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2014

발을 따뜻하게 하려면




대한(大寒)이 소한(小寒) 집에 놀러 왔다가 얼어 죽는다, 고 하더니 올해도 소한이었던 지난 주 초부터 많이 춥다. 이상기온 때문에 세계 곳곳이 예년보다 더 많이 춥기도 하고 덥기도 한가 보다. 한겨울이라고 해도 한국의 초겨울 기온 정도를 유지하는 이곳도 기온이 영하로 자꾸 내려간다. 입동부터 소설, 대설, 동지, 소한, 그리고 대한이 24 절기 가운데 겨울에 해당하는 절기다. 겨울의 끄트머리 절기인 대한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그러고 나면 집 바깥을 산책하기에 부담이 없는 날씨가 되었으면 좋겠다.

난 제일 추운 절기인 소한에 태어나서 그런지 여름보다 겨울이 더 좋다. 더운 것보다 추운 것을 더 잘 견디기도 한다. 다만, 추워지면 발이 유난히 차가워져서 그건 별로 안 좋다. 몸이 활동하는 시간에는 발 시린 것을 잊어버리기도 하고 참을 만도 하다. 그런데 제일 참기 힘든 시간은 자려고 누웠을 때이다. 의식이 잠잠해지고 몸의 활동이 줄어드는 잠 자리에 들면 얼음장처럼 차가운 발에 신경이 온통 집중된다. 이불을 덮고 있어도 소용이 없다. 발바닥으로 한기가 몰려드는 느낌을 사라지게 못한다. 발에서 시작된 찬 기운은 점점 온몸으로 퍼져서 잠이 들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발을 손으로 비벼서 열을 내보기도 한다. 괜찮으려나 싶어 누워보면 여전히 발이 차다. 다시 일어나기 싫어 발끼리 부대껴보아도 한기가 가시지 않는다. 이쯤 되면 별 수 없다. 옆 사람의 체온을 이용해야 한다.

발이 너~무 시려서 잠을 잘 수가 없어, !”

인정을 구하는듯한 음색으로 신호를 먼저 보낸다. 그리고 싫다, 좋다 반응하기 전에 얼른 차가운 발을 옆에 누운 사람의 다리 밑으로 쏙 집어넣는다. 남편은 머리가 베개에만 닿으면 잠드는 사람이다. 그러니 나보다 먼저 잠들 때가 많다. 어렴풋이 잠든 남편은 번번이 당하는 일인데도 화들짝 놀란다. 나의 불쌍하고(!) 차가운 발을 차마 밀쳐내지는 못한다. 그렇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발은 어느새 따뜻해진다. 잠결에도 차가운 발을 참아주는 것이 고마워서 나도 그리 오래 남편의 잠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요즘에는 발을 따뜻하게 하는 또 다른 한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족욕이다. 양동이에 물을 3분의 2쯤 받는다. 물에 발을 담갔을 때 좀 참아야 할 정도로 따끈한 온도면 좋다. 10분에서 15분 정도 있으면 발도 따뜻해지고 몸도 따뜻해진다. 그동안 물 받고 어쩌고 하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견디든가 남편의 체온을 이용하든가 했다. 다시 족욕을 해보니 발뿐만 아니라 온몸이 이완되는 듯하여 좋다.

그럼, 오늘 밤에는 어떤 방법으로 발을 따뜻하게 할까? 나에게 물었다.
A.    남편의 체온을 이용한다.
B.     족욕을 한다.

대답은 A+B이다. 전에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A가 좋을까, B가 좋을까, 만 생각했다. 그 둘을 동시에 선택할 수도 있다는 발상이 잘 안 되었다. 앞으로 A나 B, 혹은 A+B를 선택해서 밤마다 따뜻한 몸으로 잠들 것이다. 또 다른 좋은 방법을 알게 되면 더욱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을 테니 재미있을 것 같다.

내 몸의 건강을 위한 사소한 질문에 대한 선택은 쉽고 다양하다. 그런데 반드시 둘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진실과 거짓, 하나님 말씀과 사탄의 교묘한 왜곡, 백성을 살리는 정치와 백성을 죽이는 정치…… 이런 질문에는 적절한 타협과 두루뭉술한 선택을 할 수 없다. 예와 아니오가 분명해진다.

에구구, 생각의 흐름이 뜬금없이 옆길로 샜다. 발을 따뜻하게 하려는 노력이 심장도 덥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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