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8/2011

그리울 때는


강산이가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반복적으로 하는 일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거의 날마다 많은 시간을 들이는 일은 노래를 듣는 것입니다.

아주 어릴 적에는 동요를 많이 들려주었던 것 같습니다.
집에서나 자동차를 타고 이동할 때나….
그리고 율동을 알 수 있는 곡은 아이를 앞에 두고 같은 동작을 몇 번이고 되풀이 하곤 했습니다.

만4세가 되어 조기교육을 받기 위해 서울시립정신지체인복지관을 찾아가 면접시험을 보았을 때였습니다.
그때는 교육을 받아야 할 아이들은 많고, 뽑는 인원은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보행이나 신변 처리가 가능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었습니다.
강산이는 걷는 능력이 느린 편이어서 네 살이 되었어도 다리를 어정쩡하게 벌리고 걸었기 때문에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기억하기로는 인지 테스트를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이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셨는데, 저는 이 때다, 하면서 강산이가 동요를 아주 많이 안다는 얘기를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시키지도 않은 노래를 부르면서 율동을 시작했습니다.
두 곡을 연이어 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강산이가 방실방실 웃어가면서 예쁘게 율동을 따라 하기도 하고, 혼자 기억해서 마무리하기도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합격(!)하여 조기교육 2년의 혜택을 보게 되었고, 신체적으로도 더욱 튼튼해지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훗날 어떻게 하다가 듣게 되었는데, 면접시험을 맡아 하셨던 선생님이 아는 것은 많은가 봐, 라고 강산이에대해 평가를 하셨답니다. *^^*

열 여덟 살이나 된 지금의 강산이가 노래를 좋아하는 것이, 마치 어미가 일찍부터 음악을 들려주어서 그렇다는 공치사를 하려고 옛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니구요~.
날마다 노래 특히, 요즘 기독교인들이 많이 부르는 CCM을 즐겨 듣는 강산이를 보면서 생각이 “그저” 과거로 잠시 흘러갔을 뿐입니다.

(이렇게 글의 흐름을 바꾸고 싶을 때 글로 표현하는 재주가 부족하니, 아이가 어릴 때 찍어두었던 사진이 한 장 떠억 들어가면 좋으련만, 풀지 않은 이삿짐 꾸러미들 어딘가에서 쉬고 있나 봅니다.)

강산이는 노래를 MP3나 CD 플레이어가 아닌 이동용 DVD 플레이어로 듣기도 합니다.
이동용 DVD 플레이어는 이름 그대로 DVD만 볼 수 있는 기계인 줄 알았는데, CD 플레이어의 기능도 있으면서 화면에 노래 목록까지 보여줍니다.
오디오에 비디오까지 되니, CD 플레이어는 뒷전으로 밀리고 DVD 플레이어를 더 자주 사용하곤 합니다.

그날, 강산이는 제 노트북을 차지하고 앉아 한글 타자 연습을 하면서, 이어폰으로는 노래를 듣고 있었습니다.
타자 연습을 하려면 화면에 제시되는 문장을 따라서 쳐야 되는데, 기능적으로만 타이핑을 하는지 그것도 하고, 동시에 노래를 들으며 입으로는 따라 부르기까지 합니다.
공부할 때나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도 노래를 듣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강산이에게서도 봅니다.

듣고 있던 CD가 다 끝났는지 다른 CD로 갈아 끼웁니다.
그 CD가 뭔가 해서 슬쩍 들여다 보았더니, 지난해 아틀란타 밀알선교단에서 있었던 여름 캠프 사진을 모아 놓은 것이었습니다.
배경 음악으로 깔아 놓은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을 따라 부르기도 하고, 수어로 찬양하기도 하며, 사진에 등장하는 친구들 이름을 하나도 빠짐없이 불러봅니다.

음, 밀알 친구들 이름을 다 알고 있군, 하는데, 옆에서 갑자기 밀알에 가고 싶어, 하며 웁니다.
강산이가 우는 모습은 정말 서러워 보입니다.
눈 주위가 일그러지고 순식간에 벌겋게 바뀌면서, 복받치는 울음 소리를 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왜 울어! 나중에 아틀란타에 놀러 가서 밀알 가면 돼.”
아틀란타는 이곳에서 자동차로 세 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라, 마음 먹으면 하루에도 다녀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언젠가 아틀란타에 가면 그럴 날이 있겠지, 하는 애매한 생각을 말한 것입니다.
기약 없는 말에도 위로가 되었는지 울음을 멈춥니다.
“밀알 있잖아~ 누구 누구 누구…. 하현지 선생님 있잖아~ 기도해야 돼!”

가끔 한국에 계신 할머니와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섬긴 교회에 있던 아주 연약한 동생인 ㅇㅂ 보고 싶다며 글썽이더니, 이제 보고 싶은 목록에 아틀란타가 첨가된 것 같습니다.
밀알 선교단, 다니던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 그리고 건축이 진행되는 동안 그 앞을 지나갈 때마다 와~ 우리 교회라고 외치던 한인교회….

미국으로 이사 와서 이곳에 적응하기 위해 그리움이라는 감정에 무게를 실어주지 않았는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감정이 무뎌지는 저와는 달리 아들 녀석은 사춘기라 그런 것 아닐까요?
생활 전반에 더 많은 책임을 가지고 있는 어른과 그렇지 않은 아이인 까닭일까요?

그런데 보고 싶어, 하며 서럽게 우는 아이가 문득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그리워하는 사람들마다 떠올리며 기도해야 돼, 하는 아이의 믿음이 깊어 보였습니다.
사람들을 향한 아이의 마음이 봄빛처럼 따스하게 제 마음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아무도 자기를 속이지 말라 너희 중에 누구든지 이 세상에서 지혜 있는 줄로 생각하거든 미련한 자가 되어라 그리하여야 지혜로운 자가 되리라”(고린도전서 3장1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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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둘째 아이가 학교에서 가방을 잃어버렸다고 전해드렸는데, 꼭 일 주일 만인 오늘,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한 주 동안 노트만 들고 학교에 간 아이도 마음이 불편했겠고,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교우들은 안타까워하시기도 하고, 학교에 함께 찾아가 이 일에 대한 관심도 표명해주셨습니다.
교감 선생님이 나서서 일을 처리하겠다 약속하셨고, 사건(?)의 앞뒤도 알게 되고, 가방도 무사히 찾게 되었습니다.
누가 잘못한 것인가를 떠나, 가방을 되찾은 것이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고, 교우들께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래저래 주위가 따사로운 것이 봄은 봄인가 봅니다.

댓글 2개:

  1. 금년여름 아가페캠프에서 강산이를 못 본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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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캠프에 가셨군요. 밀알과 떨어져지낸 지 오래라...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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