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0/2008

기억 속의 그 향기를 또 다시 맡다



새벽 5시 30분.
"Get Happy" 라는 휴대폰 리듬을 듣고 침대에서 내려옵니다.
자는 것인지 조는 것인지 기도하는 것인지 아무도 모르는 자세로 반시간을 보냅니다.

적어도 6시에는 강산이를 깨워야 합니다.
마음이 내키고 의미가 부여가 되어야 움직이는 강산이를 잘(!) 깨워야 합니다.
“오늘 점심에 강산이 뭐 먹을 거야?”
“이따 학교 갔다 와서 아빠랑 수영하러 가자!”
“엄마가 써준 편지 선생님 보여드려야지?”
“저녁 때 수요 예배 갈 거지?”
강산이가 좋아할만한 일들을 골라 슬쩍 던져 놓고 강산이 방을 나옵니다.

쉐이커에 먼저 우유를 따르고 다음에는 미숫가루를 넉넉하게 덜어 넣고 거기에 꿀을 달달한 맛이 나도록 넣어 흔들어 섞으면 강산이가 먹을 아침이 준비됩니다.
준비된 것을 가지고 강산이 방으로 올라가면 잠이 덜 깬 얼굴로 침대에 앉아있습니다.
이 정도면 강산이 등교시간에 맞추는데 성공입니다.
강산이 손에 미숫가루 탄 것을 쥐어주고 나오면 그 다음에는 강산이가 알아서 씻고 옷 입고 내려옵니다.

6시 35분쯤 집을 나서면 아주 적당하게 학교에 도착합니다.
아이들이 개학한 지난 주에는 남편이 새벽기도회를 인도하느라 제가 강산이 등하교를 도왔습니다.
이번 주에는 학교 가는 길은 남편이, 집에 돌아오는 길은 제가 맡았습니다.
강윤이는 이 시간에 자고 있습니다.
강윤이 말로는 형 깨우는 소리에 자기도 깬다고 합니다.
중학생이 된 강윤이가 스쿨 버스 타는 시간은 8시40분입니다.
초등학생이 7시20분쯤에 가니까 아침 시간은 중학생이 가장 여유롭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순서도 학교에 간 차례대로 입니다.
이 등하교 시간은 카운티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스쿨 버스 타는 것과 시간이 결정되면 집 현관문 앞에서 타고 내릴 수 있습니다.
장애우 친구들을 위한 배려입니다.
다만 아침 시간이 너무 이르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멀리 사는 친구들은 5시 45분에 스쿨 버스를 타기도 한답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스쿨 버스 타는 것을 포기하고 부모가 출근하면서 학교에 내려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강산이를 데려다주는 것이 마음이 편한 면도 없지 않습니다.
강산이 기분에 따라 학교 갈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 시간에 오는 스쿨 버스를 타려면 꼭 시간을 맞추어야 되니 은근히 스트레스가 됩니다.
알아서 척척 하는 강윤이가 고마워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어쨌든 늦여름답게 서늘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파랗게 밝아오는 새벽길을 달리는 기분도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지난 월요일 강산이가 다닐 고등학교에 처음 데려다주러 갔을 때입니다.
어디다 차를 세워야할지 몰라 앞 차를 따라가 세웠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주차할 사람이 정해져 있는 학생 주차장이었습니다.
이런 이런....
개학 첫 날부터 자기 자리가 아닌 다른 곳에 주차했어야 할 학생에게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학생 주차장에 주차하는 바람에 자기 차에서 내리는 아이들과 길게 늘어선 스쿨 버스에서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 틈에 강산이와 저도 끼게 되었습니다.

새 학년을 시작하기 위해 학교 건물 쪽으로 걸어가는 아이들, 그들을 비추는 노란 가로등과 연이어 학교 안으로 들어오는 자동차 불빛은 어디선가 본 듯한 풍경입니다.
그리고 그 분위기가 품어내는 향기도 언젠가 맡아본 것입니다.
......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레임, 기대, 긴장, 두려움, 낯설음.
바로 6개월 전 어둑해지는 초저녁 아틀란타 하츠필드 공항에 내렸을 때에 느꼈던 것과 똑같은 것들입니다.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서 왔기에 긴 시간 비행했음에도 긴장되어 피곤함을 느낄 겨를이 없던 남편과 저.
여행하러 온 것인지 살러 온 것인지 모르는 강산.
부모가 가야한다고 하니 묵묵히 따라나선 강윤.

많은 사람들 틈에서 여러 개의 살림살이 짐을 찾고, 얼굴도 모르지만 마중 나온 사람들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립니다.
그러다가 남편 이름을 알고 있는 목사님 한 분과 교우를 만났을 때 얼마나 고맙고 마음이 놓이던지요.
공항 건물을 비추고 있는 노란 불빛과 헤드라이트를 켜고 사람을 찾아 어디론가 달리고 있는 자동차들 틈에서 교회에서 내준 자동차에 오르기까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보았던 풍경과 이전에 맡아보지 못했던 야릇한 그 향기는 오랜 동안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고등학교, 중학교에서 배움을 시작하는 첫 날, 더욱이 이른 아침 시간에 하츠필드 공항에서의 기억이 떠오른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그 긴장감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좇아가노라 /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노라 / 그러므로 누구든지 우리 온전히 이룬 자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니 만일 무슨 일에 너희가 달리 생각하면 하나님이 이것도 너희에게 나타내시리라 / 오직 우리가 어디까지 이르렀든지 그대로 행할 것이라”(빌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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