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2010

아이가 커가고 덩달아 나도 커가고

<학교에서 가져온 LION OF THE WEEK와 상품으로 받은 학교 티셔츠입니다.>


둘째 아들이 LION OF THE WEEK가 되어 카페테리아 앞 복도 쪽에 붙어 있던 것이라면서 코팅된 종이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봄방학 하기 전에 자기 사진이 학교 어디에 걸려 있다고 말하긴 했었습니다.
아이가 말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도 않았고 해서 “왜?”라고만 물었습니다.
“이번 주 라이온으로 뽑힌 거래.”
아이의 대답이 시원치 않으면 더 물어보든가 했어야 하는데 저도, 아이도 거기서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봄방학이 끝나고 선생님께서 학교에 붙어 있던 것을 떼어주셨다며 가져온 것을 제 앞에 놔두고 갑니다.
이런저런 내용이 담긴 종이 한 장인데, 항목 하나하나를 읽을 때마다 생각도 여러 가지입니다.

무엇보다도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이유를 읽으면서는 기분이 점점 좋아졌습니다.
지속적으로 다른 친구들을 도와주었고 새로운 도전들이 있을 때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 정말 감사했습니다.

지난 학년까지만 해도 이곳 학교 분위기를 익히는 과정에서 작은 벌칙을 받기도 하고, 같은 반 어떤 친구가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선생님께 이르는 바람에 한국 학생 몇 명이 곤란을 겪기도 했었습니다.
투덜대며 그런 이야기를 집에 와서 할 때도 생각해보니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지 못했습니다.
아이의 이야기만 듣고 판단해서 다른 사람을 쉽게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고, 조금 더 지켜보자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들은 것은 있어서 사실이 어떠하든 아이의 속상한 마음이라도 알아주려고 했던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갖고 온 LION OF THE WEEK에 써 있듯이 자기 자신을 돌볼 뿐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도와주었다니 대견한 마음이 마구 들면서, 아이가 하는 이야기에 더 마음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아이도 자라고 더불어 엄마도 커 갑니다.

오늘은 LION OF THE WEEK와 함께 상품으로 받은 학교 티셔츠인데, 가방 한 구석에 처박혀 있던 것을 오늘에서야 봤다며 내놓습니다.
털털한 것인지….
한편으로는 대단한 상 받은 것처럼 잘난 척하지 않는 모습인 것 같다고 제 마음대로 생각해봅니다.

요즘은 전에 사용하지 않던 말들도 툭툭 합니다.
“전에는 몰랐는데 엄마 쌩얼 하고 화장한 모습하고 차이가 많이 나.”
“엄마가 젊지는 않지!”
“그렇게 먹고 싶으면 금식하지 말고, 먹고 기도하면 되잖아. 그냥 먹어.”
이런 말을 들으면 엄마한테 관심갖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면서 웃기기도 하고, 함부로 행동하거나 말하면 안 되겠구나, 마음을 다잡는 기회도 됩니다.

커가는 아이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많지 않은 것 가운데 하나, 아침마다 아이들 스쿨버스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읊조리는 기도를 더욱 놓치지 말아야 될 것 같습니다.
“Mr. B(스쿨버스 기사님)과 거기에 타고 있는 아이들, Mrs. E(담임 선생님)과 같은 반 친구들과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되게 해 주세요.
서로의 관계 맺음을 통해서 앞으로 사회생활에 필요한 관계들을 배워가게 해 주세요.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지식이 잘 이해되게 하시고 잘 쌓여서 아이들 삶에 유익하게 하시고, 무엇보다 하나님을 알아가는 지혜의 통로로 사용하게 해 주세요.
언제나 어디서나 하나님 자녀로서, 하나님 사랑을 드러내는 자녀들이 되게 해 주세요.”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겉사람은 후패하나 우리의 속은 날로 새롭도다 / 우리의 잠시 받는 환난의 경한 것이 지극히 크고 영원한 영광 중의 중한 것을 우리에게 이루게 함이니 / 우리의 돌아보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이니 보이는 것은 잠간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고린도후서 4:16-18)

댓글 2개:

  1. 참 의젓한 중학생이군요. 이런 좋은 일들이 두 아드님께 계속 생기길 간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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