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3/2014

성친식 풍경




우리 교회는 성찬식을 매월 첫 주 주일예배 때에 한다. 지금은 시월 성찬식에 참여했고 다음 달 성찬식이 오기 전, 그 중간쯤에서 살고 있다. 다른 교회의 성찬식과 비교해서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는 평범한 우리 교회 성찬식이다. 그런데 비슷하게 반복되는 우리 교회 성찬식이 언제부턴가 좋아졌다.

한 덩어리의 빵과 한 잔의 포도 주스(포도주가 아니다)가 준비된다. 어느 권사님이 성찬을 자신이 준비하기로 마음에 정하신 바가 있어 그 분이 때마다 마련하신다. 소박하면서도 정성이 들어간 성찬 빵과 포도 주스다.

우리를 죄에서 구속하시기 위해 내어주신 예수님의 몸과 피를 기념하기 위한 예식임을 목사님은 선포하신다. 그리고 세례 받은 자는 물론이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기로 작정한 모든 교우들은 성찬식에 초대된다. 우리 교회는 어린 아이로부터 연세가 아흔여덟 되신 권사님까지 모든 교우들이 성찬식에 참여한다. 때로 방문한 분들도 자유롭게 성찬식에 참여할 수 있다.

성찬식을 위하여 준비된 빵과 포도 주스 앞에 교우들은 한 줄로 길게 늘어선다. 교우들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순서를 기다리는 교우들은 늘 느긋하고 평화롭다. 연로하신 분들은 부축하여 나오시고, 노부부는 서로를 의지하여 손잡고 나오시고, 줄 서는 자리를 서로 여유 있게 양보하기도 한다.

예배실 안에 찬송가 반주 소리와 드문드문 목사님께서 성경 구절 낭송하시는 목소리만 들리다가 교회학교 어린이들과 선생님들이 예배실에 들어서면 성찬식은 즐겁기까지 하다. 갓난 아이는 부모님 품에 안겨 들어오고, 조금 더 자라면서부터는 제 스스로 예식에 참여한다. 아이들이 자라고 있음을 한 눈에 알아챌 수 있는 시간이다. 아이들도 이미 성찬식에 익숙해서 성찬식의 흐름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빵을 처음으로 찢는 사람은 목사님이시다. 그 다음은 성찬 나누는 것을 도와주시는 권사님들, 그리고 교우들이 빵 한 덩이에서 원하는 만큼 쪼개어 갖는다. 보통은 한 입에 들어가도록 조금 작은듯한 크기로 조심스럽게 뜯어 낸다.

그런데 한번은 개구쟁이 초등학교 녀석들이 무슨 이유인지 한 손 가득 빵을 잡아 뜯었다. 그리고는 우걱우걱 씹어 먹으며 걸어나갔다. 배가 고팠는지, 고요한 예식의 틀을 깨보고 싶었는지…… 처음 그 모습을 보았을 때는 살짝 당황스러운 분위기였으나 이내 교우들은 소리 없는 웃음으로 그 아이들을 너그러이 받아주었다, 두 번 그런 일이 있은 다음에 녀석들은 그전과 같이 다시 의젓하게 성찬식에 참여했다. 그 아이들의 부모님이나 교회 선생님께서 성찬식의 의미를 다시 일깨워주셨을 것이다.

성찬 빵과 포도 주스를 먹는 모습도 여러 가지다. 포도 주스에 찍은 빵을 차마 입에 넣지 못하고 한 손으로 받쳐 들고 제자리로 돌아가 먹는 사람, 살금살금 씹어 삼키며 돌아가는 사람, 얼른 입에 넣고 자리에 돌아가 먹는 사람, 손으로 입을 가리고 먹는 사람, 묵상하며 먹는 사람…… 성찬 음식을 먹는 모습은 제각각이라도 모두 사뭇 진지하고 경건한 표정들이다. 교우들의 표정을 이리 살피는 나는 좀 덜 경건한가 보다. 핑계 같지만 교회가 작아서 굳이 살펴보지 않아도 함께 예배 드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교회력에 따른 절기뿐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이렇게 성찬식에 참여하는 것이 난 참 좋다. 한 덩이의 빵과 한 잔의 포도 주스로 교우들 모두 나누어 먹고, 우리가 예수님을 따르고자 하는 사람임을, 공동체임을 잊지 않도록(!) 상기시켜주니 말이다.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철저한 사랑의 헌신을 기념하는 자리에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주일 예배 시간에 교우들을 한 자리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어서 좋기도 하다. 성찬식의 경건하고, 평화롭고,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도 성찬식에 참여하는 기쁨 가운데 하나다. (KING’S HAWAIIAN에서 나오는)도 맛있다. 그러고 보니 빵을 한 움큼 뜯어 먹은 녀석들도 나처럼 이 빵을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 것이 작은 우리 교회의 성찬식에서 누릴 수 있는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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