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P (1)


<고등학교 첫해에 참석한 홈커밍 파티에서 >
 


IEP Individualized Education Program 혹은 Individual Education Plan(개별교육프로그램)의 준말이다. 나의 첫째 아들 강산이 같이 장애가 있는 학생(student with special needs-장애인을 나타내는 영어 단어로는 the handicapped, the disabled, 그리고 special needs 따위가 있다. 그 가운데 special needs가 제일 맘에 든다)은 일 년에 한 번씩 IEP를 검토, 수정, 보완하기 위한 모임을 갖는다.

보통은 일 년을 주기로 IEP 모임을 갖지만 일 년이 되지 않았을 때에도 장애학생을 교육하는데 IEP 모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부모나 교사는 언제고 모임을 요청할 수 있다. IEP 모임 일정은 학교측에서 한 달 전, 그리고 적어도 5일 전, 이렇게 두 번 알려주도록 되어있다. 한 달 여유를 두고 모임 날짜를 알려주지만 사정이 생기면 날짜와 시간을 형편에 맞게 조정할 수도 있다.

이 회의에는 학생, 부모, 특수학급 교사, 일반학급 교사는 꼭 참석하고 IEP를 결정해야 하는 사항에 따라 학교 심리학자, 과도기 전문가(transition specialist), 상급학교 교사, 학교 사회복지사(school social worker) 등이 참석하기도 한다. 영어가 능숙하지 못한 부모는 통역사를 요청할 수도 있다. 그리고 부모 입장에서 교사들에게 내 아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학교 밖에서의 생활을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을 초청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교회학교 교사나 과외활동 지도교사 등이다. 이런 경우에 부모와 함께 동행하는 사람에 대하여 학교에 미리 알리는 것이 예의인 것 같다.

IEP 모임에 대해 알고 있는 일반적인 규칙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았다. 미국에서 아이를 어려서부터 키운 부모나 이민 생활이 오래된 부모들은 IEP에 대한 경험이 많을 터이니 여기에 덧붙일 것들이 더 있을 지도 모르겠다.

강산이는 현재 공립학교의 과도기 학급(transition class, 18-21 )에 속해 있다. 장애가 있는 학생은 공립학교에 만 21 세까지 다닐 수 있도록 특수교육법에 정해져 있다. 과도기 학급은 학교를 떠나서 사회에 나가면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일자리를 얻어 봉사하거나 급여를 받아 생활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곳이다. 과도기 과정을 위한 계획은 고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는 만 14 세부터 세워진다. 그리고 고등학교 4년 과정 이후에 과도기 학급에서는 사회에 통합할 수 있는 학습과 훈련을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부모님은 고등학교 이후에 정규 교육 과정으로 과도기 학급에 다니는 아이들을 두고 대학 다닌다고 재미있게 얘기하기도 한다.

미국에 와서 처음 살았던 애틀랜타에서 첫번째 IEP 회의에 참석했을 때는 선생님들이 물어보는 것에 답하는 것 밖에는 말을 거의 안 한 것 같다. 이 모임의 성격도 잘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미국 학교에 처음 다니게 되는 강산이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느껴지지 않아 속이 상해있기도 했다. 낯선 사람과 환경 속에서 강산이는 자기를 어떻게 표현할 줄 몰라 몸도 마음도 웅크리고 있던 때였다. 언어도 통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선생님이 뭘 지시해도 알아들을 수 없었을 것이고 그러니 그 지시를 따를 수는 더더욱 없었을 것이다. 한국에선 한 학년이 새로 시작되는 시기였으나 미국은 학년 말이어서 많은 부분 기다려주고 설명해주어야 하는 새로운 전학생이 그다지 반갑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학교의 입장을 이해하고 학교에서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하며 두어 달을 괴롭게 보내고 모인 자리였다.

