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보내준 사진 |
한국에 계신 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다는데 나와 아이들은
그냥 여기, 미국에 있다. 마음이 아주 불편하다. 이렇게 기분이 싱숭생숭하고 쓸쓸할 지 몰랐다.
올해 2월
간암 수술과 6월 뇌종양 수술을 받고 집에서 투병하시던 아버님께서 음식을 전혀 못 드시고 호흡이 아주
거칠어지는 등 건강 상태가 아주 많이 안 좋아지셨다. 가까이서 아버님을 돌보시는 어머님은 첫째 아들인
남편이 한국으로 빨리 와주길 바라셨고 남편도 서둘러 비행기편을 알아보고 고향집으로 날아갔다. 아버님의
병과 수술, 그 후 건강이 악화되는 과정을 함께 겪으신 어머님과 뇌종양 수술 후 병원에 머무르며 아버님
상태를 잘 알고 있던 남편은 아버님에게 닥칠 무엇인가를 감지하고 있던 것 같다.
아버님은 화요일 저녁 늦게 한국에 도착한 남편과 하룻밤을 보내셨다. 한국이 아침 식사 시간이 되었을 즈음에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어 둘째 아이 윤이와 나는 전화로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그 동안 할아버지의 건강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하던 강산이는 할아버지와 전화 통화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것 같다는 얘기를 하면 자꾸 울어서 전화 통화하도록 더 이상
권하지 않았다.
“할아버지, 그 동안 고마웠어. 할아버지가 있어서 좋았고, 할아버지가 곁에 없어도 우리 마음에 있을 거야. 하늘 나라에 가서
편안히 계셔. 할아버지, 사랑해.”
아무 대꾸도, 소리도
내지 못하시는 할아버지께 윤이는 차분하게 자신의 마음 전했다. 나는 말보다 울음이 앞서 제대로 말을
못했다. 그리고 나서 그날, 10월 16일 수요일 낮 1시 30분(한국 시간)에 편안히 숨을
거두셨다.
아버님은 성실하고,
약간의 유머가 있으시고, 곧은 소리 잘하시고, 볼멘소리
하시면서도 어머님을 잘 도와주시고, 손주들에게는 무뚝뚝한 분이셨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권장하던 시기에 마을 이장 하시면서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아들 둘만 낳고 그만두신 결단력 있는 분이다. 그리고 두 아들을 대학까지 보내기 위해 아주 열심히 농사 지으셨다고 한다. 두
아들은 아버지의 바람 이상으로 대학원을 나와 목사와 특수학급 교사로 아버님처럼 성실하게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
아버님은 30 대에 교회 장로가 되셔서 돌아가시기 까지 목사들을 도와 교회를 섬기셨다. 세상 즐거움을 엿보지 않고 하나님 믿는, 신앙 안에서만 기쁨을 누리셨다. 그렇게 사시다가 육신을 가진 삶을 조용히 마무리 하시고 영원한 삶을 누리는 하나님 나라로 떠나셨다.
앞으로 아버님과의 마지막 시간들을 기억할 때 내가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뿐이다(남편이 돌아와 아버님 장례에 대해 들려주는 얘기가 내 기억에 보태어질 것이다).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님을 조문하기 위해 찾아오시는 많은 손님들을 맞이하고 대접하며, 그러는 중에도 장례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이렇게 저렇게 마음 쓰고 있을 가족들의 고단함에서도 나는 멀리
떨어져 있다.
“여기
분위기는 담담해. 다들 농촌에서는 추수가 끝나서 제일 한가로운 시간이고, 날씨가 덥지도 춥지도 않은 좋은 계절에 가셨고, 그리고
내가 여기 급하게 오고 다음날 임종을 지키는 가운데 돌아가셔서 복되다고 하셔.”
남편이 보내준 문자 메시지의 내용이다.
담담하다…… 아버님이
돌아가시면 남편만 한국에 가게 되리란 걸 알고 있었지만 함께 가 뵙지 못한 죄송스러움과 어쩌다 이리 멀리 떨어져 살게 되었나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자꾸 파고들어 난 새벽기도 때마다 소리 없는 울음을 참았다. 차라리 가족들과 조문객들과 섞여 함께
있는 편이 아버님의 죽음을 곱씹으며 장례 과정을 상상만 하고 있는 것보다 덜 슬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 가 있는 남편이 알려준 대로라면, 아마도 이 글을 올릴 때쯤(한국 시간으로 금요일 오전 9시) 장례식장을 떠나서 평생 섬기시던 교회에서 발인예배를 드리고, 12 시쯤이면 아버님의 부모님과 이미 돌아가신 교우들이 잠들어 있는 교회 장지에 묻히시게 될 것이다. 나도 이젠 슬픔을 거두고 하늘 나라로 가신 아버님께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인사를 드리련다.
“아버님, 편안히 가세요. 나중에 다시 뵈어요.”
“그러므로
그들이 하나님의 보좌 앞에 있고 또 그의 성전에서 밤낮 하나님을 섬기매 보좌에 앉으신 이가 그들 위에 장막을 치시니 / 그들이 다시는 주리지도 아니하며 목마르지도 아니하고 해나 아무 뜨거운 기운에 상하지도 아니하리니 / 이는 보좌 가운데 계신 어린 양이 그들의 목자가 되사 생명수 샘으로 인도하시고 하나님께서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 주실 것임이라”(요한계시록 7:15-17)
“내가 들으니
보좌에서 큰 음성이 나서 이르되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시리니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친히 그들과 함께 계셔서 /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요한계시록 21:3-4)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