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011

기꺼운 인내

아침 식사를 하고, 아이들은 학교에 갔습니다.
남편과 저는 식탁에 앉은 채로 이야기가 계속 오고 갔습니다.
미국에 오게 된 동기, 미국으로 오는 과정 속에서 기도가운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확신하고 움직였는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어떻게 알 수 있었는지, 미처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지 못하고 놓친 것은 없는지, 그리고 이곳에서의 목회나 생활에도 똑같은 질문들을 하며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때보다 자신의 깊은 곳으로부터 끄집어내는 솔직한 고백들이었습니다.
이런 시간을 갖기로 작정한 것도 아닌데 이날 따라 고백들이 끊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시계를 보니 그러기를 두 시간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고, 외출해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야기를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연말은 교회 행사로 바쁜 땐데 거기서 멀어져 있고, 교회 개척은 시도하는 것들마다 부정적인 대답만 들려오고, 그래서….”
큭--, 참아보려고 했는데 터져 나오는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엉엉엉….

마주보고 앉아서 얘기하다가 이렇게 울어버리면 남편이 당황스러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언뜻 스치면서, 억지로 울음을 떼어놓았습니다.
“… 그래서 많이 속상하고 날카로워 있었는데, 이제는 점점 차분해지고 괜찮아.”
남편은 말이 없습니다.
눈물이 자꾸 나와서, 세수하고 나가봐야겠다며 일어났습니다.

외출 준비를 하고 내려오니, 남편이 한번 안아보자며 이렇게 말합니다.
“힘들게 해서 미안해. 이 말이 꼭 하고 싶었어.”

*******

지난해 9월 어느 주일이었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이 교회에 간 시간에 저는 집에서 참담한 마음을 가지고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하나님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해요.”
한참을 기도하는데, 너희 거덜나기 전에 해결한다, 는 마음의 감동이 있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우리 경제적 형편이 거덜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니 올해 안에 혹은 머지 않은 시간에 해결하시겠다는 것인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 정도의 시간 안에 뭔가 해결이 된다면 견딜만하다고 생각하니 힘이 났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교회개척과 관련되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이 한 해가 마무리 되고 새해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제 마음도 연말과 연초에 더욱 초조해지고 날카로워졌던 것 같습니다.

아직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거덜나다, 바닥난다는 말이 경제적인 형편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내 생각, 내 계획, 내 경험…을 포함하는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에 주신 감동에 대한 응답이었노라 할만한 간증을 언젠가 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요즘 남편은 남편대로 저는 저대로 기도와 말씀 묵상과 신앙 서적을 보는 시간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남편과는 다르게, 이 고난의 시간을 억지로 참고 있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한 계획을 갖고 계시며 지금도 그 계획을 실행하고 계신다는 것을 신뢰하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내 형제들아 너희가 여러 가지 시험을 만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 / 이는 너희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내는 줄 너희가 앎이라 /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야고보서 1장2절-4절)

저에게 주어진 지금은 억지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한 뜻을 믿으며 기쁘게 인내해야 할 때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성령님께서 도와주시기를 간구하고 있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자가 내게 말하여 이르기를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의 노래할 때가 이르렀는데 반구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 / 무화과나무는 꽃이 피어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는 꽃이 피어 향기를 토하는구나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아가서 2장10절-13절)

또한, 한국에서와는 달리 기도 생활에서 멀어진 저를 하나님이 더욱 가까이 부르시는 때이기도 합니다.
하나님과 더욱 친밀하게 교제하기를 원하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무엇이, 내 계획, 경제적인 형편…이 하나님과의 사귐에 끼어들 수 없습니다.

감사하게도 마음이 많이 부드러워지고 편안해지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을 위해 함께 기도해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로마서 5장 3절-4절)

댓글 6개:

  1. Special Force나 Navy Seal이라는 군인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겐 막중한 임무를 부여하기에 훈련을 보통군인들 보다 몇 배 힘들게 시킵니다.

    두 내외분을 '더욱' 귀하게 쓰시려고 '더 무섭게' 연단중 이신 것 같습니다. 기도하겠습니다.

    답글삭제
  2. 사랑하는 언니!
    기도에 더욱 더 열심을 다 할게요.
    언니 저의 생각도 oldman님의 댓글과 같은 생각이랍니다.
    힘내세요.

    답글삭제
  3. 누구의 중심에서 기도하지 마시고 하나님 중심에 기도를 드려야 좋을 듯 합니다.
    우리들은 늘 아버지중심에서 멀어져 기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번트"란 것이 나,우리,내것,우리것,등 등의 것이 우리 주위에 너무 많기에 아버지께 다가서지 못하는 우를 범하곤 합니다.
    참은 내가 아버지께 속하는 것이지 아버지가 내게 속한 것은 아님니다.
    주님 !
    내게서 나를 버리게 하여 주시고 내가 아버지께 다가갈 수 있는 지혜를 배풀어 주옵소서!
    참으로 난 내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것으로 내가 고백합니다.
    아멘

    답글삭제
  4. 정오기,
    함께 기도함이 내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고마워.

    답글삭제
  5. 생명의 성령의 법 님,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려고 마음을 다 하고 있습니다.
    다시 일깨워주셔서 고맙습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