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7/2018

다리미질을 하며

구글 사진. 칸나 꽃말은 행복한 종말이랍니다.

여러 장의 흰 와이셔츠가 다리미질을 기다리고 있다. 남편이 벗어놓은 것들을 한꺼번에 몰아 빨래를 하고 다려놓아야 한다. 한 주에 한 번쯤 하는 일이다. 물 자국이 남아 얼룩덜룩한 다리미판, 스팀 다리미와 물이 담긴 스프레이, 일명 칙칙이가 한 자리에 모이면 일이 시작된다.

다림질이 시작되면 적어도 한 시간은 뚝딱 지나간다. 똑같은 동작을 한 시간 동안 여러 번 반복하는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휴대전화로 보고 싶은 동영상을 켜 두기도 했었다. 이렇게 하면 조그만 화면 보랴 다려지는 옷 보랴 정신이 없다는 게 흠이다. 대신에 소리만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선택하면 이 결함을 보완할 수 있다. 팟캐스트는 음성 파일로 된 것이 많기에 이럴 때 듣기에 적합하다. 팟캐스트에는 온갖 분야가 많은데 그 중에서 개그우먼 송은이 & 김숙 씨가 진행하는 비밀보장을 가끔 듣는다. 내 감각으로는 지어낼 수 없는 엄청난 유머와 재치, 요즘 젊은 여성들의 당찬 모습 따위를 담고 있어 단순 반복의 다림질이나 운전하다 졸릴 때 들으면 웃느라 시간도 잘 가고 잠도 깬다. ‘비밀보장한 회를 듣는 시간과 다림질 하는 시간도 얼추 맞아 더 좋다. 이어폰은 계속 움직여야 하는 팔에 걸리적거리지 않도록 둘째 아들이 사 준 무선 이어폰을 사용한다. 흡족한 아이템이다. 때로 마음이 시끄럽고 뭔가 생각할 거리가 있으면 다 집어치우고 다림질만 하는 것이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앞에 펼쳐진 하얀 옷들을 가만히 내려다보니, 다리미판은 한국에 계신 엄마가 주신 것이고 다리미는 미국에 살러 와서 가전제품 장만할 때 구입한 것들 가운데 하나이다. 새로운 모든 환경이 낯설고 두려울 때 애틀랜타 교회에서 만난 홍권사님이 동행해주셔서 처음 가본 Bed Bath & Beyond에서 산 것이다. 또 남편의 와이셔츠는 모두 한국산이다. 특별히 와이셔츠는 자신의 체형에 한국 것이 잘 맞는다는 남편의 소신 때문이다. 부모님께서 미국을 방문하시거나 우리 가족이 한국을 방문할 때 몇 장씩 챙긴 덕분에 남편은 아직까지 한국산 와이셔츠를 입고 있다.

내 안과 밖의 모든 것에는 한국과 미국이 섞여 있다. 미국에서 살 거라고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여기에 와 있다. 미국은 현재 발 딛고 살아가는 곳이니 이 나라가 민주주의와 세계 평화를 이끌어 가는 훌륭한 모범이 되길 기도한다. 나의 조국을 위한 기도는 한국 사람으로써 간절할 수 밖에 없다. 남한과 북한이 전쟁을 완전히 끝내고, 평화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길 위에 주님의 은총이 가득 부어지길 빌고 또 빈다.

특별히 요즘은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이 거론되는 뉴스에 마음이 많이 쓰인다. 6 12일로 잡혀 있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미국은 힘겨루기가 대단하다. 서로를 벼랑 끝까지 밀고 가는 외교전술로 각자가 원하는 바를 관철시키기 위한 밀당이라고들 말한다. 자국의 실리를 챙기려고 수를 쓰는 것일 텐데, 다행인 것은 남한과 북한이 마음을 모아 회담을 성사시키고, 더욱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세계 평화를 이루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이다.

깨끗하게 빨아진 와이셔츠의 구김은 펴고 주름은 잡아, 옷 모양이 반듯하게 되도록 다림질을 할 시간이다. 남한, 북한, 미국 세 나라가 신뢰와 존중으로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6월이 되길 바라는 간절함을, 천을 부드럽게 헤치고 나아가는 다리미 코 위에 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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