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2/2011

글쓰기에 쉼표를


친구들과 함께 보았던 웨스트 버지니아의 Black Water Falls

노래를 끝까지 부르려면 숨을 꼭 쉬어줘야 합니다.
보통은 그리 길지 않은 한 박자, 반 작자 혹은 더 짧은 숨을 재빨리 쉬어주고 나면 그 다음 부분을 노래의 분위기에 따라 이어가는데 수월해집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에 짧고 고요한 순간이 될 쉼표를 찍어보려고 합니다.
일주일에 몇 자 안 되는 글 쬐~끔 끼적거리는 것도 일이라고 쉬어보겠다는 속셈을 말씀 드리는 겁니다.

쉬는 이유는 고향을 떠나 먼 타국에서 부르는 노래를 더 멋지고 구수하게 이어가기 위함입니다.
음~, 더 잘 살아보겠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글들을 통해 여기 소식을 조금이나마 전해 듣던 한국에 계신 가족들은 달리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또 엄마의 글을 읽으면서도 티 안 내는 아들은 엄마가 별 것 아닌 글쓰기일지라도 소홀히 여기지 않았음을 보아주길 바랍니다.
지난 3년 넘는 시간 동안 이 일을 성실하게 이어가려고 시간을 내었던 엄마의 모습을 기억해주면 고맙겠습니다.

고향에 계신 가족과 이곳을 방문해 주시는 여러 이웃 분들, 여기서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세요.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예레미야 29장11절)

8/05/2011

함께 쉼

요 며칠 가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은 방학할 때부터 이번 여행을 말 그대로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무슨 이유로 여름 여행에 대한 기대가 그리 많았는지 다 알 수는 없으나 제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어림짐작해 보았습니다.

지루한 방학의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을 찾아 나서는 설레임,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경험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낯선 곳에서 오랜만에 만날 편안한 사람들에 대한 기다림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대한 대로 애팔래치아 산맥을 이어가는 어느 산줄기로 둘러 쌓인 고즈넉한 곳에서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서로 다음 만남을 약속하며 헤어졌으니 이번 여행에 대해 친구들도 저와 비슷한 느낌이었으리라 여겨집니다.

이제 부모들은 삶터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며 알찬 시간을 보내다가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이 주시는 평안이 우리 모두와 늘 함께 하시길….

7/29/2011

할 수 있는 만큼 하자, 레몬요거트빵

주일 예배가 끝나면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며 교우들끼리 교제하는 교회들이 많습니다.
저희 교회도 누가 어떤 음식을 해 올 지 정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자유롭게 준비한 음식을 모아서 점심을 먹습니다.
밥과 다양한 반찬뿐 아니라 후식으로 떡, 쿠키, 과일들이 번갈아 혹은 한 날에 모~두 맛볼 수도 있습니다.
언제나 푸짐한 주일 점심 식탁을 대할 때마다 즐겁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런데 다양한 반찬을 게다가 맛있게 만들 줄 모르는 저는 처음엔 살짝 부담이 되었더랬습니다.
몇 가지 반찬을 만들어 가져갔었는데, 제 스스로 영 만족스럽지가 못한 것이 아마도 우리 교우들의 음식 취향을 아직 제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사실 안다고 해도 음식 솜씨가 하루 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니, 맛있는(!) 주일 반찬 만들 제 자신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만큼 하자, 이렇게 마음을 정했습니다.
할 수 있는 것 가운데 하나로 레서피 대로 만들면 크게 낭패를 보지 않는 빵류에 관심을 더 갖기로 했습니다.
여럿이 나누어 먹을 수 있는 빵 만드는 법을 서너 가지 익혀두어서 매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그것으로 체면을 세워볼까 합니다.


먹을 때마다 레몬향이 상큼하게 나면서 요거트가 들어가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빵을 몇 번 만들어 보았는데 만들기도 쉽고 맛도 좋아 돌아오는 주일에는 이 빵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가루 종류끼리 체에 쳐서 섞고, 나머지 준비물끼리 섞고, 그 둘을 살살 섞어서 오븐에 구워주면 됩니다.

▶가루: 중력분 2½C, 설탕 1¼C, 소금 1ts, 베이킹소다 1ts, 베이킹파우더 ½ts
▶나머지: 달걀 2개, 플레인요거트 1+1/3C, 레몬 1개(껍질 간 것과 즙), 포도씨오일 ½C


오븐은 325℉(165℃)로 예열을 해서 한 시간 구우면 됩니다.
파운드 틀의 크기는 9*5인치이구요.
틀에 오일을 발라주면 빵이 잘 떨어집니다.

빵 만들 때 같이 하자고 하면 제법 잘 하는 둘째 아이와 만들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내가 증언하노니 그들이 힘대로 할 뿐 아니라 힘에 지나도록 자원하여 / 이 은혜와 성도 섬기는 일에 참여함에 대하여 우리에게 간절히 구하니 /우리가 바라던 것뿐 아니라 그들이 먼저 자신을 주께 드리고 또 하나님의 뜻을 따라 우리에게 주었도다”(고린도후서 8장 3-5절)

7/22/2011

마더 테레사의 기도문

인터넷 여기저기를 살펴보다가 만나게 된 마더 테레사의 기도문입니다.

마더 테레사의 기도문

오 주 예수여 나를 해방시켜 주소서
사랑을 받고자 하는 욕망으로부터
높임을 받고자 하는 욕망으로부터
명예롭게 되고자 하는 욕망으로부터
칭찬 받고자 하는 욕망으로부터
다른 사람보다 더 우월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망으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고자 하는 욕망으로부터
명성을 얻고자 하는 욕망으로부터

오 주 예수여 나를 해방시켜 주소서
낮아짐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멸시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책망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비방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잊혀짐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실수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조롱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주의 말씀대로 나를 붙들어 살게 하시고 내 소망이 부끄럽지 않게 하소서 / 나를 붙드소서 그리하시면 내가 구원을 얻고 주의 율례들에 항상 주의하리이다"(시편 119:116-117절)

7/15/2011

꽃이 있는 여름

꽃이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요즘은 겨울을 뺀 나머지 봄, 여름, 가을 어느 때나 꽃을 많이 볼 수 있어 여름 꽃이라고 해서 그렇게 특이할 것은 없습니다.
그렇다 해도 봄에는 씨를 뿌리고, 가을은 열매를 거두는 때라고 흔히들 말하니까 여름은 꽃이 피는 계절이라고 실없이 우겨보면서, 교회와 집 주변에 있는 꽃을 눈에 담아 보았습니다.
사십 중반의 나이를 먹은 저의 삶은 어느 계절을 살고 있나 생각하면서요.

“주께서 심지가 견고한 자를 평강하고 평강하도록 지키시리니 이는 그가 주를 신뢰함이니이다 / 너희는 여호와를 영원히 신뢰하라 주 여호와는 영원한 반석이심이로다”(이사야 26장 3-4절)

7/08/2011

Blue Cactus Café



Blue Cactus Café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주도 콜럼비아 다운타운에서 한국 음식이나 멕시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음식점입니다.
아틀란타에 있을 적부터 이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의 가족으로부터 이 음식점을 소개 받았었기에 한 번은 꼭 가보리라 생각했던 곳입니다.
다운타운 상가들 사이에 한국 음식점이 있고, 설렁탕과 비빔밥이 아주 맛이 있는데, 그 음식을 만드시는 분은 미국 분이라고 하니 음식점의 분위기나 음식 맛은 어떨지 사뭇 궁금했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Blue Cactus를 벌써 세 번이나 다녀온 뒤입니다.
앞서 두 번 갔을 때는 함께 간 일행들과 얘기를 나누느라 주변을 살펴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또 테이블마다 손님들로 꽉 차 있고, 대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손님들 가운데 저희 일행만 한국 사람이었습니다.
슬로우 푸드(Slow Food)로 알려진 곳이라 그런지 주문한 식사가 요리되는 시간은 한참, 정말 한~참 걸립니다.
손님들은 다 알고 오는지 그저 기다리며 수다 떠는 정겨운 모습만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느긋하게 음식점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서 가게 문이 열리는 11시에 맞추어 세 번째 방문을 했습니다.



