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8/2025

낚시질



나는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소설 <노인과 바다> 아직, 청년이라 불리는 육십 대를 앞두고 읽었다. 소설을 영화로 봤기에 그동안 정독하려는 마음이 없었나 보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이른바 세계 명작을 읽기도 하는데 그러다가 <노인과 바다> 이르렀다.

성탄절 즈음에 미국 플로리다 남단에서 섬들이 서쪽으로 이어진 키웨스트를 갔었다. 연말 해넘이를 그곳에서 보려는 계획이었다. 물론 키웨스트에서 헤밍웨이가 살던 집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금은 멕시코만-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지명을 변경하는 행정명령을 내려서 구글 지도에는 아메리카만으로 나온다- 멀지 않은 뉴올리언스에 살게 되면서 <노인과 바다> 내게 점점 가까워졌다.

소설의 시작은 이렇다. ‘그는 멕시코 만류에서 조각배를 타고 혼자 고기잡이를 하는 늙은이였다.’ 문장에서 평생을 욕심 없는 어부로 노인이 보인다. 노인이 사는 곳은 쿠바의 수도 아바나. 소설은 노인 산티아고가 84 동안 고기를 마리도 낚지 못하다가 85일째, 바다에서 5.5m 되는 청새치를 잡아 돌아오는 이야기다.

노인은 그의 조각배보다 청새치를 잡기 위해 사흘을 고군분투한다. 노인은 자신을 안다.  이젠 생각만큼 강하지 않을 몰라도 고기 잡는 여러 가지 방법을 알고 있고 배짱도 있다고 확신한다. 거대한 청새치가 삼킨 낚싯줄을 풀고 당기기 위해 노인은 그의 어깨와 손을 아끼지 않는다. 아침에 마신 커피 잔이 하루의 식량 전부였고, ‘노인은 오래전부터 먹는 것을 귀찮아해서배에는 병뿐이었다. 청새치가 낚인 줄을 잠시도 놓을 없기에 낚싯줄을 잡지 않은 다른 손을 사용하여 미끼로 쓰려고 잡은 다랑어를 잘라먹거나 갈고리대로 해초를 건져 사이에서 떨어진 작은 새우를 먹으며 배고픔을 달랜다.

노인은 끝내 청새치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조각배에 청새치를 길게 묶는다. 노인의 집이 있는 아바나 항구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냄새를 맡고 몰려든 상어와의 싸움이 다시 시작된다. 노인은 포기하지 않고 상어와도 싸우지만 머리와 뼈만 남기고 청새치를 빼앗긴다. 앙상한 청새치를 가지고 아바나로 돌아온 노인은 항구에 배를 대고 돛대를 거두어 어깨에 멘다. 노인의 판잣집이 있는 언덕을 오르며 돛대를 채로 여러 쓰러지기도 하고 쓰러져 일어서지 못하기도 한다. 집에 돌아온 노인은 사자 꿈을 꾸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책을 읽는 내내 노인에게서 어부로서 노련함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보았다. 반면에 어부로서 고단함과 가시지 않는 외로움도 보았다. 나는 노인이 집에 돌아왔다는 것에 무척 안도했다.  노인을 따르는 소년 마놀린이 돌아온 노인을 살갑게 챙기고, 동네 사람들이 노인의 안부를 묻는 모습은 바다에서의 거친 모습과 대조를 이루며 다시 한번 마음이 놓였다.

사실 노인이 바다에 나가 있는 동안 반복해서 소리친 혼잣말이 있다. “ 소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노인은 소년에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쳤고 배도 같이 탔었다. 언젠가 87 동안 고기를 잡지 못하다가 3 내내 고기를 잡았을 때도 함께 있었으나, 다시 40 동안 어획량이 없자 소년은 그의 부모 뜻에 따라 다른 사람의 배를 탔다. 그래서 85일째 되는 , 노인은 혼자였다. 소설의 처음과 끝에 등장하는 소년은 노인을 신뢰하고 존경한다. 노인을 돌보는 소년이 얼마나 자상하고 따뜻한 나는 소년에게 머리를 숙였다. 어찌 노인이 소년을 그리워하지 않을 있었을까!

우리도 낚시할 기회가 있었다. 이웃 P부부는 가슴이 답답해질 한적한 길을 달려 낚시를 하러 간다고 그랬다. P 우리 가족이 낚시에 관심 있는 것을 알고는 그들의 낚시 포인트로 바로 초대했다. 낚시 도구는 물론 미끼로 살아 있는 새우를 챙겨왔다. 하루 전에 직접 잡은 새우였다. P 처음 낚시했을 때는 서너 시간 동안 메기만 한두 마리 잡았다. 얼마 P 멕시코만에 가까운 그랜드 아일로 우리를 인도했다. 거기서는 생선 조기와 맛이 비슷한 바다 송어를 신나게 잡았다.

나는 낚시를 하러 가는 자체가 좋다. 물론 노인이 어부가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은 고통스럽다고 말에 완전 동의하지만 말이다. 나는 고기를 잡으면 좋고 잡아도 괜찮다. 그런데 P에게서는 물고기 잡는 재미를 우리 가족과 나누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노인이나 우리나 삶은 홀로 동시에 함께 하는 낚시질 같다.


*이 글은 당당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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