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2011

기억 보다 꿈이 크도록(1) -사랑의 집 짓기 운동




새로운 해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쯤, 조지아주 남부에 있는 코이노니아 공동체(Koinonia Farm)와 사랑의 집 짓기 운동(Habitat for Humanity) 국제 본부에 다녀왔습니다.
말 그대로 ‘다녀왔습니다’.

이들 단체가 조지아주에 있다는 말은 여러 번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잘 알지 못했습니다.
사랑의 집 짓기 운동은 조지아주 출신인 지미 카터 대통령이 떠오르면서 어려운 이웃에게 집을 지어주는 활동을 하는 정도로 알고 있고, 코이노니아 공동체에 대해서는 그 활동 내용을 더 알지 못했습니다.

한 해가 마무리 되는 시간을 보내면서 남편은 그곳에 가보고 싶어 했습니다.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함께 사는 공동체를 늘 꿈꾸는 남편은 아마 오래 전부터 가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을 것입니다.
그런 남편의 속마음을 헤아리면서도 막상 가자고 했을 때는, 나는 가기 싫으니 가고 싶으면 애들 데리고 다녀오든가 하라, 고 퉁명을 떨었습니다.

새로운 목회지를 찾는 것이 잘 풀리지 않는 상황 속에서 잘 견디다가도 강퍅해지는 제 자신을 그대로 방치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현실적인 문제들은 그대로인데 한가로이 구경 삼아 나들이 가는 것도 마음 내키지 않고, 게다가 공동체라고 하니, 남편이 마치 꿈에서만 사는 것 같아 탐탁스럽지 않은 반응을 보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이틀이 자나고, 제 마음도 편치 않고, 무엇을 얼마나 느끼고 올는지 알 수 없지만 길을 나섰습니다.
여전히 화난 사람 같은 마음을 가지고요.
3시간 30분을 조지아주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낯선 풍경들도 눈에 들어오건만 이렇다 저렇다 한마디 말도 없이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편안하지 않은 마음으로 도착한 사랑의 집 짓기 운동 국제 본부.
시골 조그만 마을에 제법 큰 건물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할 정도로 한가해 보였습니다.

남편이 자동차에서 내려, 건물 입구에 이르러 문을 열려는 모습을 차 안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그냥 다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문이 닫혀있다면서요.
어찌 이런 일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저도 차에서 내려 건물로 다가갔습니다.
건물을 여는 시간을 확인해봐도 일요일이나 공휴일도 아니고, 이르거나 늦은 시간도 아닌데 문이 닫혀있었습니다.
나중에 코이노니아 공동체의 방문자 센터에서 만난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그 사람도 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남편은 건물 입구에 붙여놓은 지도를 확인하고 본부 건물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또 다른 볼거리(Global Village)가 있는 것 같다며 자동차를 조심스럽게 돌렸습니다.
그곳에는 여러 모양의 집들이 있었고, 집들 정면에 이름이 붙여져 있었습니다.
더 이상은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바깥에서만 자동차로 훑어보듯 지나 다시 본부 건물로 돌아왔습니다.
이거 보자고 여기까지 왔나 하는 뾰로통한 분위기를 남편은 느꼈는지, 아직 더 가볼 곳이 있다며 코이노니아 공동체를 설명해 놓은 준비된 자료를 내밀었습니다.

진짜로는 자세하게 읽어서 어떤 곳인지 알고 싶었지만 저는 까칠하게 됐다, 며 그 자료에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냥 돌아서기에는 시간이며 연료비가 아까워 사진이라도 찍어야 되겠다는 마음에, 사진으로 몇 장을 남겼습니다.

저라는 인간이 이렇습니다.
남편이 뭐 하자고 하면 꾸물꾸물 더디게 따라 하다가 나중에 그것에 대한 의미는 제가 더 부여하고 계속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편이 신중하게 주도하고 저는 지속하며 주도하는 모양이라고나 할까요.

이런 상황에서 티 나게 툴툴거리면 남편은 누가 이럴 줄 알았냐고 더 큰소리로 분위기를 험악하게 할 것이 뻔하므로 저는 여전히 말을 안으로만 삼켰습니다.
남편 기분도 맞춰주고 마음도 조금만 여유롭게 놔두면 될 것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황당한 상황에서 먼저 가자고 제안한 남편은 미안하게 되었다고 한 마디만 하면 될 것을, 20 년을 살아도 어찌 이런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또 다른 목적지가 있어서 간다니 자동차가 가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을 뿐 기대가 없습니다.
그래도 남편이나 아이들이 너무 허전하게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어떤 상황이 펼쳐져 있어도 허전함을 느끼지 않도록 만들어야 될 것 같은 작은 마음이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다음 주에 이 글에 이어서 쓸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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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집 짓기 운동은 미국 변호사였던 밀라드 풀러와 그의 아내 린다 풀러 부부에 의해 1976년 조지아주 섬터 카운티 아메리커스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풀러 부부는 1969년 코이노니아 공동체(1942년 시작)에 참여하게 되는데, 코이노니아 공동체가 어려움을 겪던 시절을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코이노니아 공동체를 법인으로 만들고, 저비용 무이자 건축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택을 건설하고, 토지도 확장하고요.
그리고 나서 코이노니아 공동체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무렵인 1976년에 사랑의 집 짓기 운동을 벌이게 된 것입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코이노니아 공동체의 구성원이었는데, 1984년부터 본격적으로 사랑의 집 짓기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 국제적인 단체로 더욱 성장합니다.

국제 해비타트 한국 운동 본부는 1992년에 시작되었습니다.

혹시 이곳에 가실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웹싸이트(www.habitat.org/gvdc)나 전화(229-410-7937)로 미리 확인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10명 이상 단체로 관람을 원할 경우, 관람료를 한 사람당 5-4불 정도 지불을 하면, 세계 여러 나라에 지어진 해비타트 집들, 그 안에 갖추어진 가구들, 장식, 옷도 볼 수 있고, 나라에 따라 다른 건축 방법도 배우고, 벽돌 만들기 체험 따위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주께서 너희에게 환난의 떡과 고생의 물을 주시나 네 스승은 다시 숨기지 아니하시리니 네 눈이 네 스승을 볼 것이며 / 너희가 우편으로 치우치든지 좌편으로 치우치든지 네 뒤에서 말 소리가 네 귀에 들려 이르기를 이것이 정로니 너희는 이리로 행하라 할 것이며 / 또 너희가 너희 조각한 우상에 입힌 은과 부어 만든 우상에 올린 금을 더럽게 하여 불결한 물건을 던짐 같이 던지며 이르기를 나가라 하리라 / 네가 땅에 뿌린 종자에 주께서 비를 주사 땅 소산의 곡식으로 살찌고 풍성케 하실 것이며 그 날에 너의 가축이 광활한 목장에서 먹을 것이요/ 밭 가는 소와 어린 나귀도 키와 육지창으로 까부르고 맛있게 한 먹이를 먹을 것이며 / 크게 살륙하는 날 망대가 무너질 때에 각 고산, 각 준령에 개울과 시냇물이 흐를 것이며 / 여호와께서 그 백성의 상처를 싸매시며 그들의 맞은 자리를 고치시는 날에는 달빛은 햇빛 같겠고 햇빛은 칠 배가 되어 일곱 날의 빛과 같으리라”(이사야 30장 20절-26절)

댓글 2개:

  1. 두 분 이 천생연분이네요. ^^ 상호보충해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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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눈치 채셨어요? 부끄럽네요.
    한편으로는 상호보충이 되어도 부족한 것 투성이라, 늘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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