아쉽게도 아시아 대륙이 안 찍혔네요. 누가 찍은거래요?

음식점 안은 다른 식당과 그리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데, 특이한 것은 수 없이 많은 핀이 꽂힌 세계 지도와 각 나라에서 보낸 엽서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Blue Cactus는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University of South Carolina)과 아주 가까이에 있고, 음식점이 있는 위층은 기숙사라고 합니다.
엽서는 각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과 여러 사람들이 이 음식점을 다녀갔을 테고, 그들이 고국이나 고향으로 돌아가서 이곳을 기억하며 보낸 것이고, 그들이 사는 곳을 세계 지도에 핀으로 표시한 것입니다.
그런 흔적들만 보아도 Blue Cactus의 음식 맛과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음식 가운데 하나는 비빔밥이라고 합니다.
비빔밥이 여러 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걸 보면 불고기와 더불어 한국 대표 음식이 충분히 될 만한 것 같습니다.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메뉴도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음식 주문할 때 한 가지 기억할 것이 있는데, 설렁탕이 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양을 한꺼번에 준비해 놓지 않기 때문에 때로는 못 드실 수도 있다고 합니다.

가게 문 열고 닫는 시간, 주소, 메뉴, 가격은 Blue Cactus의 홈페이지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주소는 bluecactuscafe 입니다.
먼 길을 가시다가 식사 시간이 가까워오면서 매콤한 한국 음식이 땡기고, 마침 사우스캐롤라이나 콜럼비아로 접어들 수 있는 고속도로 위에 있을 때 이곳이 생각나시거든 한 번 들러보시는 것도 추억이 될 듯 합니다.

방학이기도 하고, 이번 주는 독립기념일이 들어 있어 휴가를 많이 떠났는지 손님들이 북적대지는 않았습니다.
사진 찍고, 얘기하고, 밥 먹으며 여유 있는 점심 시간을 보냈습니다.

1994년에 문을 연 Blue Cactus Café는 대중 매체를 통해 잘 알려져 있는 곳입니다.
처음 이 가게를 소개 받았을 때는 제 블로그의 글감 정도로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두 번이나 방문했던 곳을 또 찾은 것은 음식을 만드시는 분이나 그의 가족이 우리 교회 교우의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Blue Cactus 가족들을 문득 문득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서로 낯선 사람에서, 알고 지내는 혹은 친밀해지는 관계가 되길 기대할 것 같습니다.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 머리에 있는 보배로운 기름이 수염 곧 아론의 수염에 흘러서 그의 옷깃까지 내림 같고 / 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림 같도다 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령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시편 133편)

7/01/2011

짙어가는 여름



교우들이 나눠 주신 열매들입니다.
그들의 수고와 저희 가정을 향한 마음을 찬찬히 헤아려 봅니다.
귀한 선물을 받고는, 쑥스럽게도 감사하다는 말만 잔뜩 드렸습니다.
잘 나눠 먹도록 해보겠습니다.

한국에 계신 아버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며칠 전 태풍이 지나가면서 고추 밭이 엉망이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저희 가족은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전해드리자, 아버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기도해라. 영어공부 해라. 책 읽어라.”

"온 땅이여 여호와께 즐거운 찬송을 부를지어다 / 기쁨으로 여호와를 섬기며 노래하면서 그의 앞에 나아갈지어다 / 여호와가 우리 하나님이신 줄 너희는 알지어다 그는 우리를 지으신 이요 우리는 그의 것이니 그의 백성이요 그의 기르시는 양이로다 / 감사함으로 그의 문에 들어가며 찬송함으로 그의 궁정에 들어가서 그에게 감사하며 그의 이름을 송축할지어다 / 여호와는 선하시니 그의 인자하심이 영원하고 그의 성실하심이 대대에 이르리로다" (시편 100편)

6/24/2011

꽃은 피고, 아이들은 자라가고





지난 달 초에 할머니 권사님께서 주셨던 채송화가 날마다 활짝 피고 있습니다.
채송화는 반짝이는 햇빛을 좋아하는지, 아침에 해가 쨍 떴을 때 피었다가 해의 기운이 스러지는 오후 서너 시쯤 되면 꽃잎을 어느새 오므리곤 합니다.
한 번 피었던 꽃 봉오리가 다음 날 또 다시 피는지는 모르겠는데 꽃봉오리가 계속 생겨서 피었다 닫았다 하고 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집을 드나들 때마다 채송화를 관찰하는 것은 요즘 우리 가족의 기쁨입니다.
거저 얻은 기쁨입니다.




아, 조금의 수고가 있기도 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화분에 물을 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물을 주다가 아이들이 방학을 하고부터는 첫째 아이가 하고 있습니다.

방학 동안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꽃에 물 주는 일을 맡겼습니다.
하루 이틀 잘 하더니 어느 때는 하고 어느 때는 안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의 착한 마음씨를 자극하기로 했습니다.
“햇빛이 너무 쨍쨍해서 꽃이 목이 마르대.”
“꽃이 물 먹고 싶대.”
그렇게 말하면 거의 대부분은 자기가 하던 일을 잠시 두고 다 먹은 주스 병에 물을 받아 다섯 개의 화분에 물을 골고루 나눠주고 옵니다.

오늘 따라 아이가 꽃에 물을 주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두고 싶기는 하고, 그러려면 저녁에 있는 금요기도회에 가기 전에 찍어야 하겠기에 아이 방으로 가서 사진 찍어줄 테니 꽃에 물을 주라고 재촉했습니다.
그랬더니 싫답니다.
노래 들으며 한글 타자 연습을 하던 중이어서 그랬는지 안 하겠답니다.
억지로 될 일이 아닌 것 같아 그러면 관둬라, 하고 말았습니다.

저녁으로 간단하게 우동을 먹으려고 준비를 해놓고 아이들을 불렀습니다.
큰 아이가 먼저 내려와 보더니 “와~ 우동이네. 엄마, 빨리 사진 찍어. 빨리” 하면서 병에 물을 담고 제 손을 끌고 나갑니다.
자기가 엄청 좋아하는 음식을 보고 기분이 좋기도 하고, 사진 찍자는 엄마의 부탁을 거절한 것이 마음에 남아 있었나 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는 더 많이 자라나 있는 것 같습니다.
엄마의 마음을 이렇게 때때로 헤아리기도 하고 말이죠.
쇼핑을 가거나 길을 건널 때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면 어느 순간 손을 슬쩍 놓습니다.
혼자 잘 갈 수 있다는 몸짓인 것 같습니다.
오늘 사진 찍으면서 보니 화분에 물 주는 것도 다섯 개에 골고루 물이 뿌려졌는지 꼼꼼히 살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늘 염려되는 마음에 눈길을 뗄 수는 없지만 마냥 어리게만 볼 수 없는 청년이 되어가는 것이 분명합니다.

채송화는 활짝 피고, 아이들은 자라가고 감사한 일입니다.

