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2/2005 - 바다 낚시


"어? 걸린 것 같은데!"
"그럼 건져봐."
"야, 4 마리다. 어떻게 넣자마자 잡냐!"
"강윤이 처음 낚시 할 때도 2 마리를 한 번에 잡더니. 강윤이, 할아버질 닮아서 낚시할 줄 아나본데~~"

주변에서 휴가를 가네 오네 합니다.
우리는 휴가가 언제냐고 강윤이가 묻지만 우리는 "글쎄" 합니다.
친구 목사와 이런저런 일로 전화를 하다보니 휴가는 언제 가냐는 질문을 또 받습니다.
"아직 계획이 없는데."
그러자 친구 목사는 답답하다는듯이 "그럼 계속 그렇게 살어" 합니다.

남편은 친구의 말에 자극을 받은 것인지 낚시꾼이신 옆집 아빠에게 여쭈어봅니다.
"식구구들하고 아버님 잘 가시는 바다 낚시 가면 어떨까요?"
"좋지! 그렇지 않아도 방학 동안 아이들 데리고 낚시 한 번 가야되는데 했어."

어느새 옆집 아빠는 낚시 달력 앞으로 가셔서 자세히 보시더니 손가락을 꼽으며 돌아오십니다.
"음, 이번 주 목요일, 다음 주 월요일, 화요일 괜찮겠는데. 물이 많을 때가 고기가 잘 잡히거든."
"그럼 아이들 학원 방학이 이번 주까지니까 목요일(4일)에 가시죠?"
"알았어."

하루에 갔다와야 하는 일정이기에 새벽기도 끝나자 마자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새벽기도 나가면서 아이들을 깨워 세수하고 옷입고 있으라고 해놓았습니다.
'하나님, 오늘 우리 가족 즐겁고 행복한 시간되도록 함께해 주세요. 오고 가는 길도 안전하게 지켜주시구요.'
우리의 급한 마음을 아는지 교회 식구들이 보통 때보다 10분이나 일찍 기도를 끝내시고 돌아가셨습니다.
정말 신기했습니다(???).

집에 와보니 강산이는 간식을 봉투 몇 개에 나누어 어설프게 담아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강윤이는 옷입고 다시 자고 있었습니다.
"얘들아 가자!"
벌떡 벌떡.
잠 자리를 그 까잇껏 대~충 정리하는 동안 아이들과 옆집 부모님은 벌써 1층에 내려가 계셨습니다.

저와 우리 아이들은 그 단조로운 고속도로 달리는 것을 좋아합니다-운전하는 남편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다는 기대 때문이기도 하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누리는 '쉼'의 맛을 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목적지에서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휴게소가 주는 기쁨을 뒤로 하고 서해안고속도로를 시원스럽게 달려갑니다.

홍성 나들목을 지나 태안, 안면도 쪽으로 가다 보니 천수만이 나옵니다.
바다를 갈라 만든 길 오른쪽은 논이고 왼쪽은 바다인데 길에서 멀지 않은 바다 위에 여러 낚시터 좌대가 떠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일기예보에서 흐리고 약간의 비가 온다고 해서 오히려 바다낚시 하기에 좋겠다 했는데 이 곳에 와 보니 파란 하늘에 엄청 큰 뭉게구름이 한여름 날씨 그대로입니다.



우리가 온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만길호' 라고 쓴 배가 우리 앞에 와서 닿습니다.
"어이, 김사장."
이 낚시터 단골이신 아빠가 배 키를 잡고 있는 분께 손을 들어 인사를 하십니다.
"인천 사장님 오셨어요."
낚시터 사장님의 인사입니다.
여기서는 호칭이 사장님으로 통하나봅니다.

삼형제가 운영하는 만길호 낚시터에 도착해보니 이른 8시30분 쯤 되었고 손님은 우리 뿐이었습니다.
주말에는 30 여명의 손님이 찾아온다고 하는데 그러면 낚시터가 꽉차서 정신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낚시터 사장님은 손님이 많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자리도 널찍하게 차지할 수 있고 낚시터가 한가해서 더욱 좋았습니다.


낚시터 사용료는 성인 남성는 3 만원, 성인 여성은 1 만원, 아이들은 무료입니다.
아빠는 사용료가 아깝지 않게 숭어를 30 여 마리씩 잡으시곤 하셨습니다.
오늘은 초보 낚시잡이 남편이 잘해보려는듯 떡밥에 낚시 바늘 끼우는 것을 가르쳐주시는 낚시터 사장님 설명에 집중을 합니다.

