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6/2014

영화 “안녕, 헤이즐(The Fault in Our Stars)”을 보고






영화 안녕 헤이즐(The Fault in Our Stars)”을 보았다. 점점 부드러워지는 햇빛을 온몸으로 느끼며 가을을 타고 있는 남편의 권유로 보게 되었다. 제목만 봐서는 어떤 내용의 영화인지 알 수 없었다. 재미가 있든 없든 같이 영화 보자는 남편의 기분을 맞춰 주고 싶었다.

영화 시작부터 장면이 낯설지 않았다. 코에 튜브를 걸고 산소공급기를 가지고 다니는 헤이즐은 우리 교회 어느 교우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헤이즐은 갑상선 암이 폐까지 전이되었고 임상 실험용 약을 먹고 있는 암 말기 환자다. 곧이어 등장하는 순박한 청년 어거스터스도 골육종이라는 암에 걸려 무릎 아래 다리를 절단했고 다행히도 일 년 넘게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열 여덟 살의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암환자 모임에서 만나 친구가 된다. 두 사람은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서로에게 소개하면서 더욱 가까워진다. 헤이즐은 어거스터스에게 소개한 거대한 아픔이라는 소설을 쓴 작가를 엄청 만나고 싶어한다. 어거스터스는 헤이즐의 이런 마음을 헤아리고는 자선 단체를 통해 여행을 갈 수 있도록 애를 쓴다.




두 사람의 몸은 불편하지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작가를 만나고 오는 여행을 하게 된다. 두 사람과 더불어 암스테르담의 풍경을 잠시나마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풋풋하고 애틋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삶과 죽음, 현재와 영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십대 청년들이다. 청춘을 누리지도 못하고 지독한 병에 걸린 그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올해 하반기에 들어 암이 발견되어 투병하고 있는 우리 교회 교우들이 있다. , 칠십 대에 이른 분들이지만 영화의 젊은 주인공들만큼이나 안타깝고 우리를 슬프게 한다.

한 집사님은 오래 전에 폐에 있던 작은 종양이 온 몸에 퍼져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사들은 그에게 남아 있는 삶이 삼 개월에서 육 개월이라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교우들은 황당해 했다. 하지만 그 집사님은 자신이 왜 죽게 되는지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면서 말이다. 더욱이 얼마 전부터 성경 읽는 것이 참으로 재미있고 즐거웠는데, 이것 역시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더욱 굳세지도록 준비시켜주신 거라고 고백하셨다. 집사님은 얼마 전 일본에 있는 가족을 만나보고 오신 뒤로 많이 밝아지시고 항암 치료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다.

다른 한 집사님도 암 진단을 받으셨는데 치료 가능성이 많은 편에 속한단다. 혼자 사시고 기초 체력이 약하여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교우들과 이웃들의 집사님을 향한 관심과 기도가 이어지고 있다. 집사님은 우리 교회에 어려운 일이 있어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교회에 출석하는 오래된 교우들 가운데 한 분이다.



영화 속 헤이즐은 0 1 사이에는 무한대의 많은 숫자가 있음을 알려준다. 0.1, 0.12, 0.112…… 우리에게 주어진 나날들이 한정된 것 같아도 그 시간 안에는 작은 무한대가 있다는 것이다. 그 무한대는 곧 영원을 뜻하는 것이고, 순간 속에서 영원을 누리자고 한다. 한편 작은 무한대를 포함하는 더 큰 무한대가 있음도 이야기 한다. 이것은 하나님 안에서 누리는 영원한 생명이라는 신앙의 말로 바꾸어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 집사님들도 영원한 생명을 소망하며, 한 순간 한 순간을 꼭꼭 지르밟듯이 금쪽같이 살아내고 계신다.

영화가 끝났다. 앉았던 자리를 뜨지 않고 영화의 가시지 않는 여운을 느껴보고 있었다. 우리 집 특별한 아들, 산이의 한숨 섞인 말이 들려온다.

주여~, 마음이 아프다. 주여, 주여.
주여~, 마음이 안 좋다. 어떻게 하지?
강화 할아버지……”

산이에게는 이 영화가 지난 해 시월에 돌아가신 강화 할아버지를 생각나게 했나 보다. 암과 싸우시던 모습을 얼마간 지켜본 기억이 옅어지지가 않은 것 같다. 곧 아버님의 첫 추도일이 다가온다. 맑고 밝은 하늘 나라에 가신 할아버지에 대해 산이와 얘기해 보아야겠다. 산이의 아픈 마음이 조금이라도 달래지면 좋겠다.

가을은 열매로 풍성하기도 하고 생명을 다하여 사라져가는 것을 지켜보는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뿐 아니라 사라져가는 모든 것들은 눈으로 볼 수 없게 될지라도 누군가에게 기억될 때 영원 속에 남게 된다. 그 기억이 희미해진다 해도 영원, 그 어딘가에 흔적으로 남는다. 이왕 남겨질 흔적이라면, 그것이 사랑이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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