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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잼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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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로 빵이나 시리얼을 먹어온 지 오래되었다. 거기에 과일 한 조각과 진하지 않은 블랙커피 한 잔이면 행복한 아침 상차림이 된다. 그리고 요즘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CCM(여기 지역은 FM 89.7 MHz 이다)이 아침 메뉴에 보태졌다. 음악은 몸에 남아 있는 잠도 털어내고 아이들을 좀 더 부드럽게 깨우는데도 도움이 된다.
내 덩치가 표준일 때나 비만에 가까워지고 있을 때나, 한국에서 살았을 때나 미국에 사는 지금이나 아침 식사 내용이 다르지 않다. 그런데 엄마는 이번 한국 방문 때 아주 듬직해진 나의 모습을 보고 그 원인이 ‘빵’ 때문이라고 하신다. 추석 즈음에 엄마에게 전화를 했는데 안부를 묻고 끊을 때쯤 되니 통화 때마다 빠지지 않는 ‘살’에 대한 주제가 기다렸다는 듯이 등장을 한다.
“우리 사모님이 그러시는데 살을 빼려면 빵을 끊어야 된대.” “그럼 빵이 주식인 사람은 다 뚱뚱하겠네!” “어쨌든 우리 딸 살 더 안 찌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그런 기도는 안 들어주셔!”
엄마는 깔깔깔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도, 예상치 못했던 한 마디 말씀을 얼른 덧붙이신다. “그래도 할 거다.”
엄마는 약속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 중보기도도 정해진 시간에 하려고 많이 노력하시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엄마가 가진 기도의 내용들을 빼놓지 않고 기도하기 위해 평상시에도 늘 되뇌는 모습도 보아왔다.
엄마의 기도 덕분인지 요즘은 아침에 먹는 토스트 2장(겨우!)에 대한 욕구가 덜해졌다. 사실 이 식빵 2장을 적게 먹거나 안 먹는다는 것은 토스트에 발라 먹는 땅콩버터의 양도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땅콩버터를 좋아해도 너무 좋아한다. 부드러운 크림 타입의 땅콩버터도 좋고, 땅콩 알맹이가 씹히는 청크(chunk) 타입도 좋다. 아침 식사 때마다 토스트와 땅콩버터를 먹는 나를 그리 오랜 시간 동안 지켜만 보던 남편도 이제는 나보다 땅콩버터를 더 잘 먹는다.

    엄마와의 통화 이후 또 하나의 변화는 땅콩버터 대신 양파 잼을 먹는 것이다(땅콩버터가 먹고 싶을…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Secret)"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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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에 살 때부터 즐겨보는 유선방송 채널이 있다. 여행 채널(TRAVEL CHANNEL)이다. 그 채널 가운데서도 세계 곳곳(미국 국내를 포함해서)을 여행하면서 볼거리, 먹을거리, 잠잘 곳 따위를 직접 체험하면서 소개해주는 쇼들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Rachel Ray의 $40 a day, Anthony Bourdain의 The Layover or No Reservations, Samantha Brown, 그리고 Andrew Zimmern의 Bizarre Foods 이다.
$40 a day는 여기 콜럼비아에서는 본 적이 없으나 애틀랜타에서는 방송 시간을 기억했다가 찾아서 보곤 했다. 이 쇼의 진행자 Rachel(요리사)은 하루에 40 달러를 가지고 세 끼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행한 지역에서 주로 유명한 식당들을 찾아 다니는데 음식값이 비싼 곳에서는 가진 돈이 적다며 코스 요리에서 음식 하나만 골라 시킬 때도 있다. 그러면 음식점 주인이나 종업원은 흔쾌히 주문을 받는 것은 물론, 자기네 대표음식을 소개해주기도 하고(비싸도 그냥 주기도 한다), 비싼 음식이면 양을 적게 주어 음식값을 적게 받기도 한다. 처음엔 저렇게 알뜰하게 여행을 할 수도 있겠구나 했다. 그러다 방송을 촬영하는 카메라가 없거나 유명한 방송인이 아니고, 평범한 동양 여인이 방문해도 저런 합리적인 호의를 받을 수 있을까, 쓸데없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여기서는 애틀랜타에서와는 달리 한국 방송 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미국 방송을 보는 시간은 많이 줄었다. 유선방송 요금을 내는 것이 아까울 정도니 말 다했다. 그래도 내 손에 텔레비전 리모컨이 쥐어지면 어김없이 여행 채널부터 눌러본다. 화면으로나마 미국과 세계를 경험하는 것도 즐겁다.
한국 방송 중에도 여행과 관련된 쇼들을 즐겨본다. 정글의 법칙, 아빠 어디가?, 1박2일, 한국인의 밥상, 그리고 요즘 흥미롭게 보고 있는 꽃보다 할배가 있다. 앞의 것들은 여행하면서 생존, 미션, 게임, 음식과 결합된 것이라면 꽃보다 할배는 그냥 순수한 여…