저는 아빠를 따라 고등학교 때부터 여러 번 낚시터를 다녀봤습니다.
낚시동호회에서 가는 것이기에 모두 아저씨들 뿐이고 어쩌다 아내하고 같이 오는 아저씨가 한 분 정도 있었습니다.
낚시에 따라가서는 하루 종일 낚시 찌만 바라보다 왔습니다.
때로는 낚시터 주변에 동네가 있으면 혼자 둘러보곤 했습니다.
낚시꾼 딸답게 말없이 홀로 있는 시간을 즐겼던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오늘 낚시터에서 무엇을 경험하게 될까 무척 기대가 됩니다.
아이들은 할아버지와 아빠에게 2 대씩 주어진 낚시대 가운데 하나씩을 꿰차고 앉습니다.
'궁금한 것이 많은 강윤이는 질문을 연이어 해댈테고 강산이는 물고기가 입질을 해도 다른 사람은 낚시대 만지지도 못하게 할텐데.'
아니나 다를까 조금만 옆으로 가라는둥 어른들과 아이들이 자리 다툼을 합니다.

그것을 보고 있던 큰 사장님은 작은 사장님에게 소리를 칩니다.
"야, 전어 끼워서 두 개 가져와."
전어를 잡는 낚시 바늘을 끼운 낚시대를 가져오라는 말입니다.


어른들 낚시 자리와 다른 곳에 자리를 마련해 주시더니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십니다.
닐낚시 줄을 바다 바닥에 닿을 때까지 풀어주고 조금씩 들었다 놨다 하면 멸치가 잡힐 거라고 하셨습니다.
강산이와 강윤이는 자기 낚시대가 생겨 좋아라 하며 그럴듯한 자세로 낚시대를 드리웁니다.

그러기를 1분이나 지났을까.
강윤이 낚시대에 은색 왕멸치가 4 마리나 잡힌 것입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해서 멸치잡이는 정말 시간가는줄 모르게 했습니다.

새우 모양을 한 낚시 바늘이 7 개 달려 있는데 한번 내려보내면 보통 서너 마리씩 올라오고 7 마리가 잡힐 때도 있습니다.
낚시 줄을 풀자마자 거두어 들여야 할 정도로 신나게 잡혔습니다.
옆집 엄마는 하루 동안 잡은 멸치를 보시더니 올 김장은 충분히 하겠다고 하십니다.


숭어잡이는 멸치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다른 때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잡으시던 아빠에게도 잘 잡히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작은 것 두어 마리와 제법 큰 것 서너 마리가 전부입니다.
남편은 아빠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아빠 낚시에 걸린 숭어를 끌어 올리는 '손맛'을 겨우 느껴보았습니다.


이른 10시 반 쯤 되어서는 아이들이 출출한 지 컵라면을 먹겠다고 합니다.
또 다른 사장님은 물을 끓여주시더니 그 동안 잡은 숭어를 회로 쳐오셨습니다.
숭어회가 고급 횟감은 아니지만 바다 위에서 먹는 맛이 더해져서 그런지 아주 맛나게 먹었습니다.

옆집 엄마가 준비해 간 밥과 반찬들, 그리고 음식점 하시던 솜씨를 발휘해서 끓인 숭어 매운탕은 달디 달았습니다.
싸가지고 간 반찬과 과일, 간식은 낚시터 사장님들과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아! 중요한 준비물 한가지.
바로 물입니다.
바다 위라 깨끗한 물이 귀합니다.
마시기도 하고, 커피, 라면, 찌개를 끓이기도 하고, 나중에 씻을 물로도 사용하면 좋습니다.


살이 벌겋게 익는 줄도 모르고 하루가 갔습니다.
늦은 6시면 낚시터가 파장을 한다고 합니다.
뒷정리 할 시간으로 한 시간쯤 여유를 두고 낚시대를 접었습니다.

우리가 잡은 숭어가 많지 않아 낚시터 사장님들이 잡아놓은 숭어를 보태어 가지고 가기 좋게 손질을 해주십니다.
남편과 아빠, 엄마는 다음에 또 오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만길호에 올라 먼저 뭍으로 가셨습니다.

두 번째 배에 탄 아이들은 올 때는 미처 못보았는지 배 옆으로 갈라지는 파도를 보며 즐거워하였습니다.
그러자 사장님은 배를 더욱 세게 몰아 더 큰 파도를 보여주셨고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는 하늘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고속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달릴수록 낚시터 하늘 끝에 걸려 있던 뭉게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하얗고 뽀얀 구름은 어느새 청회색이 되어 멀리 보이는 산 위로 흘러 내리는듯 합니다.
저녁을 먹으려고 세간에 말많은 어느 휴게소에 이르자마자 온통 먹구름이더니 쏟아붓듯 비가 옵니다.
갑자기 오는 비에 사람들이 술렁거립니다.
마치 우리가 그 비를 몰고 온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저녁 먹는 사이에 그 소나기는 지나가고 어둑어둑한 하늘과 조금은 서늘해진 기운이 집으로 돌아가 쉬라고 가르쳐주는 것 같습니다.
소란스럽거나 지나치게 피곤하지 않으면서도 낯선 풍경 속에서 가진 새로운 경험들이 행복한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좋은 것으로 네 소원을 만족케 하사 네 청춘으로 독수리같이 하시는도다"(시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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