장애인 가족으로 마음을 나누던 아틀란타에 사는 친구가 생각나서 전화를 했는데 아이들 얘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방학을 해서 집에 있으면서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더 받고 싶은 것인지 뭐든지 엄마가 해주길 바라고, 친구는 힘들다 하면서도 아이의 요구를 최선을 다해 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이 친구에게는 제 아이 얘기하는 것이 괜히 미안하기도 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평안이 친구의 가족과 늘 함께 하길 기도할 뿐입니다.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 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 (베드로전서 2장 9절)

6/17/2011

도서관에서 발견하다 -『The Education of Little Tree』




아이들이 여름방학을 시작한 지 두 주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널널한 시간을 자유롭게 보내고 있습니다.
많은 시간을 가진 아이들은 자기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지, 어딜 같이 가자고 하면 기꺼이 따라 나서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공공 도서관에 멤버십 카드도 만들 겸, 아이들이 볼만한 책도 빌려보려고 도서관에 가자고 했더니 군말 없이 따라 나섭니다.

미국에는 카운티마다 운영하는 공공도서관 시설이 잘 되어 있습니다.
주민들에게 무료로 발급하는 멤버십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한 카운티 안에 여러 개의 도서관이 있어서 어디서든 책을 빌려 볼 수 있고, 반납도 어느 지점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사는 카운티에는 다운타운에 있는 메인(main) 도서관과 10개의 지점 도서관이 있습니다.
빌려보고 싶은 책이 자주 가는 도서관에 없어서 신청해 놓으면 찾아서 연락해 주기도 합니다.
도서관마다 특별한 이벤트나 프로그램들(책을 읽어준다든지, 작가를 초청하기도 하고, 영화 상영도 하고…)이 있는데 참여해 본 적은 없습니다.

도서관에 가보니 그 풍경이 전에 살던 곳과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우선, 시원하고, 방학이라 학생들이 많고, 말소리가 크지는 않으나 여기저기서 들리는 것도 비슷합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도서관 운영 시간입니다.
전에 살던 곳은 경제적인 이유로 운영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데, 이곳은 월요일~목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고, 주말에도 더 긴 시간 도서관을 개방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간단한 절차에 따라 도서관 카드를 만들고, 이곳 저곳 돌아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네 사람이 모두 멈춰선 곳은 DVD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첫째 아이와 남편은 벌써 몇 개를 골라 놓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남편이 눈짓하는 DVD를 보니, 오래 전에 감동적으로 보았던 책이 영화(1997년) 로 나와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보기에 좋은 내용이고, 그 책이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졌나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는 마음이 보태져, 도서관에 방문한 보람(!)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The Education of Little Tree』를 한국어로 번역한 두 권의 책,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과 『작은 나무야 작은 나무야』는 신기하게도  두 권 모두 좋은 사람들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고, 그 내용 또한 유익하고 감동적이어서 지금도 가까이에 두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저자 포리스터 카터(Forrest Carter)의 자전적인 소설로, 1976년 처음 출판 되었을 때는 얼마 안 가 절판되었지만 1991년에는 무려 17주 동안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1,2위로 기록되면서 ABBY(American Booksellers Book of the Year) 상을 받습니다.
그 당시 도서관에서는 이 책이 서가에 꽂혀 있을 새가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내용은 체로키 인디언의 혈통을 타고난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 아이가 다섯 살 때 부모를 모두 잃고 그의 할아버지, 체로키 순수 혈통인 할머니와 산속에서 같이 살면서 겪는 1930년대 이야기입니다.

그들이 사는 숲은 테네시주의 스모키 마운틴입니다.
한국에서 책으로 읽었을 때는 그 배경이 어느 산인지 기억도 못했는데, 이번에 영화로 보면서는 몇 번 가 본 적이 있는 스모키 마운틴이 배경이라는 걸 알고 더 몰입해서 보았습니다.

이 책에서는 아이들의 교육, 미국 인디언들과 관련된 미국 역사,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내용 하나 하나에서 배어 나오는 지혜가 제게는 반짝이는 소중한 보석과도 같이 여겨집니다.
책 앞부분에 나오는 글을 짧게 옮겨봅니다.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사슴을 잡을 때도 제일 좋은 놈을 잡으려 하면 안돼. 작고 느린 놈을 골라야 남은 사슴들이 더 강해지고, 그렇게 해야 우리도 두고두고 사슴고기를 먹을 수 있는 거야”

얼마 전 상영된 애니메이션 “아바타”가 생각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책 내용 가운데 인상적인 부분들이 영화에도 거의 잘 담겨 있는데, 할아버지가 독사인 방울뱀에게 물렸을 때에 벌어진 일들, 주인공 작은 나무가 정부 법에 따라 고아원에 보내지고 그곳에서 겪는 일들에 대한 이해는 대부분 그렇듯이 책에서 얻는 감동이 훨씬 풍부합니다.
요즘 생활이 갑갑하고 팍팍하게 여겨지신다면 책이든 영화든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책 제목처럼 영혼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도서관 갔다 오길 잘 한 것 같습니다.
빌려온 DVD 반납하러 도서관 가는 길에 또 다른 기대가 생길 것 같습니다.
거기엔 또 어떤 DVD가 있을까 하는…. ^^
책도 빌려 봐야 하는데…. --;;

“여호와여 주의 도를 내게 보이시고 주의 길을 내게 가르치소서 / 주의 진리로 나를 지도하시고 교훈하소서 주는 내 구원의 하나님이시니 내가 종일 주를 기다리나이다”(시편 25편 4-5절)

6/10/2011

행복한 향이 입 안 가득 퍼지는 깻잎 장아찌

우리 교회 교우들 가운데 자신의 집 뜰에 텃밭을 가꾸시는 분들이 여럿 계십니다.
그분들의 수고로 거둔 귀한 깻잎을 고맙게도 나누어 주셨습니다.

깻잎 모종을 두어 줄기만 심어도 여름내 많은 잎을 내어주기에 한 가족이 먹기에는 넉넉하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식물들을 돌보는 정성이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텃밭을 가꾸는 재주가 없어 가게에서 깻잎을 사서 먹으려면 그 값이 만만치 않습니다.
깻잎 값이 얼마쯤 하는 지 제 기억에 없는 것은 다른 야채에 비해서 꽤 비싸다(?)는 생각 때문에 아예 눈길을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깻잎이 영국에서도 무척 비싼지, 언젠가 영국 아들네 집에 다녀오신 시이모님께서 깻잎을 심어 고기와 깻잎을 함께 파는 정육점에 가져다 주고 고기와 바꾸어 드셨다는 재미있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귀한 깻잎이 한 바구니나 생긴 것입니다.
쌈으로 싸 먹고, 찌개에 넣어 먹고, 냉장고에 보관을 한다고 해도 다 먹기도 전에 상할 것 같고 해서, 늘 얻어만 먹다가 난생 처음으로 깻잎 장아찌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간장으로 간을 하는 장아찌는 물과 간장의 비율이 1:1 이라는 걸 어디선가 주워들은 기억이 있어서 과감하게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장아찌 종류의 밑반찬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밥맛을 돋우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금으로 간을 한 장류(간장, 된장, 고추장…)의 도움으로 장아찌가 되는 것이라 그런지, 보통은 조금 짜다는 생각에 즐겨 먹게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간장을 조금 덜 넣어보기로 했습니다.





