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2008

어리버리 해도 좋은 선택을 했습니다



며칠 전에 불꽃 놀이를 한다고 하여 MALL OF GEORGIA 근처에 갔었습니다.
아는 목사님들 가족이 함께 모인다고 하여 여럿이 보면 더 좋을 같아 냉큼 끼어들었습니다.
모이는 곳이 자동차로 30 여분 걸리는 곳이라 저녁 먹고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여기는 자동차를 타지 않고 갈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9시나 9시 반쯤 해가 지고 어두어지면 불꽃 놀이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우리는 아주 여유롭게 8시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가서 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불꽃을 볼 수 있는 거리 주변에 간이 의자나 돗자리를 펴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무엇인가 먹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그들은 아마도 더 일찍 나와서 저녁 식사를 하는듯 했습니다.

우리는 아직 여유가 있는 주차장에 느긋하게 차를 세워놓습니다.
옆 차를 보니 중년을 조금 넘긴듯해 보이는 부부가 자동차 트렁크 문을 열어 놓고 앉아 있는 모습이 편안해 보였습니다.
"우리도 한 번 해 보자"며 흉내를 내보았습니다.

약속한 사람들도 아직 오지 않았고 '이제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할까' 하는데 강윤이가 주차장 옆에 햄버거 가게가 있는 것을 보더니 금방 저녁을 먹고 왔으면서도 행버거를 먹겠다고 합니다.
더 먹고 싶다는데 딱히 안된다고 할만한 이유가 없고 시간도 넉넉하여 가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가게 안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주문하려는 번호와 햄버거만 따로 하나 주문하기 위해 햄버거 이름을 단단히 기억하고 거기에 눈치를 보태어 주문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음료수를 담아 오자 주문한 음식이 나옵니다.
강윤이는 봉투 안에 있는 감자 튀김을 보더니 케찹을 가져가자고 합니다.
케찹 넣을 아주 작은 그릇을 하나 빼서 케찹을 부으면 됩니다.
케찹이라고 써 있고 입구가 좁은 수도꼭지처럼 되었는 곳에 그릇을 대놓고 검은색 버튼을 누르는데 버튼이 눌러지지도 않고 케찹은 당연히 나오질 않습니다.
눌러도 보고 돌려도 보지만 안됩니다.

마침 옆에 어느 남자가 냅킨을 가지러 왔길래 "Excuse me. Can I help you?" 했습니다.
그 사람은 강윤이가 꼭지 끝에 그릇을 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우리가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얼른 알아채고 검은색 버튼을 쭉 들어 올리더니 아래로 누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케찹이 그릇에 담길 만큼 적당한 양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제 됐다.'
친철한 그 사람을 바라보며 "Thank you" 하는 순간........
"강윤아, 빨리 나가자."
"왜?"
"야, 엄마가 Can I help you? 그랬어."
강윤이도 무슨 뜻인지 알고는 "그거 엄마가 도와주겠다는 거잖아?" 하며 낄낄대며 웃습니다.
누가 뭐라는 사람도 없는데 왜 그리 챙피하고 웃기던지 가게를 나와서는 강윤이 하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강윤이는 비밀로 해주겠다며 계속 제 앞에서 "Can I help you?"를 반복합니다.

한국에도 그렇게 케찹 따르는 장치가 없지 않을 것 같은데 일 년에 햄버거 몇 번 먹을까 말까했기에...
거기다 서툰 영어 실력까지 고스란히 들어내고...








아이들이 "웃기는" 햄버거를 먹고 있는 동안 낯익은 얼굴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한 목사님이 여러 가지 간식 꺼리를 가져오셔서 자리 잡고 앉아 먹으며 한참을 기다려 20 여분 동안의 불꽃 놀이를 보았습니다.
불꽃이 펑펑 터지는 동안 말없이 바라보면서 마음 한구석에서는 광화문의 촛불 하나가 되어보았습니다.

이곳에서 오래 사신 분들 가운데 "미국에 오니까 좋아요?" 물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미국이라는 곳에서 이제 겨우 4개월 남짓을 살고는 그 물음에 답할 수가 없어 늘 머뭇거리게 됩니다.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혼자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보곤 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변화를 꾀하던 시기에 이곳에 오게 되었고, 감히 하나님 뜻이었다고는 할 수 없으나 목회를 위해서나 가족을 위해서나 좋은 선택이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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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이를 한인교회에 데려다 주고 돌아왔습니다.
앞으로 3주 동안 계속될 SUMMER CAMP가 다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한 주에 한 번씩 FIELD TRIP이 있는데 오늘은 ALABAMA에 있는 HYUNDAI를 방문한다고 합니다.
이곳에 우리 나라 자동차 공장(?)이 있다는 것이 괜히 좋습니다.
교회에서 3 시간쯤 가야 한다고 하는데 강윤이가 무엇을 보고 올 지 저도 무척 궁금합니다.
자동차 공장이 있는 것인지, 일하는 한인들이 많은지, 그 규모는 얼마나 큰 지, 그 모든 것을 돌아 보고 느낌이 어땠는지 강윤이에게 물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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