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7/2010

걷는 것도 감사해라



요즘 걷는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공원에 가서 걷기도 하고 동네를 돌기도 합니다.
팔을 앞뒤로 힘차게 흔들며 조금 빠른 걸음으로 30분쯤 걷습니다.

그러면 땀이 흐르고, 숨도 가쁘고, 얼굴도 빨개집니다.
게다가 온몸에 땀띠까지 확 솟습니다.
2년 넘게 운동을 하지 않았던 까닭인 것 같습니다.

같은 곳을 여러 번 돌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정리하면 어떨까 했는데 걷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저 제가 목표한 운동량을 채우려는 생각 밖에 없습니다.
단순해지는 시간입니다.

경기장 둘레를 5바퀴 도는 것이 목표입니다.
금요일 오후에는 꼬마들 풋볼 경기가 있는데 다른 평일에는 시합이 없기 때문에, 사람도 별로 없고 경기장 뒤쪽 길은 작은 숲이 옆에 있어서 어두워지면 혼자 걷는 것이 살짝, 아니 조금 많이 무섭습니다.-별로 쓸데 없는 겁이 많아서요. --;;

어떤 날, 조금 늦게 공원에 간 적이 있습니다.
2 바퀴쯤 돌았는데 금새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가끔 뵙는 어느 나이 많으신 부부도 운동을 마치고 돌아갑니다.
어쩌나, 하고 있는데 몸집이 뚱뚱한 여성 한 분이 트랙에 들어섭니다.
잘 됐다, 하며 한 바퀴를 더 돌았는데 그 여성이 안 보입니다.
또 어쩌나, 하는데 애완견을 데리고 나온 아저씨가 개에게 앉아라, 기다려라… 하며 훈련을 시킵니다.
잘 됐다, 하며 4 바퀴째 돌았습니다.
그 아저씨도 보이지 않을 때쯤 어디선가 한국말로 말씀을 나누시는 아주머니 세 분이 나타나 안녕하세요, 합니다.
그래서 5바퀴를 채웠습니다.
호호호, 모두 고마워라!

나름대로 정한 운동량을 채우고 나면 작은 성취감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면 요즘은 구름만 가득할 때가 많고 완전히 어둠으로 덮이지 않아서 그런지 별도 잘 보이지 않으나, 짙어지는 어둠을 포함하여 온 우주를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숨결을 가만히 느껴봅니다.
사실 잘 느껴지지 않지만 저의 느낌과 상관 없이,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기대하는 이들을 위해 일하고 계시겠지요.
호호호, 정말 고마우셔라.

그 동안 일상 속에서 모든 일들을 긍정적으로, 은혜로 고백하려 애썼던 믿음이 요즘은 더욱 필요한 때입니다.
걸을 수 있을 때 걸으면서 몸도 마음도 영혼도 더욱 든든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핑계- 지난 주에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이 잘 안 돼서 블로그에 들어와 보지도 못했습니다. 히히히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치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식물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찌라도 / 나는 여호와를 인하여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을 인하여 기뻐하리로다 /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라 나의 발을 사슴과 같게 하사 나로 나의 높은 곳에 다니게 하시리로다”(하박국 3:17-19)

8/13/2010

김치 맛이 깊어져 간다면

엄마께

안녕하세요?
한국은 많이 덥고 비도 많이 오는 것 같은데 가족들 모두 어떻게 지내세요?

조카들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 지 꽤 여러 날 되었네요.
엄마나 어머님이나 아이들 돌보느라 수고했다, 말씀해 주셨는데 아이들이 저한테 준 것도 많아요.
많이 웃게도 해주었고, 말도 많이 하게 해주었고, 김치도(!) 여러 번 담그게 해주었요.

한국에서는 어머님이 김치가 떨어지지 않게 담궈 주셔서 내가 김치를 해 볼 기회를 주시지 않았잖아요.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되서는 왠지 김치는 직접 만들어 먹어야 될 것 같아 엄마한테 몇 번씩 전화해서 물어보고 그랬구요.
하지만 두어 번 만든 김치가 도무지 맛이 없어서 찌개로 끓여 먹었어요.
그래서 김치 만들기를 일찌감치 그만두고, 그 동안 식품점에서 파는 김치를 사다 먹거나 누군가 김치를 나눠주면 큰 선물 받은 것처럼 좋아하며 맛있게 먹었어요.

