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6/2008

나의 보안 장치(My Security)


다음 주 월요일이 되면 아이들이 개학을 해서 한 학년씩 올라가게 됩니다.
지난 주 후반부터는 “Back To School” 을 위한 학용품을 사러 다녔습니다.
학년마다 필요한 학용품 목록(School Supplies)에 따라 준비를 합니다.
강윤이가 갈 학교에서는 이 준비물을 꾸러미로 만들어 놓아 한꺼번에 살 수도 있답니다.
강윤이의 경우는 23가지 품목을 준비해야 하는데 학용품 이름도 낯설고 뭘 말하는지 모르기도 하여 학교에 신청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어떤 물건들인지 궁금증이 발동하는 바람에 가게에 가서 직접 사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 생활에 필요한 물품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 주는 "Tax Sale"이 4일 동안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다녀본 곳이 별로 없지만 이곳에는 곳곳에 대형 마트가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여러 마트에서 Tax Sale을 하는데 그 가운데 그래도 W 마트가 가장 싸게 구입할 수 있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Tax Sale 하는 첫 날 오전에 가 보았습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나와 학용품이 진열되어 있는 복도마다 가득 메우고 있었고 저와 우리 아이들도 그 틈에 끼어 한 시간쯤 시간을 보냅니다.
저는 학용품 목록이 인쇄된 종이를 들고 다니며 물건을 찾아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물건 싣는 수레를 사람이 적은 곳을 찾아다니며 몰고 다니느라 형제가 토닥거리며 말씨름을 합니다.

필요한 물건을 찾아 낼 때마다 보물찾기 하는 것 같습니다.
복도를 누비고 다니다가 권사님 한 분을 만났습니다.
권사님 손주들 학용품을 사러오셨다고 합니다.
권사님 안부를 묻고는 “그런데 권사님 이게 뭐예요?” 하며 잘 모르겠는 학용품 이름을 보여드립니다.
권사님은 “딸하고 같이 왔는데 걔가 잘 알거예요” 하시며 따님이 있는 곳을 가르쳐주십니다.
그 따님도 학용품을 고르고 있었는데 물어보는 것마다 물건이 있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물건 찾아 다니다 또 만나서 물어보면 또 알려주어 그 따님 덕분에 쇼핑을 빨리 끝낼 수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월요일 개학을 앞두고 이번 주에는 예비소집일 같은 "Open House"가 있습니다.
다른 엄마들과 얘기하다 보니 Open House 일정을 알려 주는 편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강산이에게는 아무 편지도 오지 않았습니다.
가야 할 고등학교에 전화해 보니 이름을 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강윤이는 "Reading" 재시험에서도 점수가 조금 모자라 진급할지 말지 논의하기 위해 학교를 방문해야 합니다.
영어가 제2 외국어인 학생들을 위한 ESOL반 아이들은 Reading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그런데 오늘 오전에 이 모든 일이 해결되었습니다.
강윤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9시 10분에 회의가 약속되어 있었습니다.
강윤이는 조지아 주에서 해마다 1,2월에 치루는 영어 능력 시험이 끝난 뒤에 학교에 왔기 때문에 영어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료가 없었고, 그래서 보통 아이들처럼 시험을 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초등학교에서 공부하는 짧은 시간 동안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다며 수학 선생님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담임 선생님도 강윤이가 했던 과제물을 가지고 와서는 공부하려는 의지가 있고 영어도 또박또박 잘 썼다며, 그러니까 문제없이 6학년으로 진급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내일 중학교 Open House에 가서 등록을 하면 됩니다.

강윤이가 다녔던 학교를 나와 이번에는 강산이가 갈 고등학교에 갔습니다.
강산이를 맡게 될 선생님을 만나서 등록에 문제 없음을 확인하고 돌아왔습니다.
중학교에서 강산이에 대한 서류가 미처 오지 않은 것이 있어서 그렇답니다.
스쿨버스 일정도 정해지지 않아 개학하고 얼마 동안 통학시켜야 합니다.

학교 선생님들과 만나서 필요한 정보를 빠뜨리지 않고 다 얻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것은 제가 영어로 말하고 들을 수가 있어서가 아니고 카운티 공립학교 안에 통역을 도와주시는 선생님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제가 필요할 때 서로 연결되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강산이와 강윤이가 없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라는 질문이 노트북 위에 올려져 있는 제 손을 멈추게 합니다.
......
아이들이 없다면 없는 대로 열심히 살았을 것 같습니다^^!

첫째 아이 강산이가 태어난 뒤로 지금까지 아이들 없이 된 일이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먹고, 자고, 입고, 벌고, 번 것 쓰고, 배우고, 하는 온갖 것이 아이들과 이어져 있습니다.
이곳에서의 생활도 마찬가지구요.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하나님을 향한 제 믿음이 제자리에 멈추지 않도록 채근하는 역할도 끊임없이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어머니 같은 마음, 아버지 같은 마음을 느껴도 보고 경험도 하고, 그래서 한결같은 사랑으로 우리를 돕고 계심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물건을 찾아 마트 안을 헤맬 때에도, 누군가 대신 듣고 말해주어야 할 때에도 말입니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에게는 견고한 의뢰가 있나니 그 자녀들에게는 피난처가 있으리라”(잠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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