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0/2025

다시, 가을 소풍




뉴올리언즈 한국학교에서 시티 파크로 가을 소풍을 갔다. 시티 파크는 넓다. 중에서 우리 학교가 소풍 장소로 정한 곳은 트인 잔디밭. 그곳은 없이 맑고 푸른 하늘과 데칼코마니 같았다. 잔디밭 가장자리에 줄지어 야자나무 마저도 싱그러웠다. 한파 때문에 누렇게 시들었던 이파리들이 하나도 보였다. 우리의 가을 소풍을 위해 여름내 정성을 들여 단장한 모습 같았다.

야자수 길은 영화 말할 없는 비밀 장면에 나오는 야자수 길이 떠오르게 했다. 영화에서 받았던 이국적이고 신비한 느낌이 정수리로 스멀스멀 올라오려 했다. 마침, 게임을 시작하기 몸풀기를 위해 국민체조를 시간이었다. 나는 영화의 줄거리를 생각해내려는 공허한 시도를 거둬 들였다.

너무나 익숙한 국민체조 음악이 나오자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체조를 인도하는 선생님의 동작은 절도가 있었다. 나도 동작을 큼직하게 따라하고 싶은데 티셔츠 길이가 짧아 팔을 높이 들면 넉넉한 배가 드러나게 생겼다. 체조를 하는 마는 하려니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도 어쩔 없었다. 6학년 때인가 아침 조회 시간에 운동장에서 국민체조를 때였다. 아는 동작이니 감고 하면 어떨까 싶어 그렇게 했다가 다른 선생님한테 꿀밤을 맞았다. 눈을 떠보니 일렬로 있는 줄에서 조금 벗어나 있었다. 상황이 겹치면서 웃음이 지나갔다.

살부터 성인까지의 학생들을 팀으로 나누었다. 선생님들은 준비한 게임을 하나씩 진행했다. 팀별로 줄로 섰다. 공을 머리 위로 마지막 사람한테까지 전달했다가 공을 다리 사이로 처음 사람에게 다시 보내는 게임. 다음으로, 같은 팀끼리 손에 손을 잡는다. 사람씩 훌라후프를 통과하여 마지막 사람까지 훌라후프를 보내는 게임. , 잡은 손을 놓치지 않아야 하고 훌라후프를 손으로 잡지 말아야 한다. 나이든 학생들은 요령 있게 몸을 꼬았다. 꼬맹이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댔다. 언니, 오빠들이 동생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영어로 알려주었다. 급한 상황에서는 영어가 먼저 나오나 보다. 학생들 대부분이 이민 1.5세이고, 나이가 제일 어린 반과 성인반은 모두 미국 원어민이다. 학국어를 배우려는 원어민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는 분위기다.

입에 빨대를 물고 과자 양파링을 전달하는 게임도 했다. 처음에는 번에 4개까지 옮길 있다는 제한을 두었지만 다들 게임에 몰두하는 바람에 제한을 없앴다. 번에 예닐곱 개씩 너끈하게 옮긴 팀이 결국 이겼다. 컵에 물을 담아 멀리 세워놓은 병에 채우는 게임도 빠트릴 없다. 규칙을 이해하기 쉬운 게임이라 그랬는지 모두가 열성적으로 물을 날랐다. 근소한 차이로 승패가 갈렸다.

마지막으로, 종이비행기 멀리 날리기. 학생이 자기만의 방법으로 비행기를 접었다. 비행기는 모양도 근사했고 멀리 날아갔다. , 언니들을 따라 소풍 나온 꼬마가 비행기를 제일 멀리 날렸다. 우리는 모두 놀라워하며 그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사실 게임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전체 일정과 올지도 모를 날씨를 고려하여 점심을 먹기로 했다. 거의 모두가 김밥을 같았다. 나는 미국 엄마가 사준 찬합을 슬금슬금 풀어 놓았다. 나는 김밥 싸는 번거롭기도 하고 말지도 못한다. 그래서 밥하고 반찬을 챙겨왔다. 반찬 그릇도 여러 개에다가 덜어 먹을 그릇까지 챙겨야 하니 이것도 번거로운 일이나 어쭙잖은 김밥보다 나을 같았다. 살짝 어색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도시락이랑 다른 선생님들 김밥이랑 나눠 먹었다. 다음번에는 나도 어떻게 하든 김밥을 말아올지도 모르겠다.

소풍 내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서두르는 선생님들이 없었다. 학생들은 게임을 열심히 하면서도 이기려고 아웅다웅하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미소가 가을꽃처럼 피어나는 시간이었다. 선생으로 따라와서 이렇게 편히 소풍해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디지털게임이나 문화에 익숙한 시대를 살면서 몸을 부대끼며 노는 일이 오래 기억에 남을 같다.


*이 글은 앨라배마 타임즈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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