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4/2008

아닌 척 하지만...

휴우~
밤 10시나 11시쯤 잠이 들었다가 새벽 2, 3시에 깨서 잠이 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곳에 와서 처음에는 거의 날마다 새벽에 깨서 뒤척이곤 했습니다.
잠 잘 자는 것이 건강에도 좋을 뿐 아니라 축복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습니다.
나름대로 판단하기는 낮에 집 안에 있다 보니 운동량이 적어서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다행히 언제부턴가 그런대로 잘 자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새벽에 잠이 깨서 한참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잠 들어 보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오만 가지 생각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졌다가 합니다.
지금 돌아보니 들락날락 하는 생각들의 대부분은 아직 하지 못해서 해야 할 일들이거나 마음속에 꺼림칙하게 남아 있던 기억들인 것 같습니다.
결론도 없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빙빙 돌다가 몸이 지쳐 버릴 때쯤 되어서야 저를 놓아줍니다.
겨우 잠들었나 싶다가 강산이 학교 갈 시간이 되면 다시 일어나야 합니다.
오죽하면 오늘은 강산이 스쿨버스가 오는 6시10분쯤 깨는 바람에 스쿨버스를 타지 못했습니다.

영어 공부를 시작한 지 여섯 주가 지났습니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새로운 단어나 표현들을 배울 때마다 이것을 사용해서 보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보기도 합니다.

얼마나 착한 학생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모르는 단어나 숙어를 사전에서 찾아놓고, 조금 긴 내용은 미리 읽어보고, 문제가 나오면 몇 개 풀어놓기도 하고 말이죠.
그날 배운 어휘를 사용해서 문장을 만들어보는 숙제나 workbook 숙제도 빠트리지 않고 해갑니다.
이런 경우에 사람들이 보통 하는 말이 제게도 그대로 들어맞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이렇게 했으면 하버드 갔겠다.”

그러나 지난날 시험 치기 위해 배운 것과는 달리 생활 속에서 사용할 언어를 배워가는 것이 무슨 차이인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한걸음에 달려가 영어를 정복해야겠다는 부질없는 생각 같은 것은 해본 적도 없습니다.
그저 지금 기회가 주어졌으니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 정도의 마음가짐입니다.

그런데도 잠 못 이루는 오늘 새벽, 저를 괴롭힌 것은 영어가 주는 무게감이었습니다.
책에 나와 있는 주제나 상황을 보고 대화를 만들어내는 Conversation 시간은 조금 고통스럽기까지 합니다.
책에 나와 있는 질문에 나름대로 답을 준비해 가지만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아주 적습니다.
무작위로 뽑힌 사람들과 그룹이 되어 대화를 만들다보니 제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풀려갈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내가 생각한대로 대화를 이끌어가거나 새로운 상황에 맞게 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주 어렵습니다.
또 ESL 시간에는 미리 풀어보지 못한 문제를 풀 때는 해석하느라 대답을 못할 때도 있습니다.
나 원 참!!!

이런 제 자신을 긍휼히 여기며 이렇게 저렇게 위로도 해보고 변명도 해봅니다.
‘여럿이 우리 말로 대화를 할 때도 이야기 하는 사이에 잘 끼어들지 못하는데 영어로 말하는 것에는 더욱 그렇지 뭐.
아무리 죽기 살기로 해보고 싶어도 입이 안떨어지는 걸 어떻게 해?
조금씩 나아지고 있잖아.
나도 우리 말로 하면 내 의견 정도는 얘기할 수 있다고.
아, 답답....’
당장 해결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이런 생각들은 아무 유익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큰 것 같습니다.
아닌 척 하지만 이것도 욕심인가 봅니다.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숫군의 경성함이 허사로다 / 너희가 일찌기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시 127:1-2)
“Find rest, O my soul, in God alone; my hope comes from him.”(Psalms 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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