< 준비물 >
깻잎 한 바구니(사진에서 보시는 것 만큼)
물 4컵
간장 3컵
설탕 2컵(허술하게 펐습니다.)
양파 반 개
마늘 대여섯 쪽
생강 서너 쪽(편편하게 썰어 놓은 것)

*개인의 입맛에 맞게 양념의 양을 조절하시면 됩니다.

1. 깻잎은 한 장 한 장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털어줍니다.
요즘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씻어서 잠시 두었더니 물기가 싹 말랐습니다.
2. 깻잎을 뺀 나머지를 냄비에 모두 넣고 끓입니다.
한 장 한 장 양념을 하는 대신 마늘, 생강을 넣어 끓이면 마찬가지로 골고루 양념하는 것이 될 것 같아서요.
3. 팔팔 끓으면 중간불로 줄여서 10 분쯤 더 끓이다가 불을 끄고 완전히 식혀줍니다.
양파, 마늘, 생강은 건져 냅니다.
4. 그릇에 깻잎을 먹기 편하게 대여섯 장씩 엇갈리게 해서 담고, 3번을 붓습니다.
 깻잎에 간장물을 부으면 금방 숨이 죽어 부피가 작아집니다.
그러니까 그릇에 깻잎을 꼭꼭 눌러서 담아도 괜찮습니다.
5. 잠긴 깻잎이 자꾸 둥둥 떠오를 땐, 깨끗하게 닦은 편편한 돌이나 그릇으로 눌러주세요.
6. 그렇게 3 일쯤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꺼내어 드실 수도 있고, 간장물을 다시 끓이고 식혀서 부어 보관하면 1 년 동안 두고 먹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사흘이 지나 먹어보니 짜지 않고 오히려 조금 달달한 것 같으면서(!!!) 깻잎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것이 제 입맛에는 그럴 듯한 장아찌가 되었습니다.
처음 만들어 본 것인데 귀한 깻잎을 버리지 않고 먹을만한 음식이 되었다는 것이 기쁩니다.
돌아오는 주일 점심 친교 식탁에 살짝 가져다 놓아보려고 합니다.

“이로써 사랑이 우리에게 온전히 이루어진 것은 우리로 심판 날에 담대함을 가지게 하려 함이니 주께서 그러하심과 같이 우리도 이 세상에서 그러하니라 /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쫓나니 두려움에는 형벌이 있음이라 두려워하는 자는 사랑 안에서 온전히 이루지 못하였느니라”(요한일서 4장17절-18절)

6/03/2011

윤이가 중학교 졸업했어요





저에게는 세 분의 어머니가 계십니다.
엄마, 어머님, 어머니.
저를 낳아주신 엄마, 남편을 낳아주신 어머님, 그리고 외동딸인 저와 자매 되기로 한 무남독녀인 동서를 낳아주신 어머니이십니다.

엄마, 어머님, 어머니께

안녕하세요?
여기는 해가 나는 한낮에는 무척이나 더운데 한국도 많이 더워졌겠지요?

어머님은 모내기 하시느라 엄마는 식사 준비로 도우시느라 많이 힘드셨겠어요.
어머니는 수술하시고 건강이 더욱 좋아지셨다고 들었어요.
그래도 몸을 아끼시고 조심하세요.

아이들이 오늘로서 한 학년씩을 마치고 긴 여름방학을 시작했어요.
엊그제는 둘째 아이 윤이가 중학교를 졸업했어요.

제가 듣기로 미국에서는 고등학교 졸업을 가장 성대하게 치른대요.
아마도 공교육이 끝나고 사회인으로 나아가게 되는 때라 고등학교 졸업을 많이 축하해주는 듯 해요.
초등학교나 중학교 졸업식은 가볍게 지나가고요.
특별한 졸업식을 하지 않고 지나가는 곳도 있다고 들었어요.

윤이네 학교는 그래도 졸업예식을 그럴듯하게 했어요.
정장 바지에 셔츠를 입고 오라 하고, 졸업식장에 입장하는 연습도 하고 그랬대요.

오전에 졸업을 하게 되어 첫째 아이 산이는 자기 학교에 갔고, 남편하고 같이 윤이 학교에 갔어요.
저희는 20분 전쯤 도착했는데 학교 실내체육관에는 벌써 학생들의 가족들이 가득 차 있었어요.
앉을 자리를 눈으로 찾고 있는데 어느 아저씨가 손을 번쩍 들어 네 사람 앉을 자리가 있다고 알려주었어요.
이곳 사람들의 몸에 배인 친절함을 다시 한번 경험하는 순간이었어요.

졸업식 시간에 정확히 맞추어 학생들이 입장하기 시작했고 가족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로 그들을 맞아주었어요.
윤이가 들어오면 사진을 찍어주려고 목을 빼고 찾고 있었는데 그럴 필요도 없이 눈에 확 띄던걸요. ^^
몇 명 안되는 동양인이어서 그렇기도 했고, 그동안 키가 부쩍 자라 아이들 틈에서도 잘 보였어요.

어떤 가족들은 자기네 아이가 입장할 때 이름을 크게 불러서 가족들이 어디에 와 있는지 알려주기도 했어요.
우리는 어떻게 하나 하고 있는데, 윤이가 우리를 얼른 찾아내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영어를 제대로 배운 적 없이 미국에 와서 이곳 중학교를 졸업하게 되었으니 기특하고 고마웠어요.
게다가 졸업을 3 개월 앞두고 새로운 곳으로 전학을 하게 되어 미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나름대로 학교 일정을 잘 따라가며 중학교 시절을 잘 마무리하게 되었어요.
여기 중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이 거의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니 3 개월 동안 친구들 얼굴 익히고 사귀게 된 것이 오히려 잘 된 것 같기도 하구요.
그리고 학과 공부나 오케스트라에서 잘 했는지 상도 받게 되어서 졸업식에 대한 기대 없이 참석을 했다가 무척 기뻤어요.
윤이와 늘 함께 해 주시는 하나님과,
윤이를 위한 기도를 잊지 않으시는 할머니들과, 다른 가족들에게 감사 드려요.

한국 시간으로 생신을 맞으셨을 아버님께 윤이의 졸업을 선물로 드려도 될까요?
올 초 30년 넘게 사명을 감당하신 장로 은퇴식 때도 그랬는데, 생신 축하도 말로만 때우려니 무척 부끄럽네요.
아버님, 예쁘게 봐 주세용~.
내년에 여기 오시면 편안히 모실게요. *^^*

다시 만날 때까지 모두 늘 강건하시길 기도해요.

콜럼비아에서 글 올립니다.

“너는 진리의 말씀을 옳게 분별하며 부끄러울 것이 없는 일꾼으로 인정된 자로 자신을 하나님 앞에 드리기를 힘쓰라”(디모데후서 2장15절)



<우리교회 고등학생이 졸업하는 모습이에요. 중학교와는 많이 다르죠?>

5/27/2011

남편 머리를 깎으며






남편이 문득 머리를 깎아야겠다고 합니다.
날씨는 점점 더워지는데 머리가 너무 덥수룩하여 더 더워 보인다며 머리를 깎아달라고 합니다.
푸하하~
남편이 뭘 믿고 저한테 머리 깎는 것을 맡기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는 직접 깎아주기는 했어도 남편은 깎아 준 적이 없습니다.
큰 아이가 어릴 때 미용실에 가면 낯선 환경이기도 하고, 머리 깎는 기계 소리가 싫었는지 많이 울었습니다.
집에서는 울어도 남의 눈치 안 보고 맘껏 달래며 깎을 수 있어서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또 그때는 가까이 지내는 친구들과 지속 가능한 자연 친화적인 삶, 자급자족할 수 있는 삶에 대한 고민과 실험을 하던 때라, 의식주 생활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에 여러 도전을 했었습니다.
머리 깎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였고, 재봉틀을 사용해서 생활 한복이나 생활 소품들을 만들어 썼고, 가벼운 병은 음식, 민족생활건강, 수지침으로 달래고, 아이들 교육도 함께 하고요.
저는 이런 정도에 머물렀지만 어떤 친구들은 더 나아가 유기농으로 농사지어 도농(도시와 농촌) 직거래를 통한 유통, 산야초를 효소로 만들어 그 효능을 인정받기도 하고, 직접 집도 지어 마을 공동체로 나아가기도 하고, 좋은 책을 골라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열기도 했습니다.

