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3/2014

솔잎을 긁어 모으며





소나무에서 떨어진 잎들이 뒤뜰에 온통 흩어져 있다. 소나무는 사시사철 초록 잎을 달고만 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 집 소나무는 가을이면 누런색의 잎을 떨구어 낸다.

담장 가까이에 엄청 키가 큰 소나무 세 그루가 있다. 어림 잡아도 15미터(49피트)가 넘을 것 같다. 나무의 키도 크려니와 나무 껍질을 보면 두툼하고 쩍쩍 갈라진 것이 나이가 꽤 들어 보인다. 나무의 아래 절반에는 가지가 없고 위쪽에는 가지가 흐느적 흐느적 달려 있다. 또 나무 기둥에서 뻗어 나온 가지를 보면 가지 끝으로 갈수록 초록 솔잎이 손바닥을 힘껏 편 것처럼 달려 있다.

봄이 되면 가지 끝에는 노란색 송화도 피고 여린 연두색 솔잎도 나온다. 그렇게 새로 나온 잎들은 더우나 추우나 오랫동안 초록빛을 간직한다. 그러니까 가지 끝으로 갈수록 세상에 나온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잎들이다. 낙엽은 항상 가지 끝에서 떨어지는 줄로만 알았는데 집 가까이에 사는 소나무 덕에 그렇지 않은 나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을이 되면 가지 제일 안쪽에 있는 나이든 솔잎들이 누런색 옷으로 갈아 입고 나무 아래 땅으로 내려 앉는다. 누런 솔잎은 나무에서 떨어져 나왔기 때문에 그 안에 생명은 없으나 여전히 솔잎이라는 이름으로 땅에서도 오랫동안 머무른다.

솔잎을 모으고, 나르는 아이들. 어느새 일 년 전 그림이 되었네요.

지난해, 소나무에서 떨어진 솔잎이 뒤뜰에 가득하길래 아이들에게 솔잎을 긁어 모으라고 시켰다. 모아진 솔잎은 소나무 아래에 다시 뿌려줄 생각이었다. 둘째 녀석은 일 시킨다고 구시렁거리면서도 꼼꼼하게 모아놓은 솔잎을 보니 꽤 많은 양이었다. 일부는 뒤뜰 쪽 집 벽 아래를 덮는데 쓰고도 남을 것 같았다. 집 둘레의 세 벽면은 동네 관리하는 회사에서 이미 새로 갈아놓은 상태였다.

사람이나 자동차가 드나드는 길을 빼고는 집을 삥 돌아가면서 7센티미터(3인치) 이상 되는 두께로 솔잎을 깔아 놓는다. 검고 탁한 색으로 변한 묵은 솔잎 위에 누렇지만 싱싱한 솔잎이 얹어진다. 집 앞쪽 심겨진 나무들 아래에도 솔잎이 풍성하게 깔려 있다. 집 양 옆으로는 나무가 있든 없든 솔잎이 가지런히 깔려 있는데, 여기까지는 관리 회사에서 해마다 두 번씩 솔잎을 덮어준다.

뒤뜰 쪽은 개인이 알아서 관리한다. 솔잎이 필요하면 가게에 가서 사다가 깔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 집에 살고 있는 키 큰 소나무가 솔잎을 넉넉하게 내어주는 바람에 솔잎을 사오는 비용과 수고를 덜어주었다. 솔잎은 두껍고 길수록 좋다고 한다. 가게에서 파는 보통 솔잎은 23센티미터(9인치) 정도이고 아주 좋은 솔잎은 35센티미터(14인치) 이상이다. 와우! 우리 집 솔잎의 길이를 재보니 어느 솔잎이나 고르게 28센티미터(11인치) 쯤 되었다. 꽤 괜찮은 솔잎인가 보다.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집 둘레에 솔잎이 깔려 있는 모습은 아늑해 보이기도 하고 자연과 더 친밀한 느낌을 주어서 좋다. 게다가 큰 비가 내려도 흙이 쓸려 내려가지 않는다. 꽃밭과 나무 주변을 덮고 있는 솔잎은 장식하기 위한 목적도 있고 기온 변화로부터 식물과 흙을 보호하기도 한다. 솔잎을 두껍게 깔수록 그 안은 빛이 차단되어 잡초가 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집을 갉아먹는 흰개미는 향 때문인지 솔잎을 싫어한다고 한다. 그러니 흰개미의 침입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을 것 같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떨어진 솔잎을 모아 집 뒤쪽에 깔아주었다. 이번엔 남편이 수고를 했고 큰 아이가 나르는 것을 조금 도왔다.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솔잎은 다시 모아서 소나무들 아래로 보내려고 한다.

무뚝뚝하게만 보이는 소나무가 우리 집 울타리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생각을 이제야 해본다. 생명을 다한 솔잎마저도 쓸모가 있다니 참 고마운 나무다. 오래 전에 떨어진 솔잎은 썩어서 흙에게 좋은 영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거기서 다시 식물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것이고. 소나무가 자연이 순환하는데 한결 같이 기여하는 모습이 부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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