걸린 다른 권사님은 친분이 깊던 앞서 권사님의 권유로 야채
스프와 현미차를 또 오랫동안 드셨다. 만드는 방법이 간단해 보여도 야채 스프와 현미차를 손수 만들어
오랜 시간 드셨다는 것은 웬만한 정신력과 정성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 식이요법회 회장, 다테이시 가즈(立不一)가 개발한 야채 스프에는 무(4분의1개), 무우청(4분의 1개), 당근(2분의 1개), 우엉(4분의 1개, 작은 것은 2분의 1개), 표고버섯(화고, 자연 건조한 것 1장)이
들어간다. 야채 스프를 먼저 드시기 시작한 권사님은 좋은 재료를 얻기 위해 텃밭에 야채를 무농약으로
키우기 시작하셨다. 집에서 기를 수 없는 것은 재배지에서 직접 구해오기도 하셨다. 또 재료를 많이 구해서 나중 권사님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셨다.
야채 스프를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야채는 물로 씻어서 큼직큼직하게 썬다.
②
야채를 많이 넣지 말고 기본 분량을 꼭 지킨다.
③
모든 야채 재료의 양에 3배의
물을 붓고 센 불로 끓인 후 약한 불로 60분 달인다.
④
끓이는 기구는 스텐, 알미늄, 유리그릇을 사용한다(테프론, 법랑
용기는 사용하지 말 것).
⑤
보존 용기는 유리병이나 사기그릇을 사용한다.
현미차에는 현미 1홉과 물 8홉이 필요하다. 현미차를 만드는 방법도 옮겨 본다.
①
현미를 짙은 갈색이 되도록 볶는다(기름기
없는 용기 사용).
②
8홉의 물을 다른 용기에서 센 불로 끓인다. 끓으면 현미를 넣고 불을 끈다.
③
5분쯤 후에 채에 받치어 낸 물이 1번
차이다.
④
채에 걸러진 현미를 다른 용기에 넣고, 새로운
물 8홉을 부어 센 불로 끓인 후 약한 불에서 5-10분간
끓인다. 다시 채에 받쳐 낸 물이 2번 차이다.
⑤ 1번 차와 2번 차를 혼합하여
보관, 사용한다(용기는 유리병, 사기그릇을 사용).
두 권사님들께서는 야채 스프와 현미차를 지극정성으로 드셨을 뿐 아니라 식생활도 많이
달라지셨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육류를 많이 드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쨌든 두 분은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내고 계신다. 난 그것들을 마셔본
적은 없으나 두 분을 뵈면 효과가 아주 없지는 않은 것 같다.
2012.1. 한국으로 돌아가시기 전 날. 주일예배 끝나고. |
이 두 권사님은 나의 어머님(남편의 엄마)과 엄마이시다. 그들의 견고하고 부지런한 신앙 생활은 나에게 항상
자극을 준다. 내 신앙은 그들보다 유연하고 덜 부지런하다. 우리가
가진 신앙의 모습은 조금씩 달라서 부딪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서로에게서 배운다.
주일 예배에 가려고 손거울을 들고 화장을 하다 보니 입술에 돋은 좁쌀만한 물집 두
개가 눈에 띄었다. 시력도 갑자기 안 좋아지는 것 같더니 거울에 비친 얼굴을 가까이 들여다 보고서야
알았다. 입술에 물집이 생긴 것은 처음이다. 딱히 힘든 일도
없었는데…… 두 어머니가 문득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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