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8/2014

한국학교에서 배우기




한인 이민자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학교가 개강을 했다. 지난 학기에 임시 교사로 몇 주 참여한 것이 기회가 되어 이번 학기에 초등학교 3, 4 학년이 된 아이들이 있는 한 반을 맡게 되었다. 새로 만난 우리 반 아이들과 부모님들은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특별히 높아 보였다.

학교가 개강하는 날 부모님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이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 우리 반 학생들 집집마다 전화를 돌렸다. 그러던 중 손주들을 한국학교에 보낸 할머니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할머니께서는 큰 아이는 한글을 읽는데 똑같은 기간을 배운 동생은 왜 아직도 읽지를 못하냐며 호통을 치셨다. 나는 할머니의 큰 손주를 맡게 되어 전화 드린 것이라 동생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었다. 나와의 통화가 시원치 않으셨는지 오리엔테이션에 오셔서 교장을 직접 만나 봐야겠다고 하셨다.

아이들의 부모님은 영어권이어서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쉽지 않은 환경인데, 오히려 할머니께서는 손주들에게 한국어를 배우게 하는데 아주 열정적이신 듯했다. 이분은 선생님들 사이에 무서운 할머니로 불린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할머니께서는 학교가 시작하는 날 진짜로 찾아오셨다. 나는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맡아서 할머니와 얘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할머니는 작은 아이를 한국어 수준이 높은 반에 넣기를 원하셨고, 교장 선생님은 결국 큰 아이와 동생을 같은 반으로 배정하셨다. 둘 다 나의 반이 된 것이다. 한 학기 혹은 한 학년이 지나 동생이 글을 읽지 못하면 난 할머니께 혼나게 생겼다.

우리 반의 또 다른 아이는 3 학년인데 세 살부터 한국학교를 꾸준히 다니고 있단다. 또 다른 두 아이의 아버지들은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학교를 열심히 돕고 계신다. 한 아이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은 잘 하지만 잊지 않고 더 잘 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러 온다.

학교가 끝나고 아이를 데리러 온 어느 아버님은 숙제가 있느냐고 물어보셨다. 학기 시작하는 첫날에 말이다. 다른 지역 한국학교에서도 가르쳐 봤지만 숙제를 내줬는지 물어본 학부모님은 처음이었다. 한 학기 학습 계획을 만들면서 숙제를 내주어야겠다고 이미 마음 먹고 있었다. 그래도 첫날부터는 아니였는데…… 아이들은 숙제 있다고 하면 엄청 싫어하겠지만 그래도 난 마음을 정했다. 학교 행사가 있어서 수업이 없어도 숙제는 빠트리지 않고 꼭 내주는 걸로!

또 이곳에서 만난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 이외의 많은 시간을 한국학교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에게서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한인 이민자가 많이 살고 있는 지역에는 수백 명씩 모이는 한국학교가 여럿 있다. 주로 한인회나 교회에서 운영하는 학교들이다. 규모가 큰 학교는 운영하는데 필요한 인력과 재정이 넉넉해서, 운영을 책임지는 선생님들과 특별활동 선생님들이 따로 있고 교사들은 보통 자기 반 수업만 충실히 준비하면 된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한인 인구가 4,000 명쯤 되는 곳으로, 한인회 아래에 한국학교가 하나 있다. 30 명 안팎쯤 되는 학생들과 너덧 명의 선생님들이 작은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다. 학생 수가 많든 적든 한국학교는 한국어, 문화와 역사를 가르치고 경험하게 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그렇다 보니 이곳 학교의 선생님들은 학교 운영, 수업, 특별활동 등등을 거의 같이 감당하고 있다. 그리고 더 잘 가르치기 위한 방법들을 찾으려고 애쓴다. 선생님들과 사귄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내게는 그들이 학교를 위해 기쁘고 즐겁게 일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한국학교를 아끼는 마음이 느껴진다.

난 그들에게서 자신들의 시간과 선생으로써의 능력을 기꺼이 나누며 봉사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배울 수 있다면, 나는 그들과 무엇을 나눌 수 있을까? 선생님들에게는 지치지 않는 봉사의 마음과 가르치는데 필요한 지혜를, 학생들에게는 한국어를 잘 깨달아 배워갈 수 있는 지혜를, 학교 생활이 즐겁고 안전하기를, 학교 운영에 필요한 재정이 넉넉히 채워지도록 하나님께 기도 드리는 마음을 나누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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