아이고~ 말이 옆길로 샜습니다.
아직까지 나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는데 요즘은 자꾸 많지도 않은 제 나이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 진짜 나이 든 것이라는데 말입니다.
뭘 기록하는 것을 잘 하고 단기 기억력은 좋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까먹는 횟수가 늘어나고, 건강은 타고났나 보다 했는데 예전 같지 않은 미세한 신체의 변화들이 느껴지고, 지금처럼 주제에서 벗어나 옛날 얘기나 하고 있고요.
*^^* 이것이 지금의 나인가 보다, 하며 그저 한 번 웃고 지나갑니다.

크게 접힌 신문지 한 장의 가운데를 오려내서 아이들 머리에 쑥 끼워 목에 얹혀놓고, 솜씨는 없어도 꽤나 신중한 표정을 지어가며 머리를 깎던 재미있는 사진이 사진첩에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몇 해 동안 아이들 머리를 깎였어도 남편에게 머리 깎아주겠다는 말도 안 해보았고, 남편 역시 자기 머리를 맡기지 않았습니다.
저의 머리 깎는 솜씨는 누가 보아도 영 미덥지가 않았던 것이죠. ^^




그로부터 15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지금 남편이 먼저 나서서 자기 머리를 깎아 달라는 것입니다.
콜럼비아로 이사 오고 나서의 변화 가운데 하나입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분들에게는 죄송스럽게도 간단한 머리 손질은 집에서들 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도 옛날 해 봤던 기억을 되살려 집에서 아이들 머리를 깎아줘 볼까 싶어 교회 어느 집사님에게 머리 깎는 기계를 빌려 달라고 했습니다.
할만하면 하나 장만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만두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집사님은 빌려 달라고 한 지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 말씀이 없으시더니, 어느 날 머리 깎는 기계를 보여주시며 이건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고 저건 저럴 때 사용하는 것인데 사용설명서를 보면 쉽게 할 수 있게 되어 있다며 가져 가라고 하셨습니다.
가만 보니 기계가 새것 같아 보였습니다.
이거 새것 아니에요, 하고 여쭈어보니 그냥 두고 쓰세요, 하셨습니다.
집사님 것을 빌려서 연습 한 번 해보고 어찌 할까 결정하려고 했는데 새 기계를 사주시는 바람에 오랫동안 두고 사용해야 하는 기분 좋은 부담이 생긴 것입니다.

기계도 생기고 해서 오래 전에 쓰던 가위들도 꺼내어 이번 달 초에 남편과 첫째 아이 머리를 조심 조심 깎아보았습니다.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 깎는 것은 이제부터 저보고 하라며 편안한 마음으로 머리를 맡기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도 멋지지 않은, 깎은 티도 안 나는 첫 번째 이발이었습니다.
이번 두 번째는….
남편이 저를 믿어주며 마구 용기를 주길래 머리카락을 팍팍 잘라내었습니다.
이상하게 잘라지면 어쩌나 했는데 오히려 깔끔하니 머리 깎은 티가 납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머리 깎기 시작할 때 마음속으로 기도도 했습니다.
예쁘게 자르도록 도와 달라구요.
두루두루 감사했습니다, 하나님께, 집사님께, 남편에게.

머리 두 번 깎은 것을 핑계로 예전처럼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은 다른 힘(특히 돈)을 쉽게 빌리지 않고 얼마나 지속하고 있는가 돌아보니 많이 게을러진 제 모습을 보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지금 이곳에서 하나님이 주신 자연 환경과 더불어 잘 살 수 있을까요?
생각만 하다 세월 다 보내면 안 되는데….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창세기 1장26절-28절)

5/20/2011

부부의 날

한국에선 5월을 가정의 달로 여기고 가정과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새기는 때로 삼습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입양의 날, 그리고 부부의 날.

그 가운데 부부의 날은 바로 내일입니다.
부부의 날은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 가자는 취지로 2007년 제정된 법정기념일입니다.
날짜는 해마다 5월 21일입니다.
5월 21일에는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부부의 날은 핵가족시대의 가정의 핵심인 부부가 화목해야만 청소년문제 • 고령화문제 등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법정기념일이다, 고 네이버 백과사전은 그 유래를 밝히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이리저리 다니다가 아내로써, 남편으로써 좋은 사람 되는데 비추어 볼 수 있는 부부십계명이라는 제목의 글들이 있어서 옮겨 봅니다.


<100년 전, 단재 신채호 선생의 부부십계명>

1. 남편 되는 이, 밖에서 불편했던 얼굴로 집안 식구를 대하지 마시오.
2. 남편 되는 이, 무단으로 나가 자거나 밤늦게 돌아오지 마시오.
3. 남편 되는 이, 자녀가 있는 곳에서 아내의 허물을 책하지 마시오.
4. 남편 되는 이, 의복에 대해서 잔소리를 하지 마오.
5. 남편 되는 이, 친구의 접대로 아내를 괴롭게 하지 마오.
6. 아내 되는 이, 남편의 부족한 일이 있으면 조용히 권고하고 결코 군소리 하지 마시오.
7. 아내 되는 이, 물건이 핍박해도 소리 내기를 절도 있게 하시오.
8. 아내 되는 이, 남편이 친구하고 이야기할 때 뒤에서 엿보지 마시오.
9. 아내 되는 이, 함부로 남편에게 의복 구하기를 일삼지 마시오.
10. 아내 되는 이, 항상 목소리를 크게 해 역하게 하지 마시오.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의 부부십계명>

1. 두 사람이 동시에 화내지 말라.
2. 집에 불이 났을 때 외에는 고함지르지 말라.
3. 눈이 있어도 흠은 보지 말며, 입은 있어도 실수를 말하지 말라.
4. 아내나 남편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라.
5. 아픈 곳을 긁지 말라. (아픔은 감싸라)
6. 분을 품고 침상에 들지 말라.
7. 처음 사랑을 잊지 말라.
8. 결코 단념하지 말라. (먼저 손을 내밀라)
9. 숨기지 말라. (서로에게 진실하자)
10. 본래의 중매자를 따돌리지 말자. (기독교적 의미에서의 하나님)
- 책 “밥 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최일도 목사)에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부부십계명>

1. 배우자가 완벽할 거라는 생각을 버려라.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2. 위임하라.
-배우자가 요리나 청소와 같은 집안일을 더 많이 돕도록 하라.
3.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전환하라.
-배우자의 고집을 불평하지 말고 덜 공격적인 단어로 말하라.
4. 당신의 장점을 믿으라.
-대표 장점을 잘 살리면 결혼생활도 더 잘할 수 있다.
5. 반응하며 듣는 방법을 연습하라.
-상대방에게 집중하고 긍정적인 격려를 자꾸 하라.
6. 화자와 청자 방식을 활용하라.
-상대방이 말하는 동안 끼어들지 말고 ‘당신’이라는 2인칭보다 ‘나’라는 1인칭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하라.
7. 대답할 여지가 있도록 질문하라.
-상대방이 자신의 관점을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질문하라.
8. 낙천적인 사람이 되라.
-염세주의자 커플은 힘든 일이 발생할 때마다 행복 수준이 하강할 수밖에 없다.
9. 나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라.
-자율성을 가져라.
10. 부부가 함께 관계 지도’를 작성하라.
-서로의 생활에 더 관심을 가져라.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의 부부십계명>

