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2011

집 앞에 핀 꽃


새로 이사온 집 앞에 그 모습이 초라한 식물이 심겨져 있습니다.
초록색 잎들의 끝은 아무렇게 잘려져 나가 누렇게 변해 있었고, 꽃이 나올 자리도 흙이 지저분하게 붙어 있고 모양도 고르지 않습니다.
현관문을 열면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이사를 가고, 이사 오면서 사람들의 발길에 채이거나 커다란 이삿짐에 쓸려서 보잘 것 없는 모습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모양새로 봐서는 언젠가 수경재배로 키워본 히야신스라는 꽃 같습니다.
양파 같이 생긴 알뿌리에서 올라온 꽃대에 크지 않은 꽃들이 다닥다닥 붙어 피어나면 그 향기가 꽤 진하게 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 집 앞에 있는 초라한 식물들을 보면서 쟤들이 꽃을 피울 수 있으려나, 싶었습니다.
이번 주에 비가 왔는데, 비가 그치고 새벽에 기도하러 나가다 보니 꽃이 피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새벽녘 빛 속에서 얼핏 보아도 기억 속에 있는 풍성하고 화려한 히야신스와는 달리 지저분하고 어설퍼 보이는 꽃입니다.
그래도 꽃은 꽃인지라 눈길이 머물고, 꽃을 피워낸 모습이 좋아 보입니다.

꽃이 핀 날 아침, 학교에 가는 작은 아이가 문 밖을 나서며 “꽃 폈다” 합니다.
교회를 갔다 오는 남편이 “꽃 피네” 합니다.
그 작은 꽃들이 제 눈에만 띈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전에 키웠던 히야신스는 농장에서 꽃 피우기 좋은 환경에서 재배된 것이라면, 집 앞의 것은 땅 속에서 겨울을 저 혼자 보내고 꽃을 피워낸 것입니다.
대견한 그 히야신스의 아직 피지 않은 남은 꽃봉오리에서도 꽃이 나오길 기대해 보려고 합니다.
꽃이 피면 더 좋고, 피지 않으면 다른 키 낮은 꽃들을 심어서 친구 삼아 주어야겠습니다.
두 뼘 밖에 안 되는 꽃밭이지만 생명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큰 아이가 뭘 잘못 먹었는지 토하고 설사해서 당황하게 하더니, 둘째 아이는 오늘 학교에서 가방을 통째로 잃어버렸답니다.
큰 아이가 이틀 지나 아무렇지 않게 회복한 것처럼, 둘째 아이 일도 월요일에 학교에 가 보면 뭔가 해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방을 찾으면 좋고, 찾지 못하면 꼭 필요한 것들만 다시 사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작은 사건이지만 여기서는 어떤 재미가 있을 지 찾아보려고 합니다. ^^

“주께서 심지가 견고한 자를 평강하고 평강하도록 지키시리니 이는 그가 주를 신뢰함이니이다 / 너희는 여호와를 영원히 신뢰하라 주 여호와는 영원한 반석이심이로다”(이사야 26장3-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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