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14의 게시물 표시

엉뚱한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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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방송되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몇 개를 찾아서 보고 있는데 참 재미있다. 한국에 살 때는 언제든 볼 수 있어서 그랬는지 TV에 연연해 하지 않았다. 때론 TV를 보지 않고도 살았다. 그런데 미국에 살고 있는 지금은 한국 TV 방송 가운데 몇몇 프로그램이 주는 즐거움이 대단하여 잘 챙겨서 보곤 한다.
요즘 몇 주는 어느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송되는 “더 지니어스”라는 리얼리티 쇼를 보았다. 정해진 참가자들은 매회마다 새로운 게임을 풀게 되고, 게임 결과에 따라 한 명씩 탈락한다. 여러 회에 걸쳐 마지막에는 남은 한 사람은 자신이 모아놓은 점수대로 상금을 타게 되는 오락 프로그램이다. 게임의 내용은 상당한 이해력과 지능, 사람의 심리를 잘 읽거나 리더십이 필요해 보이는 어려운(난 문제를 이해하는 데도 한참 걸린다) 과제가 매주 새롭게 제시된다. 어리바리인 나는 게임을 즐기면서 시청하기는커녕 방송을 보는 내내 어쩜 저렇게 머리가 좋을까, 똑똑한 사람이 참 많구나, 감탄하느라 정신이 없다.
참가자들은 직장인, 학생, 방송인 따위로 직업이 다양하다. 모두 게임을 잘 하는 사람들이 출연했을 것이다. 하지만 성격은 저마다 달라서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용히 따라 가는 사람이 있다. 과제를 급하게 풀어가는 사람과 상황을 지켜보며 시간을 끄는 사람이 있다. 자기 편을 분명히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어떤 이는 눈치껏 자기에게 유리한 편으로 왔다 갔다 하기도 한다. 어쨌든 모든 참가자들은 게임을 잘 통과해서 마지막 우승자가 되고자 하는 것은 분명하다.
사실 게임 자체에 대한 이해도 잘 안 되는 쇼가 나에겐 그다지 흥미롭지 않다. 다른 식구들이 시청을 하니까 같이 보게 될 뿐이다. 그런데 최근 방송에서 두 사람 가운데 탈락자 한 사람을 가리는 카드게임이 인상에 남았다. 한 사람은 승부욕이 강하고 게임도 능동적으로 풀어가는 사람이다. 다른 한 사람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편이고 속마음을 잘 숨기지 못하기도 한다. 그날 방송의 흐름으로 볼…

성친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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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는 성찬식을 매월 첫 주 주일예배 때에 한다. 지금은 시월 성찬식에 참여했고 다음 달 성찬식이 오기 전, 그 중간쯤에서 살고 있다. 다른 교회의 성찬식과 비교해서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는 평범한 우리 교회 성찬식이다. 그런데 비슷하게 반복되는 우리 교회 성찬식이 언제부턴가 좋아졌다.
한 덩어리의 빵과 한 잔의 포도 주스(포도주가 아니다)가 준비된다. 어느 권사님이 성찬을 자신이 준비하기로 마음에 정하신 바가 있어 그 분이 때마다 마련하신다. 소박하면서도 정성이 들어간 성찬 빵과 포도 주스다.
우리를 죄에서 구속하시기 위해 내어주신 예수님의 몸과 피를 기념하기 위한 예식임을 목사님은 선포하신다. 그리고 세례 받은 자는 물론이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기로 작정한 모든 교우들은 성찬식에 초대된다. 우리 교회는 어린 아이로부터 연세가 아흔여덟 되신 권사님까지 모든 교우들이 성찬식에 참여한다. 때로 방문한 분들도 자유롭게 성찬식에 참여할 수 있다.
성찬식을 위하여 준비된 빵과 포도 주스 앞에 교우들은 한 줄로 길게 늘어선다. 교우들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순서를 기다리는 교우들은 늘 느긋하고 평화롭다. 연로하신 분들은 부축하여 나오시고, 노부부는 서로를 의지하여 손잡고 나오시고, 줄 서는 자리를 서로 여유 있게 양보하기도 한다.
예배실 안에 찬송가 반주 소리와 드문드문 목사님께서 성경 구절 낭송하시는 목소리만 들리다가 교회학교 어린이들과 선생님들이 예배실에 들어서면 성찬식은 즐겁기까지 하다. 갓난 아이는 부모님 품에 안겨 들어오고, 조금 더 자라면서부터는 제 스스로 예식에 참여한다. 아이들이 자라고 있음을 한 눈에 알아챌 수 있는 시간이다. 아이들도 이미 성찬식에 익숙해서 성찬식의 흐름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빵을 처음으로 찢는 사람은 목사님이시다. 그 다음은 성찬 나누는 것을 도와주시는 권사님들, 그리고 교우들이 빵 한 덩이에서 원하는 만큼 쪼개어 갖는다. 보통은 한 입에 들어가도록 조금 작은듯한 크기로 조심스럽게 뜯어 낸다.
그런데 한번은 개구…

영화 “안녕, 헤이즐(The Fault in Our Stars)”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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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녕 헤이즐(The Fault in Our Stars)”을 보았다. 점점 부드러워지는 햇빛을 온몸으로 느끼며 가을을 타고 있는 남편의 권유로 보게 되었다. 제목만 봐서는 어떤 내용의 영화인지 알 수 없었다. 재미가 있든 없든 같이 영화 보자는 남편의 기분을 맞춰 주고 싶었다.
영화 시작부터 장면이 낯설지 않았다. 코에 튜브를 걸고 산소공급기를 가지고 다니는 헤이즐은 우리 교회 어느 교우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헤이즐은 갑상선 암이 폐까지 전이되었고 임상 실험용 약을 먹고 있는 암 말기 환자다. 곧이어 등장하는 순박한 청년 어거스터스도 골육종이라는 암에 걸려 무릎 아래 다리를 절단했고 다행히도 일 년 넘게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열 여덟 살의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암환자 모임에서 만나 친구가 된다. 두 사람은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서로에게 소개하면서 더욱 가까워진다. 헤이즐은 어거스터스에게 소개한 “거대한 아픔”이라는 소설을 쓴 작가를 엄청 만나고 싶어한다. 어거스터스는 헤이즐의 이런 마음을 헤아리고는 자선 단체를 통해 여행을 갈 수 있도록 애를 쓴다.



두 사람의 몸은 불편하지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작가를 만나고 오는 여행을 하게 된다. 두 사람과 더불어 암스테르담의 풍경을 잠시나마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풋풋하고 애틋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삶과 죽음, 현재와 영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십대 청년들이다. 청춘을 누리지도 못하고 지독한 병에 걸린 그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올해 하반기에 들어 암이 발견되어 투병하고 있는 우리 교회 교우들이 있다. 육, 칠십 대에 이른 분들이지만 영화의 젊은 주인공들만큼이나 안타깝고 우리를 슬프게 한다.
한 집사님은 오래 전에 폐에 있던 작은 종양이 온 몸에 퍼져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사들은 그에게 남아 있는 삶이 삼 개월에서 육 개월이라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교우들은 황당해 했다. 하지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