1. 새로운 프러포즈로 서로를 감동시키자.
2. 부부가 함께 식탁의 교제를 나누자.
3. 부부가 서로 러브레터를 전하자.
4. 남편은 처가, 아내는 시댁에 안부를 여쭈자.
5. 자녀 앞에서 서로에 대한 칭찬보약을 선물하자.
6. 내 아내, 내 남편의 이름을 부르자.
7. 첫 데이트 장소로 서로를 불러내자.
8. 앨범 속으로 추억의 여행을 떠나보자.
9. 꽃바구니 대신 유머 꽃을 선물하자.
10. 촛불 대화를 통해 마음 속 여행을 떠나자.


<세계 부부의 날 위원회의 부부 롱런(Long-Run) 십계명>

1. 인내하며 다툼을 피하라. 
2. 칭찬에 인색치 말라.
3. 웃음과 여유를 가지고 대하라.
4. 서로 기뻐할 일을 만들라.
5. 사랑을 적극 ‘표현’하라.
6. 같이 즐기는 오락이나 취미를 만들라.
7. 금연, 절주하고 건강을 지켜라. - 건강한 부부는 부부관계도 건강하다.
8. 서로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라. - 경제적, 심리적으로 적당히 독립하라.
9. 매년 혼약갱신선언을 하자. - 이혼할 틈을 주지 말라.
10. 부부교육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자. - 투자한 만큼 거둔다.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사랑하는 자마다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하나님을 알고 /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 /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난 바 되었으니 하나님이 자기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심은 그로 말미암아 우리를 살리려 하심이라 /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 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 /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요한1서 4장7절-11절)

5/13/2011

교우들과 신혼기를 보내며


이번 주일은 어머니의 날을 지키는 어머니 주일이었습니다.
우리교회에서는 어머니 주일에는 남선교회가 어머니들에게, 아버지 주일에는 여선교회가 아버지들에게 드시고 싶은 것을 대접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어느 주일인가 아버지들께서 어머니들한테 무엇이 드시고 싶은 지 물어오셨습니다.
어머니들은 갈비와 삼겹살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아버지들은 갈비 고기를 사서 아버지 권사님께서 미리 양념도 해 놓으시고, 삼겹살도 두툼한 것으로 준비하셨습니다.
어머니 주일 아침에는 교회에 일찍 오셔서 숯불에 갈비를 초벌구이 해 놓으셨습니다.
점심 시간에 분주할 것을 대비하신 것 같습니다.
점심 시간이 되어서는 아버지들께서 삼겹살을 구워, 식사를 하고 있는 어머니들과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삼겹살과 갈비를 주시는 대로 맛있게 먹고 나니 아버지들은 그제서야 식사를 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친 몇 개의 식탁에서는 덩치가 크고 건장한 한 청년이 그릇들을 치우고 걸레질을 하여 더 이상 손 가지 않게 마무리 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기특하고, 성실하고, 따뜻한 마음이 전달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여선교회에서는 어머니들께 꽃을 달아 드렸고, 60 세 이상 어머니들께는 선물도 드렸습니다.
어머니들은 이렇게 대접을 잘 받았으니 아버지들께도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거야!, 하셔서 웃었습니다.
아버지 주일에는 블루 크랩이 가득히 쌓인 식탁을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아버지들께서 많이 오셔서 함께 드시면 좋겠습니다.


교회, 교우들과 신혼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즐거운 일들이 이어지고, 서로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좋은 쪽만 보이고, 그러면서 어떤 사람인지 서로 탐색하기도 하는 신혼 시절 말이죠.
하지만 석 달 가까이 교우들과 만나면서 경험한 편안하고 사랑 많은 모습들은 좋은 것만 보여주려는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그저 자연스러운 삶이었습니다.

이탈리아 파비아대학 과학자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도파민, 페로몬, 아드레날린 같은 화학물질과 호르몬 작용에 의하여 생기는 것으로, 6 개월에서 1 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발표를 2005년에 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CBS 방송을 통해 처음 사랑의 감정이 결혼 후에도 몇 십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뉴욕 스토니 브룩대학의 연구 결과가 발표 되기도 했습니다.
이 연구는 사랑의 초기 단계에 있는 커플들과 장기간 관계를 지속해 온 커플들의 뇌를 스캔 해서 분석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 사랑에 유효 기간이 있네, 짧네, 기네 연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사랑은 낭만적인 사랑의 감정을 말하는 것입니다.
신혼기를 보내고 있는 교회, 교우들과의 사랑은 완전한 사랑의 모범이 되시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 분을 닮아가려고 애쓰는 사랑이라고 감히 말해 보렵니다.

낭만적인 사랑이든 그리스도 안에서의 사랑이든 그 만남이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신혼기를 지나게 될 것이고, 때로는 고난이나 어려운 문제들도 만나는 권태기 혹은 갈등기를 거치게 될 것입니다. -삶은, 사람은 단순하지 않으므로.
그렇다 하더라도 진실되게 최선을 다해 사랑하다 보면, 정도 들고, 신뢰도 쌓이고, 지체로서 각자의 사명이나 역할도 알아 가고, 강점과 약점도 알아 세워주고 덮어주는 것도 자연스러워질 테고, 어려운 문제를 만난다 해도 해결사, 예수님이 계시고, 그때에는 지혜와 마음을 모으고 서로를 의지하여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려움의 터널을 함께 헤치고 나아간 이들은 서로 오래 참아 주고, 더욱 깊이 이해 하고, 모든 것 감싸 주고, 소중히 여기는 성숙한 사랑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아직 있지도 않은 문제를 놓고 미리 걱정할 필요도 없고(^^), 이 신혼기를 기쁘게 보내려고 합니다.
우리교회 교우들끼리 더욱 사랑하고, 그 사랑이 차고 넘치게 되어 이웃에게 넉넉하게 흘러가게 되길 소망해 봅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너희는 외인도 아니요 나그네도 아니요 오직 성도들과 동일한 시민이요 하나님의 권속이라 / 너희는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세우심을 입은 자라 그리스도 예수께서 친히 모퉁이 돌이 되셨느니라 / 그의 안에서 건물마다 서로 연결하여 주 안에서 성전이 되어 가고 / 너희도 성령 안에서 하나님이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가느니라”(에베소서 2장19절-22절)

5/06/2011

식물에 담아 보는 땡큐


우리 교회에는 여기 한인사회에서 연세가 제일 많으신 어르신이 계십니다.
95 세이신 할머니 권사님이십니다.
권사님은 작은 체구에 힘이 없으실 것 같은데, 말씀도 똑 부러지게 잘 하시고, 몸도 부지런히 움직이십니다.
목사 취임예배가 있던 날도 예배가 끝나고 식사하는 시간에 교회 안팎을 계속 돌아다니셨습니다.
그런 권사님이 눈에 띄길래 슬쩍 다가가 권사님, 식사하시죠, 라고 했더니 오신 손님들 가운데 혹시 식사를 안 하고 가실까 봐 살피는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손님을 그냥 가시게 하면 예의가 아니라면서요.
아마 그 날도 행사가 다 끝나고 식사를 하신 것 같습니다. (식사하셨나요, 진짜? 생각이 가물가물.)