그 모임에는 고등학교 선생님 두 분이 와 있었다. 강산이는 한국에서 홈 스쿨을 하다가 남편의 목회지가 옮겨지면서 더 이상 홈 스쿨을 할 수 없어 뒤늦은 만 9 세에 초등학교 일 학년에 입학하였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왔기 때문에 중학교에서 수업을 받으러 간 것이었다. 그런데 중학교 측에서 강산이를 어찌 생각했는지 나이를 문제 삼았다. 미국 학제에 따르면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나이이므로 고등학교 선생님을 초청했다는 것이었다. 미국에 왔으니 미국 법을 따르는 것이 당연한 일이나 중학교 과정을 통째로 건너뛰는 것이 어찌 이상했다. 학생, 부모, 선생님이 동의가 되면 나이가 한 살 많아져도 중학교에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다른 장애학생 부모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선생님 두 명 가운데 남자 선생님은 짧지만 한국 경험이 있는 분이었는데, 강산이에게 다가가 한국 말로 인사를 나누어주셨다. 또 다른 선생님도 잔잔한 목소리로 영어 인사를 건네며 웃어주셨다. 강산이는 고등학교 남자 선생님과 악수도 하고 포옹도 하면서 관심을 나타냈다. 매가리가 하나도 없고 웃음을 보여주지 않는 중학교 담임 선생님과 심술궂고 딱딱한 표정의 특수학급 전담 교감 선생님과는 참으로 대조적이었다(이러한 인상은 중학교 선생님들이나 나나 서로에게 마음이 열려있지 않았기에 그리 보였을 거란 걸 안다). 세 시간 가까이 엄청 오랫동안 진행된 IEP 모임에서(그 이후에는 평균적으로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함께 참석하고 있던 강산이는 매우 의젓한 태도를 보여주었고 중학교 교감 선생님의 친절한(!) 지시에 따라 주어진 과제도 문제 없이 수행했다. 중학교 측의 강산이를 밀어내는 듯한 입장이나 고등학교 선생님들과 강산이 서로의 호의적인 태도, 공립학교에 소속된 어느 한국인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로 결정했다.

고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강산이는 하루가 다르게 적응해 나갔고, 일 년이 지나 IEP 모임에 갔을 때는 학교 생활을 즐거워하고, 자기 반 친구들 친절하게 잘 도와주며, 게다가 영어로 학교 생활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선생님 말씀에 깜짝 놀랐다. 우리 식구 중에서 영어를 두려움 없이,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 강산이가 되었다(강산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영어보다 한국말을 더 많이 사용한다. 한국어를 읽거나 쓰는 것도 문제 없다. 이 또한 자랑스럽다). 또 여기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콜럼비아로 이사 와서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동생 윤이가 전해주는 말에 따르면, 형이 학교에서 무척 인기가 높고 아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특히 여학생들과 친한데 서로 아는 척하며 포옹하는 것을 늘 본단다. 누굴 닮은 것인지……

지난 주에 강산이를 위한 IEP 모임이 있었다. IEP 회의에 가려면 늘 긴장됐는데 이번에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했다. 여러 해 동안 IEP에 참석했다고 여유가 생겼나, 생각했다. 담임 선생님이 미리 작성한 IEP 초안을 가지고 회의를 하다 보면 그 문서의 내용이 자세하고 강산이에게 필요한 교육 목표들을 적절하게 제시하고 있어서 질문하기 보다는 잘 듣고, 동의하고 그와 관련된 강산이의 강점을 애기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는 강산이가 사회로 나갈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서 그런지 직업 훈련과 관련된 질문들이 여러 개 떠올랐다.
 
---다음에 이어서

댓글

  1. 대개 IEP나 SpEd 담당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progress를 기록하는데 특별한 프로그램들을 사용하기에 그런 프로그램들을 설치하느라 자주 클래스를 방문하곤 합니다. 선생님들이 훈련에서 비롯되었다기 보다는 선천적으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성품을 타고난 분들이 대부분인데 비해 참 못된 사람들도 보이더군요. 그런 사람들은 오래 못가고 직장을 떠난다는 게 차라리 다행이구요. ^^

    아드님이 스타수준으로 인기가 있다니 참 부럽습니다. 우리 아들은 꿔다 논 보리자루 같은데...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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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Oldman 님, 안녕하세요?
    아직 1월이니 새해 인사드립니다. "하나님의 은혜 가득 누리는 새해 되세요!"

    꿔다 논 보리자루가 한 가정의 양식이 되고, 때론 밭에 뿌릴 씨가 되어 열매를 맺기도 하고, 그래서 다 갚고도 두어 자루 여유가 생겨 다른 사람에게 꿔주기도 하고... 그렇게 상상해 봅니다. 제가 바로 그 보리자루 같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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