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09의 게시물 표시

또 다른 처음을 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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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건 어때?”
“괜찮아요.”
“너무 피곤하지 않게 해.”
“네~, 피곤하면 자요. 호호호.”
“그래, 잘 자고, 잘 챙겨 먹고.”

며칠 전에 강화 어머님께 전화 드렸더니 하시는 말씀이었습니다.
우리 집에 계시는 동안 밀알에 일하러 나가는 것을 몇 번 보시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밀알에 일하러 나간 지 삼 주가 지나갔습니다.
사무나 행정에 대해 해야 할 일들을 하나 둘씩 해보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거의 컴퓨터로 작업해야 하는데, 참 한심하기 그지없습니다.
저의 컴퓨터 사용 능력이라는 것이 남편이 설치해 놓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료를 조금씩 업데이트 시키는 것이라든지, 제 블로그를 관리하는 것이라든지, 워드 프로세서를 조금 다룰 줄 아는 것이 고작이기 때문입니다.

밀알에서 일하는 것이 결정되기 전, 인터뷰할 때 컴퓨터에 대한 실력은 미리 얘기한 바 있으나, 막상 일이 시작되자 일이 되도록 앞으로 나아가는 것 밖에는 길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어보고, 또 물어보며 배우고 있습니다.
같이 일하는 간사님은 귀찮을 법도 한대 착하게도 다 가르쳐줍니다.
단장 목사님께 “ 잘 안 돼요”하면 “잘 해 보세요”하며 기다리십니다.
그러고 보면 밀알에서 아주 큰 믿음을 가지고 저를 채용하신 것 같습니다.

조금 다행인 것은 몰랐던 것을 배워서 일을 해결할 때의 기쁨이 크기 때문에, 잘 몰라서 받는 스트레스를 덮어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넌 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터무니없는 자신감도 그런대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밀알 일꾼으로서 몇 주가 지나면서, 기계를 다루는 능력도 필요하려니와 거기에 밀알이 썩어져서 열매로 맺힌 어떤 마음들을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기능적인 것을 어느 정도 익히고 나면,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영역(?)에 따뜻한 웃음, 사랑, 관심, 행복, 그런 것들을 곁들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만 한가득 입니다.^^
이런 저는 뭘 믿고 일하겠다고 했는지, 참.
쩝쩝쩝...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순간들을 맞이하며 살…

봄꽃을 보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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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첫날에 눈이 많이 내려 꽃을 세상에 막 내어놓은 나무들은 어떻게 하나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겨울을 지내고 나온 꽃봉오리들이라 그런지 어쩌다 내린 눈에는 끄떡없었습니다.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면서 여기저기서 꽃이 피기 시작하더니 나무들이 고운 빛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주 시작할 때는 날씨가 갑자기 여름이 된 것처럼 덥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봄은 봄인지라 옷을 가볍게 입으면 바깥 활동하기에 그만이었습니다.
수요일쯤 되니까 건물 안에 있는 것이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땡땡이를 쳤습니다.
영어 수업이 30 여분만 있으면 끝날 텐데, 집에 가기 전에 장볼 것이 있음을 핑계 삼아 교실에서 일찍 나와 버렸습니다.

지하에 있는 교실에서 지상으로 올라와 건물을 빠져나왔을 때, 마치 고등학교 때 몸이 아프거나 해서 일찍 조퇴를 하고 거리로 나섰을 때와 비슷한 느낌!!
보통 때와 별로 다를 것이 없는 주차장과 거리가 더 한가해 보이고 여유 있어 보였습니다.

남편이 좋아하는 오렌지를 파는 곳으로 천천히 차를 몰아갔습니다.
나무마다 물이 오르고 꽃이 한가득입니다.

눈에 가장 많이 띄는 것은 하얀 꽃을 피운 나무입니다.
더그우드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어쩜 그리도 풍성하게 꽃을 안고 있는지 볼 때마다 탐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또 함박웃음을 웃고 있는 듯한 하얀 나무를 많이 보다가, 분홍빛 벚꽃나무나 자주빛 목련을 어쩌다 만나면 느낌이 사뭇 달라집니다.
그 모습이 우아하고 세련되어 보인다고나 할까요.
이들이 있어 봄꽃의 색이 단조롭지 않은 것 같아 반갑습니다.

장보기 위해 도착한 곳에 이 두 가지 빛의 꽃을 모두 만나게 되었습니다.
몇 가지 과일만 사고 나와서 한껏 여유를 부리며 사진에 담아 보았습니다.


지난 해 이맘때는 미국으로 이사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자가용도 없고 해서 거의 집에만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꽃이 많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 보지는 못했습니다.
한 해를 보내고 봄을 다시 맞이하니 이제는 이곳에 찾아온 봄이 조금씩 눈에 …

지금 알차게 살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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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첫날, 눈이 많이 왔어요. 이곳에서는 몇 년만의 일이랍니다. **

2월 중순을 넘기면서 세 권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소설이 읽고 싶어 한국에 있는 동생(사실은 동서)에게 부탁했더니 여러 권의 책을 부모님들 편에 보내왔습니다.
그 가운데 박완서 님의 단편들을 모은 『친절한 복희씨』가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는 어떻게 이렇게 노인네의 마음을 잘 헤아릴까 싶게 나이 많은 어르신들의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소설들이 끝나고 책 뒷부분에 실린 해설을 읽으면서 작가가 70대 후반의 노년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해설자는 작가가 노년이라는 것 이상으로, 노인이기에 가능한 세계 인식, 삶에 대한 중후한 감수성, 이것들에 따르는 지혜와 관용과 이해의 정서가 품어져 있는 작품세계를 드러내기에(285쪽) 노년문학이 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 소설이 문학사에 있어서의 가치, 뭐 그런 것은 잘 모른다 하여도, 작가는 나이가 든 자신의 삶과 작가로서의 삶을 조화롭고 충실하게 살고 있다는 느낌만은 분명하게 남았습니다.

다른 두 권은 아틀란타 밀알선교단과 관련되어 읽게 된 책들입니다.
세계밀알 총재이신 이재서 교수님의 『내게 남은 1%의 가치』, 그리고 이승복 님의 『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

이재서 교수님은 열 다섯 살에 실명하여 시각장애인이 됩니다.
눈은 몸의 99%라는 통념대로라면 자신에게 남겨진 것은 1%이지만 하나님을 만난 다음 그 1%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습니다.
집 안의 가난과 세상의 온갖 편견 속에서도 장애인을 위한 삶을 살겠다는 꿈을 키웁니다.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총신대에 들어가서 장애인을 위해서 전도, 봉사, 계몽을 목표로 하는 밀알선교단을 시작하게 되고, 장애인 선교 사역은 성경 지식만으로는 어렵다는 현실 인식과 세계 장애인을 위한 선교 기구를 세우기 위해 미국에서 유학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회복지정책으로 박사 학위까지 받고, 그의 꿈대로 세계 곳곳에 밀알선교단을 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