권사님은 언제부턴가 목사님이 새로 이사 오셨는데 가 보지도 못했다며 한 번 가봐야 되는데, 라고 하셨습니다.
이전에 계시던 목사님들이 이사 오는 날이면 이사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시곤 하셨답니다.
목사네 집 방문을 벼르고 계시던 권사님께서 드디어 이번 주에, 역시나 연세가 많으신 따님들과 함께 찾아주셨습니다.
권사님은 손수 키우시던 산세비에리아도 지난번에 주셨고, 이번에는 채송화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권사님네 뜰에 채송화가 있다고 하셔서 가지러 가야겠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걸 기억하시고 여러 개 화분에 정성껏 심어 주신 것입니다.

채송화 화분은 집 현관 앞에 두었습니다.
언제나 꽃이 피려나, 얼른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집을 드나들 때마다 기분이 밝아질 것 같습니다.
땡큐, 권사님.


또 다른 권사님, 음~ 이번엔 중년의 권사님이 수요예배에 오시면서 들깨와 고추 모종을 가져오셨습니다.
필요한 사람은 가져가라면서요.

그런 거 심어서 먹어보는데 관심은 있으나 슬픈 기억이 있어서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전에 살던 집에서 들깨 모종을 뒤뜰에 심어놓은 적이 있는데, 잔디 깎는 사람이 자취도 없이 깎아 버린 가슴아픈 사건이 생각나서…. ^^
화분에 심어보라고 하시는데, 심을만한 화분도 없고, 화분을 사자니 이사할 짐이 늘어나는 것 같아서 망설이다가 들깨와 고추 모종을 하나씩 집어 들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주인이 가꿔놓은 듯한 화단이 뒤뜰에 있는데, 거기는 잔디가 안 깔려 있으니까, 뭘 심어도 깎일 것 같지 않다는 판단으로 말이죠.
이 동네의 다음 잔디 깎는 날이 지나보면 더욱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벌써 모종을 심어 놓았거던요.

더운 여름 날, 깻잎에 밥 한술 얹고, 고추에 고추장 푹 찍어 함께 얹어 쌈 싸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요?
거기에 돼지불고기 반찬이라도 있으면 임금님 밥상이 부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미리 땡큐, 권사님.


같은 날 수요예배 때 젊은(저와 나이가 같으니 젊다고 해야 될 것 같아서. ^^) 집사님 한 분은 집에서 거둔 배추를 한~ 소쿠리 가져오셨습니다.
겉절이를 하든지, 김치를 담그든지, 드시라면서요.
여러 교우가 나누어 가졌는데, 저한테는 어찌어찌 하여 두 뭉치를 주셨습니다.
저는 배추를 데쳐서 된장국 끓여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에 가져온 배추는 데쳐서 한 덩어리는 얼려놓고, 한 덩어리는 된장국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집사님이 어렸을 때 아버지가 텃밭에 식물들을 심어 가꾸시며 집사님에게 밭일을 때때로 시키셨답니다.
그때는 왜 귀찮게 이런 일을 시키시나 했는데, 지금은 집사님이 아버지처럼 텃밭을 돌보고 있노라고 하셨습니다.
집사님은 부지런히 채소도 잘 기르시고, 음식도 잘 하신다고 교회 어른들 칭찬이 많은 분입니다.

오늘 우연히 스페인 음식 문화를 소개한 영상을 보면서 집사님이 거기 나오는 요리사 가운데 한 사람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페인의 작은 어촌, 산 폴 델 마르라는 곳에 있는 산 파우 식당(RESTAUTANT SANT PAU)의 수석 요리사 카르멘 루스카예다.
그는 유럽을 통틀어 세 손가락 안에 뽑히는 여성 요리사라고 합니다.
카르멘은 농부의 딸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계절마다 유기농으로 농산물이 재배되고 길러지는 것을 지켜본 것이, 제철 식물과 식물의 색깔 등을 잘 사용하는 일류 요리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교회 집사님도 카르멘 같은 요리사니,
곁에서 어슬렁 대다가 맛난 음식 얻어 먹을 생각에,
땡큐, 집사님.

“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의 먹을 거리가 되리라 / 또 땅의 모든 짐승과 하늘의 모든 새와 생명이 있어 땅에 기는 모든 것에게는 내가 모든 푸른 풀을 먹을 거리로 주노라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창세기 1장29-30절)

4/29/2011

계속되는 부활의 기쁨



누가 하라고 시켰으면 정말 하지 않았을 못된 심보를 가진 제가 별 거 아닌 종이꽃을, 하지만 부활절 기쁨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스스로 나서서 접어본 것입니다.

교회 권사님께서 정성스레 장식을 해주셨고, 교우들은 예쁘다 해주셨습니다.
우헤헤. *^^*

"형제들아 너희가 자유를 위하여 부르심을 입었으나 그러나 그 자유로 육체의 기회를 삼지 말고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 노릇하라"(갈라디아 5장13절)

4/22/2011

신앙의 추억을 만드는 부활주일

<꽃꽂이 하기 전 모습입니다. 나중에 멋있게 장식된 모습도 보여 드릴게요. ^^>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시고, 돌아가신 날을 기념하는 성(聖)금요일입니다.
둘째 아이에게 성금요일 저녁예배와 부활주일 새벽예배에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나도 꼭 가야 돼?” 아이가 묻습니다.
“그럼!”
뭔가를 더 물어올 것 같아 아이가 있는 쪽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습니다.
예배에 가겠다는 게로군, 이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지금 둘째 아이 나이 또래에 경험했던 부활주일 새벽예배를 더듬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부활주일 새벽연합예배를 드리는지 알지 못하나, 제가 어릴 적 살던 지역에서는 인천광역시 도원동에 있는 공설운동장에서 모이곤 했습니다.
그 큰 공설운동장에 예수 믿는 자들이 꽉 들어 차게 모여, 각자 준비해 온 양초를 밝혀 손에 들고, 예배를 드리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연합성가대는 해마다 특송으로 헨델의 “메시아(할렐루야)”를 불렀고, 공간이 넓어서 그런지, 찬송을 다 함께 부를 때 이곳과 저 건너편 쪽의 박자가 맞지 않는 것도 저를 감격스럽게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한 번은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비가 그쳤던 것 같습니다), 공설운동장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서서 예배를 드렸던 광경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중학생이던 제가 살고 있던 곳은 제물포였고, 공설운동장까지는 버스를 타고 10 분쯤(아마도)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 새벽에 버스가 다니지 않았으므로, 저는 혼자 걸어서 오전 5시 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겁도 없었다 싶은데, 그때는 세상도 지금보다는 그리 험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어린 시절은 참으로 순수하게 신앙 생활을 한 것 같습니다.
참석할 수 있는 모든 예배 시간은 으레 가야 하는 것으로 여겼나 봅니다.
가끔 다른 신앙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한국교회가 양적으로 부흥을 이루던 7, 80년대에는 아마도 순수하게 열심히 신앙 생활하던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억지 같지만, 한국교회의 부흥의 물결 속에 어린 저도 끼어 있었다고 해도 될까요? ^^