쪼끄만 꽃무늬 같은 착한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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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학교 1학년 첫 학기를 인천 시내에서 마치고 그 해 가을, 변두리에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갔다. 아빠 직장과 가까운 곳에 살기 위해서였다.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쯤 가는 거리인데 이사 가는 날은 택시를 타고 갔다. 태어나서 처음 이사 가는 거였는데 기억나는 어떤 느낌은 별로 없다. 다만 한 가지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는데 코스모스 길이다. 그때는 비포장 도로였고 택시가 달릴 때 일으키는 뿌연 먼지를 몸을 돌려 뒤쪽 창으로 바라보며 가고 있었다. 시내로부터 새로 살 집까지 삼분의 이쯤 가면 남동 삼거리가 나오는데 거기를 분기점으로 그 이전 풍경과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삼거리에 이르기 전 버스길 양쪽에는 집들과 작은 상점들이 드문드문 있었던 것 같다(잘 기억이 안 난다. 그 길이 어느 순간 포장도로가 되고 넓어지고 시청 같은 큰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너무나 많이 바뀌어 이젠 옛날 길을 찾기도 힘들다). 그 삼거리를 지나면서부터는 논들이 펼쳐지면서 야트막한 야산도 보이고 그랬다. 논과 버스 길의 경계에는 길 양쪽으로 코스모스가 줄지어 가득 피어 있었다. 내가 타고 있던 택시가 일으키는 엄청난 흙먼지 바람에 코스모스가 뒤엉켜 힘겹게 흔들리는 모습은 첫 이사와 관련되어 아련한 한 장면으로 기억 속에 남아있다.
이곳에서 중학교 2 학년 봄 학기 마칠 때까지 살았다(다시 시내로 이사한 후에도 이곳에서 다니던 교회를 대학교 2 학년 때까지 다녔다. 그 교회는 나의 모교회가 되었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는 버스를 타고 시내로 다녀야만 했다. 내가 살던 지역에는 중학교가 없었기 때문이다.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 정도가 다녔는데 그것도 제시간에 오지 않을 때가 많아 버스 시간 맞추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등하교 시간에는 늦지 않게 다니려는 학생들로 버스가 늘 꽉 찼다. 옛날에는 버스 사정이 다 그랬나……. 그렇다 해도 정말 사람을 미어지도록 태우고 다녔다.
토요일 같이 중고등학교의 수업 끝나는 시간…

놀라셨죠? 저도 제가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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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오기 전 신앙생활 했던 교회의 젊은 집사들과 만나기로 했다. 그 자리에 시내로 이사간 M 집사도 오기로 되어 있었다. M 집사는 다른 집사들과 같이 쭉 같은 교회를 다니다가 우리 가족이 미국으로 오는 시기와 거의 비슷하게 시내로 이사를 했고 교회도 옮길 예정이었다. 그 뒤로 그 집사네가 어찌 지내는지 들은 바가 없었다.
M 집사는 주관이 강하고 모든 일에 앞뒤가 분명한 걸 좋아하는 성격으로 알고 있다.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서도 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청년 시절 출판과 관련된 일을 했고 그러다 같은 일을 하는 남편과 만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M 집사의 집을 방문해보면 출판 일을 하는 부부답게 집안 곳곳에 많은 책들이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었다. 또한 찻잔을 비롯해 사용하는 그릇들이 전통 도자기여서 분위기 좋은 북(book) 카페 같은 집이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주일 예배에 M 집사가 보이지 않아 주일이 지나고 안부 전화를 했던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물었을 것이다. 내가 했던 말은 하나도 생각이 나질 않고 M 집사가 했던 한 마디 말만 또렷이 남았다.
“주일에 교회 가는 것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앞으론 이런 일로 전화 안 하셔도 돼요.”
좀 당황스럽고 서운했다. 같은 교회에 다니는 사람한테 관심도 갖지 말라는 것인지, 우리가 주일 예배를 핑계 삼아 안부 전화할 만큼의 사이도 아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일반적인 교회에 대해서 늘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줄은 알고 있었으나 그런 주제를 얘기 나눌 수 있을 만한 관계는 되었다. 하지만 신앙생활에 대한 생각의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이런 M 집사에 대한 나의 기억으로 이 집사의 됨됨이를 오해하면 안 된다. 말은 까칠하게 해도 예의에서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 사람이다. 겉으론 당차 보이나 마음은 한없이 여리고 눈물도 많은 사람이다. 뒤집어 말하면 마음이 연약한 사람인지라 행동은 더욱 야무지게 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여행 때 들은 바로는 …

