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4/2010

영화 노스페이스(North Face)



비가 자주 오면서, 낮과 밤의 기온 차이도 꽤 나고, 에어컨 켜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는 걸 보면 한여름을 향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 여름방학도 시작되었구요.

한국에서 어제 개봉된 영화 한편을 여기서(!) 보았습니다.
노스 페이스(Nord Wand, North Face, 2008)입니다.
노스 페이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영화를 보다가 스포츠 용품인지 옷, 특히 겨울 옷에서 보았던 잘 알려진 브랜드 이름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그 상품 이름이기도 하고, 영화 제목이기도 한 노스 페이스는 알프스 산맥에 있는 북쪽 벽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는 알프스의 3대 북벽 가운데 지금까지도 등반하기 어렵다고 하는 아이거 북벽(해발 3970m)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시대적인 배경은 1936년 8월에 열린 베를린 올림픽을 앞두고, 죽음의 절벽인 아이거 북벽을 독일인이 최초 등정해서 국위를 선양하도록 등반가들을 부추기는 분위기입니다.

독일 산악병인 토니(벤노 퓨어만)와 앤디(플로리안 루카스)는 국위 선양의 의미 보다는 자신과 친구를 위해 산을 오르기로 결정합니다.
그 다음으로 오스트리아의 윌리와 에디가 등정을 시도하는데, 에디는 그들이 생각했던 길로 오르기를 원하지만 윌리의 의견에 따라 앞서간 팀의 뒤를 따르게 됩니다.
그리고 북벽이 시작하는 곳에 있는 호텔(해발 2000m)에는 그들의 첫 등정을 지켜보려는 사람들과 취재하려는 기자들이 모이는데, 기자들 가운데 토니와 앤디의 고향 친구인 루이제(요한나 보칼렉)도 등반가들을 지켜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전개되는데, 자연과 사람을 대하는 등반가들의 태도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탓”을 할만도 한데 탓하지 않습니다.
앞서간 팀의 발끝에서 떨어진 돌이 뒤따라오던 윌리의 머리에 맞아 피가 많이 날 때도, 그 일로 인하여 4명 모두가 등반을 포기해야 할 때도, 발 디딜 곳 없는 절벽에 겨우 로프를 이어 건너가고 나서 혹시 모르니 로프를 놔두라고 하였는데 풀러 버려 건너갈 수 없게 되었을 때도, 부상자 때문에 눈사태 때문에 추위 때문에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담담히 상황을 받아들입니다.
오스트리아 팀의 에디가 자기 짝인 윌리가 부상당해 힘들어하자 “왜 네 말을 들었을까?” “너 때문에 이렇게 됐어” 라고 말하긴 합니다.
그것을 빼고는, 서로 지나친 낙관도 지나친 비관도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여기에 맞는 글인지 모르겠는데, 공자의 논어(論語)에 나오는 지자요수(智者樂水) 인자요산(仁者樂山),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한다는 글귀가 생각났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그 글귀의 더 풍부한 뜻이 있어 옮겨보겠습니다.

“지혜로운 자는 움직이고(智者動), 어진 자는 고요하다(仁者靜).
지혜로운 자는 즐기고(智者樂), 어진 자는 오래 산다(仁者壽).

지혜로운 사람은 식별력이 높고, 자신과 맺어지는 인간관계에 관심이 많아 항상 겸허한 자세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두루 흘러 맺힘이 없는 것이 물과 같기 때문에 물을 좋아한다.
그리고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항상 돌아다니며 관찰하고 즐기기를 좋아한다.

어진 사람은 의리를 편안히 하고 중후하여 옮기지 않는 것이 산과 같다.
그래서 산을 좋아한다.
늘 자신과 하늘의 관계에만 관심을 두기 때문에 모든 가치를 위에다 두고 있다.
그리고 호기심이 적어 한 곳에 가만 있기를 좋아하여 고요한 성격이 많다.
또한 마음을 가다듬고 물질적 욕구에 집착하지 않으니 오래 산다.”

위의 설명에 빗대어 보자면, 주인공들 가운데 토니는 지혜롭기도 하고 어질기도 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토니는 삶이란 고독하기도 하면서, 함께 살아갈 때 더 의미 있음을 보여주기도 하고, 고향 친구 루이제(기자)를 향한 무뚝뚝하면서도 잔잔한 사랑은 루이제를 성공지향적인 삶에서 사랑으로 사는 삶으로 바꾸어 놓기도 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혹시라도 이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 아끼렵니다. ^^

이 영화에서,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1930년대 등산복이나 등산 장비를 살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삶에 도전하여 거기서 교훈을 얻고, 그래서 더 깊이 있는 삶을 살며 사랑하며 배우는 이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가정은 한국에서 조카들이 와서 이전과는 다른 여름을 보낼 것 같습니다.
딸들이 함께 있으니 집안 분위기가 이렇게 다를 수가 없습니다.
수다 떠는 소리, 깔깔 웃는 소리가 벌써 집안에 가득합니다.
딸들이 주는 기쁨을 한껏 누리는 시원한 여름이 될 게 분명합니다.

모두 모두 시원하고 강건하게 여름 나시길….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 모든 신에 뛰어나신 하나님께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 모든 주에 뛰어나신 주께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 홀로 큰 기사를 행하시는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 지혜로 하늘을 지으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시편 136:1-5)

댓글 2개:

  1. 바쁜 여름이 되시겠군요. ^^ 저도 이 영화를 볼 마음이 생겼습니다,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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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 영화가 oldman님에게 재미있으면 좋겠네요. 시원하시기는 할 것 같은데,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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