그러다가 올 여름 조카들이 온다기에 직접 담근 김치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김치 담그기에 다시 도전을 했어요.
먼저 조금 쉬운 겉절이를 했어요.
바로 이어 배추 2포기를 잘라서 담그는 김치를 해 보았어요.
그런데 김치 냄새가 이상한 거에요.
새우젓과 까나라리 액젓을 넣었는데, 그 중 까나리 액젓이 오래 되어 그런가 하고 새 액젓을 사서 다시 담궈보았어요.
그래도 김치 맛이 산뜻하지가 않았어요.
엄마한테 전화로 물어봤더니 여름 김치에는 새우젓을 넣지 않는다고 알려주셨잖아요.
양파도 넣고, 설탕도 조금 넣어보라고요.

엄마의 충고에 힘입어 큰 맘먹고 배추 1상자를 샀어요.
크고 작은 배추 9포기 가운데 상한 것을 다듬어 버리고, 완전히 상한 1포기도 버리고 5포기를 새우젓을 넣지 않고 만들었어요.
아이들 보고도 맛과 간을 보아달라고 했더니, 고춧가루를 조금 더 넣으면 좋을 것 같다는 둥 익으면 맛이 있을 것 같다는 둥 하며 저한테 용기를 줬어요.

네 번째 담근 김치는 제법 향이나 색깔이 김치 같아서 밥상에 자신 있게 내놓았어요.
그런데 김치가 별로 인기가 없는 거에요.
아이들이 하는 말이 시골 할머니가 담궈 주신 아삭아삭한 김치가 먹고 싶다, 그러는 거에요.
이그그. --;;

그래서 어떻게 했는 줄 아세요?
“얘들아, 남아 있는 배추로 다시 한번 만들어줄게.” *^^*

이번에는 새우젓도 넣지 않고, 까나리 액젓이 아니라 교회 권사님이 알려주신 어떤 액젓을 넣고, 양파와 설탕을 넣어 남아 있던 배추 3포기로 뚝딱 김치를 만들었어요.
두 달이 채 안 되는 동안 김치를 다섯 번째 해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어렵게 느껴지지도 않는 거에요. ㅎㅎㅎ

제가 먹어본 바로는 김치 맛이 훨씬 나아졌어요.
가족 누구도 맛있다고 말해준 사람은 없지만요. *^^*

엄마, 나 시간 나면 김치 또 담글 거에요.
어쩌면 사다 먹을지도 모르구요.
어쨌든 내가 담근 김치 맛이 깊어져 간다면, 그건 미국에서 살아가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는 것과 같은 뜻이 될 거에요.
엄마나 어머님처럼 맛난 김치 만들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요.

엄마,
오늘 따라 엄마가 해준 마늘쫑 조림도 먹고 싶고, 고추장으로 양념한 시금치 무침도 먹고 싶고, 명절 뒤에 남은 음식을 모아 끓인 잡탕찌개도 먹고 싶네.
먹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더 먹고 싶다.
나중에 한국 가면 많이 많이 먹어야지~.

가족 모두 건강하세요.
이제 말복도 지났으니 곧 서늘한 바람 불겠죠.

여러 모로 모자란 딸 올림.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요한복음 3:16)

8/06/2010

고마운 테니스 시간


강산이가 일주일에 한번씩 테니스를 배우고 있습니다.
처음 해보는 운동이라 좋아할지 어떨지 모르고 얼떨결에 시작했습니다.
테니스를 시작한 지 10 주쯤 된 것 같은데, 테니스 하러 가는 날을 언제나 기다리고, 운동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며, 공도 제법 그럴듯한 자세로 잘 칩니다.


강산이에게 테니스를 지도해 주시는 최코치님은 밀알선교단을 통하여 만나게 되었습니다.
코치님의 귀한 레슨 시간을 나누어 장애우 10 여명을 위해 자원 봉사하시는 것입니다.
왠지 운동하시는 코치님들은 무서우실 것 같았는데, 첫 시간부터 우리 아이들에게 털털하게 대해주셔서 강산이만 봐도 얼마나 편안해 하는지 모릅니다.


또 아이들이 테니스 하는 동안 공을 주워 모으거나 레슨이 끝난 아이들과 잠깐 동안 테니스도 쳐주는 고등학생 자원 봉사자들도 있습니다.
정말 훌륭한 학생들입니다.
코치님께 감사한 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학생 자원 봉사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의 마음입니다.

정말(!) 이상하게도 테니스 하는 날 그 시간이 되면 하늘에 구름이 많이 껴서 흐려지거나 비가 와서 운동을 못하기도 하고, 여러 명이 레슨 시간을 나누다 보니 시간이 짧게 할애되어 아쉬운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강산이가 마음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땀 흘리며 운동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같이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으니 나의 사랑 안에 거하라 / 내가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의 사랑 안에 거하는 것 같이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거하리라 / 내가 이것을 너희에게 이름은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어 너희 기쁨을 충만하게 하려 함이니라”(요한복음 15: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