사은품 같은 인생만 되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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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행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올 때 공항 면세점에서 한국 화장품 몇 가지를 샀다. 요즘 많은 한국 여성들이 얼굴 피부가 촉촉해 보이기 위해 사용한다는 미스트 제품과 쿠션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메이크업 제품이다. 사용해보진 않았지만 믿음이 가는 제품들이라 구입한 것만으로도 얼마나 마음이 뿌듯하던지……. 함께 있는 아이들은 화장품에 관심도 없을 텐데 나 혼자만 기분이 살짝 들떴다.  그리고 나서 우리가 탈 비행기가 있는 게이트를 찾아 가는데 면세점에서 산 물건값의 합계가 얼마 이상이면 사은품을 받을 수 있다며 예쁜 여성 두 명이 안내를 해 주었다. 게다가 사은품까지!
그 이름을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는데, 판에 핀들이 여기 저기 꽂혀 있어서 위에서 공을 굴려 넣으면 핀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 나와 번호가 적힌 구멍으로 공이 들어가는 놀이판이 그들 앞에 있었다. 먼저 온 사람이 하는 것을 보아하니 공만 굴려 넣으면 되고 주는 사은품을 받아가면 그뿐이었다. 앞사람은 물 티슈가 당첨 됐다. 안내원이 같이 좋아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쓸 데가 많은 물 티슈네요.”
물 티슈, 그거 괜찮은데, 생각하며 영수증을 보여주니 공 한 개를 내주었다. 소비한 금액이 클수록 공을 여러 개 주는 모양이었다. 강산이에게 놀이판 구멍에 공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양보(!)했다. 데굴데굴, 툭툭 공은 굴러 떨어졌다. 안내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다가 고무 재질로 만들어진 팔찌 하나를 집어 쑥 내밀었다. 얼핏 보니 팔찌 위에 그려진 비행기, 화장실, 환전소 따위를 나타내는 듯한 아이콘들이 보였다. 내 껀 아니다 싶어 강산이 손목을 잡아 끌어 안내원에게 내주었다. 우리 표정이 심드렁해 보였는지 안내원은 팔찌를 아이 손목에 끼워주고는 간단히 설명을 해 주었다. “이렇게 손가락으로 아이콘을 가리키며 승무원에게 보여주시면 됩니다.”
설명을 듣고 나니 더 재미가 없었다. 공항이나 비행기를 이용할 때 도움이 필요하면 팔찌를 내밀고 요구사항을 말없이 바보처럼 손가락으로 가리키라는 말이었다. 이런걸 사람들이 받…

전설이 될 만한 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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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듯 보이지만 날씨가 무더워지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J 권사님이 만들어주시는 냉면과 오징어 튀김입니다. 두어 주 전 어느 집사님이 올 여름에는 냉면 안 해주냐는 귀여운 투정에 권사님은 흔쾌히 해주지, 뭐! 하셨습니다. 성가대를 위한 회식이면서 교우들 누구나 함께 참석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권사님은 재료를 준비하시고, 냉면 육수를 내고, 고명으로 얹을 무와 오이를 무치시고, 오징어는 초벌 튀김을 해 오셨습니다. 30여 명이 먹고도 남을 양이니 여러 날 준비하셨을 것입니다. 주일 오후에 교우들이 모여 냉면을 삶아 고명을 얹어 내고, 이미 한 번 튀겨진 오징어를 다시 한 번 튀겨서 더욱 바삭바삭한 튀김이 되었습니다. 오징어를 살짝 데쳐서 튀기면 생오징어를 튀길 때보다 기름이 덜 튄다는 요리 팁도 얻었습니다. 냉면을 안 드시는 몇몇 교우들은 핫도그를 준비해서 나눠 드셨습니다. 하지만 오징어 튀김은 누구나 좋아해서 튀기기가 무섭게 게눈 감추듯 입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여름 끝자락, 한가한 주일 오후에 열린 조촐한 잔치 자리였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한인들 사이에서는 권사님의 냉면이 맛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고 교우들이 이구동성으로 알려주었습니다. 이곳은 미국 동남부에 위치하고 있어서 여름이 길고 무덥습니다. 그렇다 보니 여름이 되면 권사님만이 낼 수 있는 맛을 가진 시원한 냉면이 생각나고 언제 한 번 먹어보려나 기대가 생기나 봅니다. 권사님을 만나고 나서 여름마다 그 냉면을 대접받았습니다. 이대로라면 여름을 지내면서 권사님의 냉면을 먹지 않고 지나가면 여름이 왔는지 갔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전설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에 먹은 냉면은 무더웠던 여름을 마무리 하고 새로운 계절을 건강하게 맞이하는 늦여름 특별식이었습니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에는 경기도 이천에 사는 친구, 부부가 만들어준 푸짐한 수육과 삼계탕, 밭에서 막 뜯어온 온갖 쌈 채소들이 기억납니다. 이 부부의 맛나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기 위해, 그리고 멀리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