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2009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지금 이 시간 한국에서는 어제 준비한 음식을 한 상 가득 차려 놓고 추석날 아침 식사를 하셨을 겁니다.
추석 아침 식사가 지나고 많은 설거지를 마친 다음 조금 한가해지는 시간에 맞추어 전화를 드려야지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엄마가 먼저 전화를 하셨습니다.
“조금 전에 예희네가 들렸다 갔어.
예희네 작은 아빠가 복숭아도 한 상자 사오시고 형 대신이라며 용돈도 주고 가셨어.
형 대신이라고…………….
고맙다고 전화 한번 해.
다른 얘기는 나중에 하자.”
전화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가 그다지 밝지 않은 것 같아 강윤이에게 다시 전화하라고 했습니다.
손자 목소리를 들려주면 좋아하시려나 했는데 지금 송편 만들고 있다며 나중에 통화하자고 하십니다.
우리 가족이 곁에 없어서 허전하신지…

강화 부모님께도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버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할아버지, 난 강윤이.”
“그래, 강윤이구나.’
“응.”
“응이 뭐야. 존댓말 해야지!”
“아빠 바꿀게요.”
“저예요.”
“(흐뭇한 웃음) 그래, 그래.”
아버님은 손자보다 아들이 더 좋으신가 봅니다.
강화 부모님들을 제 나름대로 이해해 보면 이렇습니다.
조금 특별한 첫 손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시는 상태로 시간이 지나가고, 둘째 손자를 맞이해서는 첫째보다 더 사랑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은 것 같아 그대로 지내다 보니 손자들과 많은 정을 나누지 못하신 것 같습니다.
아니면 자잘한 정을 나누는데 서투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목회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아깝지 않게 헌신하신 부모님들이십니다.
어머님은 미국에 다녀가신 후, 강산이를 위해서는 그 동안 기도를 많이 했는데 강윤이를 위해서는 그렇지 못했던 것을 깨달았다고 하셨습니다.
부모님이 주시는 모든 것들은 아들이든 손자든 다 우리 가족에 대한 사랑의 표현인 것을 압니다.

예희네 목소리는 듣지 못했습니다.
사돈 어른-그러니까 제 부모님이시죠-용돈까지 챙기는 서방님과 동생(동서) 부부가 있다는 것은 정말 큰 복입니다.
어찌 그런 기특한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정말 감동입니다.
보통 때도 가족들에게 늘 베풀고 나누는데 인색한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서방님이나 동생이나 장애우에 대한 깊은 이해로 그들을 가르치는 사랑 많은 특수교육 교사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제가 누리는 복이 참으로 큽니다.


그리고…
올 추석에는 아빠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멀리 있는 딸네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시는지 전화도 잘 받으려 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 마음이 쓰입니다.
아빠 사촌들까지 다섯, 여섯 집에 걸쳐 딸이 저 하나라고 참으로 귀하고 예쁘게 키워주셨습니다.
연세도 들어가가시고 사랑을 많이 주신 딸이라 자꾸 보고 싶으신가 봅니다.

명절 오후에 아빠를 찾아가면 작은 술상을 앞에 두시고, 말이 많지도 않으신 분이 이런 저런 얘기도 하시고 재미난 추석 특집 영화도 보시곤 합니다.
그럴 때 그냥 아빠 곁에 앉아서 말도 가끔 거들어 드리고 술상에 놓인 안주도 함께 먹으면 좋아하십니다.
맛있게 먹으면 아빠는 더 먹으라고 제 앞으로 밀어놓으십니다.
그래서 저는 명절 음식을 잔뜩 먹어 배가 불러도 더 먹기도 합니다.
교회에 다니시면서부터는 저에게 술을 권하시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도 한잔 주세요” 하면 아빠가 좋아하시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무리 술을 많이 드셔도 실수가 없으신 아빠 앞이라 조심스럽기도 하면서, 명절 전날의 바쁨과는 달리 명절 오후에 느끼는 어떤 허탈감-제 생각에는 아빠의 직계 가족에 대한-을 아빠와 저는 이심전심으로 그렇게 메꾸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빠!
다시 한번 미국을 방문하실 마음을 갖고 계시다니, 그것을 소망 삼아 기쁘게 지내시면 좋겠어요.
조금 여유 있게 오셔서 한국에서처럼 아이들 데리고 낚시 가요.
여기서는 얼음 낚시는 어렵겠지만 호수들이 여기 저기 많이 있는 것 같아요.
교동으로 낚시 갔을 때는 부탄가스가 얼어 부르스타에 점화가 안 될 정도로 추웠잖아요.
그래서 승합차 안으로 들어가 라면 끓여먹고요.
아빠, 행복했던 때만 기억하세요.
저도 아빠 다시 뵐 날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어머님, 아버님, 엄마, 아빠, 예희네, 태영이, 준서네, 그리고 명절이면 오고 가는 모든 친척들, 모두 즐거운 추석 되시길 기도합니다.

“누구든지 자기 친족 특히 자기 가족을 돌아보지 아니하면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니라”(디모데전서5:8)

댓글 1개:

  1. 보고싶고 그리운 언니와 조카들. 물론 목사님도요^^ 올 추석은 마음이 힘든 상황에서 맞이해 그런지 몸도 많이 힘들었어요. 그리고 언니가 더 그립더라구요. 강윤이가 전화 했을 때 어머니는 언니가 전화한 줄 알고 나에게 어서 가서 전화 받아보라고 하시는 거 있죠. 너무도 부지런하신 어머님과 아버님 덕분에 한 숨 돌리려고 타 놓았던 커피가 냉커피가 되도록 마시지도 못하고 버렸답니다. 이 얘기는 어머니는 모르세요. 연세가 있으심에도 불구하고 열시히 몸을 움직이시며 자식 먹을거리 챙기시는 부모님 곁에서 제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
    그저 속으로 " 언니 너무 보고싶다." 우주선 송편을 만들 때도 너무 익혀 딱딱해지려는 전을 부칠 때도 당면을 버무릴 때도 음식 간을 볼 때도.... 강산이와 강윤이의 모습도 아른거리고. 강화에서 본 밝디 밝아 눈부신 보름달과 같은 사랑을 아틀란타로 보낼게요. 항상 건강하기! 씩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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