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2/2018

보이지 않는 것




그 주일은 유난히도 힘이 빠졌다. 마음이 쓰이는 별다른 일도 없었건만 말이다. 세끼 꼬박 챙겨 먹는 습관대로 아침 식사도 적당히 잘 먹었다. 성가 연습을 하려고 성가대실에 들어가 앉았는데 몸이 축 처지는 느낌이었다. 창 밖으로 눈을 돌려보았다. 해가 짱짱하게 떠 있었다. 오후에 비가 오려나…. 몸이 무거운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는 멀쩡한 날씨를 만만한 핑곗거리로 삼고 있었다.

주일 예배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에 모이기로 한 성가대원들이 모두 모였다. 언제부터인가 약속 시간을 잘 지키는 성가대가 되었다. 성가 연습이 시작되었다. 성가 제목은 할렐루야 주의 믿음 갖고였다. 복음성가로 잘 알려진 곡을 4부 합창으로 부를 수 있도록 편곡한 것이다. 워낙 오래된 곡이고 기본 음정을 아는 곡이라 부담이 없었다. 그런데 기존 음에 너무 익숙하여 오히려 편곡된 노래의 음을 못 잡는 곳도 있었고, 그나마 작은 목소리는 힘이 실리지 않아 입 안에서만 뱅뱅 돌았다.

성가대에서 누구나 알 법해서 쉽다고 여겨지는 곡으로 정하는 때가 있다. 성가대원 가운데 여름이 되면 여행이나 휴가를 다녀오기 위하여 주일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 있기 때문에, 그럴 때면 적은 인원으로 부르기 쉬운 곡을 선택한다. 그날도 성가대원 가운데는 한국으로 여행간 사람도 있었고 휴가간 사람들도 있었다. 같은 부분에서 음정이 자꾸 틀리자 누군가 여행간 성가대원이 없어서 노래 소리가 별로 좋지 않다고 농담 삼아 웃으며 얘기했다.

예배는 시작되고 성가대석에 올라 갔다. 기운 없는 목소리로 대충 노래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나님, 힘 주세요, 마음으로 속삭였다. 힘차게 불렀지만 그래도 어떤 마디는 여전히 틀리게 부르고 내려왔다. 내가 음을 잘못 냈다는 것은 다른 성가대원들에게 미안하게도 음이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예배를 다 마치고 나니 오늘은 왜 이렇게 힘이 안 나죠?,  오늘 왠지 축 처져요, 라고 말하는 성가대원들이 여럿 있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으나 비슷한 분위기를 여럿이 같이 느끼는 이런 날도 있나 보다(날씨의 변화가 자연 만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날 저녁 때쯤 급작스럽게 내리는 비가 한 차례 지나가기는 했다). 그런데 우리의 기분과 상관없이 교인들 가운데 참 좋았다고 평해주신 분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성가에 대해 한 번도 이렇다저렇다 말씀하신 적이 없던 분이 그런 피드백을 해주셨다는 것이었다. 어떤 교우들은 작게나마 박수도 치면서 성가를 들으셨다는 말도 덧붙여졌다.

모든 주일 일정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성가대에서 겪은 얘기를 남편과 나누었다. 몇몇 성가대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는 얘기, 기운이 없었지만 있는 힘을 다해 성가를 불렀다는 얘기, 다른 주일에 비해 완성도가 높지 않은 성가였다는 얘기, 그런데 누군가는 그런 성가를 좋게 들었다는 얘기를 말이다. 다 듣고 나서 남편은 한 마디로 대꾸를 해주었다.

도우셨지 뭐.”

그리고 자신의 경험도 덧붙였다. 설교를 하고 나서 오늘은 죽 쑤었구나, 하며 참담한 심정이 되어 강단을 내려오면 그런 날은 꼭 한두 사람이 은혜 받았다는 말을 들려준다는 것이다.

주일 예배를 거룩하게 드리기 위한 기도는 경외심으로 빚어진 그릇에 가득 담아 드려진다. 성가대만 놓고 봐도 그렇다. 개개인의 준비 기도, 주일 아침 어느 성가대원의 대표 기도, 예배실에 들어가기 전 예배를 맡은 자들을 위한 목사님의 기도, 예배 중 회중의 대표 기도에 성가대를 위한 기도가 들어 있다. 하나님 앞에 드려진 기도는 하나도 헛됨이 없다. 우리 기도의 그릇이 크든 작든, 성가대가 노래를 잘 부르든 못 부르든 상관없이 하나님의 은총이 예배하는 모든 사람들과 이미 함께 계신다. 영혼이 하나님께 집중하기만 하면 은총은 오롯이 부어진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이니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 (고린도후서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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