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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미용사,
J와
카톡으로 연락이 되었다. 나는 카톡에서 J의 프로필
사진을 열었다. 굵은 물결 무늬의 긴 머리카락과 윤이 나는 머릿결은 헤어 디자이너답다고 생각했다. 짧은 머리 커트할 약속 시간을 정하고 미용실의 이름도 알아 두었다.
오전 10시 예약시간에서 15분 전쯤 미용실에
도착했다.
월요일 아침이라 손님이 많지 않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랐다. 이미 머리를 깎고 있는 사람들과 대기 중인 사람들. 곧 보행보조기를 의지한 할머니와 목발을 짚은 할머니가 들어오셨다. 연세 많으신 할머니들과 푸석한 얼굴을 한 아저씨들이 애용하는 오래된 동네 미용실 느낌이 들었다.
꽤 넓은 공간에서
세
명의 미용사가 머리를 깎고 있었다. 카톡에서 본 J는 보이지
않았다.
미용사들이 나를 흘깃흘깃 보더니 아무도 아는 척을 해주지 않아 대기석에 자리를 잡았다. 미용실 안에 한인은 나뿐이고, 이 분위기가 어색했지만 최대한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치 단골손님인 것처럼.
한 미용사가
자기 손님을 보내고는 눈짓으로 나의 주의를 끌더니 이름을 물었다. 나는 이름을 알려주고 그가 묻지도 않은 말도 덧붙였다. J에게 예약을 했다고 말이다. 나의 상황을 이해해 달라는 마음이었나 보다. 그는 아무 대꾸도 없이 컴퓨터만 두드리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J가 아직 출근을 안 했거나 미용실 어딘가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예약 시간이 살짝 지났다. 내가 미용실에 와 있다는 것을 카톡으로 알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저
미용실에 와 있’까지 글자를 입력하다가 그만 두었다. 급한 일도 없는데 첫 만남에서 인내심 없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셀폰 화면을 끄고 대신에 깊고 긴 호흡을 반복했다.
마음이 차분해지자
미용사들 중 아시안으로 보이는 사람이 혹시 J인가,
의아했다.
나는 J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다시 펼쳤다. 사진 한 번, 미용사 얼굴 한 번, 찬찬히 살펴보아도 J가 아니었다.
그
미용사의 분위기로 보아 베트남 사람 같았다.
1975년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남베트남이 패망하면서 거기에 살던 사람들이 미국으로도 이주했다. 뉴올리언스는 베트남과 기후가 비슷하고 바다와 인접한 곳이라 그들이 정착할 만한 곳이 되었단다. 그들 커뮤니티가 점점 커져서 지역 사회에서 그들을 찾아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뉴올리언스에 베트남인이 많다는 이유가 아시안 미용사를 그들 중 한 사람으로 짐작하게 했다.
아시안 미용사도
그의 손님을 보내고는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그에게 인사를 건네고 J를 기다리고
있다고 다시 덧붙였다. 그는 담담한 얼굴로 자기가 J라고 말했다.
이
미용실에 J가 둘인가? 아주 잠깐 헷갈렸다. 그래서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혹시 한국인이세요? 그는 네, 라고 대답했다. 우리는 그때까지 영어로 말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목소리에 공손함을
담아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J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내가 앉을 자리로 안내했다. 내 앞에 있는 커다란 거울로 J 얼굴을 다시 살펴보았다. 사진에서 본 얼굴이 잘 찾아지지 않았다.
저, 카톡 사진과
좀
달라 보여요… 이 말이 처음 만난 사람에게
실례인 줄 알면서도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실수의 정도를 줄이기 위해 호흡을 길게 하며 말끝을 흐렸다. 나의 질문이 재미있다는 듯 J의 눈 곡선이
부드러워졌다.
그
사진 십몇 년 전 사진이라 그래요. 그리고 남편이 베트남 사람이라 한국말을 많이 잊었어요. 묻지도 않은 말을 덧붙이는 J는 나와 비슷했다.
머리 깎는 내내 우리는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오래전 뉴올리언스로 이민와서 처음 다녔던 교회가 지금 내가 다니는 교회라고 알려주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우리의 연결점이 많아졌다. J는 영어 억양은 그대로라도 한국말로 점점 길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 글은 애틀랜타 중앙일보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