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란타한인교회 마당에서. |
동남부 한인연합감리교회 목회자 가족 수련회에 갔었다.
2박 3일을 미국에서 고향 같은 애틀랜타에서 보내면서 반가운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새로 얼굴을 익히게
된 사람들도 있었다.
수련회 둘째 날, 한인연합감리교회(아래 연감)와 기독교대한감리회(아래
기감) 목회자들의 친선 경기가 아틀란타 한인교회에서 열렸다. 경기
종목은 탁구, 족구와 배구였다. 목회자 아내들은 경기가 열리는
동안 각자 자유롭게 시간을 사용하도록 허용되었다. 덕분에 아틀란타 한인교회 근처에 있는 한인 마트를
어슬렁대다 돌아왔더니 탁구와 족구 경기는 끝나 있었다. 경기 결과는 연감과 기감이 1:1 상황이었다. 마지막 종목인 배구 시합은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구경하기로 맘 먹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친선 경기이니 누가 이겨도 좋겠으나 남편이 연감
쪽 선수로 뛰게 되었으니 당연히 연감을 응원했다.
9명의 선수가 참여하는 9인제 배구가 시작되었다. 배구공이 날아가고 튕겨지는 곳으로 눈길이
바쁘게 따라다녔다. 목사님들이 재주가 많으신지 배구도 잘 하셨다. 그
자리에서 만들어진 팀이니 팀 플레이 보다는 각자가 열심히 경기하는 모습이었고, 그 중에서 좀 더 기술적으로
잘 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빠르고 힘차게 날아온 공을 가볍게 받아서 공격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때론 힘차게 내리꽂거나 때론 살짝 네트를 넘겨 점수를 획득할 때마다 구경꾼들은 환호와 박수로 선수들을 응원했다.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간 공을 살려낼 때도, 갑자기 자기 앞으로 날아오는
공을 민첩하게 받아낼 때도 선수들은 박수를 받았다. 선수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3 세트 경기를 했고, 연감이 이겼다. 올해 수련회 친선경기에서는 전체적으로 연감이 이기게 되었다.
구경꾼들은 박수로 선수들을 격려하고 선수들은 물을 마시며 흩어지려고 하는데, 어느 목사님께서 40대, 50대
나눠서 경기해 보자고 제안하셨다. 이 제안은 연감과 기감 목회자들이 섞여서 경기하자는 말씀의 다른 표현이었던
것 같다. 경기가 재미있게 진행되었다. 연령대가 높으신 목사님들은
배구 기술이나 경기에 임하는 열정이 젊은 세대에 뒤지지 않으셨다. 하지만 힘은 좀 부치시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공이 네트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옆에서 50대
목사님 편을 응원하시던 사모님 한 분이 경기를 하고 있는 젊은 목사님께 애교 섞인 항의를 하셨다.
“살살 좀 하셔~”
“이건 경기에요. 경기는 이기려고 하는 거에요.”
젊은 목사님께서 짐짓 진지하게 대꾸하시는 모양에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몇 마디 더 말씀을 나누시는 것 같았는데 다 들리지는 않았다. 그러다 젊은 목사님이 하시는 말씀이 귀에
쏙 들어왔다.
“힘 조절 하는 것도 능력이에요.”
맥락 없이 들린 말이긴 한데 이 말이 자꾸 되뇌어졌다.
공을 잘 받아내는 상대 선수를 향해서는 강한 스파이크로 공격하고, 연세 많으신 선수를 향해서는 퉁퉁 튕겨 공중에 띄워 힘 빠진 공을 넘겨주기도 하고, 공을 서비스 할 때도 점수를 내기 위해 잘 받아내지 못하는 선수 쪽으로 스리슬쩍 보내기도 하고…… 이런 걸 두고 힘 조절 잘 한다고 하는 것이리라.
내 눈에는 배구 경기를 하고 있는 양팀 선수 열 여덟 명 모두 힘 조절하는 능력은
다르지만 힘을 다해 경기를 하고 있었다. 심판은 어느 팀이 이겼는지 정확한 판가름을 하려고 힘을 다하고
있었다. 환호하는 구경꾼들은 경기에 집중하면서 선수들을 응원하는데 힘을 쏟고 있었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주변을 맴도는 구경꾼들도 저마다의 이유에 힘을 쓰고 있었다. 운동신경이 둔하고, 융통성이 없고,
순발력이 떨어져서 상대적으로 무기력해 보이고 존재감 없는 나라는 사람은 구경꾼으로 앉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데다가 힘을 싣고 있었다.
이 장면에서 쓸데없는 군더더기 힘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가진 힘을 자신의 선택과 결정에 의해 어딘가에 사용하고 있었고, 적어도 그 시간은 각양 각색의 힘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멋지다!
2013년 세밑이다. 다가오는 새로운 해에는 어디에 힘을 쏟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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