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집사는 주관이 강하고 모든 일에 앞뒤가
분명한 걸 좋아하는 성격으로 알고 있다.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서도 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청년 시절 출판과 관련된 일을 했고 그러다 같은 일을 하는 남편과 만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M 집사의 집을 방문해보면 출판 일을
하는 부부답게 집안 곳곳에 많은 책들이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었다. 또한 찻잔을 비롯해 사용하는 그릇들이
전통 도자기여서 분위기 좋은 북(book) 카페 같은 집이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주일 예배에 M 집사가 보이지 않아 주일이 지나고 안부 전화를 했던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물었을 것이다. 내가 했던 말은 하나도 생각이 나질 않고 M 집사가 했던 한 마디 말만 또렷이 남았다.
“주일에 교회 가는 것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앞으론 이런 일로 전화 안 하셔도 돼요.”
좀 당황스럽고 서운했다. 같은 교회에 다니는
사람한테 관심도 갖지 말라는 것인지, 우리가 주일 예배를 핑계 삼아 안부 전화할 만큼의 사이도 아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일반적인 교회에 대해서 늘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줄은 알고 있었으나 그런 주제를
얘기 나눌 수 있을 만한 관계는 되었다. 하지만 신앙생활에 대한 생각의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이런 M 집사에 대한 나의 기억으로 이
집사의 됨됨이를 오해하면 안 된다. 말은 까칠하게 해도 예의에서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 사람이다. 겉으론 당차 보이나 마음은 한없이 여리고 눈물도 많은 사람이다. 뒤집어
말하면 마음이 연약한 사람인지라 행동은 더욱 야무지게 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여행 때 들은 바로는 M 집사는 이사
가고 나서 다른 집사들과도 거의 연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가끔 E 집사한테만
전화하곤 했단다. 어느 날 M 집사는 꿈에서 우리 부부를
보았다며 E 집사에게 전화를 했고, E 집사는 조금 있으면
우리 가족이 한국을 방문할 거라고 말해주었다고 한다. 우리는 7 년을
아는 사이로 지내다가 나는 미국으로, M 집사는 시내로 이사를 했고 거기서 또 5 년 반의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날 만한 접촉점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집사들과의 모임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별로 대수로운 사람도 아닌 나를 만나러 와준다면 그저 반갑고
고마울 뿐이었다.
약속한 날 저녁을 먹으며, 한 교회를 꾸준히
섬기는 귀한 집사들과 함께 직장 여성이 겪는 생동감 있는 그들의 얘기를 나누었다. M 집사는 갑자기
장염에 걸려 병원 신세를 지는 바람에 만나지 못했다.
한국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었고
M 집사를 만나고 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 새로운 사업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다는데
방문하여 기도도 하고 싶었다. 그를 위해 기도해주고 싶으면 조용히 어디서든 기도하면 될 것을, 이런 뜬금없는 마음은 뭔 지 모르겠다. 전화를 걸었다. 몸은 회복되었고 자기도 날 꼭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의 일터에서
만나기로 했다.
M 집사가 자기 사업체를 시작하는 것이니
마음 같아서는 성구가 담긴 액자라도 선물 하면 어떨까 싶었다. 생각해보다가 그만 두었다. 성구를 자기 사무실에 걸어두는 것을 좋아할지 싫어할지도 모르겠고(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있었나 보다) 그가 다니는 교회에서 이미 그런 종류의 선물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를 갖다 붙였기 때문이다. 대신 부담스럽지 않은 비타민 음료수를 한 박스 마련했다.
그가 불러준 주소대로 GPS에 입력을 하고
길을 나섰다. 처음 가보는 길이나 낯선 장소가 주는 묘한 감정이 있다.
익숙한 것을 벗어난 탈출, 해방감, 자유로움
같은 짜릿한 감정이라고나 할까. 하긴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하는 것이겠지. 다만 나는 요즘 소심해서 그런지 이런 경험을 스스로 찾아나서는 경우가 거의 없고 꼭 해야만 하는 어떤 일을
하다가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맛본다. M 집사의 일터가 있는 곳도 한국에서 살던 곳에서 가까운 곳이고
지나갔을 법한 길인데 전혀 새롭기만 했다. 그가 시작한 황토가게는 길가에서 눈에 확 띄는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가게 앞의 교통량도 생각보다 많았다. 느낌이
괜찮았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황토 부대가 가득 쌓여 있었고
M 집사는 사무실에서 동행한 강산이와 나를 발견하고는 반가워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우리는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M 집사가 안내하는 곳으로 점심을 먹으로 갔다.