저희 아이들은 부활의 아침을 맞는 느낌이 어떤 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부활의 아침에 대한 기억이 있기나 한 지….
지금 여기 교회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부활의 아침에 대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회 입구에 세워져 있는 십자가 앞에서나 교회 마당에 있는 쉼터(Shelter)에서 예배를 드리셨다고 하니, 어떤 분위기의 예배가 될 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활주일 점심 식사를 위해 음식을 각자 만들어 오기로 했는데, 저는 식탁 위에 올려 놓을 꽃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화사하고 밝은 부활주일 식탁이 되도록 하고 싶은 마음에서 둘째 아이와 함께 여러 가지 색깔의 색종이를 접고, 풀로 붙여 나름 열심히 만들어 보았습니다.
화분에 꽃을 장식하는 것은 꽃꽂이를 잘 하시는 권사님께서 도와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사랑을 예배나 음식, 그 밖에 것으로 표현해보고 기억에 간직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인생에서 지치고 힘든 시기를 만날 때, 그런 신앙의 기억들을 꺼내보며 살포시 미소 지어볼 수 있다면 살아갈 힘을 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또 이르시되 내가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 너희에게 말한 바 곧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글과 시편에 나를 가리켜 기록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하리라 한 말이 이것이라 하시고 / 이에 그들의 마음을 열어 성경을 깨닫게 하시고 / 또 이르시되 이같이 그리스도가 고난을 받고 제삼일에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날 것과 / 또 그의 이름으로 죄 사함을 받게 하는 회개가 예루살렘에서 시작하여 모든 족속에게 전파될 것이 기록되었으니 / 너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이라”(누가복음 24장 44-48절)

4/15/2011

목사 취임 감사 예배를 드렸습니다



새롭게 사역을 시작한 콜럼비아제일교회에서 지난 주일 저녁, 담임목사 취임 감사 예배를 드렸습니다.
남편은 담임했던 다른 교회에서와는 달리 취임예배를 드리는 것은 목회를 하면 할수록 더욱 많은 기도가 필요하며, 우리 교회 형편을 아시는 분들께 기도 부탁을 드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남편이 부목사로 섬겼던 아틀란타한인교회와 우리 교회는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목회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이루어가는 동반자가 된 것입니다.
아틀란타에서 주일예배를 드리시고 김정호 담임목사님과 부목사님들, 전도사님, 그리고 여러 교우들이 먼 길을 달려 찾아오셔서 함께 예배하고 격려해주셨습니다.
아틀란타한인교회는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섬겼던 교회여서 그런지, 교우들을 만나니 편안하고, 우리 가족을 향한 그들의 기도가 있었음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고춧가루… 사다 주신 집사님들에게선 친정 식구들을 만난 느낌이 들기도 했구요. 헤헤헤 *^^*
사정이 있어서 오지 못하신 교우들의 마음도 고맙게 받았습니다.




아틀란타한인교회와 파트너십을 가지고 있는 여러 교회의 목사님들도 방문해주셨습니다.
목사님들께서 찬송가 204장 “예수로 나의 구주 삼고”를 축가로 불러주셨는데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저는 성가대라서 축가를 부르시는 분들을 뒤쪽에서 바라보며 찬송을 듣게 되었는데, 동역자 혹은 동지에게서 느껴지는 든든함 같은 것이 울려 나오는 듯했습니다.
아틀란타에서 떨어져 나와 보니, 미국에서 처음으로 관계를 맺었던 옛사람들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지나 봅니다.




이곳 콜럼비아에 사시는 목사님들과 교우들도 많이 오셨습니다.
새로 부임한 목사도 보고, 유~명한 김정호 목사님의 설교도 듣고,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이 지역 교우들끼리도 만나는 잔치 자리였습니다.
저는 아직 여기 지역 교우들은 잘 모르지만 그분들의 관심과 함께 예배함이 어찌 감사하던지요.
살면서 오래 두고 갚아야 할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손님을 맞이한 우리 교회 교우들은 마음이 즐겁고, 넘치게 채우시는 은혜를 경험하는 기회였습니다.
교회 부흥에 대한 소망도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것을 믿음으로 선포할 수 있는 용기도 얻게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단절되었던 지역 교회와의 교류와 부흥을 위한 중보기도를 통해 콜럼비아에 하나님의 나라가 더욱 확장되어나가는 그림도 흐릿하게나마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새로 부임한 목사에 대한 이 모든 분들의 기도와 사랑과 기대를 늘 마음(이건 제 마음인데, 남편 목사님도 같은 마음일 거라고 믿고 ^^)에 간직하고, 연약함 투성이지만 더욱 겸손히, 진실하게, 열심을 내어 섬기는 이가 되도록 애쓰겠습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로마서 8장 28절)

4/08/2011

『울지마 톤즈』를 보고



『울지마 톤즈』는 아프리카 수단의 슈바이처라고 불리는 고(故) 이태석 신부님(48세)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의대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하던 중 사제가 되기로 결심을 한 이태석 신부님은 “가장 보잘 것 없는 이에게 하는 것이 나에게 하는 것이다”는 성경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수단 남부에 있는 오지 중의 오지 톤즈 마을로 찾아갑니다.

수단은 남북 내전이 있을 뿐 아니라, 톤즈가 있는 남부 지역 내에서도 부족간의 전투가 끊이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잦은 전투로 불안정한 분위기, 교육과 의료시설이 없는 톤즈에서 이태석 신부님은 그곳에 사는 한센병 환자를 돌보고, 병원을 만들어 언제고 찾아오는 많은 환자들을 치료합니다.
또한 병원에서 백신을 보관하려면 냉장고가 필요한데 전기가 없어 태양열을 이용한 발전소를 손수 짓고, 아이들 놀이를 위한 농구대를 만들고, 학교를 세우고, 집이 먼 아이들을 위해 기숙사를 만들고, 기쁨과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기 위해 음악을 가르치고, 남부 수단 최초로 35인조 브라스밴드를 만드는 것을 통해 톤즈에 대한 사랑을 키워갑니다.

환한 웃음으로 7년 동안 톤즈를 위해 노래하던 이태석 신부님은 한국에 휴가를 보내기 위해 들렸다가 대장암을 진단 받고, 1년 넘은 투병 끝에 2010년 1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습니다.

그리고…
남겨진 톤즈 마을 사람들과 신부님의 사랑을 이어가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실려있습니다.


둘째 아이와 꼭 같이 보아야 한다며 남편이 가져온 것입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지난해 9월에 한국에서 개봉되었고, 저희가 본 것은 KBS 스페셜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성경 말씀에 따라 진실되게, 열심히 사랑을 나누는 고 이태석 신부님의 모습에 그저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사람을 사랑하는 열정과 헌신이 나에겐 얼마나 있나, 아무도 몰래 헤아려 보았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더욱 사랑”하는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야 할 숙제가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 주는 것만 같아 퍼뜩 정신을 차려 보았습니다.

“그 때에 임금은 자기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사람들아, 와서, 창세 때로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한 이 나라를 차지하여라. / 너희는, 내가 주릴 때에 내게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나그네로 있을 때에 영접하였고, / 헐벗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병들어 있을 때에 돌보아 주었고, 감옥에 갇혀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 할 것이다. / 그 때에 의인들은 그에게 대답하기를 '주님, 우리가 언제, 주님께서 주리신 것을 보고 잡수실 것을 드리고,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실 것을 드리고, /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영접하고, 헐벗으신 것을 보고 입을 것을 드리고, / 언제 병드시거나 감옥에 갇히신 것을 보고 찾아갔습니까?' 하고 말할 것이다. / 임금이 그들에게 말하기를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자매 가운데,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 할 것이다.”(마태복음 25장 34절-40절 / 새번역)