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1/2008

작은 승리의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으며


“강산아 스쿨버스 오고 있어.”
어디쯤 오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하는 말입니다.
“시간 다 됐어. 이거 봐. 빨리 해야 돼.”
시간이 나오는 쪽을 보여주며 셀폰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서두르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이렇게 재촉을 할 때는 정말 스쿨버스 올 시간이 다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강산이는 자기 리듬대로 움직입니다.
해뜨는 시간이 늦어져 새벽 어둠이 더욱 짙어서 그런지 강산이는 새벽에 일어나는 것을 더욱 어려워합니다.
밤에 늦어도 9시면 자도록 하고 있는데도 그렇습니다.
이쯤 되면 제 속이 한번 홀딱 뒤집어집니다.
잠시 호흡을 고르고 스쿨버스를 꼭 타고 가야한다는 생각을 접고 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집니다.
“태워다 주자.”
이 생각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루쯤 학교에 못가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어야 하는 것인지, 학교 못갔다고 강산이가 그걸로 자극을 받을지, 늦으면 아빠차 타고 가면 된다는 생각이 혹시라도 있는지...

이런 긴장 속에서 강산이가 학교 가는 스쿨버스를 타고 나면 하루의 1/3은 성공한 듯이 여겨집니다.
길을 돌아 나가는 스쿨버스의 뒷모습을 보며 오늘 하루도 선생님, 친구들, 버스 기사와 행복하고 유익한 하루되길 바라는 마음을 주님께 살짝 전해드립니다.
그리고 나면 날마다 시간을 지켜서 스쿨버스를 타는 이 경험들이 소중한 것이고 이 성공의 경험들이 쌓이면 조금 더 어렵고 큰일에도 도전해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강윤이에게도 마찬가지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몇 달 전 자기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바이올린 배우는 것을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바이올린에 관심 가질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학교 오케스트라에서도 배우고 있으며, 또 열심히 해서 교회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도 함께 연주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도 자기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을 경험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숙제를 하려면 강윤이와 제가 머리를 맞대고 앉아 사전을 찾아가며 긴 시간을 써야했습니다.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아직도 한계가 있지만 엄마 공부하는 시간에 방해 되지 않으려고 숙제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강윤이 모습도 흐뭇합니다.

이곳에서 자란 나무들은 키가 큽니다.
아마 햇빛이 잘 비춰주고 영양분이 많은 좋은 흙에 심겨져 있어서 그런가봅니다.
그런데 바람이 조금 세게 불면 나무가 잘 쓰러집니다.
짧은 제 생각에는 나무들이 굳이 뿌리를 깊이 내리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메마른 곳에 있는 나무들은 물을 찾아 땅 속으로 깊이깊이 뿌리를 내려야만 하고 키도 그리 크지 않지만 왠만한 비바람에도 든든하게 서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상황이 넉넉하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살면서 어렵고 생각지 못한 문제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럴 때 적당히 타협해서 문제를 덮는다거나 열등감에 사로잡혀 자신에게 실망한다거나 목표가 너무 멀어 보여 포기한다면, 어려움을 이기고 나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문제를 극복한 사람은, 그래서 승리의 기쁨을 조금이라도 맛본 사람은 좀 더 강하고 안정된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만나는 어려움을 대신 살아주는 부모가 아니라 그들이 언제고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줄 것입니다.
작은 일에도 승리하는 경험을 쌓아가도록 도울 것이고, 그래서 하나님 나라에서 크게 쓰임받는 리더가 되도록 도울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자신의 삶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좋은 신앙인의 모델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 마음에는 하나님의 법이 있으니 그 걸음에 실족함이 없으리로다”(시37:31)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 /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시1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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