그의 가게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는데 염하강이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이었다. 우리는 음식을
주문해 놓고는 이야기 속에 빠졌다.
M 집사가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돌아보니 지금 일터를 주시기 위한 하나님의 은혜였다는 이야기, 일 년 전 지인의 소개로 지금 다니는 교회를 찾아가게 된 이야기, 거기서 신앙 생활의 기쁨을 맛보고 있으며 성서통독을 벌써 네 번째(일 년 동안, 와우!) 시작하려고 하며 읽을 때마다 새로운 말씀을 발견한다는 이야기, 수요예배에도 나간 다는 이야기, 목사와 신앙 리더들의 인도를 잘 따르려고 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우리 부부와 함께 교회 다니던 때 우리에게 잘 하지 못한 미안함이 있노라 했다. 이 모든 이야기를 전화로는 할 수 없을 것 같아 직접 만나서 들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M 집사가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돌아보니 지금 일터를 주시기 위한 하나님의 은혜였다는 이야기, 일 년 전 지인의 소개로 지금 다니는 교회를 찾아가게 된 이야기, 거기서 신앙 생활의 기쁨을 맛보고 있으며 성서통독을 벌써 네 번째(일 년 동안, 와우!) 시작하려고 하며 읽을 때마다 새로운 말씀을 발견한다는 이야기, 수요예배에도 나간 다는 이야기, 목사와 신앙 리더들의 인도를 잘 따르려고 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우리 부부와 함께 교회 다니던 때 우리에게 잘 하지 못한 미안함이 있노라 했다. 이 모든 이야기를 전화로는 할 수 없을 것 같아 직접 만나서 들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놀라셨죠? 저도 제가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얘기들이었다. 말끝마다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하는 그를 보고 있는 순간순간이 마치 기적이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황토가게를 곧 방문하겠다는 어느 손님의 전화는 기적을 맛보는 점심 시간이 끝났음을 알려주었다.
가게로 돌아와 M 집사는 부부 손님을 맞아
사무실로 들어갔다. 나와 강산이는 사무실 밖에서 기다리겠노라 했다. 그냥
돌아서 오기에는 뭔가 해야 할 것이 남아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손님들이 황토에 대해서 궁금한 것을 물으면
그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거침없이 상세한 답변을 해주는 것이 들렸다. 황토와 관련된 일을 오래 해본
사람답구나 싶었다. 밖에서 남의 말 엿듣고 있는 것이 살짝 지루해지려고 하는데 손님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가게 홍보까지 깔끔하게 일을 마친 사장님 모습이었다.
사무실에 들어가보니 내가 사온 비타민 음료수가 손님을 대접하는데 쓰인 것이 보였다. 그 음료수가 이 사무실에 오늘 필요한 물품이었다는 것이 기뻤다. M 집사는
출판업을 하는 남편이 만든 책을 여러 권 챙겨와 선물로 주었다. M 집사에게서 참으로 선물을 많이 받았다. 점심과 책,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나님 은혜에 푹 빠져 있는 M 집사 그 자체 말이다. 고마웠다.
마음 따뜻한 만남이 있었구나. 시간이 훌쩍 지난 뒤 아름답게 변한 모습들을 발견하고 만나게 될 때 정말 큰 기쁨일 것 같아.
답글삭제글을 다시 시작한 것 축하해.
여독은 충분히 풀렸겠쥐~~ㅎ
또 감동이 있는 좋은 글 가다리고 있을께~^^
돌아와서 살이 쪼금 빠지더라.
답글삭제엄마한테 그 말을 했더니 걱정은 커녕 살 빠지라고 기도하고 있대. ㅎㅎㅎ
지금 좋은 컨디션으로,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걸어가 보려구.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